ペルソナ3ポ-タブル ベルベットブル-
藤原健市 저 |
* 2챕터 남았습니다. 마지막 챕터는 짧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렇게 길지 않겠지만요.
간만의 페르소나3 인데도 가슴이 짠하네요.
엘리자베스의 앞에 인간과 비슷한 거대한 그림자가 세 개 있다.
돌로 만들어진 몸. 왼쪽 손에 대검, 오른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다.
<무(無)의 거인>이라 불리는, <모나드>에서 손꼽히는 강력 쉐도우다.
약점 속성은 없고, 높은 방어력과 생명력,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왠만한 <페르소나 사용자>라면 손 하나 쓰지 못하고 죽임 당할 정도의 난적이다.
그런 무(無)의 거인에게, 엘리자베스는 무심하게 다가갔다.
무표정했으나, 반쯤 내리깐 눈에는 낙담의 색이 여력했다.
돌로 만들어진 거체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무(無)의 거인입니까……. 타코야키의 속이 없었을 때 만큼이나 실망입니다.」
실망. 그 말이 쉐도우에게 통했는지 아닌지, 엘리자베스는 모른다.
애당초 쉐도우가 인간의 말을 아는지 마는지조차 불명이다. 쉐도우의 본질은 사악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 통해봤자 교섭의 여지 같은 건 없겠지.
「무슨 말을 해도 표정 조차 변하지 않는. 실로 시시한 쉐도우입니다. 정말이지.」
무(無)의 거인은 석상이다. 풍채는 굳어, 표정 따윈 변하지 않는다.
있는 것은 전신에서 스며나오는 강렬한 악의. 적의 뿐.
멸한다.
그렇게 고하듯이, 3마리의 거인 전부가 엘리자베스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정말 그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가버린걸까요.」
중얼중얼 말하며,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덱 오픈.」
내리쳐진 검을 무시하고 <페르소나 카드>를 고른다.
페르소나 카드가 깨져 빛으로 변한다. 소환된 <페르소나>는 <픽시>.
모든 마법 중에서 최대한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메기도라온>을 그 작은 요정형 페르소나가 쏜다.
무(無)의 거인들이 쳐든 검을 향해, 허공에서 태어난 황금의 불꽃이 폭포수처럼 내리쏟아진다.
문자 그대로 일격 필살.
굉음과 작열, 충격파 속에서 3구의 거인은 산산 조각 났다.
메기도라온의 잔광과 함께, 쉐도우의 잔해가 빛이 되어 소멸한다.
엘리자베스가 페르소나 전서를 닫고, 옆에 꼈다.
「……만났던 것이 꿈처럼 느껴집니다.」
엘리자베스는 <특별 과외 활동부>가 <타르타로스> 수색을 하는 짬짬이, 빈번하게 모나드를 방문했다.
그, 정체 불명의 소년을 찾기 위해서다.
모나드에 올 때마다, 각층을 구석구석 조사하고 있으나, 그 소년을 만나지는 못했다.
멋대로 나가 버린 걸까요? 그렇게 생각도 해봤으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에 누군가가 나타났다면, <벨벳룸>의 주민 중 누군가가 눈치챈다. 엘리자베스가 자리를 비워도, 이고르라면 확실히 인기척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실종자가 타르타로스에 들어선 것을, 눈치챌 수가 없다.
그러고보니.
엘리자베스는 떠올렸다.
그 소년과 모나드에서 만났던 그 때,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에서 인기척을 느낀 기억이 없다.
「그 아이는…… 자신의 기척을 자유롭게 지울 수 있는 걸까요?」
조우했던 그 때도, 엘리자베는 어둠 속으로 숨어든 소년을 싱거이 놓치고 말았다.
기척은 확실히 사라졌다.
자유롭게 기척을 지울 수 있다고 한다면, 벨벳룸의 주민에게 들키는 일 없이 이 괴이의 탑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그건 이미 인간의 가능성의 영역을 넘어 있다.
「즉…… 인간이 아니다……?」
인외일 가능성을 깨달음과 동시에, 다른 가능성도 떠올랐다.
― 그 아이. 모나드 안에서 탄생했을 지도 모릅니다.
즉, 쉐도우라는 의미다.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말을 하고, 더군다나 친구를 갈구하는 쉐도우…….」
그야말로 있을 수 없다고. 엘리자베스는 생각했다.
그 소년은 대체 무엇인가. 그 정체가 몹시나 궁금했다.
「찾아내서 캐묻도록 하지요. 누구인지를.」
눈동자 속에 가학적인 빛을 띠우며, 엘리자베스는 모나드 수색을 재개했다.
현재 위치는 8층. 이 층은 방금 전 무(無)의 거인을 쓰러트리기 전에, 구석구석 조사를 마쳤다.
엘리자베스는 포치라고 하는 쉐도우가 있는 9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간 직후, 멈춰선다.
정면. 눈에 익은 모습이 있었다. 마가렛이다.
<비전 퀘스트>의 방에 있어야할 마가렛이, 어느샌가 엘리자베스를 제치고 모나드 9층에 와있었던 모양이다.
어머?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갸웃한다.
「어디서 엇갈린 걸까요.」
그렇게 물으며 엘리자베스는 마가렛에게 다가갔다.
순간, 마가렛이 한쪽 손바닥을 펼쳐 쑤욱 내밀어 왔다.
마가렛의 금색 눈이 추하게 일그러진다. 노골적인 적의가 그 눈에 깃든다.
「그 힘, 줘.」
마가렛이 작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물을 틈도 없이, 엘리자베스는 머리 위로 커다란 힘의 출현을 느끼고,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금색의 광구가 출현해 있었다. <메기도> 계열의 발동 초기 단계다. 회피는 이미 때늦었다.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로 얼굴을 감싸며 방어 태세를 취했다.
직후. 광구가 터지고, 엘리자베스의 눈을 향해 금색의 빛이 쏟아져 내렸다.
― 이 위력은?
마력의 직격을 받으며 엘리자베스는 의문을 품는다. 메기도라온 치고는 위력이 너무 낮다. 메기도라온 보다도 하위의 마법, <메기도라>인 듯 했다.
「핫!!」
엘리자베스는 기합과 함께 방어 태세를 풀고서, 황금의 불꽃을 떨쳐냈다.
거의 노 데미지다. 조금 피부가 따끔하고 아플 뿐이다.
「느닷없는 행위에 조금 놀랐습니다만……. 무슨 짓입니까. 제가 뭔가 언니를 화나게 할만한 짓이라도 했습니까?」
마가렛은 대답하지 않는다. 말없이 내밀었던 손을 당겨, 공간을 가르듯 수평으로 그었다. 그 손에서 세줄기의 충격파를 날린다.
<장대비 베기>라고 하는 참격계 물리 공격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들 충격을 전부 페르소나 전서로 받아냈다.
이 정도 공격으로 힘의 상징인 이 책의 표지에는 흠집 하나 입힐 수 없다.
위협조차 되지 않는 자잔한 공격이지만, 엘리자베스를 짜증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야기 정도는, 우선 들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소리 놓여 외친, 그 동작이 빈틈이 되었다.
직후, 주위에 보라색 안개가 발생했다. <바이러스 브레스>라고 하는 독안개다.
