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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의유클로니아/ss]

미소 짓는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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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공주님」
「우와……」

 


어느 날 오후.
나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쳤다.

「오늘은 그 시끄러운 종자, 두고 왔어?
여기에 있는 걸 보니… 반월당에서 돌아오는 길?」

「네」
「너, 그 이야기는 확실히 생각 중이야? 그냥 노는 거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 중이에요!」

 


나는 힘차게 대답했다.
요리 님은 품평하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뜬다.

「지금부터 돌아가는 거지? 귀족 자제가 혼자 돌아다니면 걱정되니까 바래다 줄게」

「아니요, 괜찮습——」

 


사양하려 했지만, 그는 내 말을 듣는 기미도 없이 멋대로 나란히 걸었다.

「오늘도 사람이 많네. 행사가 많은 시기는 특히 심해」

 

 


활기 넘치는 나카마치대로를 바라보며, 그는 웃었다.

「……요리 님은 사람이 많은 게 거북하신가요?」
「거북한 게 아니라 그냥 싫어. 어깨가 닿을 거리에 귀족 아닌 인간이 있다니 오싹해져」

 


그는 가면 같은 웃는 얼굴로 내뱉듯이 말한다.

「나서서 나카마치를 걷는 네 마음을 모르겠네. 나는 이런 장소, 일이 없었으면 평생 안 왔을 텐데」
「저는 좋아해요. 떠들썩한 대로도, 사람이 잔뜩 있는 것도」

 


노골적인 혐오에 조금 당혹을 느끼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요리 님은 입술 끝을 틀더니, 푸른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아……. 네 종자도 『그랬지』?  평소부터 필요 이상으로 가까우니까 익숙한가?」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다.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확신은 들었지만, 변명하는 것도 이상해서 입을 다물었는데….

 


「너도 자기 입장을 생각해서 절도라는 걸 가져줘. 넌 내 약혼자잖아」
「——약혼 여부는 아직 안 정했어요」

 


역시 해야할 말은 해야지.
나는 각오를 굳히고 입을 열었다.

 



「……귀족은 숫자가 적죠?」
「당연하지. 지배층의 인구수가 많으면 곤란하잖아」
「이테하리(凍玻璃)의 매일을 움직이며, 문화를 가꾸는 분들 대부분은 귀족이 아니에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그들 덕분에 우리 생활이 성립되고 있어요」
「——……신분은 다르지만 소중한 이웃이라는 말이 하고 싶어? 그들에게는 귀족을 모실 의무가 있어. 그리고 우리에겐 권리가 있지」
「우리가 권리를 갖고 있는 건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잖아요?」

 


요리 님은 실소했다.

「확실히 교과서엔 그리 적혀 있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는 일부러 짐짓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이테하리의 현재 상황에 맞는 단어는 아니야」

 

확실히 현실을 고려하면 대략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게다가…… 대중과 다른 의견이나 발상은 이단시 돼. 조심해?」

 


어릴 때부터 몇 번이고 거듭 들왔던 말.

「공주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으니까… 내가 가르쳐줄게」

 


그의 속삭임에 먹혀버릴 것 같다.
설탕과자처럼 달콤한 웃음과 심술궂은 목소리.

「특권 계급에 해당되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당연한 상식, 특별한 지식까지 전부」
「————」

 


나는 깊은 숨을 내뱉은 후, 긴 체격의 검은 학을 향해 미소로 답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요리 님의 생각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만……」
「? 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봐, 공주님」

「귀족은 특별하니까 그 외의 인간을 괴롭혀도 된다는 발상,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말했다…!)

 


아무리 말해도 된다지만, 가문의 격이 더 높은 사람한테 상당히 건방지고 무례한 태도를 취해서 그런지 심장이 벌렁거렸다.
내가 이렇게까지 완고할 줄 몰랐던 건지, 요리 님은 짧게 침묵하더니——
순간 진지한 얼굴로 혀를 찬 것처럼 보였다.

「?!」

 


(여, 역시 너무 건방졌나…?!)

 


당황하는 내가 눈을 끔뻑이는 사이, 요리 님은 어느 때처럼 웃고 있었다.
마치 아까 본 게 내 착각이었던 것처럼.

 


「……공주님은 나와 귀족의 양식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싶은 거구나?」
「네?」

 


뜻밖의 대답.

「좋아. 실컷 상대해줄게. 요전처럼 단거 먹으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할래?」

 


……나, 지뢰를 밟은 걸지도.
방긋 웃으며 팔을 잡는 손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요리 님이 그럴 생각이라면 거절의 말도 소용 없다.
이 뒤의 전개를 상상하며, 나는 요리 님께 들키지 않도록 슬며시 어깨를 떨구었다.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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