ペルソナ3ポ-タブル ベルベットブル-
藤原健市 저 |
* 이제 마지막 챕터만 남았습니다! 빠르다! 겁나 빠른 작업이다!!
「<비전 퀘스트>는 그 역할을 끝마쳤어.」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싸움 이후, 다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벨벳룸>을 찾아온 마가렛이 그리 말했다.
<특별 과외 활동부>는 마가렛이 준비한 비전 퀘스트의 모든 시련을 돌파했다고 한다.
「굉장하네. 그녀들은.」
만족스러워 보이는 언니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칭찬 받는 것 마냥 기쁨을 느꼈다.
「그녀는 주인님이 인정한 이 벨벳룸의 손님. 당연합니다.」
한쪽 손을 가슴에 얹고, 엘리자베스는 등을 쭉 폈다.
엘리자베스가 의기양양 표정을 띠우는 것과 달리, 마가렛의 표정은 일변했다.
불쾌와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마가렛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걸로 나도, 가짜 나 수색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어.」
그러고 보니. 엘리자베스도 떠올렸다.
<모나드>에서 마가렛의 모습을 한 뭔가의 습격을 받은 적을.
마가렛이 가짜는 자신이 찾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굳이 가짜를 찾으려 들지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틈틈이 찾아온 것은 수수께끼의 소년이지만, 이쪽도 발견하진 못했다.
「호오.」
테이블 석에 앉아 말없이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고르가 흥미를 지닌 듯 숨을 내쉰다.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마가렛.」
「네, 주인님. 엘리자베스가 한 번, 가짜 제게 습격을 당했습니다.」
「호오오.」
「전의 소년도 그렇고, 가짜 마가렛도 그렇고. 저희들이 모르는 곳에서 초대 받지 못한 자가 암약하고 있는 모양이로군요……. 그것이 손님을 방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만.」
힐끔 엘리자베스가 엘리자베스를 보았다.
「방해라니, 제가 그를 허락지 않겠습니다. 네. 반드시. 그 어떤 존재라 하더라도, 그녀의 길을 방해하겠다면야, 이 <페르소나 전서>에 걸고 멸할 뿐입니다.」
번뜩하고 엘리자베스의 눈이 빛났다. 전투의 예감이 전신을 채운다.
귀기 어린 기백을 엘리자베스는 두르고 있었다.
움찔 이고르가 몸을 떨었다.
「부, 부디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런데 테오도어는 뭘하고 있는 겁니까? 최근엔 잘 안 보입니다만.」
「그러고 보니 그러네.」
맞장구 치는 마가렛. 엘리자베스는 쓱 기합을 빼고 재차 입을 연다.
「모나드에 특별 과외 활동부가 출입하기 시작했을 무렵, 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펫과 함께 <타르타로스>에라도 가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 이후로 테오도 펫도 본 적이 없습니다.」
「흠.」
「부재가 이렇게 길면 조금 신경이 쓰이는 군요…. 그 또한 <힘을 관장하는 자>. 당치도 않은 일은 없겠지만, 가끔은 신경 써줘도 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야 마치 저희들이 테오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잖습니까.」
「그렇게나 귀여워 해주고 있는데.」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을 번갈아 바라본 이고르의 이마에, 한 줄기 땀이 흘러 내린다.
「귀여워한다는 감각이……, 저와는 다른 모양이군요.」
「주인님. 무슨 말씀 하셨습니까……?」
「뭔가 비난당한 기분이 들었는데. 잘못 들은 건가?」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이 동시에 이고르를 바라보았다.
휙하고 이고르가 딴데를 본다.
「그러고 보니, 타르타로스에 들어간 그 <페르소나 사용자>들은 어떻게 되었을 까요.」
조금 전의 일이다. 특별 과외 활동부의 멤버와는 다른 <페르소나>의 기척을 지닌 자가 2명, 타르타로스에 출현, 엔트런스에서 미궁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고르와 엘리자베스는 느꼈다.
그 뒤, 그 자들이 타르타로스를 나간 모양새는 없다.
미궁에서 쓰러져 죽었는지, 쉐도우의 먹이가 되었는지. 어쨌든 불명이다.
일반인이라면 실종자로 판단하여,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에게 전화로 연락했겠지만, 이번의 행방불명자는 페르소나 사용자다.
하찮다곤 하나 힘을 지닌 자다. 고난이란 자신의 힘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법이며, 이고르가 벨벳룸의 손님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상, 도와줄 의리는 없다.
「타르타로스에 있는 테오도어라면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 테오도어야 말로 뭘 하고 있는지. 타르타로스에서 전혀 돌아오지 않으니…….」
이고르가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을 다시 바라본다.
「그 정도로 신경 쓰이신다면, 타르타로스를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타르타로스 엔트런스로 이어진 문으로 향했다.
「나도 갈게. 테오가 가짜에 대한 무슨 정보라도 얻었을지도.」
조금 뒤늦게, 마가렛이 뒤따른다.
엘리자베스가 문 손잡이에 손을 댄, 그 순간.
벨벳룸에 있던 주민들 전원이 크게 몸을 떨었다.
엔트런스에 거대한 기척이 출현했다.
호의적인 기척이 아니다.
적의.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노골적인 적개심의 덩어리다.
「이 느낌……. 평범한 <쉐도우>가 아니군요.」
이고르가 드물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내가 무의식 중에 주먹을 쥐다니.」
마가렛이 페르소나 전서를 들지 않은 쪽 손을 내려다 보았다.
엘리자베스는 손잡이를 쥔 손에 끈적한 감촉을 느꼈다.
손잡이에서 손을 때고, 장잡을 벗어 확인한다.
지금 그 일순간에, 주먹이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이 기척……. 어디선가……….」
손수건으로 손바닥을 닦고, 장갑을 다시 깨운 엘리자베스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당치도 않게 테오도어의 얼굴이었다.
「이 기척은!」
마가렛이 외쳤다.
엘리자베스는 뒤돌아, 마가렛과 시선을 나누었다.
마가렛도 엘리자베스와 같은 것을 느낀 모양이다.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에서 적의를 발하고 있는 기척은, 테오도어와 몹시 유사했다.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나란히 이고르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무래도 어리석은 동생이 뭔가를 저지른 듯합니다.」
「저희가 누나로써 동생을 훈계하고 올테니, 걱정하지 마시길.」
이고르가 테이블에 두 팔꿈치를 얹고서, 깍지낀 손으로 입가를 숨기며 고한다.
「아무래도 문제는 테오도어가 아닌 듯 합니다. 경계해야할 것은 그 배후에 있는 자……. 주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조심해. 이고르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힘을 관장하는 자가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상대가, 이 사태에 얽혀 있다.
엘리자베스는 몸을 떨었다. 적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고양감을 느낀 것이다.
마가렛의 입가에도 옅은 웃음이 떠오른다.
「어머. 그거 재밌겠군요.」
이고르가 난처한 듯 한숨을 쉰다.
「위기감이라는 것이 없는 겁니까……. 뭐어, 좋습니다. 저.쪽은 슬슬 <쉐도 타임>이 됩니다. 손님이 방문하시기 전에, 처리하고 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나란히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자매는 타르타로스 엔트런스로 향했다.
엘리자베스가 앞서 문을 연다.
순간 강력한 프렛셔가 돌풍처럼 그녀들의 전신을 덥쳐왔다.
움츠려드는 일 없이,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엔트런스로 나간다.
벨벳룸의 문이,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자연히 닫혔다.
타르타로스 엔트런스 중앙.
미궁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계단 아래에, 푸른 옷을 입은 벨보이가 서있었다.
「이거야,이거야. 누님들. 오래간만입니다.」
다소 무례한 어조로 테오도어는 그리 말하고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몸에는 흐릿하게 검은 안개 같은 것이 감겨 있고, 금색의 눈동자는 기이할 정도로 괴이쩍은 빛을 발하고 있다.
