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마츠다 루트 (1)

 

왤케 무겁고 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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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조달반이 좋을까?
일단 밥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아.

땅을 기는 듯한 침묵은, 모두의 발치에 괴인 채 사라질 기미가 없었다.

그런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 듯, 마츠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츠다]
“우선은 조를 나누자.
하지만 누가 어느 쪽 적성이 있는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잖아?”


[마츠다]
“나중에 조를 바꿔도 상관 없으니까, 다들 일단 하고 싶은 걸 가르쳐줘.”

 



특유의 목소리 덕분도 있고해서

마츠다의 지시는 언제나 듣기 쉬웠으나,

지금은 약간 패기가 없었다.

모두를 둘러보는 동작도 어딘지 모르게 느릿한 것이,

떠도는 공기의 무거움을 인정하고, 몸을 맏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눈동자만큼은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즈마]
“…….”



이 녀석은 돌아가고 싶은 거구나. 본토로.

그거야 그렇겠지.
실컷 고민했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뭣하지만, 고민할 필요조차 없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게 정답이다.


 

그럼 나는?

 


좀처럼 위기감에 불이 붙지 않았으나,

금은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는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는.

마츠다와 같은 눈을 하고 있는 걸까?


……일단 선택하자.
배를 만들 것인지, 식량을 찾을 것인지를.

지금은 마음을 다 정돈하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으니까.

 



[아즈마]
“으음….”

 

 

가볍게 말하라고 했으니까,
깊이 생각할 필욘 없겠지.

—그럼.



[아즈마]
“그럼 나는 식량 조달반.”


[아즈마]
“배를 만들려면 이러니 저러니해도 산수 같은 걸 해야하잖아? 난 머리가 나쁘니까 안 돼.”




내가 손을 든 다음부터, 다들 제각기 손을 들거나 말을 꺼냈다.



[시마다]
“나는 배를 만드는 쪽이 좋겠어. 꼼꼼한 작업을 좋아하거든.”

팔짱을 끼고 있던 미츠기가 시마다 씨를 바라보았다.


[미츠기]
“그런가? 고마워.”


[시마다]
“도움이 된다면 말이야.”

 



다음엔 타카라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타카라]
“……식량을 찾고 싶어.
조금이라도 먹을 만한 걸 많이 찾아내고 싶어.”



[키도]
“식량 조달반. 일단 사람이 많은 편이 좋은 건 그쪽이잖아? 당면한 상황에선.”



타카라가 스포츠 머리를 보며 조금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혼고]
“…그럼 저는 배를 만드는 쪽으로.
제 로그 하우스에 있는 기자재를 언제든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츠다는 알겠다는 깊이 눈을 내리깐 다음,

구부렸던 검지를 가볍게 들어올려 우리에게 제각기 흔들어 보였다.



[마츠다]
“식량 조달반은 나, 아즈마, 타카라, 키도 시.
조선반은 미츠기, 시마다 씨, 혼고 씨인가.”




[마츠다]
“이 자리에 없는 우치무라 씨가 작업할 수 있을 때까지 회복한 다음, 조선반으로 보내면 딱 반반이로군.”


[마츠다]
“일단 이렇게 가볼 생각인데, 어때?”


반론은 없었다.
아니면 이미 뭔가를 거스를 기력이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걸지도.


[키도]
“나중에 어떤지 한번 보러갈 생각이니까, 일단 그때 말해둘게.”


[아즈마]
“…….”

 


키도 씨는 남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는 타입이 아니었을 텐데.


[마츠다]
“그래, 부탁해. 그 뒤— 배 만드는 쪽은 미츠기한테 일임해도 될까?”




[미츠기]
“문제없어. 그쪽도 잘 하라구.”

미츠기는 이런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태연했다.


[마츠다]
“맡겨둬. 다 같이 협력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마츠다]
“……맞다. 작업 끝나는 시간은 어쩔래? 맞춰?”


[미츠기]
“음…. 배급 문제도 있으니
일단 오늘은 오후 6시까지 어때?”


[미츠기]
“어두운 데 억지로 작업을 계속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성가셔져.”


[마츠다]
“…확실히.
그럼 그 시간에 광장에 집합하는 걸로 하자.”



[미츠기]
“좋아…. 시마다 씨, 혼고 씨. 이쪽으로.”


마츠다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손짓으로 조선반 2사람을 불러들인 미츠기는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창고 쪽으로 향했다.



한편 우리도 느릿하게 마츠다 주위로 모였다.



