ペルソナ3ポ-タブル ベルベットブル-
藤原健市 저 |
* 여신계열 카테고리를 좀 더 순 압축해봤습니다. 예스에서 싸게 팔길래 떨이로 구매한 P3p 소설.
엘리자베스를 위시한 힘을 관장하는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딱히 삽화는 없음.]
p3p 한지 오래 되어서 관련 표현이나 말투가 거의 생각이 안납니다. 와~. 틀리면 제보 부탁드림요~.
어슴푸레한 방에 피아노 선율과 여성의 노랫소리가 흐른다.
청자의 혼에 스며드는 듯한, 어딘지 슬픈 음악.
방에는 피아노도, 그 연주자의 모습도, 가수의 흔적조차 없다.
허나 선율과 노랫소리는 결코 끊기는 일 없이 흐른다.
보이지 않아도 방 어딘가에는 피아노가 있고, 연주자가 있고, 그리고 노래하는 자는 영원히 노래를 계속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푸른 이 기묘한 방에는 인간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벽가에는 몇 개의 문이 있으나, 테두리와 문만이 바닥에 직접 서있는 상태일 뿐, 다른 장소로 통하는 구조는 아니다.
안쪽의 금속 격자 벽을 제외하면, 방은 전부 매끄러운 진청색 벨벳으로 뒤덮여 있다.
방 중앙에는 원탁이 하나. 테이블 크로스도 푸른 벨벳이다.
그리고 앤티크한 구조의 의자가 하나.
의자에는 오랜 서양 동화속의 마녀나 지니고 있을 법한 긴 코를 지닌, 머리가 벗겨진 턱시도 차림의 노인이 앉아 있다.
의자 대각선 뒤로는 사전처럼 두터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노슬립의 푸른 원피스를 입은 1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여자가 서있다.
긴 코를 지닌 노인의 이름은 이고르.
이 벨벳룸의 주인이다.
벨벳룸. 그것은 꿈과 현실, 정신과 물질의 틈새에 있다. 여기에 모이는 자들은 전부 자신이 누구인지, 무얼 추구해야하는지, 그 대답을 찾아내야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
「오늘밤은 손님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양이로군요.」
이고르가 흘러 떨어질 것 같은 눈알을 크게 뜨고서 앞을 응시하며, 푹 쉬어 기묘하게 높은 목소리로 그리 고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주인님. 그녀는 주인님의 번들거리는 눈을 싫어하시는 걸지도 모릅니다.」
푸른 원피스 차림의 여성이 그 독특하게 억양 없는 어조로 말했다.
백은의 머리카락에 황금의 눈동자. 생기가 적게 느껴지는 새하얀 피부가 어딘지 모르게 조형물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 용모는 극히 아름답다. 다만 무표정하다.
여자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이고르를 모시는 <엘리베이터 걸>이다.
특징적인 어조는 손님으로 붐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잘 들리도록 하기 위한 것.
엘리자베스의, 듣기에 따라서는 모독으로도 느껴질 수 있는 그 말에도 이고르는 화를 내는 모양새가 없다. 종자의 무례한 말투에 익숙해져 있는 모양이다.
「내 눈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 분명 긴 코에 질리신 거겠죠, 주인님. 여기서는 일단 좀 더 코를 더 키워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도 주인님의 길고 길고 길고 기인 코를 보기 위해 벨벳룸을 찾아 보실 겁니다.」
「분명 제 코도 상관이 없을 겁니다, 엘리자베스.」
「그렇습니까.」
흥미를 잃은 듯, 엘리자베스는 대답한 다음 침묵했다. 이고르도 입을 다문다.
다시 찾아온 정숙에 피아노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런 두 사람의 등 뒤에 있는 금속 격자 벽은 지식 있는 자가 보면 상당히 구식 타입의 엘리베이터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전차 소리와도 비슷한 엘리베이터 작동음이 방을 흐르는 음악 사이로 들려온다. 금속 격자문 높은 곳에 위치한, 층을 가리키는 아날로그 시계 같은 미터 바늘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있다.
이 벨벳룸은 끝없는 정점을 지향하며 상승을 계속하는 엘리베이터인 것이다.
그리고 벨벳룸은 이고르의 인정을 받은 특별한 자격을 지닌 자만이 손님으로서 받아들여 진다.
특별한 자격. <와일드>라고 불리는 희소한 <페르소나>의 힘이다.
페르소나란 갖가지 시련과 맞서 싸우기 위해 마음이 낳은 가면의 갑옷.
통상 <페르소나 사용자>에게는 각각 1종류의 페르소나가 깃들고, 페르소나 사용자의 뜻에 따라 신이나 악마의 모습으로 구현된다.
와일드라고 하는 특별한 힘을 지닌 페르소나 사용자만이 마음의 성장과 함께, 마치 가면을 바꿔 쓰는 것처럼 복수의 페르소나를 나눠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고르의 역할은 와일드의 능력에 눈을 뜬 페르소나 사용자가 언젠가 <생명의 해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를 돕는 것.
복수의 페르소나를 합성하여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고르의 주된 업무이다.
엘리베이터 걸인 엘리자베스는 이고르의 보조를 맡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안고 있는 서적, <페르소나 전서>가 그 증거.
손님이라 불리우는 와일드의 페르소나 사용자가 얻어온 갖가지 페르소나를 비롯해, 손님이 지금부터 얻을 가능성이 있는 페르소나까지, 온갖 종류의 페르소나가 페르소나 전서에 기록되어 있다.
엘리자베스 역시 와일드의 페르소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그들 무수한 페르소나를 다룰 수 있다.
고로 엘리자베스는 이렇게 칭해진다.