「누님들에게는 오랫동안 신세 졌습니다. 오늘밤부터 이 테오도어, 벨벳룸을 떠나려 합니다.」
엘리자베스의 눈이 스윽 가늘어졌다. 전신에 노기가 어린다.
「무슨 소릴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군요. 벨벳룸을 떠나? 제가 뭔가 잘못 들은 걸까요.」
째릿하고 엘리자베스가 테오도어를 쏘아 보았다.
평소 때라면 움찔 거릴 동생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한다.
「착각이 아닙니다. 저는 확실하게, 벨벳룸을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벨벳룸에 보이는 자들은 전부, 자신의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숙명.
벨벳룸을 떠날 때에는, 대답을 얻었을 때 뿐.
마가렛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자신이 추구하던 대답을 얻었다. 그렇게 말하는 거야?」
과장스럽게 테오도어가 두 팔을 펼쳤다.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의 드높은 천장을 올려다본다.
아득한 천장 너머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테오도어가 외쳤다.
「그렇습니다! 저는 대답을, 제가 참으로 모셔야할 존재를 발견해냈습니다!!」
낭랑하게 이야기하는 테오도어의 목소리가, 엔트런스에 메아리친다.
「모셔야할 그 분은 <뉵스>!! 세계에 평등한 멸망을 가져다 주는, 궁극의 힘!!」
뉵스. 엘리자베스는 중얼거렸다.
그것은 특별 과외 활동부가 도전할, 멸망 그 자체를 가르키는 존재의 이름이다.
뉵스의 이름을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이고르에게 그것이 어떠한 존재인지 물어 본 적이 있다.
그 때, 테오도어는 곁에 없었다. 그 이후, 엘리자베스는 뉵스의 이름을 입에 담은 적도 없고, 그건 이고르도 마찬가지겠지.
테오도어가 뉵스라는 이름을 알 리가 없다.
하물며 그 이름이 멸망 그 자체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어디서 뉵스의 이름을 알게 된 겁니까, 테오.」
테오도어가 광신의 빛이 깃든 눈동자로, 엘리자베스를 바라보았다.
「어디든 좋잖습니까, 누님. 중요한 것은 뉵스가 이제 곧 가까이까지 와 있다는 것……. 뉵스는 오늘 밤, 이 타르타로스 정상에 강림하는 겁니다!!」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든 손에 힘을 실었다.
오늘밤, 뉵스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 뒤에 찾아올 쉐도 타임이, 특별 과와 활동부의 최후의 싸움이 된다.
「테오. 혹시나 싶습니다만…….」
「과연, 누님. 영민하시군요! 그렇습니다. 뉵스의 강림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엔트런스에서 특별 과외 활동부의 활동에 종지부를 찍어 드리는 겁니다!」
멋진 생각이죠? 라고 말하는 듯 테오도어가 소리 높여 웃었다.
「그런 것, 제가 가만 둘 수 없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말을 무시하고, 테오도어가 홍소를 터트렸다.
마가렛이 불쾌한 듯 중얼거린다.
「마에 씌여 버린 모양이네.」
그제야 엘리자베스는 깨달았다.
테오도어가 펫으로 기르고 있던 그 <마야> 형의 쉐도우, 포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 혹시 그것이 만악의 근원.
포치를 찾아 쓰러트리면, 테오도어도 제정신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엘리자베스는 그리 생각했으나, 실행에 옮길 시간은 없었다.
뚝하고 웃음을 그친 테오도어의 등.
엔트런스 안쪽에 있는 모나드의 문이 멋대로 열린다.
「누님들이 저를 방해하게 냅둘 수 없습니다!! 이 녀석들이나 상대해 주시지요!!」
개방된 모나드의 문에서, 탁류처럼 이형의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천신의 무사>, <무(無)의 거인>을 비롯한 모나드의 고위 쉐도우들이 우르르 미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모나드의 고위 쉐도우라 해도, 몇 구 정도라면 엘리자베스나 마가렛의 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셀 수 없는 숫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개미 역시 수천만의 군집을 이루면 거대한 코끼리조차 집어 삼킨다.
하지만, 밀려 드는 쉐도우의 무리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의 눈동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가렛도 엘리자베스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간다, 엘리자베스. 준비는 됐겠지?」
「언제 어떠한 때라해도, 저는 준비 만전, 임전 상태입니다.」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동시에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엘리자베스가 선택한 것은 <마사카도>의 페르소나 카드.
마가렛이 고른 것은 <오베론>,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가 사용했던 요정의 여왕 <티타니아>의 남편이며 요정의 왕인 페르소나의 카드.
스이칸 차림에 칼을 찬 마사카도가 엘리자베스의 앞에 출현한다.
그리고 마가렛의 앞에는 둥그렇게 어깨가 부풀어 오른 퍼프 슬리브에 붉은 옷, 검은 나비 날개를 지니고, 머리에 왕관을 쓴 오베론이 출현했다.
「<메기도라온>!!!」
「입니다!!」
마가렛과 엘리자베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2개의 광구가 모나드의 문에서 썰물처럼 밀려드는 쉐도우의 무리 위에 나타나, 그리고 바로 터졌다.
휘날리는 황금의 불꽃이 엔트런스 전역을 가득 메우고, 깡그리 불태운다.
그것이 싸움의 개막이었다.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모나드에서는 무한마냥 쉐도우가 나타난다.
「끝이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을 말하는 거군요!」
엘리자베스는 <수르트>를 소환해, <마하라기다인>의 업화로 불이 약점인 <그랜드 마구스> 몇 구를 단 번에 불태웠다.
재로 화(化)한 그랜드 마구스를 짓뭉개고, 걸어 다니는 서양의 성이라는 말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기괴한 모습이 <킹 캐슬>이 3구 덥쳐 온다.
거대함으로는 무(無)의 거인에 필적하는 킹 캐슬을 올려다보며,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에서 새로운 페르소나 카드를 출현시켰다.
<쿠 후린>. 켈트 신화의 영웅의 이름을 한 페르소나다.
바로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를 소환한다.
아름다운 풍채의 청년이 창을 거며쥐고 나타나, 그 창으로 허공을 후려쳤다.
창 끝은 어떤 킹 캐슬한테도 닿지 않았다. 부웅하고 회오리 바람을 일으켰을 뿐이다.
소용돌이 치는 바람이 순간적으로 기세를 붙여, 용권으로 변한다.
질풍 속성의 최고위 공격 마법 <마하 갈다인>이다.
질풍 속성의 공격은 킹 캐슬의 약점.
마력을 머금은 강풍이 3구의 킹 캐슬을 집어 삼켰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쥐어 짜여진 것처럼, 모든 킹 캐슬이 비틀리고 뭉개지고, 으깨진다.
킹 캐슬의 파편이 쏟아져 내리는 와중, 이번에는 5구의 무(無)의 거인이 나타났다.
「정말로 끝이 없군요.」
혀를 차며 엘리자베스는 뒤로 물러났다. 툭하고 등이 뭔가에 부딪쳐서 고개만 돌려 본다.
마가렛과 시선이 마주쳤다.
등을 맞댄 마가렛이 묻는다.
「컨디션은 어때, 엘리자베스.」
「절호조입니다만, 다소 싸움에 질린 상태입니다.」
「별일이네. 나도 개미를 짓밟고 다니는 게 지루해졌어.」
서로 드센 어조지만, 숨은 거칠고 이마에 땀이 맺혀 있다.
페르소나는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힘이 아니다. 자신의 혼의 일부를 억지로 끄집어내, 행사하는 것이다. 쓰면 쓸수록 정신력이 깍인다.
힘을 관장하는 자인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평범한 인간 페르소나 사용자와 비교하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강대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이대로 모나드에서 한없이 나타나는 쉐도우와 싸워 나간다면 언제가는 소모되고 만다.
서서히 엘리자베스를 둘러 싸는 쉐도우의 무리가 포위망을 좁힌다.