[타카라]
“… 배고파….”


[아즈마]
“그렇겠지. 넌 대식가잖아.”

타카라는 기운이 없는 듯 등을 굽히고 있었다.
…아니, ‘없는 듯’이 아니라 실제로도 없었다. 대식가인데 하루 한끼를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키도]
“어디서부터 찾을지, 뭘 찾을지. 그러한 방침이 있는게 좋겠어.”

왠지 모르게 거친 말투는 원래 그랬고, 눈에 띄는 심경 변화는 느껴지지 않으나,
왠지 모르게 뺨이 홀쭉해진 것처럼 보였다.


[마츠다]
“일단 기다려 봐. 나가기 전에 말해두고 싶은 게 있어.”

 





모두를 둘러본 다음, 마츠다는 일단 그 자리에 몸을 웅크리고서,
앉으라는 듯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손톱이 1mm 정도 자라있었다.

여기 오고 난 이후에도 삶을 쌓아온 증거.



[아즈마]
“……….”

마츠다의 몸은 마츠다를 살리려 하고 있었다.


[아즈마]
“…….”

 



나는 마츠다와 조금 틈을 벌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다음,
무릎 위에 올려놓은 제 손가락을 내려다 보았다.

마츠다와 비슷하게 손톱이 자라있었다.

내 몸도 살아남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저 한 자리에 웅크려있는 내 혼보다도 내일을 향해 있었다.



[마츠다]
“지금 식량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 기억해?”


[타카라]
“으음……”

 



우리 맞은 편에 무릎을 모아 앉은 타카라와, 그 옆에 앉은 스포츠 머리남이 얼굴을 맞댔다.


[아즈마]
“나는 전혀 기억 안 나.”



[마츠다]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나눠서 배분했지만,
일단 모두한테서 거둔 식재료는 이제 거의 남은 게 없어.”


[마츠다]

“물고기나 산나물을 캐서 약간 좀 사정은 나아졌지만….”

 


[마츠다]
“지금 남은 식량으로 버틸 수 있는 건,
하루 한끼래 봤자 대략 앞으로 3일 전후야.”

머리를 얻어 받은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즈마]
“3일…………”


타카라와 스포츠 머리 남이 군침을 삼키는 게 느껴졌다.

마츠다는—….


 

 

압도적인 포식자에게 사로잡힌 동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츠다]
“전후라고 말한 것은 썩거나 상해서 먹을 수 없게 되거나,

반대로 모두가 의외로 많은 음식을 모으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즈마]
“…….”


[마츠다]
“물론 썩히고 그러는 실수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애석하게도 식량 보존 경험이 없어.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아즈마]
“……찾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존이나 배급도 돕는 게 좋을까?”



어딘지 모르게 각오를 굳힌 듯한 마츠다의 안색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무심코 그렇게 말을 건넸다.


 

[타카라]
“하지만 난 식량 보존 방법 같은 거 아는 게 없어…. 나눠주는 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즈마]
“보존 방법이라면 나도 몰라.”


[타카라]
“키도 씨는 어때?”



타카라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키도 씨는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키도]
“상황이 절박하니, 마츠다 씨 역시 힘들겠지.
그런데 마츠다 씨한테만 맡겨 놓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


[키도]
“하지만 솔직히 나도 보존 같은 건 잘 몰라.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마츠다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마츠다]
“고마워. 하지만 괜찮아.
모처럼 나를 선택해줬으니 끝까지 해내고 싶기도 해.”

그러면서 얼버무리려는 듯 작게 웃었다.


[아즈마]
“……….”

하지만 보존부터 배급까지 전부 맡겨버리는 것을 ‘힘들지 않다’고 말하진 않았다.

예를 들어 음식이 상했을 때, 가장 먼저 책임 소재를 추궁당할 입장이니까.

 



모두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는 거나 다름없는 입장.
우리도 그러한 중요한 역할을 마츠다에게 계속 맡기려 하고 있었다.

모두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오직 한 명한테 그런 무거운 짊을 짊어지게 했다.

타카라나 스포츠 머리도 분명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둘 다 표정이 어두웠다.

 

 



[마츠다]
“……어이, 어이. 너희들, 그런 표정 하지 마. 그렇게까지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라구.”

마츠다는 침묵에 빠진 우리들을 깨닫고서, 다급히 두 손을 흔들었다.


[아즈마]
“아니, 그치만. 너 혼자 일이 너무 많잖아….”


