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공통 배드 엔딩
~이걸로 공통은 끗이네요~
나름 공통 배드도 볼만한 점은 있다구 생각하는데.
아마 다음엔 마츠다 루트일듯..
아 넘.. 길어.. 소름...

나는 무슨 반에서 일할까.
가능하다면——
욕심을 부려서 둘 다 하는 건 어떨까? 양다리는 좀 힘들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실제론 적재 적소가 타당하겠지.
어디까지나 희망일뿐, 꼭 그러고 싶은 것도 아니고.
적성을 따져야한다면 흠, 어느 쪽에 적성이 있을지 현 시점에서는 전혀 모르니까….

[마츠다]
“우선은 조를 나눠야겠군.
희망하는덴 있어, 아즈마?”
[아즈마]
“음… 뭐든 상관없어.
하지만 어느 쪽이든 힘낼게.”
[마츠다]
“좋아.”
마츠다는 묘하게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녀석들의 희망을 듣기 시작했다.

[시마다]
“그럼 난 배 만들기로.”
[타카라]
“나는 식량 조달반이 좋겠어. 뭔가를 만들는 데는 영 재주가 없어서.”
[스포츠 헤어남]
“그럼 나는….”
각자 희망을 말하고 있는 동안, 나는 멍하니 모두의 얼굴을 순서대로 바라보았다.

그날 본 모두의 얼굴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겠지.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찬 얼굴을.
그렇게 나는 최종적으로 ‘둘 다 돕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생존과 탈출을 건 며칠이 시작되었다.

파탄은 금방 찾아왔지만.

[아즈마]
“…식량이 이제 바닥을 보였다며?”
[마츠다]
“…….”
공복에 등가죽과 들러붙을 것만 같은 배를 비비며 묻자, 마츠다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다]
“미안.”
[아즈마]
“왜 마츠다 네가 사과해? 네 잘못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별수 없지, 뭐.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물고기도 못 낚고, 산나물도 못 먹는 것들뿐.
날 것들은 일찍 썩었고, 남아있는 보존식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치웠다.
그러니까 마츠다가 책임감을 느낄 필욘 없다.
그저 운이 나빴다. 우리들 전원이.
그것뿐.

[마츠다]
“어떻게든 해야해…. 물만으론 1주일을 버틸 수 있을까 말까니까….”
[아즈마]
“물도 한번에 많이 만들 순 없어. 반드시 부족해질 때가 오겠지.”
[아즈마]
“어떻게든 될 거 같아?”
[마츠다]
“어떻게든 하고 싶긴 해.”
[아즈마]
“…혹시 지금 사면초가?”
[마츠다]
“……어.”
자조적으로 웃는 얼굴에 패기가 없었다.

이 이상 이야기해봤자 그저 분위기만 어두워질 거 같아서, 마츠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대로 배 만들기 반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고파…하고 중얼거리면서.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미츠기의 앞에는 검게 그을린 배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배는 사실 완성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의 이야기다.

누군가가 배를 불태웠으니까. 그것이 오늘 아침의 이야기.

[미츠기]
“…….”
[아즈마]
“저기….”
[미츠기]
“말 걸지 마.”

누가 불을 붙였는진 모른다.
로그 하우스에 불을 붙인 녀석과 동일 인물이겠지.

[아즈마]
“얼른 꺼지란 소리지?”
[미츠기]
“…….”
[아즈마]
“너무 낙담하지 마.”
[미츠기]
“……시끄러워.”

지금은 상낭히 울적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되잖아.
미츠기도 바보는 아닐 테니,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때까지 아사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하아…. 배고프다….

슬슬 섬에 있는 모두가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를 섬에 묶어두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 ‘누군가’에 관한 증거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그런 희미한 기대를품고서, 로그 하우스를 살폈다.
불타버린 그 로그 하우스를.

[아즈마]
“으, 응…?”
명백한 위화감에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거기에 시체가 없었다.
이상하다.
매장했단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시체를 옮긴다고 무슨 득이 있는데?
현장은 그대로 두는 거 아니였나?

‘누군가’의 짓인가…?
생각해봤지만 전혀 모르겠다.

배가 고팠다.

며칠뒤, 스포츠 머리가 토를 하면서 죽었다.
토해낸 거라곤 위액 뿐, 때때로 잡초 같은 녹색이 보였다.
그렇게 괴롭게 토하다가 정신을 잃고, 그대로 싱겁게 죽었다.

그 다음은 미츠기였다.
원래부터 삐쩍 마른 몸이 그야말로 성냥처럼삐쩍 말라, 잠들 듯 죽었다.
다들 울 기력조차 없었다.
파리가 몰려들기 시작한 시체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장발이 배가 고파 미쳤다.
썩어가던 스포츠 머리의 시체를 맛있다면서 깨물었다.
시체는 진물이 많아서 실로 맛있어 보였지만, 마츠다와 타카라가 저지해서 먹진 못 했다.
그 뒤 장발은 피를 토했다.
스포츠 머리의 피를 너무 많이 마신 게 틀림 없다.

그리고 오늘, 내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후두부가 마비된 것처럼 피곤해서, 뭔가를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더는 공복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마츠다나 타카라, 시마다 씨나 혼고 씨는 뭐하고 있을까?

문은 제대로 잠궜을라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들, 날 찾아오지 말아줘.

나는 혼자 죽고 싶으니까.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고,
내가 정말로 존재했었는지조차 떠올리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죽고 싶으니까.

이윽고 눈앞이 새카매졌다.
눈을 뜨고 있을 텐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이걸로 정말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나는 정말 오래전부터——

아무 것도 느끼고 싶지 않았으니까.
'[BL]paradise > (무인)공통루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20) (0) | 2021.08.22 |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19-3) (0) | 2021.08.21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19-2) (0) | 2021.08.20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19-1) (0) | 2021.08.18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19) (0) | 2021.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