단숨에 덤벼들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처럼.
엘리자베스는 초조함을 느꼈다. 쉐도우의 포위에 느낀 것이 아니다.
저.쪽 측에 쉐도 타임이 방문할 때까지, 얼마만큼 시간이 남아 있을지 신경 쓰였다.
테오도어는 오늘 밤, 뉵스가 강림한다고 말했다.
즉, 오늘 쉐도 타임에 특별 과외 활동부는 반드시 타르타로스로 온다.
― 그녀가 거리낌 없이 뉵스와의 싸움에 임할 수 있도록.
― 이 자리를 단 번에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뭔가 수를……. 그렇게 생각하던 엘리자베스는 떠올렸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가 보여준, 특수한 페르소나 사용법을.
「제안이 있습니다.」
「뭘까. 말해 봐.」
「<루시퍼>를 지금, 소환할 수 있습니까?」
천사를 다스리는 자, 루시퍼의 페르소나. 엘리자베스는 마가렛이 그것을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엘리자베스가 9종류의 페르소나 카드를 1개의 덱으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마가렛 역시 자신이 쓰기 편한 페르소나를 몇 종류씩 세트로 정해 뒀다.
하지만 페르소나 전서에는 확인되어 있는 모든 종류가 기재되어 있고, 그녀들은 거기서 무엇이든 소환할 수있다.
마가렛이 끄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 없어. 하지만 불러서 어쩌게? 루시퍼는 강력한 페르소나긴 하지만, 이 상황의 타개책은 될 수 없어.」
「아니요. 타개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동시에 <사탄>을 소환하겠습니다. 소환 타이밍이 완벽하게 일치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것은 제가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 간다!!」
소리 높여,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동시에 엘리자베스도 페르소나 전서의 페이지를 고속으로 넘겨, 사탄의 페이지를 찾아내 페르소나 카드를 출현시킨다.
약간 늦게 마가렛이 루시퍼의 페이지를 펼치고, 페르소나 전서를 받치지 않던 쪽 손을 허공으로 쳐들었다. 그 손에 루시퍼의 페르소나 카드가 나타난다.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눈짓하자 없이, 서로 닿은 등을 통해 전해지는 기척으로 뜻을 나누었다.
「나와 줘, 루시퍼!!」
「나오십시오, 사탄!!」
마가렛의 머리 위로 순백의 날개를 지닌 루시퍼가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엘리자베스의 머리 위로 피막의 날개를 지닌 사탄이 나타난다.
날개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나타난, 서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2구의 페르소나가 각자 날개를 크게 퍼럭이며 튕기듯이 떨어졌다.
루시퍼가 사탄을 향해 든 손바닥 끝에서, 성스러운 힘이 빛의 덩어리가 된다.
사탄이 떠억 입을 벌렸다. 검붉은 목구멍 안쪽에서 뇌전이 덩어리진다.
광구와 뇌전의 덩어리가 동시에 쏘아져 나왔다.
그 찰나, 엘리자베스는 마가렛의 한쪽 손을 잡고, 가까이에 있는 무(無)의 거인의 그림자를 향해 뛰어 들어갔다. 강력한 무(無)의 거인의 바위 몸을, 방패 대신 삼기 위해서다.
직후.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소리조차 불식시키는 강렬한 섬광과 뇌전이 타르타로스 엔트런스 전체를 유린한다.
두 구의 페르소나를 동시에 소환해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기술, <믹스 퍼레이드>.
특별 과외 활동부의 그녀는 기적과도 다름없는 이 기술을 혼자서 이룩했으나, 엘리자베스는 마가렛의 도움을 빌려 믹스 퍼레이드 현상을 발생시켰다.
엘리자베스에게 패배를 인정케 만든, <하르마게돈>의 빛 속에서 쉐도우들이 속속들이 티끌 하나 남기지 못하고 소멸되어 간다.
빛이 사라진 다음, 쉐도우는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방되어 있던 모나드의 문에까지 마법의 마력이 미친 듯, 미궁에서 새로운 쉐도우도 나타나지 않는다.
「굉장하네…….」
반쯤 아연한 어조로 마가렛이 말했다.
「그녀가 제게 보여준 힘의 사용법입니다. 인연이나 연고가 있는 2종류의 페르소나를 동시 소환하면, 상호 작용으로 특수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듯 합니다.」
― 실은. 별로 성공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 본심을 엘리자베스는 숨기고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엔트런스 플로어에 서있는 것은 엘리자베스와 마가렛 뿐.
테오도어의 모습은 없다.
「지금의 일격으로 데미지를 입긴 해도, 날려 없어지진 않을 텐데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싶어 시선을 돌리는 엘리자베스의 발치.
그림자 속에서 뭔가가 꿈틀대는 것을, 마가렛은 깨달았다.
「엘리자베스!」
그.것이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는 순간, 마가렛이 투웅하고 엘리자베스를 밀쳐냈다.
바닥에서 자라난 무수한 검은 가시가, 마가렛의 몸을 꿰뚫는다.
「누구냐!」
엘리자베스는 반사적으로 페르소나 전서를 펼쳐, 복수의 페르소나 카드를 출현시킨다.
그 페르소나 카드를 수리검처럼 던졌다.
페르소나 카드는 마가렛에게 박힌 검은 가시를 절단해, 자동적으로 엘리자베스의 전서로 돌아갔다.
비틀하고 마가렛이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쓰러졌다.
그 몸에 박힌 가시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언니를 구하기 전에, 엘리자베스는 추격을 위해 페르소나 카드를 한 장, 전서에서 꺼냈다.
전격이 특기로 삼는, 북구 신화의 신의 이름을 지닌 페르소나, <토르>다.
새하얀 망토 차림의 늠름한 남자, 토르가 출현해, 전격을 쏜다.
엘리자베스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물웅덩이 같은 어둠에 전격의 망치가 내리 꽂힌다.
직전, 스스슥하는 소리를 내며 어둠은 바닥을 기어, 전격을 피했다.
떨어진 장소에서 어둠이 뭉글하고 솟아나, 형태를 바꾼다.
나타난 것은 어린 소년의 모습. 어둠색의 옷에 새하얀 도자기 같은 얼굴. 전에도 엘리자베스가 모나드에서 발견한, 그 소년이었다.
「안녕. 또 만났네.」
「역시 삿된 존재였습니까.」
엘리자베스는 소년을 경계하면서도 마가렛의 옆으로 가려 했다.
쓰러진 마가렛이 상체를 일으켜, 한쪽 손을 들어 엘리자베스를 제지했다.
마가렛이 주위에 흩어진 자신의 페르소나 카드를 한 장 손에 든다.
적혀져 있는 것은 <픽시>. 바로 요정을 닮은 작은 페르소나가 소환된다.
희미한 빛이 마가렛을 감쌌다. 치유 마법을 쓴 것이다.
후우, 하고 숨을 내쉰 마가렛이 일어섰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즉사했을 상처는 자잔한 흔적조차 남김 없이 나아, 옷에 뚫린 구멍조차 사라졌다.
「잘도 이런 짓을…….」
마가렛이 소년을 쏘아 보려했던, 그 순간이었다.
「안 됩니다, 누님!!」
엔트런스의 기나긴 계단 위에서, 테오도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마음의 빈틈을 노립니다!!」
계단 층계참. 타르타로스의 미궁문을 밀어 젖히며, 테오도어가 모습을 보였다.
엘리자베스 일행과 대치했던 좀 전의 테오도어는 가짜였던 모양이다.
진짜 테오도어가 힘이 다한 듯 층계참에 쓰러졌다.
미약하지만 테오도어의 기척은 있다. 죽음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힘을 뿌리째 빼앗겨버린 모양이다.
「테오?!」
엘리자베스가 놀람의 소리를 내지름과 동시에.
「늦어.」
그렇게 고한 소년의 눈이 요상하게 빛났다.