[마츠다]
“뭐, 이 시점에서 누가 보존 담당을 맡게 돼도 결과는 마찬가지야.

그럼 내가 계속 해볼게. 그게 좋아.”


[아즈마]
“하지만 책임이 중대한 일인데 마츠다한테 맡기기만 하는 건 미안한걸.”


[아즈마]
“나도 뭔가 도울게.”

마츠다의 미간이 곤란한 듯 아래로 처지더니, 타이르듯 말했다.



[마츠다]
“마음은 고맙지만, 다 같이 해봤자 결과는 같으니까 혼자 하는게 좋단 소리야.”

 

 


[아즈마]
“무슨 말인진 알겠어. 하지만……”



[마츠다]
“그보다, 좀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식량 모으는 방법 같은 거.”

마츠다는 억지로 화제를 바꾸려 들었다.
확실히 마츠다의 의견이 합리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즈마]
“좀 더 중요한 일이라니.”

 

 

나는 필요 없다는 소릴 들은 기분이라서, 조금 기분이 상했다.



[아즈마]
“뭐야. 도우는 건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마츠다]
“……그런 소리 하지 마. 곤란하잖아.”

얼버부리듯 말하려 했는데, 속으로 삐져버린게 태도로 드러난 모양이었다.


[아즈마]
“미안. 괜히 말허리를 끊어버렸네.”

 

 


마츠다의 설명에 의하면, 남아있는 식재료는 고기나 야채 같은 날 것이 조금.
이것은 썩기 전에 바로 분배하는 것으로.

과일 같은 것은 거의 없고,
남아 있는 것은 뿌리 채소, 콩, 통조림, 건어물 같은 보존하기 좋은 것들 뿐.



[타카라]
“통조림이라면 오래갈 거 같네. 그닥 배부르진 않겠지만.”

마츠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턱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마츠다]
“여기서 굶어죽을 때까지 살고 싶은 녀석은 없겠지?”


[아즈마]
“…….”

 


그 말을 듣고, 순간 심장이 뛰었다.
처음엔 그래도 좋겠다고 태평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물론 지금은 다르지만.
……아마.



[마츠다]
“배가 완성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몰라. 그러니까 장기전도 각오해 두는 게 좋겠지.”


[키도]
“먹을 건 많을 수록 좋다. 그런 소리지?”


[마츠다]
“맞아.”

 

 

[마츠다]
“지금은 어쨌든 물량이 필요해.
먹을 만한 건 전부 갖고 와줘. 실제로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타카라]
“알겠어!!
먹을 수 있나 없나는 판단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것저것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거지?”


[마츠다]
“맞아.”


마츠다가 방긋 웃으며 답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점점 더 기분이 미묘해졌다.


[아즈마]
“…….”

 




도구를 챙기고 출발하자고 하는 마츠다의 말에 타카라와 키도 씨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다음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고서 창고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전의 일 때문에 약간 삐진 상태라서,
왠지 모르게 바로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앞쪽에, 걸음을 옮기지 않고 멈춰서 있는 마츠다의 다리가 보였다.



[마츠다]
“…….”

 

 


나를 향하는 시선은 온후했다.


몸은 길을 가리키듯 조금 앞을 가리킨 채,
언제든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두 다리는 조금 벌린 자세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 지켜보고 있었다.

 

[아즈마]
“……….”


조금 전의 일도 있어서 또 조금 욱했다.
선생님이 약간 다루기 힘든 문제아를 보는 눈이란 느낌이어서.

 


—대등한 상대가 아니라.


[마츠다]
“이봐, 뭐 해. 얼른 가자.”

[아즈마]
“알고 있대두…. 꾸물거려서 미안하네.”

 




마츠다의 얼굴을 보지 않도록 종종히 그 옆을 스쳐 지나가,

성큼성큼 타카라와 키도 씨의 뒤를 쫓아갔다.

마츠다는 쫓아오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럭저럭 몇 시간.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내 양동이에는 작은 물고기가 한 마리.

마츠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낚시 중.

타카라와 키도 씨는 커다란 비닐 봉투나
낫, 가위 같은 걸 들고 산속으로 들어간 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아즈마]
“……오.”

 

 

찌가 움직인 느낌이 들었으나, 착각이었다.


[아즈마]
“뭐야…, 기분 탓인가?”

낚시의 극의는 마츠다 사부한테서 어느 정도 전수받긴 했으나, 전혀 낚이지 않았다.