<힘을 관장하는 자>.
힘을 관장하는 자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고, 엘리자베스에게는 같은 능력을 지닌 언니와 동생이 있지만, 지금 벨벳룸에는 그들의 모습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또 사정이 달라질지도 모르나, 현재 벨벳룸이 손님으로서 맞이하는 소녀의 앞에 얼굴을 내보인 것은 이고르와 엘리자베스 뿐이다.
이고르가 손님으로써 인정한, 와일드의 능력을 지닌 그 소녀는 사립 월광관 학원 고등부 2학년 생.
초봄, 그녀가 처음 벨벳룸을 찾아오고 나서, 몇 여개의 계절이 지났다. 지금은 이미 12월. 겨울이다.
몇 번이고 벨벳룸을 방문했던 그 소녀는 아무래도 오늘은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 현실의 세계는 <쉐도 타임>이라 불리는 특수한 시간대. 쉐도 타임이란 매일밤 오전 0시에 찾아오는, 보통 인간들은 모르는 숨겨진 시간이다.
쉐도 타임에 월광관 학원 고등부 교사는 모습을 바꾸어, 이형의 탑 <타르타로스>가 출현한다. 몇백 층이 넘는 미궁으로 이루어진 타르타로스에는 <쉐도우>라고 불리는 괴이들의 소굴이다.
벨벳룸의 손님인 소녀는 페르소나 사용자 동료들과 함께 <특별 과외 활동부>에서 활동, 그 리더를 맡고 있다.
특별 과외 활동부의 목적은 쉐도 타임을 이 세계에서 없애는 것.
쉐도 타임의 상징인 타르타로스의 존재의 수수께끼를 풀어, 쉐도 타임을 없앨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념하게, 특별 과외 활동부는 계속 타르타로스 수색을 계속해 왔다.
수색 활동을 행할 때, 리더인 소녀는 타르타로스 엔트런스에 있는 문을 통해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벨벳룸을 방문한다.
벨벳룸의 문이 보이는 것은 와일드의 힘을 지닌 그녀 뿐으로, 내방 전에는 이고르도 엘리자베스도 문 너머에 인기척을 느낀다.
지금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는 것은 다른 기척. 타르타로스 밖, 어디 먼 곳에서 출현한, 기이할 정도로 강대한 힘의 파동이다.
「눈치채셨습니까, 엘리자베스.」
「물론입니다.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힘….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고르는 엘리자베스를 돌아보지도 않고, 시험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눈을 반쯤 내리 깔고서, 무표정하게 답했다.
「타르타로스에 나타나는 <데스> 속성의 <거둬 들이는 자>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으로 사료 됩니다. 거둬들이는 자가 아기 고양이라면, 이 힘은 호랑이라고 해야겠지요. 진부한 비유지만,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있지 않을까.」
거둬들이는 자는 타르타로스에 출현하는 쉐도우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
그 거둬들이는 자와 비교하는 것도 어리석을 정도로, 강대한 힘.
그런 것이 타르타로스 밖에 출현한 것이다.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명백한 이상 사태다.
「언빌리버블,입니다.」
정중한 어조로, 하지만 장난처럼 엘리자베스는 덧붙였다.
흠, 하고 이고르가 만족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그럼 하나 더 묻지요. 이 힘과 싸우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이고르의 말대로 전투 중인 다른 기척이 있다.
강대한 힘과 비교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비교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자그마한 것이다.
그 희미한 기척은 엘리자베스의 기억에 있었다.
「싸우고 있는 것은…… <팔라디온>이라고 해야할까요. 그 페르소나는.」
팔라디온. 특별 과외 활동부 멤버, 아이기스의 페르소나다.
아이기스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형태를 한 대 쉐도우 병기지만, 그런 사실은 엘리자베스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아이기스의 존재에 지금은 딱히 흥미도 없다.
「어라…….」
엘리자베스는 중얼거렸다.
데스를 닮은 힘이 폭발적으로 강대해 지더니, 팔라디온의 기척이 사라진 것이다.
잠시 뒤, 데스 속성의 쉐도우를 닮은 기척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결판이 난 모양이로군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결판이라는 단어는 부적절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왜냐면 싸우기 전부터 이리 될 것을 팔라디온의 사용자 역시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어쨌든, 이것이 시작이 되겠군요. 종언을 향한.」
「종언, 말씀이십니까.」
문득 엘리자베스는 그녀가 페르소나 전서를 안지 않은 쪽 손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엘리자베스는 평소부터 두 손에 장갑을 끼고 있다. 페르소나 전서를 옆구리에 끼고, 두 손의 장갑을 벗어 확인하자, 손바닥이 축축하게 땀에 젖어 있었다. 가슴이 고동치는 것도 느꼈다.
「왜 그러십니까, 엘리자베스.」
「저, 조금 흥분해 버린 듯합니다.」
「호오. 힘을 관장하는 자로서 지금의 힘에 감명 받은 부분이라도 있었습니까?」
「실로 흥미로운 힘이었습니다. 무례하나마 실례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를 옆구리에 낀채, 스커트의 숨겨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손수건을 챙겨 넣고 장갑을 다시 끼면서, 재차 입을 연다.
「주인님. 저는 이 흥분을 가라 앉히기 위해 <모나드>로 출타하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모나드. 타르타로스의 엔트런스를 통해 갈 수 있는, 최강 클래스의 쉐도우가 꿈틀대는 특별한 미궁.
모나드로 통하는 문은, 강한 페르소나의 힘을 지닌 자에게 밖에 보이지 않기에,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인 소녀는 아직 문을 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르다. 모나드는 이미 익숙한 장소다.