움찔하고 마가렛이 크게 몸을 뒤틀었다. 천천히 엘리자베스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손으로 페르소나 전서를 쳐든다.
「엘리자베스……, 피해….」
이상을 느끼고, 엘리자베스는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엘리자베스의 머리가 있던 장소를 향해, 마가렛이 철퇴와 같은 기세로 페르소나 전서를 내리쳤다.
그 기세 그대로, 페르소나 전서가 마가렛의 복부를 때렸다.
둔한 소리가 나더니 마가렛이 몸을 크게 접혀졌다.
「조종 당할까 보냐…….」
마가렛이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는 비지땀이 맺혀 있다.
소년이 마가렛의 정신을 지배하려 했다.
마가렛은 그 정신 간섭에 저항해, 자신을 페르소나 전서로 내려침으로써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이 유감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아, 힘이 약했나. 테오도어와 달리 마가렛의 마음의 빈틈은 좁았으니 별수 없지. 그 때문인가, 나를 돌봐 주지도 않았고.」
돌봐주지도 않았다.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이해했다.
「당신, 포치로군요.」
「정답.」
꾸물텅하고 소년의 몸이 일그러지고, 크기가 늘어났다. 소만한 크기의 마야 형 쉐도우가 된다.
엘리자베스는 방심하지 않고 포치를 응시하며, 의문을 느꼈다.
「하지만…… 모르겠군요. 당신은 계속 포치의 모습으로 테오도어와 함께 있었을 텐데.」
엘리자베스가 소년을 만났을 때. 그리고 가짜 마가렛에게 습격 당했을 때.
어느 순간이든, 포치는 테오도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자신이 확인한 일이다. 틀림 없는 사실이다.
「간단한 눈속임이야.」
포치가 불분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이 모습이라면 점액이니까 말이지.」
물끄렁하는 축축한 소리를 내며, 포치의 몸에서 검은 점액 덩어리가 분열 되었다.
덩어리의 크기는 본체의 4분의 1 정도로, 본체가 덩어리 크기만큼 줄어들었다.
「이렇게 간단히 몸을 나눌 수 있어. 그리고 분리한 쪽을 미끼로 쓰는 거야.」
작은 점액 덩어리가 부릉하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꿀렁 꿀렁 표면이 파도쳤다. 그리고는 가면과 사슬이 달린 포치의 모습으로 변했다.
한편으론 본체가 변신해 테오도어의 모습이 되고, 테오도어의 목소리로 말한다.
「미끼를 원격 조종해 페트처럼 행동하게 만든 것뿐이야. 이런 간단한 트릭을 눈치채니 못하다니, 바보네.」
으득하고 엘리자베스는 이를 악물었다.
바보. 그 말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저 자신에게 화가 날 뿐이다.
기를 탄 듯 포치가 이야기를 계속한다.
「전부 테오도어 덕분이야. 키워준 그에게는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 그러니까 죽이진 않고, 힘만 빨기만 했어.」
포치는 테오도어의 힘을 흡수했기 때문에, 엘리자베스가 착각해 버릴 정도로 테오도어와 비슷한 기척을 지니게 된 모양이었다.
「뭐 감사해봤자 별로 의미는 없으려나. 어차피 바로 모든 것이 멸망할테고.」
그렇게 말하며 포치는 검은 점막 형태로 돌아가, 본체와 하나가 되어 소년의 모습이 되었다.
포치가 그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강대한 압박감을 발한다.
엘리자베스는 몸 속으로 찌릿찌릿한 고통을 느꼈다. 전신의 신경이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당신은 대체…, 뭡니까?」
「나? 글쎄……. 말하자면 <죽음에 가까운 자>. <니어데스>라고 해야하나?」
포치. 니어데스가 이야기를 계속한다.
「꽤나 오래전 일인데. 저.쪽 시간으로 벚꽃이 피기 전이였으려나? 어느 인간의 안에 잠들어 있던 <데스>라 불리는 멸망의 파편이 깨어나 의지를 지니고, 이 땅에 멸망을 불러 오려고 했어. 하지만 실패했어……. 이제 곧 여기로 올, 특별 과외 활동부의 아이들에 의해 쓰러졌거든.」
그러고 보니. 엘리자베스는 떠올렸다.
니어데스가 언급한 사건을.
아직 이른 봄. 지금의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인 그녀가, 이 거리를 찾아오기 전의 일. 데스 속성의 쉐도우 <거둬 들이는 자>를 닮은, 하지만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기척을 지닌 것이 이 엔트런스에 출현해, 특별 과외 활동부의 상급생 멤버가 이를 토벌했다.
「그걸로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 뜻입니까.」
「맞아. 나는 멸망의 파편. 정말로 극히 작은 잔해였어. 그.쪽에서 나의 오리지널이라 불리울 만한 존재가 얼마전 눈을 떴어. 거기에 호읭해, 잔해였던 나도 쉐도우로써 깨어난 거야.」
오리지널.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그.쪽 시간으로 12월 초순. 데스 속성의 강대한 기척이 아주 잠깐 출현했다. 그 직후 모나드 수색 때, 테오도어는 포치를 주웠다고 말했다.
― 정말이지. 저 어리석은 동생은 변변찮은 일이 없군요.
말없이 욱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니어데스가 이어 말한다.
「사람 좋은 테오도어가 나를 주워 줘서, 바지런히 보살펴 줬어. 그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대로 모나드에서 사라져 버렸겠지. 하지만 테오도어 덕분에 나는 힘을 기르고, 스스로 쉐도우를 사냥하는 것까지 베웠어. 모나드의 쉐도우를 몇 몇 집어 삼키고, 조금 강해지니까 조슴 신이 나버려서.」
니어데스의 모습에, 엘리자베스가 조우했던 어딘지 모자란 <거둬 들이는 자>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단번에 힘을 붙이고 싶어서 엘리자베스를 먹기 위해 덥쳤더니, 너무 쉽게 역으로 당하고. 자칫 죽임 당할 뻔 했었어.」
엘리자베스는 그를 살려 보내준 자신의 무름를 저주했다. 일순간이나마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던 그 때의 자신에게, 메기도라온 100연발을 먹여 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정말로…… 어째서 그 때, 없애두지 않았던 걸까요. 정말이지 제 자신이 기가 막힙니다.」
「네 변덕 덕분에 나는 목숨을 건졌지만, 네 힘을 보니까 점점 더 탐이 났어. 그리고 좀 더 힘을 길러서…….」
거둬 들이는 자의 모습이 이번에는 마가렛으로 변했다. 목소리까지 마가렛과 똑같아 진다.
「이번에는 이 모습으로 변해 습격해 봤어. 하지만 또 역으로 당할 뻔 해서……. 그땐 정말이지 간담이 서늘했지.」
「나를 가장한 건 너였던 거네.」
마가렛이 으득 이를 갈면서 분노를 표했다.
니어데스가 마가렛을 무시하며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와, 엘리자베스에게 고한다.
「언니의 모습을 한 나를 가차 없이 공격하다니, 정말로 너무한 여동생이네.」
「괜한 참견입니다.」
「흠. 뭐, 됐어. 힘을 관장하는 자의 강인한 생명력이라면 좀 전, 테오도어한테 잔뜩 받았으니까. 친구니까 분명 용서해 줄 거지. 그렇지?」
니어데스의 눈에 요사스러운 빛이 떠오른다.
마가렛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엘리자베스는 말없이 소년을 응시했다.
「역시 엘리자베스에게는 통하지 않는 건가…. 네 마음에 빈틈은…, 지루함은 없으니까 말이야. 특별 과외 활동부의 그녀 덕분인가?」
인간이 펫을 기르는 것은 마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하여.
어딘가의 서적에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을 엘리자베스는 떠올렸다.
마가렛이 조금 전 자력으로 니어데스의 정신 지배를 벗어난 것은, 비전 퀘스트라고 하는 시련을 통해 특별 과외 활동부의 멤버들과 접하고, 지루함이라는 마음의 틈새를 다소나마 메꾸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테오도어가 펫트에게 빠졌던 이유도 이해가 갔다.