「……!」
엘리자베스는 그 독의 안개를 고스란히 들이 마시고 말았다. 몸 내부에서 데미지를 입는다.
체내에 고여 있는 독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의 피해는 없으나, 엘리자베스가 정통으로 데미지를 입은 것은 꽤나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그 사실이, 엘리자베스를 냉정하게 만들었다.
― 메기도라. 장대비 베기. 바이러스 브레스.
― 이것들을 사용하는 페르소나는……?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뒤지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데스> 속성의 <타나토스>라고 하는 페르소나를 떠올린다. 마가렛이 즐겨 사역하는 페르소나는 아니다.
퍼득 엘리자베스는 눈치챘다. 페르소나는 소환해서 사역하는 것.
이제까지의 3번의 공격 속에서, 마가렛은 단 한 번도 페르소나를 소환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째릿하고 눈에 적의를 담아, 마가렛의 모습을 한 그.것을 응시했다.
「페르소나를 소환하지 않고 힘을 사용하다니, 저희들 <힘을 관장하는 자>에게는 불가능합니다. 당신,마가렛의 가짜로군요. 정체를 밝히십시오.」
가짜 마가렛에게 동요의 기척이 일어났다.
이 기회를 놓칠 정도로 어리석진 않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즉시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덱 오픈.」
선택한 페르소나는 <메타트론>. 파마의 힘을 지닌 페르소나다.
빛나는 하얀 날개를 지닌 천사형의 페르소나가 소환되었다.
「갑니다!」
메타트론이 힘을 발한다. 마가렛의 주위로, 빛줄기가 마법진을 그린다.
<마한마온>이라고 하는 광속성의 공격 마법이다. 광속성에 약한 적에게는 즉사 효과가 있다.
가짜 마가렛은 타나토스의 힘을 썼다.
그리고 타나토스의 약점은 광속성.
가짜 마가렛도 그와 마찬가지로 광속성 공격에 약할 거라는 것이 엘리자베스의 판단이었다.
마한마온이 발동, 파사의 섬광이 주위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
빛 속에서, 가짜 마가렛이 소리되지 않는 절규와 함께 몸을 튼다.
그리고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마한마온의 빛이 사라지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가짜 마가렛이 소멸하는 순간, 몸에서 정체 모를 강한 힘이 분리되어, 어디론가로 이동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마가렛의 모습을 탈피한 것처럼, 그 속 내용물이 달아났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느꼈다.
「아무래도…… 놓친 모양입니다.」
주위의 적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닫았다.
뚜벅, 등 뒤에서 딱딱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엘리자베스는 반사적으로 뒤돌아보았다.
「무슨 일 있어?」
말을 걸어온 인영은 마가렛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질리지도 않고 또 그 모습으로 찾아 오시다니, 배짱이 좋군요!!」
다시 엘리자베스는 메타트론을 소환해, 마가렛을 향해 마한마온을 날렸다.
파사의 빛이 마가렛을 감싸고, 섬광이 순간 시야를 빼앗는다.
「그래서……?」
빛이 사라진 거기에, 마가렛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있었다.
「엘리자베스. 너 대체 뭘 하고 싶어?」
그런. 엘리자베스는 경악했다.
― 한 번 당한 것만으로 마한마온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다니. 이 적, 얕볼 수 없습니다.
「그러면 최대 화력으로 주살할 뿐!!」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의 페이지를 뒤졌다. 새로운 페르소나 카드가 출현한다.
픽시다. 사용하는 마법은 당연히, 메기도라온.
마가렛이 페르소나 전서를 펼친다. 촤륵하고 복수의 페르소나 카드가 허공에 떠오른다.
「정말로 뭘 하고 싶은 거야!?」
마가렛도 픽시를 소환했다.
2구의 픽시가 동시에 메기도라온을 쏜다.
서로 부딪치는 흉악한 황금의 불꽃이, 노도처럼 주위의 공간을 뒤흔든다.
발생한 흔들림이 모나드 전역을 유린했다. 벽이나 천장이 일부 무너져내린다.
그 어떤 강력한 힘이라해도, 마법이라 하는 것은 계속 지속되지 않는다.
모나드 전체가 붕괴하기 전에, 동시에 발한 메기도라온의 효과가 사라졌다.
황금의 빛의 잔재가 스르륵 사라져 가는 와중,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이 서로를 쏘아 보았다.
― 이 가짜. 진짜 급의 강함을 지니고 있는 모양입니다.
진짜 마가렛이라면 광속성은 확실히 통용되지 않는다. 마한마온을 무효화 당한 시점에서, 눈앞의 적의 실력이 방금 전 물리친 가짜와는 격이 다름을 이해 했어야 했다.
엘리자베스는 한층 더 적의 서린 시선으로, 마가렛을 보았다.
「혼을 나 봐야할 모양이네……, 좋아. 죽일 맘으로 덤벼. 언니보다 뛰어난 동생 같은 건 없다는 걸 가르쳐 줄게.」
실로 마가렛다운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코웃음을 던졌다.
「꽤나 진짜 흉내를 잘 내시는 것 같군요.」
최강의 첫수가 통하지 않는 이상, 전술을 재정비 하지 않으면.
엘리자베스는 다음 수 뿐만이 아니라 그 앞수, 앞앞수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화염계의 마법으로 주위의 산소를 빼앗아, 산소 결핍 상태로 만든 다음 전격을 떨군다.
거기에 냉각계 마법으로 발치를 얼어 붙여, 움직임을 봉해 접근, 물리 공격인 척하면서 제로 거리로 메기도라온을 때려 박는다.
― 쓰러트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거라면 상당한 데미지는 줄 수 있을 터.
마가렛이 대담무쌍한 미소를 띤다.
「자아, 덤벼. 마음대로 공격해 봐.」
「갑니다.」
엘리자베스가 다시 페르소나 전서를 펼치려 했던 그 때였다.
「뭘하고 계신 겁니까, 누님들!」
옆쪽 통로 안쪽에서, 안색을 바꾸고 뛰어온 테오가 외쳤다.
뭐냐니.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동시에 테오를 돌아 보았다.
「말이라곤 듣지 않는 동생을 징계할 생각이야. 지금부터!」
「분수도 모르는 언니의 가짜를 퇴치할 생각입니다, 지금부터!!」
「그러니까 방해 하지마!」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마가렛과 엘리자베스는 동시에 페르소나를 소환했다.
엘리자베스가 소환한 것은 <수르트>.
북구 신화에서 회자 되는, 불꽃의 검을 든 거인의 이름을 지닌 페르소나다. 특기는 화염 마법.
마가렛이 소환한 것은 <아라미타마>.
신도(神道)에서 신의 난폭함을 나타내는 단어가 이름으로 주어진, 곡옥의 형태를 한 페르소나다. 이쪽의 특기도 화염 마법이다.
움찔하고 테오도어의 뺨이 실룩였다.
수르트와 아라이타마. 나란히 같은 마법을 발한다.
<마하라기다인>. 강력한 화염계 마법 공격이다.
천장마저 태울 듯한 불기둥에 테오도어의 모습이 휘말려 사라졌다. 잠시 뒤.
향긋하다고도, 탄내난다고도 할 수 있는 냄새가 충만한 가운데, 옷 여기저기가 그슬린 테오도어가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누님들. 이걸로 기분은 풀리셨습니까?」
그제서야 겨우, 엘리자베스는 깨달았다.