힐끔 마츠다 쪽을 곁눈질 했다.

[아즈마]
“…….”

 

낚시의 극의를 전수하던 마츠다가 꽤나 태평한 표정을 했던 것을 떠올렸다.

내가 조금 언짢은 상태란 걸 알고 있으면서.

갑자기 언짢게 굴어서 곤란했을 텐데.
어른의 여유로 태연하게 넘겼다.



나의 언짢음은 마츠다한테 그 정도 인상 밖에 주지 못한다.

그런 뜻이겠지?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잘 느껴져서 부끄러웠다.



[아즈마]
“……미역은 먹을 수 있는 거였지?”

 


낚시줄에 걸린 미역을 떼네, 근처에 던진 다음 다시 낚시대를 던졌다.



[아즈마]
“내가 좀 유치한가?”


그런 사소한 일로 언짢아하다니.


[아즈마]
“유치한건가…….”

 


또 먹이만 뺏겼다….


 


[아즈마]
“아~~, 하나도 안 낚이네….”

남아 있는 갯지렁이를 찢어 낚시바늘에 거는 것도 벌써 몇 마리째일까.



찢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사과하는 것도 슬슬 졸업하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쥔 갯지렁이는 누르는 대로 짜부라지더니, 때때로 꿈틀거렸다.

 




[아즈마]
“…….”

불쌍하게.

이런 모습이 되다니….

반토막난 몸뚱아리를 난폭하게 모아 바로 낚시바늘 끝에 꿰어 넣고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낚싯줄을 던졌다.


어디까지나 멀리 멀리 날아가도록.



[아즈마]
“하아…, 틀렸어.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닌 거겠지.”

 

5분 정도 버틴 후.

기지개를 켠 다음. 고정되어 있던 낚시대를 두고 마츠다한테로 갔다.



[마츠다]
“응? 무슨 일이야?”


[아즈마]
“하나도 안 낚여….”


[마츠다]
“너… 그물로 낚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낚일 리가 없잖아.”



[아즈마]
“청새치를 낚고 싶었는데.”


[마츠다]
“작살이랑 배를 갖고 오라구.”


[아즈마]
“체엣.”

 


마츠다의— 바다만을 바라보는 옆모습은 딱딱하고 담담했다.


잡념을 버리고, 식량 보존 일에만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농담 같은 게 파고들 틈 따위 없다고 딴 잘라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즈마]
“하아….”

잡담 떨 여유가 없단 건 익히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엄청 마츠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정말로 나 스스로도 왜 그러진 모르겠지만.



[마츠다]
“한숨 쉬면 복 달아난다.”


[아즈마]
“하지만 안 낚인단 말이야.”


[마츠다]
“그럼 다른 일을 할래?”

 


마츠다는 끌어 올린 낚시바늘을 보더니 어깨를 축 늘어 뜨리고서, 낚시대를 거둬들였다.



[아즈마]
“다른 일이라니…? 뭐?”



[마츠다]
“버섯 채취.”

확실히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었다.

뜻대로 낚이지 않기도 해서 조금 울분이 쌓인 상태였다.

 


[아즈마]
“…나야 상관 없지.”


[마츠다]
“하하하, 뭐야. 솔직하지 못하긴.
바로 눈에 빛이 돌아온 주제에.”

고동이 크게 뛴 것은 복잡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즈마]
“…….”

 


산책을 하고 싶어서 내심 신이나 있던 것을 간파당한 것에 대한 껄끄러움.
마츠다의 의식이 나를 향한 것이 기뻐서.

그리고 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그 웃음 때문.




[아즈마]
“좀 질렸단 말이야. 하나도 안 낚이고.”


동요를 들키지 않게 태연함을 가장하는 것은 꽤나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는데.
‘그래?’하고 싱겨운 답변이 돌아와서 조금 맥이 빠졌다.



[마츠다]
“그럼 도구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자.”

 


[마츠다]
“분명 폐허 쪽으로 간다고 했었지? 걸어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아즈마]
“…응.”


 


[마츠다]
“자, 울적한 표정 짓지 말고. 가자구, 꼬맹아.”


[아즈마]
“아야!!”

 




언제가의 그때처럼, 마츠다는 힘껏 등을 때렸다.
꼬맹이라고 부른 이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짚이는 게 너무 많았다.



[아즈마]
“꼬맹이라니, 5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거친 어조로 얼버무렸지만,
마츠다는 역시 그걸 눈감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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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Paradise/본편]마츠다 루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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