힘을 관장하는 자로써 자신이 도달해야할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힘을 연마하고자 모나드에서 쉐도우를 사냥하고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손님도 없을 것 같고, 괜찮겠지요.」
앞을 바라보며 허가를 내리는 이고르에게, 엘리자베스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럼…….」
엘리자베스가 타르타로스의 엔트런스로 통하는 문을 향해 걸음을 돌리려 하던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갑자기 인영이 나타났다.
수는 2개. 하나는 호텔의 도어맨 같은 옷을 입은 키가 큰 청년. 젊은 그 얼굴에는 아직도 풋기가 남아있다.
다른 한 사람은 묘령의 미녀. 몸에 꼭 들어맞는 슈트에 검은 스타킹, 하이힐. 민완 비서와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남자의 이름은 테오도어. 엘리자베스의 남동생.
여자의 이름은 마가렛. 엘리자베스의 언니.
테오도어도 마가렛도 평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벨벳룸의 주민이며, 힘을 관장하는 자다.
그 증거로 둘 다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페르소나 전서를 한쪽 손에 들고 있다.
「엘리자베스. 함께 해도 괜찮겠니?」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마가렛이 말했다.
「누님. 저도 동행하고 싶습니다.」
테오도어가 침착함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로 요청했다.
엘리자베스는 무표정으로 답했다.
「제가 아니라 주인님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어차피 거절해도 멋대로 따라 오는 것이 아닙니까?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스윽하고 엘리자베스는 눈을 내리깔며 이고르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고르가 거대한 눈알을 데굴 굴리며, 비로서 엘리자베스를 바라본다.
「역시 힘을 관장하는 자들에게 그 힘의 파동은 자극적이었나 보군요. 좋습니다. 다 함께 만족할 때까지 쉐도우를 사냥하고 오십시오.」
우아한 몸짓으로 마가렛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다녀 오겠습니다.」
테오도어가 배에 손을 얹고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엘리자베스는 이고르한테서 시선을 떼고서, 타르타로스로 이어진 문으로 향했다.
「그럼 정식으로. 잠시 이 자리를 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문을 열고 엘리자베스가 엔트런스로 나간다. 마가렛이 그 뒤를, 마지막으로 테오도어가 벨벳룸을 나오며 정중히 문을 닫았다.
엘리자베스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 보았다.
타르타로스의 엔트런스는 장엄한 기척으로 가득 차 있다. 신비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장소다. 플로어 중앙에 긴 계단이 있고, 그 앞에 있는 문 너머가 타르타로스의 미궁이다. 타르타로스는 거대한 탑이며, 플로어는 수백층에 이른다.
엘리자베스 일행이 향하는 곳은 거기가 아니라, 엔트런스 플로어 안쪽에 있는 거대한 문으로, <심층 모나드>라 불리는 미궁의 입구다.
엘리자베스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모나드의 문으로 향했다.
「자아. 언제나처럼 포학의 끝을 다해보도록 할까요.」
「적당히 해 주십시오, 누님.」
그렇게 말하는 테오도어. 엘리자베스는 뚝하니 멈춰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묻는다.
「그것은 어떠한 의미입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주위를 확인하지도 않고 <메기도라온>을 연발하는 난폭한 짓은 삼가셨으면 합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누님이라면 대개의 쉐도우를 일격으로 매장할 수 있잖습니까.」
테오도어가 사뭇 당연하다는 어조로 그리 고했다.
항상 난폭하게 굴고 있다는 투의 그 말에 엘리자베스의 기분은 다소 상했으나, 테오도어 본인은 무슨 실언을 했는지 눈치채지도 못한 듯 미소마저 띠고 있다.
― 귀여운 동생이 주는 모처럼의 충고니까, 여기는 참도록 하죠.
「―………………………충고,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나긴 침묵 뒤에 엘리자베스는 그리 말하고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누님이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째서일까요?」
고개를 갸웃하는 테오도어의 옆에서, 마가렛이 중얼거린다.
「이건… 피를 보겠네.」
「무슨 말씀 하셨습니까?」
「못 들었다면 됐어.」
마가렛은 조금 차가운 어조로 대꾸하고서, 엘리자베스의 등 뒤를 쫓았다.
테오도어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로 왜 저러시는 걸까……?」
테오도어의 중얼거림에 겹쳐지듯, 엘리자베스가 소리를 높였다.
「테오, 뭘 하고 있습니까?! 얼른 따라오세요!!」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테오도어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서, 누님들의 뒤를 쫓았다.
모나드도 타르타로스도 문을 넘을 때마다 층의 구조가 달라진다. 특별한 층을 제외하고, 같은 구조를 지닌 플로어는 두 번 다시 출현하지 않는다. 그것이 미궁의 미궁인 근거다.
힘 없는 인간이 길을 잃으면, 누군가가 구출하지 않는 한 그 말로는 죽음 뿐이다.
벽이 뷸규칙적으로 기울어진, 기묘한 폐쇄감을 지닌 통로는 어딘지 학교 건물을 연상시키게 했다. 조명은 없으나, 서 있는 장소 주위에만 기이하게도 희미하게 밝았다.
하지만 시야가 확보되는 것은 현 위치에서 전후로 몇 미터 정도.
앞을 봐도 뒤를 봐도, 통로 안쪽은 어둠 속에 잠겨, 보는 자의 공포를 부추긴다.
하지만 힘을 관장하는 자들에게 어둠 따윈 무의미했다.
잡담을 나누며, 쇼핑몰을 걷는 것처럼 태평한 걸음걸이로 미궁을 활보하고, 조우한 쉐도우를 내키는 대로 섬멸할 뿐이다.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몇 발짝 뒤를 테오도어가 따라간다.