눈 앞의 마가렛이 진짜 임을.
「그러했던 것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수수께끼의 소년을 만난 것부터, 방금 전 가짜 마가렛에게 습격 당했던 일까지 전부 언니와 동생에게 설명했다.
「엘리자베스. 너는 정말로 그 어린애를 봤어?」
가짜로 오인 받아 공격까지 당한 마가렛이 엘리자베스에게 의심의 눈을 기울인다.
「저를 의심하다니 실로 유감입니다.」
「무슨 착각이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결코. 저는 그.것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랬는데도 뭔가 착각한 거였더라면 제 얼굴에 있는 이 두 눈은 단춧구멍이 되는 거겠지요.」
엘리자베스는 호들갑 스럽게 착각임을 부정했다.
테오도어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니 역시 보신 거겠지요……. 하지만 모나드에 어린아이라니……. 새삼 들어도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믿든 말든 아무래도 좋습니다. 사실로써, 이 모나드에 저희들이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이 문제인 겁니다.」
마가렛이 “그렇네.”하고 동의했다.
「그 아이, 나도 신경 써두기로 할게. 기척을 눈치채면 주인님이나 네게 가르쳐 줄게.」
마가렛의 기척이 일변한다. 명백한 노기를 오라처럼 몸에 걸친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내 가짜야. 하필이면 나로 변한데다, 전투에서 도망쳐? 너무나 굴욕이야. 용서 못해.」
마가렛의 분노를 엘리자베스는 잘 알 것 같았다.
힘을 관장하는 자로써,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자가 싸움에서 도주라니, 도저히 용인할 수 없었겠지.
싸늘한 눈으로 마가렛이 중얼거린다.
「그 가짜, 내가 찾아 쓰러트리겠어. 알겠지, 둘 다? 방해 하지마.」
「마음대로 하십시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말하며, 테오도어를 곁눈질했다.
「테오. 방금 전에는 뭘 그렇게 다급히 온 겁니까.」
「누님들의 전투의 진동에, 포치가 겁을 먹었습니다. 이쪽 천장도 몇 군데 깨져서 떨어졌습니다. 파편에 맞아 포치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실 겁니까?!」
테오도어가 흥하고 뿌루퉁 해진다. 최근의 테오도어는 펫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욱하는 성향이 잦다.
「그 끈적한 몸이 천장 파편 갖고 어찌 될리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무슨 잘못이라도?」
「몸은 자유롭게 형태가 변하긴 해도, 포치에게는 가면이나 사슬 같은 게 달려 있으니까. 그런 거에 흠이 갈지도 모르잖습니까!」
형태가 변한다.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퍼득 떠올렸다.
「테오……. 방금 전, 저와 가짜 언니가 싸우고 있을 때. 당신은 포치와 함께 있었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방금 전 말씀 드렸잖습니까. 포치가 싸움에 겁을 먹어 있었다고. 함께 있었던 게 당연하잖습니까.」
「지금……, 포치는 어디에 있습니까. 안내하세요.」
「이쪽입니다.」
테오도어가 등을 돌린다. 그 뒤를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이 뒤따랐다.
모퉁이를 3개 돌아,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다.
통로 끄트머리에, 불룩하게 솟은 검은 것이 있다.
포치다. 얼마전 엘리자베스가 봤을 때에는 송아지 만했는데, 지금은 성인 소 정도로 자라나 있었다.
마가렛이 가볍게 놀람의 색을 띠운다.
「잠시 안 보는 동안 또 꽤나 커졌네.」
「잔뜩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 부워 줬으니까요.」
테오도어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가만히 엘리자베스는 포치를 응시했다.
「…….」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말없이 페르소나 전서를 펼쳐 <픽시> 페르소나 카드를 출현시켰다.
「엘리자베스?」
「누님, 대체 무슨 짓을?!」
의문스러워하는 마가렛.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테오도어.
「입 다물고 보고 있도록 하세요.」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카드를 손에 들고서, 몸을 웅크려, 포치의 하얀 가면 앞으로 쑥 내밀었다.
「정체를 보이세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이 <페르소나>를 사용하겠습니다.」
포치의 새하얀 가면에는 놀란 듯한 기척이 있을 뿐, 두려움이나 초조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누님, 위험합니다.」
「위험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제 판단이 바르다면 그 아이도 마가렛의 가짜도 이 쉐도우가 변신…….」
엘리자베스의 말 도중, 쭈욱하고 포치가 몸의 일부를 촉수처럼 뻗었다.
직후. 포치는 그 촉수로 쥬륵하고 엘리자베스의 손에서 페르소나 카드를 앗아가 버렸다.
「앗. 기다리세요!」
엘리자베스는 당황해 빼앗긴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늦었다.
질뻑하는 축축한 소리를 내며, 포치가 몸 속에 페르소나 카드를 집어 넣고 말았다.
테오도어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아. 늦었나……. 그 녀석, 쉐도우 아이템 밖에 소화 못 하면서 일단 뭐든 먹어 보려고 한다는 말을 해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만. 저도 한 번 페르소나 전서를 빼앗길 뻔 해서 그 때문에 초조했던 적이……….」
테오도어는 말을 기다리는 일 없이, 엘리자베스는 튕기듯이 일어섰다.
페르소나 전서를 옆구리에 끼고 테오도어에게 다가가, 그 옷자락을 쥐고서 코가 부딪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까지 잡아 당긴다.
「제 페르소나 카드, 얼른 토해내게 하세요!」
「무, 무리입니다! 머잖아 토해낼 테니까, 그걸 기다려 주세요!」
「이 저를 보고 기다리라고?! 애당초에 토해낸다는 보장이 있는 겁니까?!」
엘리자베스는 덜렁덜렁 테오도어의 목을 흔들었다.
「저, 전에 누님의 키나 가루 요리를 토해냈으니까. 머, 먹을 수 없는 거라면 토, 토해낼 겁, 니다.」
「어머! 제 키나 가루 요리를 먹을 수 없는 거라고?!」
그 무슨 굴욕을! 엘리자베스는 더 한층 격하게 테오도어의 목을 흔들었다.
「우윽.」
테오도어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힘이 빠져 주저 앉았다. 아무래도 기절한 모양이다.
칫하고 혀를 차며, 엘리자베스는 테오도어의 멱살을 놓았다.
「이렇게 된 이상 공격 마법으로 저걸 쳐날려서, 페르소나 카드를 회수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페르소나 전서를 다시 펼쳤다.
「덱 오픈.」
그 말과 함께 선택한 것은 <마사카도.의 페르소나 카드.
마사카도는 신(神)으로서 기려지고 있는 옛 무장의 이름을 지닌 페르소나로, 픽시와 같은 위력의 메기도라온을 사용할 수 있다.
「자아. 각오하시지요. 당신의 명운은 지금 막, 다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분노를 느낀 걸까. 포치가 「키익」하고 새된 비명을 지르며, 움츠려 들듯이 몸을 떨었다.
새하얀 가면이 구원을 청하듯 테오도어한테로 향했으나, 그를 비호해줄 주인은 기절해 주저 앉아 있다.
