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20)

[마츠다]
“…너희들,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마츠다]
“고무 보트 같은 걸로 본토까지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아?!
얼마나 멀 거 같아!!”

[미츠기]
“뭐, 어때. 가고 싶으면 가게 냅둬.”
팔짱을 끼고, 조금 전부터 꿈쩍도 하지 않는 미츠기의 하품 섞인 말에 마츠다의 어조가 뾰족해졌다.

[마츠다]
“완전히 남일이군.”
[미츠기]
“고무 보트 같은 거 없어도,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있어.”
[마츠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혼고]
“제발 부탁입니다! 돌아와주세요!”
[장발남]
“…….”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 중에, 장발이 고개를 돌려 웃었다.
[장발남]
“하하하핫! 보트를 되찾고 싶어서 필사적이네!”

[혼고]
“그게 아닙니다! 위험해요!!
바다로 나갈 거라면 적어도 아침까지 기다려 주세요!
밤은 정말로 위험—”
[장발남]
“시끄러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린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다고!!”
[마츠다]
“죽을지도 몰라!”
[장발남]
“그건 여기 있어도 마찬가지잖아!”

밤의 어둠이 두 사람의 모습을 감춰버리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파도가 높이 치고, 물거품이 피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즈마]
“…….”
남겨진 우리들은 새카만 바다를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마츠다]
“응……. 여어.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혼고]
“좋은 아침입니다.
어제는 고생하셨습니다.”
둘 다 모래사장을 찾은 날 보고
아침 햇살을 등진 채 희미하게 웃었다. 허나 혼고 씨의 눈밑으로 진한 피로가 보였다.
새하얗게 빛나는 해안은 무정할 정도로 조용했다.

[아즈마]
“응, 혼고 씨도. 마츠다도.”
[마츠다]
“그… 뭐냐…. 다들 고생했지.”
새빨개진 코끝을 한 마츠다가 웃었다.
그 옆에 적당히 앉자, 혼고 씨가 손목 시계를 바라보더니 무릎에 손을 짚고 일어섰다.

[혼고]
“돌아가서 다시 무전 연락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너른 바다를 바라보며 새어나온, 어딘지 메마른 그 한마디에—

[마츠다]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볼게.”
마츠다 역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아즈마]
“…….”
세운 무릎 위에 팔을 얹고, 거기에 고개를 묻은 채 떠오르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떴다.
배 한 척도 보이지 않는 바다 위로.

[아즈마]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몇 시간 전에 바다로 나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방금 전 헤엄쳐서 돌아왔다.
[혼고]
“…….”
다른 한 사람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 했다.
[마츠다]
“……응.”

피로에 지친 웃음이었다.
나는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숨이 다 넘어가는 상태로 뭍가로 떠밀려온 장발을, 마츠다는 그 자리에서 한 번 때렸다.

안경은 그 후로도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즉 구조 되었다거나…,
바다 속에 가라앉았거나, 다른 섬에 흘러갔다든가….
이 섬에 구조가 오지 않는 이상, 뒤의 2개가 타당하겠지.

‘또 모포를 씌우는 일은 없게 돼서 다행 아냐?’
그렇게 말한 것은 미츠기였다.
하지만 혼고 씨는 그렇지 않았다.
‘말리지 못 했다’면서 깊이 탄식했다.

탈출에 관여하지 않았던 스포츠 머리는 어젯밤 그렇게 소란스러웠는데도 불구하고,
아침에 돼서야 겨우 모습을 드려냈다.
‘그 녀석들은 어딨어?”

막 일어난 듯한 목소리에, 한쪽이 행방불명임을 전해주자
그 녀석을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옅은 웃음을 띄었다.

살아난 장발은,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으나, 여전히 로그 하우스에 쳐박힌 상태였다.
장발 녀석 괜찮을까?하고 중얼거렸더니
‘그 사람의 이름은 우치무라 씨야’하고 타카라가 남몰래 가르쳐 주었다.
덧붙이자면 스포츠 머리는 ‘키도 씨’라는 모양이다.

그런 타카라는 지금 방에서 무릎을 감싸 앉고 있었다.
‘배고파.’
때때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운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대.’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 시마다 씨의 손 안에는 폐허가 된 경치 속에 있는 여자 아이가 찍혀 있었다.

‘식량 배급은 필요 최소한으로 하고, 일단 먹을 만한 걸 찾자.’
그런 마츠다의 말에 이의는 없었다.

[아즈마]
“…없어.”

나는 몇시간 전부터 산나물이나 나무 열매를 찾아 숲속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혼고 씨와 마츠다가 먹을 수 있는 산나물 사진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건네주었지만—
이 넓은 숲에서 같은 것을 발견하는 것은 극히 어려워서, 갖고온 비닐 봉투 안은 아직 반도 다 차지 않은 상태였다.

[아즈마]
“다들 괜찮으려나….”
마츠다와 타카라는 낚시, 시마다 씨와 미츠기는 물. 혼고 씨는 연락 담당.
나뭇가지를 헤집던 손가락에 가시 같은게 박혀서 움찔 멈췄다.
고개를 들자, 바다가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배는 보이지 않았다.