「엘리자베스. 최근 무슨 일 있었어?」
「아뇨. 딱히 아무 것도. 시간의 흐름은 그저 고여 있습니다. 지루해서 그 지루함에 질려 버릴 정도로 지루합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녀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잖아? 지루하다니, 사치스럽네.」
그녀.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인 소녀를 말한다.
초봄, 처음 그녀가 벨벳룸을 찾아왔을 때, 그녀를 접대했던 이고르가 『이곳의 주민은 또 한 사람 있습니다…. 지금은 공교롭게도 자리를 비우고 있습니다만.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드리도록 하지요.』하고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그녀의 형제자매를 은밀히 말한 다음, 날을 다시 잡아 그녀에게 정식으로 이리 질문했다.
『자아, 당신에게는 어떠한 모습이 보이십니까?』
이번 손님에 대해 이고르의 보좌를 맡게 된 것은 엘리자베스나 테오도어 중의 하나로 정해져 있었다. 엘리자베스와 테오도어는 모습을 숨기고, 그녀의 감각에 선택을 맡겼던 것이다.
이고르의 물음에 그녀가 『여자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기에, 엘리자베스가 보좌역이 되었다. 만약 그녀가 남자라고 대답했더라면, 보좌역은 테오도어의 일이 되었겠지.
「그렇습니다, 누님. 지루하다니 호사입니다. 가끔 그녀와 함께 벨벳룸을 나와 “저쪽” 세계로 가고 계시지 않습니까.」
선택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앞에 얼굴조차 내밀 수 없는 테오도어가 입술을 비죽였다.
엘리자베스는 선선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것은 부수입입니다. 얼마전 이와토다이에서 한 체험은 생각만으로도 공복을 느낄 정도입니다. 아아, 그런 곳에서 그러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그런 가격으로 만끽할 수 있다니, 이와토다이. 무서운 곳…….」
「그런 요리?」
테오도어가 물었다.
「너무 맛있어서 뺨이 다 녹아 떨어질 것만 같은 요리였습니다. 한 팩에 놀랍게도 고작 400엔. 한때는 고금동서의 그것들을 전부다 매점매석하고 하고 싶을 정도로 걸작이었습니다.」
「뺨이 녹아 떨어져? 그거 큰일이네.」
그렇게 말하는 마가렛. 테오도어가 진심으로 분해한다.
「400엔으로 그러한 것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이지 부러운 데도 정도가 있습니다, 누님!」
「저를 부러워하기 보다, 손님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도록 하세요, 테오. 애당초에 그녀에게 선택을 맡긴 것은 우리의 주인님. 주인의 결정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습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
테오도오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한쪽에서 마가렛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뺨이 녹아 떨어지는 요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위험하기 짝이 없어. 그리고 그렇게 위험하기에 마음이 끌려 버리지……. 그래. 손에 넣으면 일단 테오에게 시식시켜 보는게 좋겠네. 그리고 이 눈으로 정말로 뺨이 떨어지는지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어.」
마가렛이 엘리자베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의 뺨은 붙어 있네. 떨어지지 않았어?」
「글쎄요. 잊어버렸습니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 필설하기 힘든 맛뿐입니다.」
「그래. 그럼 역시 테오로 시험해 볼 수 밖에 없겠네.」
「그래서 만약 제 뺨이 떨어져 버리면 어쩌시게요?」
그렇게 묻는 테오도어를 향해, 누나 둘이 동시에 동생을 바라본다.
「내가 오른쪽 뺨을 주워서 붙여 줄게.」
「그럼 제가 왼쪽 뺨을 주워서 테오에게 돌려 드리도록 하지요.」
「그러면 괜찮겠네요. 예의 요리를 드신 엘리자베스 누님의 뺨은 붙어 있고. 뺨이 떨어진다는 그 요리, 기대하겠습니다!」
기뻐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테오도어가 말하던 그 때였다.
엘리자베스 일행이 향하던 앞쪽에서, 힐끔 뭔가가 움직였다.
기척을 느낀 일행이 단 번에 어둠을 응시한다.
어둠 속에서 철크렁하고 메마른 금속음이 들리고, 무사차림의 인영이 2구 나타났다.
토시도 갑주도 투구도 새하얗다. 그저 얼굴만이 검푸르다.
모습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결코 인간 같은 게 아니다.
<천신의 무사>라고 불리는 고위 쉐도우다.
강렬한 참격계의 물리 공격이 특기로, 민첩한 움직임으로 대개의 공격을 회피하는 성가신 적이다.
천신의 무사는 칼을 칼집에 넣은 채, 자주 쓰는 손을 손잡이에 얹고 있다. 발도술 자세다.
살기를 두른 천신의 무사가, 발도술 자세 그대로 바닥을 박찼다.
새하얀 잔상이 어둠을 달린다. 인간으로는 눈으로 쫓는 것조차 어려운 빠르기다.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그야말로 섬광처럼 신속한 발검이 터져 나온다.
몸을 후려 치려드는 그 칼날을, 엘리자베스는 태연히 손으로 받아냈다.
그대로 엘리자베스는 칼날을 꽉 움켜쥐었다.
천신의 무사가 칼날에 힘을 실지만, 꿈쩍도 않는다.
이것이 힘을 관장하는 자와, 고위라곤 하나 통상 쉐도우와의 격의 차이다.
마가렛도 마찬가지로, 간단히 칼날을 받아 들이고 있다.
천신의 무사에게 동요가 일었다.
마가렛이 토해내듯이 말했다.
「참 얕보였네.」
「이렇게까지 쉽게 보이는 것도 오래간만입니다. 잠시 동안 모나드를 찾지 않았던 탓이 아닐까 생각되는 군요. 오늘은 철저하게 힘을 선보이고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덱 오픈.