테오도어가 깨어나 방해하기 전에, 엘리자베스는 마사카도를 소환하려 했다. 그 어깨를, 마가렛이 억누른다.
「그만 해.」
「어째섭니까.」
「그 쉐도우, 메기도라온이라면 흔적도 없이 날아갈 거야.」
「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아마 페르소나 카드도 같이 날아갈 걸. 흔적조차 없이.」
「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다. 페르소나 카드는 얇아서 잘만 던지면 수리검처럼 쓸 수도 있으나, 강도 그 자체는 높지 않다. 오히려 무르다.
메기도라온의 충격을 받으면 먼지로 화할 거란 것은 명백하다.
마가렛이 담담히 남일처럼 고한다.
「마법으로 페르소나 카드가 날아갈 경우, 어떻게 될까. 카드의 페르소나가 소환되는 걸로 끝? 아니면 카드와 함께 페르소나까지 소실될까……. 나라면 시험해 보고 싶지 않네.」
「…….」
엘리자베스는 말없이 생각했다.
페르소나가 소실될 가능성이 있는 행동은 아무래도 어리석다.
「………목숨을 건진 줄 아세요.」
엘리자베스는 포치에게 내뱉듯 그리 말한 다음, 단장(斷腸)의 마음으로 페르소나 카드를 쓰지 않고 없앴다.
그 타이밍에, 기절해 있던 테오도어의 의식이 돌아왔다.
「핫? 누, 누님!! 포치에게 손대게 냅두진 않겠습니다!!」
테오도어가 허둥지둥 구르듯이 포치와 엘리자베스 사이에 끼어 들어왔다.
그대로 두 팔을 벌려 등 뒤의 포치를 감싸는 동생의 모습을, 엘리자베스는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아시겠습니까, 테오. 한시라도 빨리 제 페르소나 카드를 토해내게끔 노력해, 되찾는 대로 즉시 갖다 주세요. 그때까지 벨벳룸에 돌아오는 건 허락지 않겠습니다.」
터무니 없는 요구다. 허나 테오도어는 만면에 안도의 미소를 띠웠다. 알겠습니다, 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 자리에서 뒤돌아 포치를 보며 가면에서 뻗어져 나온 목을 끌어 안았다.
「다행입니다. 누님이 용서해 주신다니!! 이건 정말이지 만에 한 번, 아니 억에 한 번 있는 행운입니다!!」
과격하게 기뻐하는 테오도어에게 엘리자베스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상대를 못 해주겠군요. 돌아가기로 하겠습니다.」
몇 발짝 걷다가, 엘리자베스는 멈춰섰다. 마가렛이 따라오지 않는다.
「돌아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마가렛이 포치의 앞에 쭈그려 앉으며,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모처럼 상태를 보러 왔는 걸. 잠시 이 아이를 돌봐준 다음 돌아갈래.」
마가렛이 모나드를 찾아온 이유는, 이 펫을 만나는 게 목적이었던 듯하다.
「그렇습니까.」
그러고 보니 엘리자베스는 떠올렸다. 전에도 마가렛 이 귀염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펫을 사랑스럽다고 말하며 돌봐준 적이 있었다.
둘 다 별나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끝으로 딱히 별 말 없이, 엘리자베스는 혼자 벨벳룸으로 돌아갔다.
픽시 페르소나 카드를 잃어서 그런 걸까, 페르소나 전서의 픽시 항목은 공란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항목과 페르소나 카드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하에, 엘리자베스는 픽시 페이지에 백금 세공 책갈피를 끼워 넣어 두고서, 몇 번이고 거듭 항목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을 확인해도 픽시의 항목은 공란이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를 확인할 때마다 상실감을 느끼며 낙담한다.
지금도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닫은 참이다. 하아, 하고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 답지도 않군요.」
「저게도 우울한 때가 있는 법입니다, 주인님.」
벨벳룸에 있는 인영은 이고르와 엘리자베스 뿐이다.
페르소나 카드를 되찾을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고 명한 테오도어는 그 이후로 계속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가렛은 한 번 얼굴만 보인 다음, 비전 퀘스트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 참에 특별 과외 활동부의 비전 퀘스트 도전 상황에 대해, 마가렛으로부터 조금 이야기를 들었다.
비전 퀘스트의 시련은 하나가 아니다. 방 안에는 새로이 13개의 문이 있으며, 각각의 문 너머에는 마가렛이 준비한 난적이 특별 과외 활동부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 했다.
모든 문의 적을 쓰러트리면 지금은 아직 보이지 않는 최후의 시련의 문이 출현한다고 한다.
「내 예상을 웃돌고 있어. 그 아이들은. 벌써 절반 이상의 문을 클리어해 버렸어. 이 상태라면 저.쪽 시간으로 1월이 끝날 때까지 마지막 문에 도달할 거야.」
그렇게 말하는 마가렛은 어딘지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별 과외 활동부가 마가렛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것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 이 상태로는 그 때도 가까운 듯 합니다.
힐끔, 엘리자베스는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와 이어진 문을 보았다.
그야말로 그 순간. 문 너머, 엔트런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온 모양이네.」
「그런 것 같습니다.」
직후, 문이 천천히 열리고, 특별 과외 활동부의 소녀가 모습을 보였다. 월광관 학원의 교복 차림이다.
「좋은 밤. 잠시 못 찾아 뵈서 죄송합니다.」
방 중앙에 놓인 테이블로 웃는 얼굴로 다가온 그녀가, 불현 듯 표정을 흐린다.
엘리자베스를 보고,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래? 뭔가 울적해 보이는데.」
「아니오. 신경 쓰지 마시길. 오늘은 어떠한 볼일이십니까?」
「그게 말이지.」
그녀가 교복 주머니에서 지퍼가 달린 비닐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비닐 봉투 안에는 검붉은 체액으로 더럽혀진 단추가 들어 있다.
「이거면 된 거지? <피에 젖은 단추>」
「살펴 보도록 하겟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테이블로 다가가, 비닐 봉투를 손에 들었다.
틀림없다. <거둬 들이는 자>을 쓰러트려야만 입수 가능한, 피에 젖은 단추다.
엘리자베스는 오싹, 등줄기로 차가운 것을 느꼈다. 두려움 같은 게 아니다.
명백한 환희. 그리고 흥분.
「확실히 맞군요……. 그렇습니까. 거둬 들이는 자를 쓰러트리셨군요.」
고조되는 마음을 억누르듯, 엘리자베스는 낮은 목소리로 고한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는 없습니다……. 당신은 제가 바라는 강함에 도달해가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녀에게 진지한 시선을 보냈다.
「제가 시간 흐르지 않는 이 방에 몸을 두고,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대답. 당신이라면 제게 그걸 주실지도 모릅니다…….」
「대답?」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의문에 대답치 않고, 원피스 포켓에서 새하얀 종이 다발을 꺼냈다.
그것을 테이블 위에 둔다. 가로 세로 15cm, 7cm. 두께가 5cm 정도로, 각이 딱 잡힌 직사각형의 물건이었다.
「그럼 이쪽이 보수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전부 사용 완료된 지폐로 준비했습니다. 일본 은행권으로 500만엔 치입니다.」
그녀가 안 그래도 큰 눈을 한층 더 동그랗게 떴다.