「테오도어의 지루함을 파고 들어, 당신은 정신 조작을 행했다는 겁니까. 그래서 테오도어나 마가렛과 달리 저는 당신에게 흥미를 갖지 않았던 거로군요. 저는 두 사람과 달리 확실히 충실한 시간을 보내 왔으니까.」
― 그래. 모든 것은 그녀 덕분입니다.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에게 엘리자베스가 감사의 뜻을 품는 것과 달리, 니어데스의 얼굴에 모멸의 웃음이 서린다.
「정말이지 불쾌한 존재야. 그녀도, 그 패거리도. 뉵스에게 맞서려 하다니. 분수를 모르는 데도 정도가 있지.」
「뭐라고요……?」
스륵 엘리자베스의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은 것처럼 흔들렸다.
그녀가 지금까지 해온 노력을 멸시하는 니어데스의 말을, 엘리자베스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과거 느낀 적 없는 강한 분노가, 몸 속 깊은데서 솟구친다.
부추기듯 니어데스가 코웃음쳤다.
「분수도 모른다고 말했어. 뉵스에게 맞서 싸워? 그런 짓 냅둘 수 없어. 이 엔트런스에 나타났을 때가 녀석들의 최후야.」
뭉클하고 니어데스의 오른쪽 어깨가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부풀어 올랐다. 몸 이외의 다른 부분도 축축한 소리를 내며 형태를 바꾸어, 삽시간에 거대해진다.
니어데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눈이나 코의 형태가 사라졌다.
으득으득하는 소리를 내며, 얼굴이 새하얀 뼈 같은 가면으로 화한다.
챠르륵하고 몸에 두터운 강철의 사슬이 휘감기고, 두 손에 총신이 기나긴 권총이 나타났다.
올려다 봐야할 정도로 거구로 변한, 거둬 들이는 자를 닮은 모습. 그리고 그 등에는 새카맣고 거대한 두 쌍의 날개가 나있다.
몸의 크기는 엘리자베스의 3배 이상. 펼쳐진 날개 끝이 엔트런스의 높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손에 쥔 권총은 엘리자베스의 몸보다 두텁다.
그 모습은 위용있고 이상했다. 쉐도우 같은 불길함은 없다.
니어데스의 거구는 장엄하고 신성하기까지 했다.
가면에서 소년 그대로의, 하지만 불분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전에……, 엘리자베스. 너를 쓰러트릴 필요가 있을 것 같네.」
「기우로군요. 저도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분노로 불타는 금색 눈으로 엘리자베스는 니어데스를 올려다 보며, 한쪽 손을 마가렛을 향해 뻗었다.
「몇 번 포치일 때 접촉한 당신은, 저것에게 뭔가 정신 지배를 당할 요소가 심겨져 있을지 모릅니다. 여기는 제가 맡을테니, 테오를 부탁드립니다.」
못마땅한 얼굴로 마가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반드시 싸우러 돌아올테니까, 지금만큼은 잠시 시간을 줘.」
마가렛이 엔트런스 중앙의 계단을 향해 뛰어간다.
「못 가.」
니어데스가 마가렛의 등을 향해 총 하나를 겨누었다.
형태는 권총이지만, 크기는 이미 대포다. 그 위력은 상상할 필요조차 없다.
「쏘게 할 수 없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탁하고 마루를 받차, 도약했다. 공중에서, 걷어 올리듯이 페르소나 전서로 총을 후려쳐 올렸다.
위쪽으로 튀어 오른 총구가 불을 뿜었다.
총에서 쏘아져 나온 것은 총탄이 아니라 화염계의 마력이다.
강렬한 불덩어리가 공중에서 작렬했다. 열파와 폭풍과 충격파가 원을 그리며 퍼진다.
폭염이 공중에 있던 엘리자베스를 덥친다.
어찌 버텨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엘리자베스는 폭풍에 휘말린 나뭇가지 마냥 쳐날아가, 보통이 아닌 기세로 벽에 부딪쳤다. 그대로, 스륵 벽을 타고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다.
욱하고 엘리자베스의 입술에서 고통의 신음이 새어나왔다.
일어서려고 했으나 데미지 때문에 무릎이 떨려서, 벽에 등을 맡기고 주저 앉아 버렸다.
「마하라기다인과는 격이 다른 위력이라니……. 예상을 다소 많이 웃도는 군요.」
직격은 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몸속으로 스며든 열기 때문에 안까지 타버릴 정도로 뜨거워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먼저 죽고 싶은 모양이네, 엘리자베스.」
니어데스가 좌우의 총을 엘리자베스를 향해 겨누었다. 2자루의 총에 마력의 고양을 느낀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엘리자베스는 니어데스의 날개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계단 층계참에 쓰러져 있는 테오도어의 곁에, 마가렛이 도달했다.
― 조금만 더 시간을 벌면, 형세를 뒤집을 수 있을 터.
엘리자베스는 폐에 자욱한 열기를 토해내듯, 소리 높였다.
「<잭 프로스트>!!」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의 이름을 외침과 동시에, 페르소나 전서에서 페르소나 카드를 출현시켰다. 그리고 바로 소환했다.
눈사람의 형태를 한 서리의 정령의 페르소나. 잭 프로스트가 엘리자베스의 앞에 나타나, 빙결계 고위 마법 <마하부흐다인>을 행사했다.
끼끼깅하고 딱딱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무수한 얼음 결정이 뻗어져 나와, 두터운 벽을 만든다.
엘리자베스는 빙결의 힘을 공격이 아닌 방어에 쓴 것이다.
「그런 것 쯤!!」
니어데스의 두 자루 총이 동시에 불덩어리를 내쏜다. 순식간에 얼음의 벽은 깨지고, 불덩어리가 작렬한다.
잭 프로스트가 엘리자베스를 등 뒤로 감쌌다.
페르소나는 명령 하나에 따라 힘을 행사한 다음, 페르소나 사용자의 혼으로 돌아간다.
그 법칙에 저항해, 마법의 힘을 사용한 다음에도 잭 프로스트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자력으로 존재를 유지한 것이다.
「히호!!」
비명을 지르며 잭 프로스트가 폭염에 집어 삼켜져 증발했다.
화륵하고 한층 더 격하게 불꽃이 날뛰더니, 사라졌다. 피부를 태울 듯한 열기만이 남는다.
「잘도, 저의 잭 프로스트를……!!
엘리자베스는 떨리는 무릎을 기합으로 진정시키고, 몸을 일으켰다.
표정이 없을 니어데스의 가면이 조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페르소나 같은 건 부르면 또 나타날 텐데, 뭘 화내는 거야? 게다가 그런 피라미 페르소나, 영원히 소멸했대도 아무 느낌 없지 않아?」
일방적으로 단정 짓는 듯한 고압적인 말투로, 니어데스가 말했다.
「잭 프로스트는 제가 마음에 들어하던 페르소나입니다. 게임 센터에서만 입수할 수 있는 잭 프로스트 인형을 감상용, 보존용, 포교용으로 세 개씩 구비하고 있을 정도였는데.」
「이상한 취미네. 그런 것보다 쉐도우 였을 때의 내가 훨씬 더 귀여웠는데.」
「잠꼬대는 꿈나라에서 하라, 는 겁니다!!」
「정말이지 말로는 지지를 않네.」
철컥 니어데스가 다시 엘리자베스를 향해 총을 들이밀었다.
잭 프로스트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다소 회복한 엘리자베스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옆으로 뛰었다.
발치게 바닥에 닿기 전에 페르소나 전서를 펼쳐, 페르소나 카드를 꺼낸다.
「덱 오픈! 드로, 페르소나 카드!!」
잔꾀가 통할 상대가 아니다. 자신의 전력을 쏟아 부을 뿐이다.
엘리자베스가 선택한 것은 현재 최강의 한 수, 마사카도의 페르소나 카드.