엘리자베스가 그리 고했다.
순간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페르소나 전서가 절로 펼쳐지더니, 백금 세공이 가해진 책갈피가 끼워진 곳에서 멈춘다. 그리고 안에서 타롯 카드와 비슷한 카드가 한 장 나타나 허공에 떠올랐다.
<페르소나 카드>라고 불리는, 페르소나 종류를 선택해 소환하기 위한 아이템이다.
엘리자베스는 페르소나 전서에 기록되어 있는 각양 각색의 페르소나 중에서 선별한, 한 조의 페르소나 카드를 특히 애용하고 있었다.
<스루트>, <잭 프로스트>, <토르>, <쿠 후린>, <메타트론>, <앨리스>, <네비로스>, <마사카도>, <픽시>의 9장.
엘리자베스가 선택한 페르소나 카드에 기재되어 있는 것은 토르. 전격을 특기로 삼는 페르소나다.
엘리자베스는 칼에서 손을 때고, 눈앞에 떠오른 페르소나 카드를 튕겼다.
페르소나 카드가 회전하더니 깨져 흩어진다. 파편이 빛으로 화하고, 순간 주위를 새하얗게 물들였다.
엘리자베스의 마음의 힘이 북구 신화의 신의 이름을 지닌 자의 모습으로 구현화 된다.
천신의 무사들이 물러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새하얀 망토를 두른 대장부가 쉐도우 들의 위에 출현해 있다.
페르소나 토르. 한손에 쳐든 철퇴의 이름은 <묠니르>. 북구 신화 최강이라 칭송받는 파괴의 망치다.
「분수를 아시는 게 좋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말과 동시에 토르가 철퇴를 휘둘렀다.
순간 천신의 무사들을 향해 전격이 내리 꽂힌다. 그야말로 뇌신의 일격이다.
강렬한 방전이 공기에까지 영향을 미쳐, 오존 냄새가 발생했다.
찌릿찌릿 가는 뇌광이 잔재로서 춤추는 그 속에서,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태연히 서있다.
천신의 무사가 감전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이 쉐도우는 전격에 약하다. 토르의 모습이 허공에서 사라진다. 페르소나의 행동은 한 턴에 한 번. 페르소나 사용자의 혼에서 나와 명령을 따른 페르소나는 다시 페르소나 사용자의 혼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탁하고 페르소나 전서를 닫고서, 매도의 눈빛으로 천신의 무사들을 내려다보았다.
「꼴사나운 모습이로군요.」
「숨통을 끊어 줄게.」
마가렛이 자신의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엘리자베스 때와는 달리, 복수의 페르소나 카드가 페르소나 전서에서 출현한다.
허공에 떠오른 페르소나 카드의 무리에서, 마가렛은 카드를 한 장 골랐다.
기재되어 있는 페르소나는 <요시츠네>. 그 페르소나 카드가 깨져 빛으로 변한다.
마가렛의 혼의 힘이, 헤이케를 멸망케한 겐지의 무사의 이름을 지닌 페르소나로 나타났다.
천신의 무사와 마찬가지로 갑옷 무사의 모습이다. 장비는 붉고, 두 손에 일본도를 쥐고 있다.
「해치우세요.」
마가렛의 명령으로 요시츠네가 좌우의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극이 여덟 개의 붉은 칼날이 되어 허공을 가른다.
2구의 천신의 무사는, 순식간에 팔연속의 참격을 받는다.
팔이, 다리가, 목이 허공으로 갈라져 튄다. 다시 공중에서 자잘하게 절단되어 간다. 물리 공격을 특기로 삼는 천신의 무사는 물리 공격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굴욕적인 말로를 맞이하였다.
잘게 썰린 천신의 무사의 육편이 공기에 녹듯이 어림풋한 빛을 발하며 소멸한다.
「훌륭합니다, 누님들. 과연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테오도어는 페르소나 전서를 옆에 끼고서 박수를 쳤다.
마가렛이 말없이 페르소나 전설을 닫았다. 동생한테는 대꾸조차 없다.
엘리자베스가 등 뒤의 동생을 바라보지조차 않고 고한다.
「이 동생은 뭘 갑자기 간살을 부리는 걸까요. 뭔가 켕기는 일이라도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여기가 참극의 장으로 화할지도 모릅니다. 저, 자신을 억누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만.」
「무슨…. 간살이라뇨! 이것은 진심어린 찬사입니다, 누님!」
테오도어가 가볍게 당황하며 반론했다. 후, 하고 마가렛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진심어린 찬사치고는 정말로 싸구려 말이네. 조금만 더 단어라는 걸 배우도록 하렴, 테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의기소침한 테오도어한테서 시선을 떼고, 엘리자베스가 앞으로 나아간다.
「실로 한숨만 나오는 군요. 이 짜증도 전부 쉐도우로 해소하도록 하지요.」
심층 모나드는 전부 10층으로 이루어진 미궁이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선 계단을 사용한다. 윗층으로 이동하면 아래층 계단은 사라지기 때문에, 타르타로스의 엔트런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상층의 전이장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최상층은 넓은 플로어에 전송 장치만 있고, 쉐도우는 없다. 돌아갈 때만 가는 장소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돌아갈 필요가 없어, 엘리자베스 일행은 9층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쉐도우를 먼지로 돌려 보냈는지, 엘리자베스 일행으로써도 모르겠다.
어쨌든 충분하리만큼 쉐도우를 사냥했다.
얼마만큼 사냥하든, 쉐도우는 결코 절멸하지 않는다. 설령 주위에서 쉐도우의 기척이 사라져도, 잠시 미궁을 돌아다니면 바로 쉐도우를 발견할 수 있다.