「그, 그런 거금은 곤란한데?!」
「당신은 이 금액에 충분, 아니 그 이상의 일을 달성해 주셨습니다. 앞으로의 싸움에 도움이 되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 그치만.」
그녀가 방황하는 시선으로,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한다.
「이만큼 있으면 남성진 집사복이나, 여성진 메이드 복 같은 것도 여유로 살 수 있으려나…….」
집사복. 메이드 복. 묘한 것을 탐낸다고 생각하면서,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혼잣말을 듣고 있었다.
「정말로 받아도 돼?」
「부디 사양하지 마시길. 받아 주시지 않으면 다음 의뢰를 드리기 힘들어 집니다.」
어라? 하고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요 전에, 거둬 들이는 자 토벌이 최고 난이도의 의뢰라고 말 안했어? 그거 마지막이란 뜻 아니었나?」
아뇨.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딱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요컨대 궁극의 난제.」
「궁극의 난제?」
「네. 이 뒤, 엔트런스로 돌아가 안쪽을 봐 주시면, 새로운 문의 존재를 눈치채실 겁니다. 그 문 너머에는 타르타로스 최상층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쉐도우가 꿈틀 대는, <심층 모나드>라고 하는 미궁이 있습니다.」
강력한 쉐도우란 말에, 그녀의 표정이 꽉 조여들었다. 엘리자베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미궁 최상층에 최강의 적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것을, 혼자 토벌해 주십시오.」
진지한 그녀의 눈동자에,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비친다.
그 눈을 보며, 엘리자베스는 생각했다.
― 이 분은. 제가 마지막으로 싸우게 하려는 상대가 누구인지, 눈치채셨을 지도.
그렇다면, 다정한 그녀는 친구와는 싸울 수 없다고 말하며 의뢰를 거절할지도 모른다.
― 거부 당한다면, 나는……….
따끔, 가슴 안쪽에 가시가 박힌 듯한 희미한 고통을 엘리자베스는 느꼈다.
하지만 그 고통은 그녀가 띠운 선명한 미소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응. 알겠어. 그 미궁 최상층을 목표로 하면 되는 거지? 강적 뿐이라 힘들 것 같지만, 우리도 지금보다 훨씬 더 힘을 길러 두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 어떠한 것이 상대라도, 결코 지지 않도록.
그녀는 웃는 얼굴로, 그리 덧붙였다.
「의뢰를 받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고 나서, 재차 묻는다.
「그럼 오늘은 달리 무슨 용건은 계십니까?」
「아니. 딱히는. 그럼 또 올게.」
그녀는 언제나처럼 작게 손을 흔들고서, 벨벳룸을 나섰다.
타르타로스의 엔트런스에서, 복수의 인기척이 멀어져 간다.
그녀와 특별 과외 활동부의 동료들이, 기숙사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더 이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되자, 이고르가 입을 열었다.
「마침내로군요……. 엘리자베스.」
「네. 주인님.」
― 그녀라면 분명, 제 소원을 이뤄 주실 터.
엘리자베스는 가슴 속에 드거운 것을 느끼며, 그녀가 떠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테오도어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픽스 카드를 토해내지 않는 포치에게 곤란해 하고 있었다.
옆구리에 페르소나 전서를 끼고, 두 손에 커다란 보퉁이를 들고 모나드 9층으로 향한다.
보퉁이 안은 타르타로스에서 사냥해 온 쉐도우 아이템이다. 물론 포치의 먹이다.
「어쩌면……. 포치가 페르소나 카드를 소화해 버린 걸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누님에게 어떠한 꼴을 당할지…….」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자, 테오도어의 전신이 부들하고 떨렸다.
「어, 어쨌든. 먹이를 계속 주다보면 언젠가는 페르소나 카드를 토해내 줄 거라 믿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번 모나드에서 나왔기 때문에, 플로어의 구조는 변화해 있다.
테오도어는 감으로 포치가 숨어 있을 법한 어둠을 찾았다. 평소라면 이 쯤일 것 같다는 장소에서 대개 포치를 발견했으나, 이번에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이상하군요. 어디로 간 건가……? 응? 이 느낌은.」
테오도어는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전투의 기척을 느꼈다.
강력한 힘을 지닌 뭔가가, 일방적으로 상대를 학살하는 듯한 분위기.
「설마! 속이 탄 누님이 포치를 잡아 듣어 페르소나 카드를 되찾으려 하는 게!!」
님을 내팽개치고 페르소나 전서를 고쳐 든 다음, 테오도어는 전투의 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뛰었다. 미궁 모퉁이를 돌 때마다, 전투 소리도 가까워진다.
뼈를 깨부수는 듯한 딱딱한 소리에 살을 잡아 찢는 축축한 소리가 섞여서, 끔찍한 전투의 참상이 절로 연상 되었다.
― 포치! 부디 무사해 주십시오!!
필사적인 바람과 함께, 테오도어는 전투가 행해지는 막다른 골목으로 뛰쳐 들어갔다.
「괜찮습니까?1」
소리 높여 외침과 동시에, 바라본 광경에 경직했다.
주위에는 새하얀 사무라이 복장의 파편이나, 부러진 일본도가 흩어져 있다.
바닥에 끈적하게 번진 검붉은 피 속에서, 새카만 것이, 인간의 형태를 한 뭔가를 덮쳐 누르고 있었다. 점액질의 몸 속에 인간의 형태를 한 것을 집어 넣고서, 벅벅 씹는 소리를 내며 그를 포식하고 있었다.
먹히고 있는 것이 <천신의 무사>라는 고위 쉐도우임을 깨닫는데 다소 시간을 필요로 했다.
쉐도우를 짐승처럼 포식하고 있는 것이 자신의 펫임을 이해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천신의 무사의 잔해가, 푸르스름한 빛이 되어 사라진다.
검붉은 액체 속에서, 굼뜨게 포치가 움직였다. 질질하는 소리를 내며, 테오도어 쪽을 본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듯이, 포치는 점액질 몸에서 새하얀 가면이 붙은 목을 뻗어 갸웃해 보였다.
테오도어는 반사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 언제든지 페르소나 전서를 열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무의식 중에 전투 태세를 취한 사실에 퍼득 정신을 차렸다.
「이 제가…… 순간이라곤 하나 위험을 느꼈다? 포치. 당신은 대체…….」
(친구, 지?)
테오도어는 어디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년 같은 목소리였다.
(네가 나를 주워줬어. 나는 네 귀여움을 받아서 커질 수 있었어.)
테오도어의 눈동자에 요사스러운 빛이 떠오른다. 동공이 약간 열리고,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눈매가 되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포치를 키웠습니다. 귀엽고 귀여운 나의 포치를.」
(그러니까 나는 네 친구.)
「네. 저는 당신의 친구…….」
기묘한 눈을 한 채, 테오도어는 제정신을 차린 것처럼 행동한다.
「밥을 사냥해 왔습니다. 저쪽에 놔두고 왔으니 먹으러 가시죠.」
포치가 질척하고 검붉은 액체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점액질의 검은 몸이 기어 움직인 자리에, 검붉은 얼룩이 남는다.
포치가 천신의 무사를 습격하고, 먹었다.
