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라면 빨리 말해줘야지."
뺨을 부풀리며 이리아가 항의했다. 친절히 뒤를 따라와 막다른 길이라고 가르쳐준 결과가 이런 취급이다. 아무리 루카라도 반론하고 싶었으나, 전력으로 달려온지라 숨을 헐떡이고 있어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어깨로 거칠게 숨을 쉬는 루카를 보고, 이리아는 바보 취급하듯이 '흥'하고 코웃음 쳤다.
"아, 왔다. 뒤다, 그런데."
코다가 경고했다.
돌아보자 로브 차림의 남자가 둘, 공원으로 들어오던 참이었다.
"사니아 마을의 전생자 맞지?"
남자가 말했다. 끈적한 어조였다. 그는 이리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마침내 찾았군. 마티우스 님이 너를 원하신다. 따라와라."
"그런 거 거절하겠어."
이리아는 터벅터벅 루카 앞으로 나서, 남자들을 쏘아보았다. 그리고 삿대질을 하며 노성을 터트렸다.
"누가 마을을 습격한 놈들을 기꺼이 따라가겠어?"
"우리 <아루카>가 목표로 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네가 필요하다. 자아, 함께 낙원을 목표로 하지 않겠나?"
"거절하겠다니깐. 끈질긴 건 질색인데."
"그러면 억지로 끌고 갈 수 밖에."
그렇게 이리아와 그들이 말을 나누는 동안, 루카는 열심히 도망칠 길― 공원에서 달아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구는 하나. 그곳으로 가려면 눈앞의 남자들을 일단 뿌리쳐야했다.
남자들은 이리아의 마을을 습격했다고 한다.
그런데다 지금, 이리아를 억지로 끌고가려 하고 있었다.
(어, 어쩌지………!)
어느샌가 전신이 떨렸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리아의 비명에 겨우 제정신을 찾았다. 보아하니 남자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이리아가 필사적인 모양새로 발버둥치고 있었다.
"놔! 놓으라니깐!"
"그래. 놔줘!"
비명을 지르는 이리아. 그에 항의하는 코다를 남자는 가차없이 걷어찼다. 무뀨하는 소리를 흘리며 코다는 지면을 굴렀다. 그리고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말해. 말하라고. '그녀를 놔줘.'하고!)
루카는 자신을 타일렀다.
이리아가 어떤 사정을 품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힘으로 여자아이를 억누르거나 동물을 걷어차는 짓을 용서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모른 척 넘길 수 없었다.
이리아를 구해야했다.
(하지만 어떻게?)
아니.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일단 그녀를 놓으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안다.
그래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안이 바짝 말라서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루카는 주먹을 꽈악 움켜쥐었다.
(말해! 꿈속에서처럼 용맹과감하게……!!)
아스라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루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스라의 그것과 달리 너무나 무력하고 떨리고 있었다.
"그, 그녀를…… 놔, 놔줘……."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다, 다시 한 번 말할게. 그녀한, 테서 떠떠 떨어져!"
남자들은 루카를 보았다.
"아앙? 뭔가 잘못 들었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검토한 다음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야유의 색이 포함되어 있었다.
"너, 지금, 아무말도, 안 했지?"
한마디 한마디 확인하듯 그렇게 묻는다.
루카가 아무말도 않고 ― 이가 덜덜 떨려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 가만 있자, 남자의 눈이 스윽 가늘어졌다. 조소가 사라진다. 대신 폭력의 기미가 얇은 베일처럼 남자를 둘러쌌다.
동료에게 이리아의 신변을 맡기고, 한발짝 앞으로 나온다.
루카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루카가 다시 뒤로 물러섰다.
이리아가 외쳤다.
"잠깐! 그 아이는 아무 상관 없잖아! 저기 루카라고 했나? 넌 얼른 다른 데로 가!"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무서워서 다리가 안 움직이나?"
너무나 쉽게 간파당했다.
"그럼 도와줄게. 으랏챠!"
"우왓!"
비명을 지르며 루카는 크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루카를 밀친 남자가 놀란 표정을 띄울 정도로 화려하게.
남자는 별다른 힘을 실지 않았다. 루카가 스스로 자빠진 것이다.
엎어지면 더 이상 무서워할 필요 없다. 그러면 이 자리를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까 넘어졌다. 최대한 꼴사납게 보이게끔 넘어졌다.