쉐도우의 정체는 인간의 영혼, 그 어두운 부분.
고로 인간이 절멸하지 않는 한, 쉐도우 역시 절멸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쉐도 타임과 타르타로스, 쉐도우를 세계에서 없애려 하고 있는 특별 과외 활동부가 그 어떤 수단으로 목적을 이루려 하는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그것은 절망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로, 어떠한 대답에 도달하는 걸까요. 그녀는.
엘리자베스의 뇌리로 명랑하게 웃는 밤색 머리칼의 소녀가 떠올랐다.
붉은색을 띤 그녀의 눈동자는 희망의 빛으로 가득차 있다.
문득 생각한다. 그 눈동자가 절망으로 흐려지는 것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
「무얼 감상적이 되어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무표정한 얼굴로 엘리자베스는 중얼거렸다.
테오도어가 그 말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감상적이십니까, 누님?」
「메기도라온입니다…….」
엘리자베스는 거의 불의불식간에 페르소나를 소환해 힘을 방출했다.
소환된 것은 픽시.
곤충 같은 날개를 지닌, 여자 요정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다.
픽시의 작은 몸이 빙글 허공에서 춤춘다.
사랑스러운 동작은 상상조차 가지 않는 흉악한 힘이, 테도오어의 머리 위에서 발생했다.
금색의 커다란 불꽃. 그것이 터지더니, 압력을 동반한 황금의 불꽃이 바로 아래로 쏟아진다.
「누님,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하는 테오도어의 비명이 금색으로 빛나는 불꽃의 방류에 집어 삼켜진다.
만능 속성의 공격 마법 <메기도> 계열의 최상위 마법, 메기도라온이다.
엘리자베스는 지금 사용한 픽시 말고도 마사카도라고 하는 페르소나로 메기도라온을 사용할 수 있고, 그 위력은 특별히 강력하다.
오랜 기간 동안 플로어에 머무르면 출현하는, 사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강함을 지닌 데스 속성의 “거둬 들이는 자”조차도 1격으로 장사 보내는, 상궤를 초월한 위력이다.
황금의 불꽃이 사라진 흔적에, 적당히 그을린 테오도어가 눈을 빙빙 굴리며 쓰러져 있었다.
테오도어도 힘을 관장하는 자다. 이 정도 갖고 궂지 않는다.
기절한 것은 어쩌다 잘못 머리를 부딪친 것뿐이겠죠. 바로 의식을 되찾을 겁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개의치 않고,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는 아이입니다.」
불현 듯 마가렛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있어, 거기에.」
「알고 있습니다.」
철그렁하는 금속 사슬 소리가, 통로 앞쪽에서 들려왔다.
어둠이 희미해지는 그 경계. 좌우의 손에 한 자루씩 총신이 긴 리볼버를 쥔, 이형의 그림자가 하나 있다.
어깨띠 같은 두터운 사슬이 얽혀 있는 폭이 긴 검은 옷. 그 금속 단추도, 뼈처럼 새하얀 가면도 검붉은 피투성이였다.
거둬들이는 자. 타르타로스나 모나드에 출현하는 쉐도우 중에서도 최강의 존재다.
다리는 바닥에 뜬 채, 그 몸이 허공에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겨우 나타나셨습니다. 몹시 기다렸습니다.」
「오래간만이네. 거둬 들이는 자를 만나는 것도.」
마가렛도 엘리자베스도 같은 레벨의 메기도라온을 쓸 수 있다.
즉 자매는 둘 중 하나라도 순식간에 적을 도살할 수 있지만, 그래서야 시시하다.
마가렛은 가학적인 어조로 고했다.
「선공은 양보할게. 자아. 조금 정도는 즐기게 해줘.」
마가렛과 엘리자베스는 전투 태세를 취하지도 않고 서있다.
거둬들이는 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한손의 총을 위로 쳐들었다.
그 행동의 의미를 엘리자베스는 알고 있다.
「어라. 느닷없이 그렇게 나오시는 겁니까.」
첫 공격치고는 과감해서 좋다고, 엘리자베스는 조금 감탄했다.
마가렛은 말없이 작게 눈을 가늘게 떴다.
테오도어는 여전히 기절해 있는 상태다.
전원, 무방비하게 거둬 들이는 자의 공격을 받는다.
거둬 들이는 자가 머리 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굉음과 함께, 천장을 향해 황금의 광구가 쏘아진다.
광구가 터지고 금색의 화염이 쏟아져 내린다.
메기도라온이다. 충격파를 발하는 금색의 불꽃이 엘리자베스 일행의 모습을 집어 삼키고, 그 생명력을 집어 삼키기 위해 날뛴다.
금색의 불꽃은 한층 크게 춤추고서, 열기만을 남기고 소멸했다.
「평범한 메기도라온은 결국 이 정도에 불과하군요.」
「실망이야.」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은 완전히 노 데미지. 다소 전신에 희미한 나른함을 느낄 뿐이다. 그것조차 기분 탓이라고 치부해도 될 레벨의 데미지다.
「이제 됐습니다. 그럼…….」
엘리자베스가 페르소나 전서를 펼치려 했던 그때였다.
「지, 지금 것은?」
테오도어의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조금 전, 거둬 들이는 자의 메기도라온의 충격으로 눈을 뜬 모양이다.
「핫?! 저것은 거둬 들이는 자!!」
테오도어가 순간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한 장의 페르소나 카드를 출현시키더니, 사용한다.
테오도어의 뜻을 눈치챈 엘리자베스와 마가렛이 서로 떨어지듯 옆으로 움직인다.