그 사실조차 잊고 테오도어는 포치를 사랑스럽다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모나드의 쉐도우를 습격해 버릴 정도로, 포치는 강해졌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의 테오도어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아, 포치. 당신은 정말로 귀엽군요.」
테오도어와 포치가 향하는 곳. 통로가 교차하는 교차점에서, 인영이 나타났다. 엘리자베스다.
엘리자베스는 테오도어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꽤나 한심한 얼굴이로군요. 제 페르소나 카드, 어떻게 되었습니까?」
엘리자베스가 테오도어를 째려본다. 금색의 눈동자에 떠오른 감정의 색은 명백한 짜증이었다.
「아아, 누님. 죄송합니다. 페르소나 카드는 아직입니다.」
평소의 테오도어라면 가볍게 움츠려 들었을 텐데, 지금은 달랐다. 얼굴에 여전히 미소를 띠우고 있다.
그런 테오도어에게, 엘리자베스는 위화감을 느낀 듯 했다. 눈동자에서 짜증이 사라지고, 대신 의아의 색이 떠오른다.
「테오……?」
「뭡니까, 누님?」
빠안히 엘리자베스가 테오도어를 바라본다. 생각에 잠긴 듯한 침묵 후, 고한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도 테오, 지금부터 모나드에 특별 과외 활동부 분들이 출입하게 됩니다. 당신은 주인님으로부터 그녀와 그 일행의 앞에 모습을 보이는 것을 허락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녀 일행에게 들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세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특별 과외 활동부의 여러분들이 별로 출입하지 않게 된 타르타로스 하층 에리어라도 가 있겠습니다. 자, 포치. 가지요.」
즈즈즉하고 포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뒤를 테오도어가 따라간다.
엘리자베스의 옆을 스쳐 지나가, 이 자리를 떠난다.
엘리자베스가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테오도어는 눈치채지 못했다.
특별 과외 활동부의 모나드 수색이 시작된지 저.쪽 시간으로 10일 정도 지났다.
그 날 엘리자베스는 슬슬 때가 되었음을 예감하고, 모나드로 향했다.
만약을 위해 9층의 상태를 확인하고 왔으나, 테오도어와 포치의 모습은 없었다. 언질한대로 타르타로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모양이다.
괜한 방해만큼은 들어오지 않도록.
그렇게 바라며, 엘리자베스는 모나드의 최상층인 10층으로 왔다.
넓은 플로어 구석애 특이한 형태로 빛나는 모뉴먼트. 타르타로스 엔트런스로 가는 전이 장치가 놓여져 있을 뿐이다.
엘리자베스는 플로어 안쪽까지 걸어가, 거기서 등을 돌려 주위를 확인했다.
전투 하기에는 충분한 넓이다. 여기라면 마음껏 싸울 수 있다.
부글부글 몸 속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고양감을 억누르며, 엘리자베스는 눈을 감았다.
얼마만큼, 그렇게 있었을까.
뚜벅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애타게 기다려온 그 모습이, 거기에 있다.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 그녀였다.
언제나처럼 월광관 학원의 교복 차림으로, 밤색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올려 묶어 있다. 그리고 가는 허리에 권총형 소환기 홀스터를 두터운 가죽 벨트로 장비하고 있고, 한쪽 손에는 나기나타를 들고 있다.
임전 태세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전신의 피가 끓어 오르는 듯한 강렬한 환희를 맛보았다.
― 무기를 쥐고 거기 서 있는 것뿐인데도, 이정도의 기쁨을 제게 주시다니…….
― 역시 이 분은 제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람.
이 뒷일을 생각해, 엘리자베스는 기쁨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무표정을 가장했다.
서로 손을 뻗어도 살짝 닿지 않을 거리에서 멈춰선 그녀가, 순간 작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입을 살풋 열더니, 바로 다물었다. 말이 궁해진 모양이다.
엘리자베스는 그녀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토벌해 주실 타겟은 지금 바야흐로 눈 앞에 있습니다.」
그녀는 말이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습니다――. 이번 타겟은 바로 저, 엘리자베스입니다.」
움찔 그녀의 몸이 떨렸다.
어째서. 그녀의 눈동자가 그런 질문을 던져 오는 것만 같았다.
「저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줄곧 찾아왔습니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주인님도, 그리고 당신도……. 벨벳룸에 모이는 자들은 전부, 자신을 탐구해 나가는 것이 그 운명입니다.」
짧은 침묵 뒤에, 엘리자베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힘을 관리하는 존재로 <힘을 관장하는 자>. 그렇기에 힘으로 자신을 웃도는 존재를 만났을 때야말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는 겁니다.」
엘리자베스는 반 발짝,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이라면 제게 대답을 주실지도 모릅니다…….승부를 부탁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기나긴 침묵 끝에, 끄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딱 한마디, 그녀는 그리 고했다.
「고맙습니다.」
엘리자베스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몸을 일으켜, 그리고 최상의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럼……, 갑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 있어, 실로 꿈만 과도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착하고 발뒤축을 울리며 그녀는 뒤로 물러서, 칼날을 아래로 겨눈채 나기나타를 쥐었다.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펼친다.
「덱 오픈. 드로. 페르소나 카드.」
전투의 오프닝으로 고른 페르소나는 수르트.
「저는 엘리베이터 걸을 맡고 있는 몸입니다만, 다소 난폭한 짓에도 소양이 있습니다.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죽일 각오로 덤벼 주십시오.」
스루트가 폭염을 발한다. 광범위를 한 꺼번에 불태우는 마하라기다인이다.
피할 수 없는 화염 마법.
하지만 그녀는 밀려 드는 불꽃의 파도 속에 찰나의 빈틈을 꿰뚫고, 화염을 피했다.
― 설마 방어도 않고 피할 줄이야!!
경악하는 엘리자베스의 눈동자에 그녀가 홀스터에서 페르소나 소환기를 뽑는 모습이 비친다.
아직도 화염이 춤추는 와중, 그녀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소환기의 총구를 갖다 댔다.
탄환은 없는 소환기가 불러오는 것은, 죽음의 유사 체험.
죽음을 근처에서 느끼는 것을 통해 페르소나 사용자는 자신의 혼에서, 싸우기 위한 가면의 갑옷(페르소나)를 끄집어 내는 것이다.
그녀가 트리거를 당겼다.
그녀의 목이, 그야말로 총에 머리라도 맞은 것처럼 격하게 흔들린다.
총구와는 반대쪽 관자놀이 근처에서, 푸르스름한 박빙과도 닮은 파편이 떠올랐다.
파편이 빛으로 변하고, 빛 속에서 그것이 나타난다.
특별 과외 활동부 리더인 소녀는 <와일드>라고 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몇 개의 페르소나를 자신의 의사대로 자유롭게 구분해 사용할 수 있다.
― 대체 어떤 페르소나를 선택한 걸까요?
자신을 쓰러트린다. 그를 위해 그녀가 부른 페르소나에, 엘리자베스는 강한 흥미를 지녔다.
그녀가 페르소나의 이름을 외쳤다.
「<티타니아>!!」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그려진 요정왕 <오베른>의 처로써, 요정의 여왕. 그 이름을 지닌 페르소나가 몸에 두른 우아한 드레스 자락을 허공에서 펄럭였다.
「!」
페르소나는 발치에서 강렬한 냉기가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큰일이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전신이 두터운 얼음에 갇혀 움직임이 봉해진다.