바닥에 내려선 엘리자베스가 바로 마사카도를 소환한다.
마사카도가 힘을 발하자, 니어데스의 머리 위로 황금의 광구가 발생했다.
「그런 거, 나도 쓸 수 있어.」
니어데스가 한쪽 총을 머리 위로 쳐들고서, 방아쇠를 당겼다.
굉음과 함께 발사된 것은 황금의 광구.
두 개의 황금의 광구가 빛을 더한다. 메기도라온의 발동 카운트 다운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태연했다.
「딱히 놀랍진 않습니다. 타인의 모습을 훔치는 당신이니까, 흉내는 특기겠지요.」
「위력은 누가 더 위일까!?」
의기양양한 니어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2개의 메기도라온이 발동했다.
서로 부딪치는 황금의 불꽃이 소용돌이를 치며, 엔트런스에 휘몰아친친다.
윽하고 엘리자베스는 분한 나머지 이를 악물었다.
엘리자베스의 메기도라온이, 니어데스의 메기도라온에게 밀리고 있다.
미약하지만 니어데스의 메기도라온의 위력이 더 위인 것이다.
힘을 관장하는 자가, 같은 마법의 위력에서 진다.
처음 맛보는 경험이며, 그리고 최악의 굴욕이었다.
― 그녀처럼, 자기 연마를 통해 얻은 힘이 아니라.
― 쉐도우나 테오한테서 빼앗기만 한 힘으로.
「저를 깔보려 하다니, 신이 용납해도 이 엘리자베스가 용납지 않겠습니다!」
새된 기합과 함께, 마법에 좀 더 정신력을 솓아 붓는다.
화르륵하고 황금의 불꽃이 기세를 더해, 니어데스의 메기도라온을 역으로 짓눌렀다.
「이럴수가!?」
니어데스가 동요의 외침을 흘렸다. 하지만 힘을 관장하는 자에게 있어선 이것이 당연하다.
이대로 단 번에 밀어 붙이기 위해, 한층 더 마법에 정신력을 쏟아 붓던 그때였다.
「가벼운 농담이었어. 너희들 힘을 관장하는 자는 어떤 의미로 단순하니까 고맙단 말이지.」
니어데스가 여유로운 어조로 고하며, 두 자루의 총 중 하나를 엘리자베스를 향해 던졌다.
마법에 집중하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배에, 거대한 총신이 메다꽂힌다.
으드득 늑골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며, 엘리자베스는 커헉하고 피를 토했다.
그 데미지로 정신 집중이 흐트러진다. 제어를 잃은 메기도라온이 순간 폭주하듯 위력을 늘리더니, 이내 소멸했다.
니어데스의 메기도라온이 엘리자베스를 집어 삼킨다.
황금의 불꽃의 탁류가 엘리자베스의 몸을 벽으로 내동댕이친다. 작열과 중압이 전신을 엄습한다.
그 위력은 자신이 발한 메기도라온과 동등 하거나 그 이상.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의식이 사라지고, 깨달을 틈도 없이 몸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릴 것 같다.
― 앞으로는 가급적 테오한테 메기도라온을 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 아무래도 조금 불쌍해지는 군요.
메기도라온을 직격당한 엘리자베스는, 남일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테오! 일어나!!」
마가렛의 질타에, 타르타로스 미궁 문 앞 층계참에 쓰러져 있던 테오도어는 의식을 되찾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하던 순간, 테오도어는 떠올렸다.
타르타로스 안에서 포치가 등뒤에서 습격해와, 뿌리째로 힘을 빼앗긴 것을.
마가렛은 테오도어가 일어나는 것을 돕지 않는다.
펫츼 모략에 넘어간 멍청히 주인이어도, 테오도어는 힘을 관장하는 자.
누군가의 어깨를 빌린는 것은 바라지 않겠지.
「바보 같은 나……. 멍청한 데도 정도가 있지…….」
테오도어는 자신을 욕하며 엎어진 상태로 팔을 짚고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 순간. 엔트런스에서 엘리자베스와 니어데스의 메기도라온이 격돌했다.
마력의 여파가 계단 위의 층계참까지 덥쳐 왔다.
그에 튕겨 갈 뻔 하면서도, 테오도어는 일어섰다.
소용돌이치는 황금의 불꽃의 빛을 받으며, 테오도어는 마가렛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모든 건 제…….」
짜악하고 마가렛이 테오도어의 뺨을 갈겼다.
「사과 같은 건 필요 없어. 모든 건 힘으로 표하도록 해.」
「힘으로…?」
「그래. 자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어. 잘 들어, 테오.」
마가렛이 짧게, 지금부터 행할 책략을 테오도어에게 설명한 직후.
엘리자베스가 니어데스의 총을 맞아, 메기도라온의 불꽃에 직격 당해 벽까지 튕겨져 날아갔다.
그 모습을 마가렛과 테오도어가 직시했다.
「알겠지, 테오? 실패하면 모든 게 끝이야.」
「알고 있습니다. 이 몸에 남은 얼마 안되는 힘, 전부를 여기에 쏟아 붇겠습니다.」
테오도어는 페르소나 전서를 들지 않은 손을 꽈악 움켜 쥐었다.
뇌리에는 포치를 귀여워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 설마. 이용당하고 있었을 줄이야.
믿고 싶지 않으나, 포치가 자신을 습격한 것도, 지금 엘리자베스가 궁지에 몰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뇌리에 떠오른 포치의 천진한 모습을 털어내듯이, 테오도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적어도―…. 주인으로써 제가 없애 드리겠습니다.」
마가렛이 페르소나 전서를 든다.
「감상에 젖을 여유 없어. 테오, 자아. 준비해.」
「알겠습니다.」
테오도어는 마가렛에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며,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우우웅하고 충격파를 발하며 메기도라온의 불꽃이 확산되어 사라진다.
니어데스가 몸에 얽혀 있던 사슬 하나를 손에 쥐고 잡아당긴다.
그 사슬 끝은, 엘리자베스를 후려갈긴 총의 그립과 연결되어 있다.
촤르륵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총이 니어데스의 손으로 돌아간다.
총의 그립을 다시 움켜쥐며, 니어데스가 감탄한 듯한 어조로 묻는다.
「헤에. 과연. 지금 걸로 몸이 산산조각 나지 않는 구나?」
「당연합니다.」
엘리자베스가 받은 데미지는 무겁다. 간신히 서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것을 들키는 것은 전술 상으로도 좋지 않고, 뭣보다 프라이드가 용납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며, 스커트의 포켓에서 손수건을 꺼내 피로 더럽혀진 입가를 닦았다.
손수건을 꼼꼼히 개어 주머니에 다시 넣고서, 다시 재차 니어데스를 쏘아본다.
「인정하지요……. 당신은 맘에 들지 않는 쓰레기이긴 하지만, 강함만은 진짜인 듯합니다. 그 힘 역시 제 어리석은 동생한테 빼앗은 것이 태반이겠지만요.」
니어데스의 전신에서 분노의 기척이 스며나온다.
「정말로 시건방진 입이구나, 엘리자베스는. 슬슬 죽을래?」
「글쎄요. 죽는 것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 아닐까요?」
히죽 엘리자베스는 입술 끝을 들어 올려,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 시간은 충분히 벌어 드렸습니다.
「두 사람 다! 저는 상관 말고, 힘을 쓰시는 겁니다!!」
「설마!!」
니어데스가 거구를 흔들며 뒤돌아본다.
타르타로스 미궁의, 문 앞.
테오도어와 마가렛이 제각기 페르소나 전서를 펼치고 서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 앞에, 한 장 씩 페르소나 카드가 떠올라 있다.
빙글빙글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페르소나 카드의 도안이 엘리자베스에게도 보였다.