「태워 없애라!」
새빨간 옷을 입은, 천사를 닮은 페르소나. <우리엘>이 소환되었다.
대천사와 같은 이름의 페르소나가, 새하얀 날개를 펼치며 힘을 해방한다.
홍련의 불꽃이 마가렛과 엘리자베스 사이를 스쳐 지나가, 거둬 들이는 자를 엄습했다.
<마하라기다인>. 몇 여구의 쉐도우를 통째로 잿더미로 돌려 보내는 위력을 지닌, 극히 강력한 화염계 공격 마법이다.
거둬 들이는 자가 불꽃에 몸을 뒤튼다.
「정말로 시시하네.」
마가렛이 탄식하며 페르소나 전서를 펼쳤다. 허공에 떠오른 페르소나 카드 중에서 <로키>를 골라 소환한다,
박쥐의 날개를 지닌 남자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가 나타났다. 조금 전 엘리자베스가 소환한 토르와 마찬가지로 그 이름은 북구 신화의 신에서 유래했다.
신의 이름에 걸맞는 힘을 로키가 휘둘렀다. <니블헤임>. 빙결계 최고위 마법이 아직도 불타오르고 있는 거둬 들이는 자에게 내리 꽂힌다.
불꽃과 함께 거둬 들이는 자가 얼어 붙었다.
엘리자베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얼음 동상으로 화한 거둬 들이는 자에게 다가가, 페르소나 전서를 둔기 대신 삼아 내리쳤다.
별반 힘이 실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 타격에, 얼음 동상에 균열이 인다.
급속하게 뎁히고, 순간적으로 빙결시킨 물질은 몹시 물러진다.
그것은 쉐도우 역시 마찬가지.
거둬들이는 자는 빠칭하고 싱거이 깨지고, 얼음 파편이 되어 무너져 내린다.
파편은 삽시간에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피에 젖은 단추>가 하나, 바닥에 떨어져 있다.
쓰러트린 쉐도우는 때때로, 이렇게 신체나 장비의 일부를 남기기도 한다.
모나드의 쉐도우 중에서 아이템을 떨어트리는 것은 거둬 들이는 자 뿐이지만, 타르타로스에 가서 갖가지 쉐도우를 쓰러트리면 다채로운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엘리자베스는 친교가 있는 특별 과외 활동부의 리더에게 부탁해, 그러한 아이템들을 수집하고 있다.
피에 젖은 단추는 꽤나 레어 아이템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추를 줍는 것보다도 먼저 확인해야할 일이 있다.
「테오….」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엘리자베스가 뒤돌아 본다.
「지금의 마하라기다인. 잘하면 저까지 말려들게 하려던 거 아니셨습니까?」
움찔 테오도어의 뺨이 경련한다.
「무, 무슨 소리를, 누님. 서, 설마 그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할 리가 없지요.」
엘리자베스는 마가렛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탄 없는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진실을 아는 건 테오 뿐이야. 내 의견에 의미 따윈 없어.」
마가렛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엘리자베스는 그리 맞장구 친 다음, 테오도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역시 진실은 테오, 당신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토해내세요.」
「그, 그러니까! 당치도 않다고…….」
「메기도라온,입니다.」
그 이후 4차례 엘리자베스의 메기도라온에 쳐박힌 끝에, 테오도어는 눈물을 흘리며 자백했다.
아주 조금은 그런 생각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쉐도우를 철저히 유린한 다음, 두 자매는 모나드를 떠났다.
테오도어만이 생각하고 싶은 게 있다며 미궁에 남았다.
「정말이지…. 누님들은 숙녀로써의 소양이 부족합니다. 곤란한 일입니다.」
테오도어는 엘리자베스로부터 받은 부조리한 취급의 울분을 풀기 위해, 혼자 몇 마리나 되는 쉐도우를 쓰러트렸다. 고전하는 일은 없다.
힘을 관장하는 자로써의 실력은, 누님들과 별 다를 바 없다고 자부하는 테오도어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특별히 약하다던가, 그런 건 아닌데.」
왜 저는 누님들한테 전혀 반항할 수 없는 거지?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해봤자 모르겠다. 하아, 하고 한숨만이 나올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기소침해 집니다.」
쉐도우 토벌도 슬슬 허무해졌다.
벨벳룸으로 돌아갈까 싶어 최상층에 있는 전송 장치를 향하려 하던 테오도어의 시야 끝에, 슉하고 작은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뭐지?」
통로가 교차하는 포인트에서, 측면 막다른 길로 뭔가가 도망쳐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소형 쉐도우가 모나드에 있었던가? 테오도어는 기억을 더듬으며 막다른 길로 들어섰다.
막다른 길 벽 구석. 모퉁이 부분에 검은 뭔가가 웅크려 앉아 있다.
테오도어는 그 뭔가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쭈그렸다.
주먹만한 크기의 뭔가가 부들부들 잘게 떨고 있다. 겁먹은 모양이다.
「<마야>와 비슷한데……. 꽤나 작은 걸.」
마야는 타르타로스에 출현하는 슬라임처럼 부정형의 쉐도우가.
가장 약한 타입이 <겁쟁이 마야>. 마야 형의 최상위 종이 <희생의 마야>.
최강위 종이 되면 나름 강적이지만, 마야 형은 슬라임과 비슷한 생김 탓에 별로 강해 보이지 않아, 피라미 쉐도우라는 인상이 강하다.
테오도어는 그.것.을 한 손으로 퍼올리듯 손바닥 위에 얹었다.
그.것이 떨리는 감촉이, 부들부들 손바닥을 타고 전해져와서, 무심코 뺨이 느슨해진다.