상대도 인간이다. 쓰러진 상대에게 그 이상 폭력을 가하려 들진 ㅇ낳겠지. 애초에 자신은 부외자다. 해야할 말은 했고, 이렇게 밀쳐넘어졌다. 그럼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구원을 청하듯이, 루카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남자의 눈이 웃고 있었다.
속내를 전부 들켰다.
가슴속이 화악 뜨거워졌다.
― 루카 주제에 말대꾸하지마.
니노의 목소리가 뇌리에 되살아났다.
― 좋아. 벌칙이다! 전속력으로 뛰어서 핫도그 사와!
에디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꿈속의 나…….)
루카는 마음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꿈속의 나, 꿈속의 나. 주문처럼 반복했다.
"도망쳐! 우리 마을을 습격한 녀석들이라고? 이 녀석들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이리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 나는 천하무쌍의 용자, 아스라!!!
이번에는 아스라의 목소리.
― 라티오의 모든 장수들에게 이 이름을 새겨줘라! 전장에서 내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피를 토하며 죽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루카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움찔하고 움직였다.
급속도로 부풀어 오른다.
제 안에 무언가가 있다. 몸 속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희미하게 태동하기 시작했다. 내부의 압력으로 몸이 터질것만 같았다.
(나는…… 이게 뭔지 알아.)
그래. 루카는 알았다. 꿈속에서 느끼고, 알았던 것이다. 그것은 항상 아스라의 전신에서 찰랑찰랑 가득차 있던 것.
힘.
그것은 힘 그 자체였다.
(나는………!)
에너지의 방출은 목께까지 밀쳐 올라왔다.
"나는, 나라면… 할 수 있어!! 우,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곧 절규가 되어 밖으로 넘쳐나왔다.
순간, 루카의 전신에서 우웅하는 투기가 터져 나왔다. 충격파가 공원의 나무들을 흔들었다.
남자들이 경악의 소리를 질렀다. 투기에 눌려 자세가 무너져 무릎을 꿇는다. 다급히 쇠지팡이를 겨누어 전투태세로 들어가려 하지만,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남자들을, 루카는 기묘하게 싸늘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해방된 순간, 힘은 조금전과 같은 폭력적인 기세를 잃었다. 아니, 잃은 게 아니다. 총량은 변치 않고, 좀 더 맑은 힘으로, 통제 가능한 힘으로 변화했다.
지금의 루카는 힘이며, 힘이 곧 루카였다.
피가 끓었다.
마음은 기름을 들이부운 불꽃처럼.
이것은 마치―….
(아스라 같잖아!)
뱃속깊이 솟구치는 흥분이, 눈깜짝할 사이에 당홍을 집어 삼켰다.
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에잇!!"
루카는 소리를 지르며 달렸다.
로브 남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허수아비처럼 서있었다.
(아니, 아니야. 상대의 움직임이 나한테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꿈속에서 검을 휘두를 땐 언제나 그랬다.
적의 움직임은 물속에 있는 것처럼 완만해서, 한 수 두 수까지 손쉬이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자신만이 다른 시간의 흐름속을 내딛고 있는 듯한 감각.
아스라의 감각.
마치 아스라가 자신에게 씌인 것만 같았다.
루카는 달리며 몸을 숙여, 지면을 구르던 나무작대기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단번에 앞에 선 남자의 멍치을 내리쳤다.
꾸엑하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남자는 토사물을 흘리며 앞으로 고꾸러졌다. 경련하더니,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뭐야, 그 힘은……?!"
나머지 남자의 반응은 빨랐다. 루카를 향해 이리아를 밀쳐내고서, 뒤쪽으로 뛰어 거리를 벌렸다. 숙련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마신검!"
날카로운 기합성과 함께 루카가 쏜 충격파가 순식간에 남자를 쓰러트렸다.
완승.
여지 없는 압승이었다.
(마, 마신검?!)
루카는 손에 쥔 나무작대기를 아연히 바라보았다.
마신검.
그것은 꿈속에서 아스라가 썼던 기술이었다. 루카는 그 기술을 몇번이나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이 그 기술을 쓸 수 있는 걸까.
"너 제법이네. 저 녀석들이랑 호각으로 싸우다니."
이리아가 달려왔다. 그 얼굴에는 안도와 놀람이 섞인 복잡한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그렇겠지. 방금전 조금 달린 것만으로도 헐떡이던 루카와, 지금 남자들을 순식간에 물리친 루카는 누가 봐도 동일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
"외모는 역시 믿을 게 못 되네."