<니블헤임>이라고 하는 빙결계 최고위 마법이다.
본디 티타니아는 니블헤임을 습득하지 않는다.
벨벳룸에서 복수의 페르소나를 합성해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몇 번이고 거듭해, 본래는 습득할 수 없는 마법을 페르소나에게 습득시킨 것이다.
즉, 그녀는 이번 의뢰의 대항책으로써 니블헤임을 사용하는 티타니아를 준비했다는 소리가 된다.
― 이 티타니아는 저를 위한 페르소나.
데미지와 함께 환희가 엘리자베스의 전신을 덮쳐왔다.
화염 마법을 특기로 하는 수르트를 사용한 지금의 엘리자베스는 수르트와 같은 특성을 지닌다. 빙결 공격은 수르트에게 유효하다. 즉, 엘리자베스에게도 막대한 데미지를 입힌다.
― 정말로 당신은 제 기대 대로입니다.
얼어 붙은 엘리자베스를 향해, 나기나타를 쳐든 그녀가 덤벼든다.
그녀의 눈동자의 빛과 칼끝이, 미궁의 어둠에 빛 줄기를 그린다….
나기나타의 칼끝이 얼음 덩어리 째로 엘리자베스를 세로로 양단하려 들던 그 순간.
엘리자베스는 투기로 얼음 덩어리를 안쪽에서 깨부쉈다.
페르소나 전서를 들지 않은 쪽 팔로, 덥석 나기나타의 자루를 받아낸다.
칼날은 엘리자베스가 쓰고 있는 작은 모자를 스치고 멈췄다.
그녀의 얼굴에 옅은 놀람이 떠오른다.
그때,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로 그녀의 복부를 전력으로 후려쳤다.
「공격입니다.」
메마른 그녀의 몸이 바로 옆으로 나랑간다.
지익하고 발뒤축을 끌어가며, 그녀가 착지했다. 즉시 태세를 정비한다.
엘리자베스는 감탄의 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도약해 타격 데미지를 최소한으로 한다……. 훌륭합니다.」
순간 그녀가 기쁜 듯 눈을 빛냈다. 하지만 바로 말없이 자신을 훈계하듯 몇 번이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
서로 서로 절차탁마 하는 자로써 사응하다고 인정하기에, 이번만큼은 우정을 잊고 싸움에 집중한다. 런 그녀의 결의가, 지금 일순의 동작에서 전해져 왔다.
그것이 엘리자베스에게는 고마웠다. 눈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저도 좀 더 진심으로 가겠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죽어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엘리자베스는 환희에 몸을 떨면서, 다시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서로 몇 번이나 페르소나를 불렀을까.
서로 몇 번이나 상대를 죽일 각오로 마법을 쓰고, 무기를 휘둘렀을까.
그조차 이제는 모르겠다.
알 수 있는 것은 단 두가지 사실.
자신은 아직 서 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서있다.
서로의 거리는 조금 떨어져있다. 그녀가 나기나타를 휘둘러도, 엘리자베스에게는 닿지 않는다. 페르소나로 마법 공격을 쓰기에 적절한 거리.
전신에 축척된 피로와 데미지조차도 기분 좋게 느끼며, 엘리자베스는 생각한다.
― 꿈에서는 언젠가 깨어나야 하는 법.
이 싸움을 언제까지나 계속하고 싶다. 그런 바람은 확실히 엘리자베스의 마음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바래선 안 될 일. 그야말로 이뤄질리 없는 덧 없는 꿈이라고. 엘리자베스는 그를 이해하고 있다.
― 그저 싸움을 오래 끄는 것은, 계속 꿈에 젖어 있기만 하는 것.
― 꿈을 계속 꾸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일입니다.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비장의 한 수로 정해둔 카드가 나타나, 엘리자베스의 앞에 떠오른다.
픽시를 잃은 현재, 특별한 메기도라온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페르소나.
마사카도의 페르소나 카드다.
「그럼 오늘의 그랜드 피날레입니다.」
꽈악, 그녀가 입술을 악문다. 각오를 한층 더 굳힌 표정이다.
결코 도망치지 않는다. 겁먹지 않는다. 그 어떤 공격도 받아내 보이겠다.
그런 그녀의 의사가, 엘리자베스에게 전해져왔다.
― 그것이야말로 당신입니다.
엘리자베스는 눈을 가늘게 뜬다.
만났을 때에는, 이런 식으로 그녀와 싸울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해봤다.
그녀와 만난 것은 저.쪽의 계절로 봄. 지금은 벌써 한겨울.
그녀는 몇 여개월의 시간을 들여, 힘을 관장하는 자와 대치할 수 있을 만한 강함에 도달한 것이다.
― 얼마만한 노력을 거듭해야.
― 저.쪽 측에 사는 인간의 몸으로, 이정도로 강해질 수 있는 걸까요.
― 당신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인연이, 이뤄낸 업적인 걸까요.
그녀의 등 뒤에, 직접적으로는 만난 적이 없는 특별 과외 활동부의 멤버 전원이 있다.
엘리자베스의 눈동자에는 그렇게 보였다.
붉은 기 어린 긴 장발에 늠름한 소녀. 새빨간 베스트를 입은 정의감 넘치는 소년. 벚꽃색 웃옷을 입은 쾌활해 보이는 소녀. 베이스볼 캡의 속펴해 보이는 소년. 조금 심약해 보이는 숏컷의 소녀. 동료들 중에서 제일로 어리고 현명해 보이는 남자 아이. 기이한 기척이 느껴지는 새하얀 개. 인간을 본뜬 모양으로 만들어진 마음을 얻은 대 쉐도우 병기. 긴 코트를 걸친, 눈동자에 그늘이 드리워진 키가 크고 어른스러운 소년.
그녀의 등뒤에는 그 외에도 아직 몇 몇의 인영이 더 있어 보였다.
노부인이나 어린 여자아이. 학원의 동급생으로 추정되는 몇 몇의 여자와 남자.
병약해 보이는 청년. 눈매가 안 좋은 양복차림의 남자. 길을 어긋나버린 듯한 스님. 죄수복같은 옷을 입은 남자아이와, 마후라 차림의 쓸쓸해 보이는 눈동자의 소년.
모든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 터. 그럼에도 확실하게, 그 환상이 그녀의 등을 받쳐주고 있다.
― 그 뒤의 분들도 한꺼번에 날려 드리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선언한다.
「거둬 들이는 자조차 일격으로 매장하는 이 힘! 훌륭하게 받아내 주십시오!!」
허공에 떠오른 마사카도의 페르소나 카드를, 엘리자베스는 손가락으로 튕겼다.
회전문처럼 페르소나 카드가 빙빙 돌더니, 깨어져 빛으로 화한다.
칼집에 넣은 칼을 한손에 든, 헤이안 시대의 복장인 스이칸(水干) 차림의 남자가 출현한다.
페르소나, 마사카도다.
마사카도가 오오!하고 함성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그녀와 엘리자베스 사이. 천장 근처의 공중에, 눈부신 광구가 발생한다.
메기도라온 발동의 초기 단계다.
광구거 터지기 전, 찰나 그녀가 허공을 향해 한손을 뻗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한 장의 카드가 출현한다.
페르소나 카드를 닮았으나, 다르다.