[아즈마]
“……일단 돌아갈까. 시간도 좀 됐고….”
홀쭉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숲을 벗어나는 길을 걸었다.

—나로서는.
이대로 배가 오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적도 있었고, 그 기분이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이 공복과 철저히 싸워 이긴 미래가 아니면 안식이 없음을 깨닫고서,
지금은 좀 망설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침대로 돌아간 장발— 우치무라 씨를 제외한 모두가 광장에 모였다.

[마츠다]
“낚기는 낚았지만… 글쎄다.”
그 중앙에 물고기가 들어있는 양동이가 놓여졌다.
한 사람 당 한 마리는 될 것 같았으나, 마츠다의 목소리는 그렇게 좋진 않았다.
[마츠다]
“어린 물고기는 보통 놔주는게 보통이지만, 지금은 그런 말 할 상황이 아니지…. 하지만….”
[마츠다]
“이런 걸 계속 하다간 곧 물고기의 씨가 마를 거야.”
다들 양동이 속의 물고기가 입을 뻐끔거리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미츠기]
“배도 안 오고. 식량도 없고. 앞이 깜깜하군.”
[혼고]
“…죄송합니다.”
[미츠기]
“당신이 나쁘단 소리가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지.”
[미츠기]
“그리고 낭보라고 해도 될지 좀 미묘하지만, 조금 전에 물을 마실 수 있을 거 같은 강을 발견했어.”

[마츠다]
“……! 정말이야?!”
[시마다]
“응. 나중에 그쪽으로 안내할게.
일단 식수 문제는 해결될 거 같아.”
[시마다]
“지금까지 바닷물을 식수를 바꾸는 방법도
미츠기 군이 시험해 보고 그랬잖아?”
[시마다]
“만약을 위해 일단 그 방법도 계속 모색해 보고 싶은데.”
[미츠기]
“맞는 말이야. 알겠어.”

[타카라]
“아……, 날거라도 좋으니까 물고기 먹고 싶다….”
[아즈마]
“그렇지…? 회 먹고 싶다….”
스포츠 머리, 키도 씨도 회를 떠올린 건지 한숨을 쉬었다.

[키도]
“그만둬…. 괜히 더 배고파지잖아….”
[타카라]
“이젠 양동이조차 맛있게 보여….”
[시마다]
“…물고기도 좋지만, 야채나 과일도 섭취해야해.”

[마츠다]
“아…, 비타민 문제?”
[아즈마]
“비타민?”
[혼고]
“네. 허나 야채는…
보통 수퍼에서 파는 것들로, 자생하는 것들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키도]
“생선이든 고기든 먹으면 먹을 수만 있다면 뭐든 어때.”

[시마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 표류한 배 안에서 물고기만 먹거나, 전시 중에 쌀만 먹었다가….”
[시마다]
“괴혈증이나 각기병에 걸리는 사람이 넘쳐났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아즈마]
“그거 어떻게 되는 건데…?”
[미츠기]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무릎이 뒤틀려서 설 수 없게 되지.”
[아즈마]
“…….”

[키도]
“…그렇게 될 때까지 몇년 걸리는데?”
[시마다]
“글쎄.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 정도가 아닐까?”
순간 발생한 침묵이, 모두가 그 기간의 길을 상상했음을 가리켰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1년?

[타카라]
“…1년 씩이나 이런 곳에 있을 순 없어….”
[키도]
“그보다 1년 씩이나 방치될 리 없잖아.”
[키도]
“올해로 8일째인가….
이쯤이면 수색 요청이 들어갔겠지. 분명 슬슬 구조가 올 거야.”

[미츠기]
“그런 거 치곤 전혀 움직임이 없지 않나?
여행 회사에 문의하면, 우리가 여기 있단 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마츠다]
“…….”
[키도]
“……….”

[미츠기]
“……본격적으로 배를 만들어야 하나.”
키도 씨와 타카라가 힘없이 미츠기의 얼굴을 보았다.

[마츠다]
“전에 말했던 그거 말이야?”

[미츠기]
“어.”
[키도]
“하지만 사람이 만든 배로 어떻게…?”

[미츠기]
“여기 올때까지 크루저로 몇 시간 정도 걸렸잖아?”
[미츠기]
“즉 여기서 본토까진 그렇게 멀지 않아.”
[미츠기]
“그럼 전망은 있어. 방법에 따라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마츠다가 고개를 들었다.

[마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훨씬 낫지.”

[마츠다]
“앞으로는 배를 만드는 미츠기 조와, 식량 조달반으로 나뉘어서 행동하자.”

[마츠다]
“오늘 내일 중으로 구조가 올 지 몰라.
연락이 돼서, 배가 올 수도 있고.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 하는 고비일 수도 있겠지.”

[마츠다]
“그러니까… 다들 힘내자.”
그 목소리는 한없이 무거웠다.

나는 어떤 반에서 일을 할까?
가능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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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기 루트
타카라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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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도에 의해 자동적으로 루트 분기.
*호감도 부족시 공통 배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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