이리아는 그리 말하고서 루카를 바라보았다.
"어, 아…. 아니."
노골적인 시선에, 루카는 무심코 말을 더듬었다.
"아마 운이 좋았던 걸거야."
그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싸움을 끝내자마자 기이한 힘은 썰물처럼 루카의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만큼 자신과 일체화 되어 있었건만, 이제와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 자신은 그러한 힘을 휘두룰 수 있었을까?
애초에 그 힘은 뭐였을까?
"싸움 잘하는 구나, 그런데."
어느샌가 이리아의 발치로 돌아온 코다가 탁하고 루카의 발을 두드렸다.
"칭찬해준다, 그런데."
"난 싸움 같은 거 전혀 못해."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평소처럼 미약하고, 잘게 떨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자신의, 루카 미르다의 목소리.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고, 핫도그나 사오라는 심부름을 당한 15세 소년의 목소리였다.
그런 루카를 이리아는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조금 전의 힘 말이야……."
"그야말로 전생자의 힘이로군."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리아의 목소리를 가로막았다.
공원 입구에, 기이한 풍체의 여자가 서있었다.
강철 가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었다…….
가면에는 여러개의 감겨진 눈과, 딱 하나 뜨인 눈이 조각되어 있었다. 여자라고 판단한 것은 조금전의 목소리가 여성의 것이었기 때문이고, 입을 다물면 남녀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누구지?
조금전 이리아를 습격한 남자들과 비슷한 로브를 걸치고 있다. 하지만 로브에는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자수가 새겨져 있어서, 그녀가 남자들보다 훨씬 더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루카는 생각했다. 이러한 기이한 가면을 쓴 승려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적어도 이 왕도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여자는 가면 너머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 이거 뜻하지 않는 물건을 주웠군. 또 한 사람 동지를 맞이할 수 있을 줄이야."
"누, 누구야……?"
"마티우스."
루카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이리아였다.
"정말로 끈질기네. 이런 데까지 쫓아오다니.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니깐!"
"아니. 너는 떠올릴 수 있을 거다. <창세력>을."
― 창세력?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루카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면 쓴 여자가 입에 담은 그 말, <창세력>이라는 단어는 왜인지 루카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작게나마 움직였다.
마티우스라 불린 가면 쓴 여자는 말을 이었다.
"자아, 떠올려라. 이리아. <창세력>. 생사스의 중추에 있던 너라면 반드시 알고 있을 거다."
― 생사스?
루카는 제 귀를 의심했다.
이 여자 지금 생사스라고 했나?
"생사스라면 라티오와 전쟁하던……?"
여우에 홀린 듯한 얼굴로 물었다.
옆에서 이리아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곤란한 말이라도 한걸까. 루카는 이리아와 마티우스를 쭈뻣쭈뻣 번갈아 바라보았다.
입을 연 것은 마티우스였다.
"호오? 네놈도 기억을 되찾고 있는 모양이로군. 이거 이야기가 빠르겠어."
그녀가 슬금, 루카와의 거리를 좁혔다.
"더, 덤비게?! 조금 전 내 힘을 봤을 텐데?!"
다급히 루카는 외쳤다. 나무작대기 끝을 겨누어 위협한다.
하지만 마티우스는 멈춰설 기미가 없었다. 걸으며, 손에 든 쇠지팡이를 앞으로 거며쥔다.
촤륵하는 무거운 금속성이 들렸다. 살기가 불어닥쳤다.
"내게는… 마신 아스라의 힘이 깃들어 있어!"
루카는 과감하게 허세를 입에 담았다.
"소, 손 댈 거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어!"
하지만 말하자마자 후회했다. 나지만 좀 더 제대로 된 거짓말은 할 수 없었던 걸까. 꿈속의 등장인물의 이름을 위협거리로 써봤자 누구한테 통한다고. 패닉에 빠져,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아아, 하고 루카는 머리를 싸맸다.
그런데.
마티우스의 전진이 딱 멈췄다.
"아스라? 아스라라고!?"
그렇게 말하며 잘게 몸을 떤다.
떨림은 서서히 커지더니, 이어 홍소가 되어 폭발했다.
"아핫, 아하하하하하핫! 좋아! 이거 좋구나! 이 허약해빠진 겁쟁이 꼬마가 마신 아스라라고!"
