[1]
이제 곧.
나오스까지 불과 몇백미터를 남겨둔 지점에서 명운이 다했다.
"기다려라. 마침내 따라잡았다."
등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놀라기보다 마침내 왔나 싶은 심정이 더 컸다. 각오는 되었다. 루카와 이리아는 눈짓을 나눈다음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서,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 보았다.
예상과 달리 거기에 서있던 것은 위병이 아니었다.
기묘한 가면을 쓴, 코가 뾰족한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남자가 둘.
"당신은 대체 누구야."
긴장을 풀지 않고 이리아가 물었다.
"당신한테 쫓일 이유 없는데."
"그쪽은 없어도 우리한텐 있다. 왕도에서 날뛰던 애송이지? 이능자……. 아니 전생자, 지금부터 너를 왕도 관할 연구소로 연행하겠다!"
이능자라 불릴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생자라고 불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생이라고 말했다니, 그들은 아루카 사람인가? 하지만 남자들은 루카를 왕도 관할 연구소로 데려간다고 했다. 그건 즉 당국 사람?
"여자. 너도 동행해라. 저항하면 용서치 않겠다."
가면 쓴 남자들이 일제히 칼을 뽑았다. 칼은 날카로운 은색빛을 발하고 있었다.
루카는 꾸물꾸물 이어지는 사고를 끊었다. 지지 않고자 칼을 뽑아든다.
"잡힐까 보냐! 내 힘을 모르는 모양이네!"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이게 2번째다.
맹수를 상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질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아스라의 전생이야. 내게는 아스라의 힘이 있어. 내게는 아스라의 힘이, 내게는 아스라의 힘이…… 어라!?)
루카는 놀라 소리를 흘렸다.
"힘이 안 나? 평소의 나잖아?!"
어찌된 일인지 만상 싸우게 되면 삽시간에 전신에 차오르는 힘이 이번에는 전혀 솟지 않았다. 루카는 도움을 청하듯 이리아를 보았으나 이리아 역시 마찬가지로 당혹스러운 얼굴로 루카를 바라보았다.
"왜지? 천술이 안 써져!"
대답은 가면 쓴 남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전생자의 천술을 봉인하는 건 우리에겐 초보적인 기술. 우리는 <그레고리> 오랜 세월에 걸쳐 신의 피를 잇는자. 네놈들의 술을 봉인한 것도, 그 신의 힘에 의한 거다. 우리는 네놈들 전생자를 상대하기 위해 수련을 쌓아왔다고."
***
손발이 묶인 채, 재갈과 눈가리개까지 당해 마차 짐칸에 전혀졌다. 싱거운 끝이었다.
그리고 하룻밤.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루카.
왕도 관할 연구소.
그리고 그레고리.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군데가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눈가리개가 풀리자, 그곳은 이미 어딘가에 있는 건물 안이었다.
"새로운 <헌체(献體)>다. 오즈발드 님께 연락 해라."
그레고리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서 동료들로 보이는 다른 그레고리에게 루카와 이리아, 그리고 코다의 신변을 인도했다.
한바탕 날뛰자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천술은 봉인되었다. 게다가 적의 거점 한 가운데. 이런 상황에서 날뛴다는 것은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무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루카는 한숨을 쉬었다.
힘만 쓸 수 있으면…….
아스라의 힘을 얻음으로서, 얄궂게도 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루카의 걸음걸이는 무거웠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그레고리 남자의 재촉하에 걸었다.
창문 하나 없다.
공기는 서늘하고 습했다.
연구소라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헌체 라고 말했다.
"저, 저기. 대체 무슨 짓을 당하는 걸까?"
루카는 작은 목소리로 이리아의 의견을 물었다.
"음……. 글쎄. 생각나는 건 나쁜 상상 뿐인데. 들을래?"
"우웃, 사양할래…."
이어 회합실로 보이는 넓은 장소로 나왔다.
군복을 입은 땅달막한 체구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루카 일행이 들어오는 것을 알텐데, 손을 뒤로 깍지낀 채 등을 돌리고서 짐짓 젠채하고 있었다. 싫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레고리 남자가 자세를 갖춘 뒤 말했다.
"기다리셨습니다, 오즈발드 님."
오즈발드라 불린 남자가 겨우 몸을 돌렸다.
오른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거드름 빼듯이 염소수염이 나있다. 일견 평범한 중년 남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눈초리는 날카롭고, 몸동작에 빈틈이 없었다.
오즈발드는 루카와 이리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레고리 남자를 가만히 쏘아보고서 말했다.
"마티우스 놈이 와있는 모양이로군."
"핫! 오즈발드 님. 헌체로서 전생자 몇 명을 전해주셨습니다."
"흥. 맘에 안 드는 애송이…. 전생자를 모으는 광고탑으로서 제 분수를 알면 좋을 것을. 구원을 청하는 전생자를 불러들이다, 제 입장을 잊어버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너무 설쳐되어도 성가셔. 원래의 신앙을 잃어버리면 민중들을 콘트롤 할 수 없게 되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오즈발드는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마티우스…….)
루카는 생각했다.
사태의 윤곽이 다소 뚜렷해졌다.
오즈발드와 마티우스는 손을 잡았다. 아루카가 이능자 포획 적성법의 영향을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국가와 끈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능자를 보호하겠다고 선언함으로서 수중에 몰려드는 이능자들을 마티우스는 이곳, 이능자연구소로 보내고 있다….
"그런데 오즈발드 님. 오늘 실험에는 입회하실 겁니까?"
그레고리 남자의 질문에 오즈발드는 겨우 루카와 이리아에게 시선을 보냈다.
차가운 눈이었다.
"흠."
별다른 흥미도 없는 어조였다.
"팔팔한 전생자도 온 모양이니, 한 번 구경하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