「귀여울지도 모르겠네요. 이것은. 괜찮습니다. 무서운 일은 없을 겁니다.」
적의를 드러내며 덥쳐오는 쉐도우와는 뭔가 다르다. 테오도어는 그리 느꼈다.
그.것이 꾸물꾸물 움직여 테오도어의 손바닥 위에서 방향을 틀었다.
엄지 손가락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새하얀 가면이 테오도어를 올려다 보았다. 놀란 듯한 모양이다.
가면은 쉐도우의 증거. 역시 이 작은 존재도 쉐도우인 모양이다. 검은 콜타르 같은 점액질의 몸에, 여성의 목걸이를 닮은 가는 사슬이 얽매여 있다.
쭈욱하고 그.것.이 가면이 붙은 목을 뻗자, 찰랑하고 사슬이 흔들렸다.
테오도어는 비어 있는 다른 한쪽 손의 검지를, 그것의 가면에 가져갔다.
그것은 일순 움찔하고 목을 집어 넣었으나, 오들오들 테오도어의 손가락에 가면을 갖다댄다. 강아지가 냄새를 맡는 듯한 동작으로 손끝을 확인한다.
귀엽다.
테오도어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동시에, 이런 나약한 존재가 이 모나드에 살아 있는 것이 걱정스러워졌다.
발견 했을 때의 그 겁에 질린 모습을 보아, 강한 쉐도우에게 들키면 바로 명운이 다하겠지.
테오도어는 쓰러트렸던 “거둬 들이는 자의 단추를 주웠던 것을 떠올렸다.
「그렇지. 그 사슬에 이걸 달아 드리죠. 여기에는 강력한 쉐도우의 기척이 남아 있으니까. 보통 쉐도우가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요는 고양이 방울 같은 것…. 뭔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던 피에 젖은 단추를 꺼냈다.
그걸 어떻게 사슬에 걸어 줄지 생각할 때, 쭈욱 그것이 몸의 일부를 촉수처럼 뻗어, 테오도어가 쥐고 있던 단추를 빼앗아갔다.
「에?」
테오도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이 단추를 그대로 몸 속으로 집어 삼킨 것이다.
푸들하고 그것이 크게 떨리더니, 뭉클하고 작게 부풀었다.
「혹시…… 지금의 단추를 먹어 버린건가…? 쉐도우가 뭘 먹는지 신기하긴 했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다른 쉐도우의 파편을 먹을 수도 있는 거군요.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호기심을 채워 기분이 좋아진 테오도어에게, 그.것.이 목을 내밀며 몸을 흔들어 보였다. 좀 더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곤란하네요. 지금은 그것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모나드의 쉐도우는 기본적으로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다음에 타르타로스 쪽에서 이것저것 사냥해서, 갖고 오도록 하지요. 아차. 쉐도우 상대로 저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테오도어는 무심코 쓴웃음을 지었다? 응?하는 느낌으로 그.것.이 고개를 갸웃한다.
역시 귀엽다.
하우우우하고 테오도어는 조금 열기 어린 숨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펫이라는 것을 기르고, 애정을 쏟아 붓는다고 들었습니다. 그 대신 펫을 통해 마음이 치유 받는다던가…. 그렇군요. 그게 좋겠습니다. 제가 이것을 펫 삼아 기르도록 하지요!」
테오도어는 스스로의 좋은 생각에 튈뜻이 일어섰다.
이 자리를 떠나려 하다 바로 멈춰선다.
「이 일은 누님들에게는 들키지 않는 게 좋겠군요. 아마.」
특히 엘리자베스에게는 진귀한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
이 쉐도우도 “어머, 신기하군요.”하고 희희낙락 콜렉션 케이스에 집어 넣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역시 데리고 돌아가는 것은 관두는게 무난하다.
별수 없다고 중얼거리며, 테오도어는 그것을 발치의 바닥에 내려 놓았다.
「아시겠습니까? 때때로 제가 쉐도우의 아이템을 먹이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층에 머물러, 다른 쉐도우에게 사냥당하지 않도록 가능한한 어둠 속에 숨어 있으십시오. 특히 푸른 옷을 입은 여성에게는 결코 접근해선 안됩니다.」
엘리자베스 일행은 적당히라는 걸 모른다. 누님들의 쉐도우 사냥에 운 나쁘게 휘말려 들었다간, 이런 작은 쉐도우 따윈 한입 거리도 되지 않겠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테오도어는 그.것.을 떠나려 했다.
다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그렇지. 이름이 없으면 앞으로 부르기 힘들죠…….」
팔짱을 끼며 생각한다. 인간이 펫에게 붙이는 흔한 이름을 떠올려 본다.
「포치. 네 이름은 지금부터 포치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포치가 이름입니다.」
「포………치………?」
놀랍게도 그.것.은 지금 막 포치라고 이름 지어진 작은 쉐도우가 말했다. 겉보기와 달리 지성이 있는 모양이다.
「이럴수가.」
테오도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포치에게로 돌아갔다. 다시 손바닥 위에 얹고서 얼굴을 갖다댄다.
「다시 한 번 말해 보십시오. 포치라고!」
포치는 흔들흔들 몸을 흔들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잘못 들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테오도어는 포치에게 경험해 본 적 없는 감각을 느꼈다. 이 나약한 쉐도우를 자신이 지켜주고 싶다. 그러한 보호욕이다.
「이것이…… 펫을 기르는 감각……. 애정의 발아인걸까요.」
감동과도 같은 것이 등줄기를 내달리자, 테오도어는 부들하고 몸을 떨며 포치에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포치의 작은 가면이 번들하고 기묘한 빛을 발하는 것을, 고개를 숙이고 있던 테오도어는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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