"제법이구나, 루카. 웃기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코다의 말에 루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적셨다. 왜 웃는지 모르겠지만, 바보 취급 당하는것만큼은 확실했다.
"뭐, 뭐가 우스운데! 그보다 덤빌 거야?"
그렇게 나무작대기를 휘둘렀다.
설마 거기에 겁을 먹은 것은 아니겠지만, 마티우스에게선 조금 전부터 살기가 완전히 빠져 있었다. 친근함. 그렇게 말해도 될 정도의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아니. 그만두지. 남들 눈에 들면 곤란하지 않나? 분명 <이능자 포획 적응법>이라고 했나."
"아……."
순간 루카에게서 핏기가 가셨다.
냉쉬를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아침식사 전에 들었던 어머니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 이능자라면… 그 비인간적인 힘을 지닌 사람들이죠? 무서워라….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을까.
루카 안에 갑자기 나타난 기이한 힘. 그것이야말로 <비인간적인 힘> 아닌가.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기분이 들었다.
이능자 포획 적응법.
낯선 단어가 갑자기 뚜렷한 형태로서 루카의 마음을 짓눌렀다.
이능자 포획 적응법.
요컨데…….
(나는…… <이능자>였어!)
마티우스가 날을 새듯 쿡쿡하고 웃었다.
"저기 봐. 저기 목격자가 있어."
그러면서 나무그늘을 가리켰다.
놀라 바라보자, 거기엔 확실히 두 사람의 소년이 서있었다.
멍한 얼굴로 루카를 보고 있는 낯익은 얼굴.
에디와 니노였다.
(보, 보고 있었어?! 조금 전의 힘을 본 거야?!)
신고가 무섭지 않으면……. 마티우스는 소리를 낮춰 루카에게 속삭였다.
"아스라의 힘을 쓰면 돼…. 시체로 바꿔놓는 것 정도는 손쉽지 않겠어?"
마티우스가 말한 의도를 루카는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죽여서 입을 막으면 된다.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 순간, 오싹했다.
물론 에디와 니노를 상처입히는 짓을 자신이 할 리 없다. 그런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다만, 어느샌가 자신이 그러한 세계에, 죽고 죽이는 것이 당연히 이뤄지는 세계에 내던져졌다는 사시이 무서웠다. 이능자라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그 정도로 긴급한 사태인 것이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어머니는 말했다. 이능자는 분명 악마라고.
왜 이렇게 된 걸까.
따스한 침대에서 눈을 뜬지 아직 몇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자신은 그 침대로 돌아갈 수 없다. 뭐가 계기였을까. 어떠한 인과의 힘이 작용한 걸까.
아연히 선 루카를 보며 마티우스는 웃었다.
"하지만 남들 눈을 피하고 싶은 건 나 역시 마찬가지."
빙글 등을 돌린다.
안심해야할 국면이지만, 루카는 왠지 버림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슬펐다. 무심코 '잠깐'하고 손을 뻗었다.
마티우스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이난나. 그리고 아스라여. 반드시 다시 만나자꾸나, 우후훗."
루카는 순간 숨을 삼켰다. 갑자기 이난나의 이름이 나온 것, 그리고 마티우스가 아스라를 알고 있는 듯 한 것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에디와 니노는 마티우스의 모습이 공원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나무 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마티우스가 떠나고나서도 잠시 그곳에서 나와야할지 말아야할지를 망설이는 모양새였으나, 이어 두 사람을 얼굴을 맞댄 다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서, 조심스럽게 나무 뒤에서 뛰쳐 나왔다.
"루카, 너 괜찮아?"
"좀 전의 그 녀석은 대체 뭐야?"
두 사람의 질문에 루카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아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루카를 도와주려는 듯, 이리아가 살짜기 루카의 손을 잡아 당겼다.
'테일즈 오브 > 테일즈오브이노센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일즈오브이노센스]계승되는 마음 1장. 이능자 (7) (0) | 2017.06.15 |
---|---|
[테일즈오브이노센스]계승되는 마음 1장. 이능자 (6) (0) | 2017.06.15 |
[테일즈오브이노센스]계승되는 마음 1장. 이능자 (4) (0) | 2017.06.04 |
[테일즈오브이노센스]계승되는 마음 1장. 이능자 (3) (0) | 2017.04.20 |
[테일즈오브이노센스]계승되는 마음 1장. 이능자 (2) (0) | 2017.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