「과연 제 언니입니다.」
테오도어는 사탄의 페르소나 카드를, 그리고 마가렛은 방금 전과 같이 루시퍼의 페르소나 카드를 불러냈다.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니어데스를 혼자 붙잡고 있던 엘리자베스의 의도를 마가렛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니어데스에게 고한다.
「그 몸으로는 그림자 속으로 숨어 드는 것도 무리겠지요. 직격으로 먹도록 하세요. 얼간이.」
「조그만 존재 주제에, 잘도 그딴 소릴!」
니어데스의 고압적인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동요가 있었다.
후흥하고 엘리자베스는 코웃음쳤다.
― 문제는 제가 저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까, 입니다만.
― 그런 걸 신경 써서는 니어데스를 쓰러트릴 수 없습니다.
꾸욱, 하고 엘리자베스는 데미지가 남아있는 전신에 힘을 실었다.
힘을 관장하는 자의 긍지에 걸고, 지금부터 덥쳐온 파멸의 빛을 버텨내 보인다.
그렇게 각오를 굳힌 엘리자베스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자신과 싸웠을 때의,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의 눈동자였다.
― 지금의 저는 분명, 그 때의 그녀와 같은 눈을 하고 있겠지요.
「자아, 사양 마시길!!」
엘리자베스는 외쳤다.
마가렛과 테오도어가 제각기 페르소나를 소환한다.
사탄과 루시퍼의 페르소나 카드가 동시에 깨지고, 빛으로 화한다.
「엘리자베스! 쓰러지면 안돼!!」
「누님! 버텨 주십시오!!」
마가렛과 테오도어의 목소리가 겹쳐지고, 그리고 믹스 퍼레이드 <하르마게돈>이 발동한다.
다시 작열과 섬광의 포학이 타르타로스 엔트런스를 가득 채웠다.
― 그럴수가.
엘리자베스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눈 앞에 거대한 칠흑의 고치 같은 것이 웅크리고 있다.
꿈틀하고 고치 표면이 준동했다. 물결처럼 떨리는 그것은 검은 날개였다.
날개 틈새로 공기를 가르며 검은 촉수가 무수히 뻗어져 나와, 엘리자베스의 전신을 옭아매었다.
「이건―!! 놓으세요!!」
엘리자베스는 몸을 뒤틀었으나, 끈적이는 촉수는 풀리기는커녕 더 한층 꽈악 몸을 조여들어왔다. 두 팔이 강제로 몸에 붙어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꽈악 몸을 조여 올리며, 촉수는 엘리자베스의 몸을 들어 올렸다.
스스슥 깃털들이 술렁이더니, 고치가 갈라졌다. 고치 안에서, 촤르륵 무거운 사슬 소리가 들린다.
고치의 갈라진 틈새에서 나타난 것은, 가늘게 금이 간 새하얀 가면이다.
「과연―…. 직격 당했더라면 나라도 소멸했겠지.」
니어데스가 자신의 날개를 휘감아 하르마게돈의 위력을 버틴 듯 했다.
「이 날개는 짧은 시간이라면 온갖 공격을 반사해. 이게 없었더라면 아무리 나라도 맥없이 당했겠지. 지금의 공격에는 나라도 좀 놀랐어.」
엘리자베스는 하르마게돈에 노출 되었을 자신의 몸이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얄꿏게도, 방어 태세를 취한 니어데스가 벽이 된 것이다.
날개를 다시 펼친 니어데스의 검은 몸에서, 점액의 촉수가 자라나 있다.
촉수에 의해 허공에 매달린 엘리자베스의 눈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테오도어와 마가렛의 모습이 비쳤다.
두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니어데스의 날개에 반사된 하르마게돈에 당한 모양이다.
반사라면 직격보다 위력이 분산 되었겠지만, 하르마게돈은 엘리자베스가 과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데미지를 주는 마법이다.
마가렛도 테오도어도, 바로는 전선에 복귀할 수 없다.
니어데스도 데미지는 무거운 모양이다. 새하얀 가면에서 드문드문 자잔한 파편이 떨어진다.
「꽤나 힘이 깍여 나갔어…. 보충하도록 할게, 엘리자베스. 네 힘으로.」
물커덩하고 니어데스의 몸이 일그러졌다. 인간의 형태를 취한 채로, 몸이 점액화한 모양이다.
실체화 한 어둠. 바닥 모를 칠흑으로 엘리자베스가 끌려 들어간다.
「영광으로 생각해. 죽음에 가까운 자인 나 역시, 뉵스의 일부. 너는 뉵스의 강림보다도 한발 앞서, 영원한 멸망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거니까. 평안한 죽음을 줄게, 바로.」
― 먹힌다?!
「사양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손에서 놓지 않고 들고 있던 페르소나 전서에 의식을 집중했다. 두 손을 쓸 수 없어도 사념으로 페이지를 펼칠 수 있다.
니어데스가 약화 된 지금, 이 거리에서 메기도라온을 먹인 다면 니어데스를 쓰러트릴 수 있을 터.
그렇게 믿고 엘리자베스는 마사카도의 페르소나 카드를 소환하려 했다.
「그렇겐 못해.」
새로운 촉수가 니어데스의 몸에서 뻗어져 나와, 페르소나 전서를 휘감았다.
펼쳐지려 했던 페르소나 전서가 강제로 닫힌다.
그리고는 엘리자베스에서 빼앗듯이, 페르소나 전서를 잡아 당긴다.
― 놓칠 수 없습니다.
필사적으로 페르소나 전서를 쥔 손에 힘을 넣은 엘리자베스의 다리가, 찌꺽하고 니어데스의 몸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히잇!」
오싹하고 허벅지를 핥는 공포에, 무심코 엘리자베스는 짧게 비명을 질렀다.
엘리자베스의 의식, 페르소나 전서를 쥔손을 조금 떠났다.
그 순간의 틈을 타고, 촉수가 페르소나 전서를 앗아갔다.
「이런…」
놀라 당황의 소리를 채 다 내뱉기도 전에, 니어데스의 몸 속으로 전신이 끌려 들어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상하좌우도 넓이도, 온도 조차도 알 수 없는 완전한 어둠에, 엘리자베스의 모든 감각이 폐쇄된다.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그 실감조차도 불명확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몸과 어둠의 경계선이 소실되어 가는 기묘한 상실감 뿐.
니어데스에게 흡수 된지 얼마만한 시간이 지났는지조차 모르겠다.
몇 초인가. 그도 아니면 몇 시간인가.
모든 것이 흐릿해진다.
어둠에 좀먹히고 있는 탓일까, 기이하게도 나른하고 졸립다.
― 이것이 죽음이라는 걸까요.
머지 않아, 엘리자베스라고 하는 자아는 소실된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엘리자베스는 이해하고 말았다.
절망은 없다. 그저 후회가, 사라져 가는 의식을 가득 메울 뿐.
― 그녀의 길을 가로 막는 것은, 제가 제거하겠다고 맹세했는데.
― 그런 보잘 것 없는 일조차, 해드릴 수 없다니.
― 뭐가, 힘을 관장하는 자 입니까.
(포기 하지 마.)
소리가 없을 어둠의 세계에서, 엘리자베스는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인 그녀의 그런 목소리를 들은 기분이 들었다.
(봐. 저기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다고 생각한 엘리자베스의 손에, 뭔가가 닿았다.
손이라고 하는 인식, 손끝의 감촉. 어둠 속에 집어 삼켜져 처음 얻은, 확실한 실감.
손에 닿은 것을 엘리자베스는 더듬었다.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얇은 종이조각 같은 것이었다.
― 이것은.
섬광이 번뜩인 것처럼, 의식이 선명해진다.
― 제 페르소나 카드!!
포치에게 먹힌, 픽시의 페르소나 카드가 거기에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테오도어의 말을 떠올렸다.
― 머잖아 토해낼 테니까, 그걸 기다려 주세요!
페르소나 카드는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
포치가 페르소나 카드를 포해내지 않았던 것은, 그저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페르소나 카드가 있는 것은 흔들림 없는 현실이다.