엘리자베스가 모르는 카드였다.
덥석 카드를 손에 쥔 그녀가, 그것을 드높이 처든다.
「<비슈누>! <아난다>!! ――<인피니티>!!!!!」
앞선 2개는 페르소나의 이름. 마지막은 아마 마법의 이름.
엘리자베스가 알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카드가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빛으로 변한 그녀의 카드에서, 2구의 페르소나가 출현한 것이다.
<믹스퍼레이드>라고 불리는, 페르소나 2구를 동시에 소환하는 기술이다.
그것은 힘을 관장하는 자조차 모르는, 힘의 사용법이다.
나타난 페르소나 중 하나는 비슈느.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한, 힌두교의 신의 이름을 지닌 페르소나.
다른 하나는 아난다. 마찬가지로 힌두교의 용왕과 같은 이름을 지닌, 1개의 몸에 7개의 머리를 지닌 코브라 형태의 페르소나.
그녀의 머리 위에 2구의 페르소나가 빛을 발하며, 공간에 무수한 빛줄기가 일었다.
빛의 궤적이 그녀의 몸을 감싸안 듯 짜맞춰진다.
직후, 엘리자베스의 메기도라온이 작렬했다.
공간 그 자체를 무(無)로 만들 듯한 기세로, 황금의 불꽃이 거칠게 날뛴다.
이 불꽃 속에서 서있을 수 있는 것은, 마법을 사용한 페르소나 사용자 뿐이다.
그 어떠한 것이라 해도, 황금의 불꽃 앞에는 다 같이 사라질 뿐.
충격파와 굉음을 발하며 메기도라온의 불꽃이 폭발하고, 사라졌다.
아아, 엘리자베스는 소리 되지 않는 숨을 흘렸다.
거기에, 있어 주길 바랬던 모습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메기도라온에 직격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흠 하나 없이 머물러 있었다.
그녀의 몸을 감싸던 빛의 망이 사라진다.
엘리자베스는 인피니티라고 하는 마법의 본질을 이해했다.
딱 한 번의 절대 무적. 온갖 공격의 완전 무효화.
「그렇다면!!」
엘리자베스는 소리를 높였다. 다시 마사카도를 소환해, 다시 한 번 메기도라온을 쓰기 위해 페르소나 전서를 쥔다.
그보다 일순 빠르게, 그녀가 다시 또 허공에서 카드를 한 장, 끄집어 냈다.
― 설마, 또 인피티니?
절대 방어를 사용하는 걸까 싶어 초조해진 엘리자베스의 귀에, 조금 전과는 다른 페르소나의 이름이 뛰어 들어왔다.
「<루시퍼>! <사탄>!! ――<하르마게돈>!!!」
모든 천사를 다스리는 자의 이름을 한, 여섯의 새하얀 날개를 지닌 페르소나 <루시퍼>와.
모든 악마들을 다스리는 자의 이름을 한, 여섯의 피막과도 같은 날개를 지닌 페르소나 <사탄>이.
깨어진 그녀의 카드가 발하는 빛 속에서 출현했다.
하르마게돈. 그것은 신약 성서에 적혀져 있는, 결전의 땅의 이름.
모든 선과 악이, 그 땅에서 자웅을 가른다.
천사와 악마 역시, 선과 악으로 나뉘어져 서로를 멸하려 드는 존재.
루시퍼가 들어 올린 손에 성스러운 빛이 모인다.
사탄의 크게 벌어진 아가미 속에, 사악한 뇌광이 발생한다.
루시퍼와 사탄이 서로를 멸하고자 동시에 광망을 쏘았다.
격돌하는 선의 빛과 악의 뇌광이 강렬한 뇌전을 뿌리며, 작렬한다.
그림자조차 불태울듯한 강렬한 빛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패배를 깨달았다.
하르마게돈의 빛이 사라진 다음.
그럼에도 엘리자베스는 서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같은 데미지를 입었으나,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미소지을 뿐이다.
「괘, 괜찮아?」
달려 오려하던 그녀를, 엘리자베스는 한쪽 손을 들어 저지했다.
「괜찮……다고는 아무래도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제 완패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죽지는 않으니 걱정마시길.」
그녀가 안도한 표정을 짓는다.
언제나처럼, 그녀의 차분한 얼굴을 바라보며, 엘리자베스는 생각한다.
그녀와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저는…… 힘으로 자신을 웃도는 자를 만났을 때,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랬을 텐데……. 하지만, 이렇게 패배한 지금, 속삭여오는 목소리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눈을 내리깔고, 작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아니군요. 이것이야말로 대답. 자신이 누구인지는, 자신 밖에 모른다……. 자신이 누구인지는 자기 자신으로 정하라는 의미로군요.」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들었다.
― 정신 차리세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자신을 고무하고, 자세를 바로 잡고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훌륭합니다. 제가 준비한 최대의 난관을, 잘도 극복해주셨습니다. 보수는 평소와 같은 방법으로 ㅈ전해 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그렇게 한 마디 덧붙이고서,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에서 백금 세공 책갈피를 뽑아냈다.
「이쪽을 가지고 가 주십시오.」
「이건………?」
그녀가 백금 세공 책갈피와 엘리자베스를 번갈아 바라본다.
「이쪽은 보수가 아닙니다. 제……… 마음입니다.」
그런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녀가 미소했다.
「응. 그럼 사양 않고. 소중히 할게.」
고맙습니다. 그 말 대신, 엘리자베스는 고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엣? 하고 그녀가 살짝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서 작별의 말은 예상 외였던 모양이다.
「같이 엔트런스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아뇨. 저는 조금만 더 이 자리에서 생각을 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동료들이 분명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지요. 부디 먼저 돌아가 주십시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탁하고 뒤로 한 발짝 뛰어서 물러섰다.
「그럼 또 벨벳룸에서.」
「네. 벨벳룸에서 만나도록 하지요.」
그녀가 손을 흔들어, 경쾌한 발걸음으로 전송장치로 향했다.
그 등을 향해, 엘리자베스는 깊숙이 고개 숙였다.
「충실한 시간을 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나야말로 고마워. 그럼 먼저 실례할게.」
그녀는 다시 작게 손을 흔들고서, 전송 장치를 작동시켰다.
전송 장치가 발하는 빛 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 다음. 엘리자베스는 몸을 세우며 작게 중얼 거렸다.
「결코 피할 수 없다고 하는…… <뉵스>라는 이름의 멸망. 그가 찾아올 때까지, 이제 시간이 없는 거겠지요.」
엘리자베스와의 싸움에 임한 그녀의 눈동자에는, 싸움에 대한 흔들림 없는 각오와, 무슨 일이 있어도지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의가 깃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동자가, 확실히 고하고 있었다.
뉵스와의 결전이 가깝다고.
벨벳룸의 주민이 할 수 있는 것은, 실로 사소한 도움 뿐.
전열에 서서, 그녀와 함께 싸우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늘에서 떠받친다. 그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 당신이 나아갈, 그 대답에의 길에.
― 버릇없는 방해가 들어오지 않기를, 남몰래 기원하고 있습니다.
― 방해가 들어온 그 때에는, 제가 반드시 길을 열어 보이도록 하지요.
그건 그렇고.
작게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당신은 강해졌습니다――. 당신과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제 생애의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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