― 이것만 있으면.
엘리자베스는 희망을 발견했다.
어둠 속에 니어데스의 의기양양한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이제 곧 쉐도 타임이 찾아 올 거야, 엘리자베스. 이대로 네 의식은 지우지 않고, 특등석에서 네 친구가 절망에 빠져 죽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줄게.」
「사양하겠습니다.」
소리 높여,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카드를 쥐었다.
그 손끝에서, 어둠에 동화되어가고 있던 몸이 감각을 되찾아 간다.
엘리자베스는 빛을 띈 페르소나 카드를 머리 위로 쳐들었다.
「그건, 설마―….」
니어데스의 목소리가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떨렸다.
후, 하고 엘리자베스는 입가에 미소를 띠어 보였다.
「그래요. 당신이 천박하게 집어 삼킨, 제 페르소나 카드입니다.」
니어데스가 엘리자베스의 의도를 읽은 듯했다. 목소리가 동요가 더해진다.
「그만 둬. 그런 짓 해봤자, 허, 헛수고야! 내 날개는…….」
흐흥, 하고 엘리자베스는 짐짓 코웃음 쳤다.
「공격을 반사하는 날개말입니까. 공교롭게도 제 눈에는 지금, 그런 것 따위 보이지 않습니다.」
부들하고 주위에서 어둠이 떨렸다.
전해져온 감정은 두려움.
오싹하고 엘리자베스의 등줄기가 환희로 떨렸다.
「단순한 펫으로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사, 살려……」
니어데스의 애원하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카드를 놓고, 손가락으로 튕겼다.
어둠 속에서, 픽시의 페르소나 카드가 빙빙 회전하면서 빛을 뿌리고, 그리고 깨져 섬광으로 화한다.
작은 요정이 출현하자, 엘리자베스는 고했다.
「사라지세요. 분수도 모르는 애완 쉐도우.」
만능 속성의 최대 위력의 공격 마법, 메기도라온이 발동한다.
엘리자베스를 감싼 모든 어둠이, 금색의 불꽃에 불타 사라졌다.
툭하고 엘리자베스는 발치에 딱딱한 것이 닿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내려섰다. 그렇게 인식하고 시선을 발치로 떨군다.
거기에 니어데스의 촉수에게 빼앗겼던 페르소나 전서가 떨어져 있었다.
페르소나 전서를 주워 들며 적의 모습을 찾는다. 적의를 지닌 것은, 더 이상 없었다.
체내에서 메기도라온을 먹은 니어데스는 완전히 폭사한 모양이다.
검은 점액이 엔트런스 여기어기에 눌러 붙어 있고, 깨어진 사슬의 파편이나 총의 잔해가 바닥에 흩어져 있다.
점액도 파편도 드라이아이스가 기화되어 가듯이 가는 연기를 피우며 소멸한다.
「재차 잔해를 불태울 필요도 없었던 모양이로군요.」
엘리자베스는 다시 한 번, 픽시를 소환했다. 데미지를 완전히 치료하는 <메디아라한> 마법을 사용했다.
픽시가 발하는 빛이 엘리자베스의 상처를 치유한다. 부러진 늑골의 고통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심한 피로감 뿐.
후우하고 숨을 내쉬고, 엘리자베스는 새삼 주위를 둘러 보았다. 거듭된 격투에도 불구하고,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의 구조물에 눈에 띄는 피해는 없었다.
특별 과외 활동부를 요격하려 했던 니어데스의 흔적도 이제 곧 사라진다.
이렇다면 나중에 찾아올 특별 과외 활동부에게도 괜한 불안을 주지 않겠지.
그렇게 판단한 엘리자베스는 열려 있는 모나드의 문을 닫으러 갔다.
손을 댄 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낸다. 문의 움직임이 둔하다.
「어라. 아무래도 전투의 여파로 뒤틀린 모양입니다.」
힘껏 문을 닫으려 하던 엘리자베스의 시선 끝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잽싸게 스쳐 지나갔다.
미끄러지듯 바닥 위를 달려, 닫히는 도중인 문 틈새를 통해 모나드로 기어 들어 가려 하던 그것을, 엘리자베스는 아무렇게나 밟아 뭉갰다.
파직, 질퍽하고 얇은 얼음이 낀 물웅덩이를 밟은 듯한 감촉이 나자, 엘리자베스는 다리를 치워 무엇을 짓뭉갰는지를 확인했다.
「어머. 실로 끈질기군요. 그 집념에는 감탄이 나옵니다.」
주륵 바닥으로 번진 검은 점액과, 뼈처럼 새하얀 작은 파편이 거기에 있었다.
테오도어가 주웠던 당초의 크기로 돌아가버린, 니어데스의 가면의 말로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데스의 파편은 사라진 것이다.
「누님. 끝난 겁니까?」
모나드의 문을 닫은 엘리자베스는, 테오도어의 목소리를 등 뒤로 들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에. 지금 막.」
비틀거리면서도 테오도어가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약간 뒤를 따라오는 마가렛의 발걸음은 확실했다. 니어데스에게 힘을 빼앗긴 테오도어와는 달리, 마가렛의 데미지는 적은 모양이다.
엘리자베스는 마가렛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잘도 제 의도를 이해해 주셨습니다. 마력에 직격 당한 듯 했습니다만, 괜찮으십니까?」
「그래. 문제 없어. 잠시 정신을 잃은 것뿐.」
엘리자베스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하십니까. 덕분에 방해자를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염려 없이 특별 과외 활동부의 내방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감사 같은 거 필요 없어. 오히려 나는 내 자신이 한심해. 사탄과 루시퍼의 복합기로 적을 매장하지 못했다니…. 아직 한참이네. 한층 더 힘을 연마하지 않으면.」
「터프하시군요.」
테오도어가 감탄한 듯 말하며, 힘 빠진 미소를 지었다.
「저는 당분간 느긋이 지내고픈 기분입니다. 포치에게 정신력을 뿌리째 빨려 버렸고요.」
움찔하고 마가렛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야? 테오. 넌 지금부터 내 전투훈련 상대를 해야지.」
「에?」
테오도어의 뺨이 경련했다.
「지금부터…… 말입니까? 저는 조금 전 사탄의 소환으로 정신력이 거의 다했습니다만……. 여기선 엘리자베스 누님에게 부탁하는 게…. 그… 만족할 수 있는 훈련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물어물 거리는 테오도어의 어깨에, 마가렛이 손을 얹었다.
「엘리자베스는 벨벳룸에서 특별 과외 활동부의 멤버들이 최후의 전투를 하러 가는 것을 배웅하지 않으면 안 돼. 한가한 건 테오, 너뿐이야.」
「하, 하지만 말이죠!」
「가타부타하지 말고 비전 퀘스트의 방으로 와. 그 안이라면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바깥에 들리지 않을 테니까.」
마가렛이 테오도어의 어깨를 잡은채로 등을 돌렸다.
다짜고짜, 범죄자를 연행하는 것처럼 테오도어를 비전 퀘스트의 방으로 끌고 들어간다.
「하지만!! 잠깐 만요! 그렇게 억지로! 그, 그만 두세요. 사, 살려줘!!」
엘리자베스는 도움을 청하는 테오도어에게 다소 싸늘한 미소를 띠워 보였다.
「펫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당신에게는 딱 좋은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부디 느긋이.」
마가렛이 비전 퀘스트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테오도어를 던져 넣었다. 자신도 문을 넘고 말없이 문을 잠군다.
「그럴수가!! 잠깐만요, 누님!! 히이………!!」
테오도어의 비탄의 목소리는, 닫혀진 문 너머로 사라졌다.
후우, 하고 엘리자베스는 작게 숨을 내쉰뒤, 벨벳룸의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푸른 문의 손잡이를 쥐고서, 힐끔 엔트런스를 돌아본다.
― 아마, 저는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지 않겠지요.
그런 예감을 가슴에 품고서, 엘리자베스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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