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전연령BL/멜랑꼴릭드림타워]
게임 엔딩의 후일담이며 Selection의 뒷이야기에 해당 됩니다.
8월도 중순을 넘은, 여름 방학 어느 날.
시노자키 이치야는 잡화점 한 귀퉁이에서 휴대 전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린 폰 화면에는, 「생일에 갖고 싶은 거 있어?」하고 제목도 없는 짧은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받는 사람에는 "아키야마 사키토"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흘끗 보면 친구에게 보내는 별거 아닌 문의 메일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작년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 되었다.
이치야가 폰 화면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기 시작한지 그럭저럭 15분 정도 지났다.
원래부터 행동파로 별로 망설임 없는 이치야가 이렇게나 메일 발송을 망설이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직접 물어보면 십중팔구 「그런거 신경 쓸 필요 없어」하는 대답이 돌아올 거라는 것.
이치야의 가족은 작년, 한 사람의 남자 고등학생의 손에 의해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범인으로 알려져 있는 남학생…, 타치바나 타카히로의 절친이 사키토였다.
사키토는 그 사실을 믿지 않고 있고, 이치야 역시 사키토의 그 생각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간 상으로 사건의 범인은 타치바나 타카히로다.
그러한 사정 때문에 사키토는, 이치야를 여러모로 배려하고, 뭐든 사양하는 기미가 있었다.
또 하나는 단순히 아무 말도 없이 선물을 한 다음, 그 반응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었다.
솔직한 사키토가 선물을 받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쉬이 상상이 간다. 그 상상 했던 반응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치야는, 뭘 선물해서 그 반응을 볼 수 있을지를 몰랐다.
분명 뭘 선물해도 기뻐해 줄거라곤 생각한다. 하지만 모처럼이라면, 좀 더 기뻐해 줄만한 것을 선물하고 싶다.
이치야가 거기서 망설이는 이유는, 사키토의 성격에 있었다.
사키토는 『사람보다 색채에 대한 애착이 더 큰』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남과 색에 대한 감각이 다를지도 모른다』고 한다.
즉, 이치야 자신의 감각이 어디까지 통용될지 모른다. 사키토의 방에 있는, 본인 왈 「색을 보고 한 눈에 반한 것을 놔두는 스페이스」를 이치야가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명백했다.
그렇다고 단순한 선택을 내리면 이미 갖고 있는 거라던가, 달리 이미 누가 선물해 준 것과 겹쳐질 것 같아서 불안했다.
사키토와 함께 지낸 탑의 꿈 속에서, 이치야가 그린 그림이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긴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치야에게 그것은 논외의 선택이다. 분명 사키토는 완성도 같은 건 신경쓰지 않겠지만, 가슴을 펴고 건네 줄 수 없는 것을 선물하는 행위는 가능하다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치야는 이럭저럭 수십분 동안, 그런 생각을 거듭 되풀이하고 있었다.
(역시 직접 물어 보는 게 무난하려나…. 이상한 것을 선물했다가 괜히 신경 쓰게 하는 것도 뭣하고. 최근엔 전보다 입장을 신경 쓰진 않게 된 것 같고……)
망설임 끝에, 결국 이치야는 그렇게 결론 짓고 송신 버튼을 눌렀다.
사키토의 대답은 대개 빠르다. 이치야는 별로 기다릴거 없이 답장이 올 거라고 믿고, 다시 가게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필요 없다고 말하면, 순순히 포기할 셈이었다. 선물을 하지 못하는 건 유감이지만, 억지로 떠 넘기는 것도 아니다.
예상대로. 몇 분뒤, 메일 도착을 알리는 진동에 폰을 확인한다.
『선물은 필요 없고, 이치야를 만날 수만 있으면 충분해. 이치야, 보고 싶어』
「……」
조금 예상과는 다른 문장에, 이치야는 가게 안에서 어찌 동요를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일단 가게를 나와 마음을 가라 앉힌 다음, 답장을 하자고 생각하며 출구로 향하려던 때, 문득 시야에 들어온다.
「……」
이치야는 잠시 고민한 끝에, 그것을 손에 들었다.
카운터에서 선물용 포장을 부탁하고, 몇 분 뒤 포장된 그것을 건네 받아, 이번에야말로 가게를 나선다.
(필요 없다곤 했지만…)
역시 상상 속의 반응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있을 가능성이나, 맘에 들지 안 들지 등등의 자잔한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8월 21일.
약속 대로, 이치야는 버스를 타고 사키토를 찾았다.
만나는 것은 며칠만일까. 그렇게 약속 장소인 버스 정류장과 가까워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치야는 생각한다.
생일날에는 반드시 만나자는 약속을 나눈 것 자체는, 8월에 접어들고서 바로 였다.
이치야는 수험생인 것도 있어서, 별로 놀 시간은 없지만, 서로 모처럼의 여름 방학이기도 하고 7월 동안에는 누차 만나 놀러 나가곤 했다.
그리고 8월에 들어, 오늘 약속을 잡을 때, 사키토 쪽에서 먼저「생일날까지는 만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치야가 들은 이유는 단순히, 그 때까지 여름방학 숙제를 다 해놓겠다는 것.
이치야는 숙제를 돕겠다는 요청을 했지만, 사키토는 절대로 역으로 손을 댈 수 없게 될테니까 된다며 반쯤 자조 기미로 각하 했다.
때때로 하소연 같은 메일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 뿐, 선언 대로 그 이후 얼굴을 보는 것도, 목소리를 듣는 것도 없었다.
얼마전 보내온 메일에, 이치야는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을 대답했다.
「이치야!!」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여름의 열기와 매미 소리, 잠시 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그를 맞이해준다.
아무래도 행동에 나서진 않았지만, 기분 상으로는 끌어 안길 듯한, 그런 기세가 담긴 목소리였다.
「오래간만」
「오래간만!! 우와, 이치야다!!」
사키토의 노골적인 반응에, 이치야는 쑥스러움을 느끼면서도 타이르듯 대답한다.
「숙제는 무사히 끝났어?」
「완벽해! 엄청 힘냈어!!」
「꽤 많았나봐?」
「아. 그렇진 않다고 생각해. 단지 독서 감상문을 써야할 게 있어서, 그거 때문에 좀 시간이 걸렸어」
「아, 과연. 역시 독서는 싫어해…?」
「뭐. 독서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대개 안 믿어 주긴 해. 실제 물리적으로도 행동적으로도 거북하고」
「물리적…??」
「이치야는 수험 공부 같은 거, 순조로워?」
「응? 뭐…, 그냥저냥」
「그런가, 그런가. 꽤나 먼곳에 있는 대학에 갈 거랬지?」
「한 곳은 그래…. 나머지는 옆 마을에 있는 대학」
「그런가」
진지하게 대답하는 사키토에게, 이치야는 의문서린 시선을 보낸다.
「지금부터 힘내서 같은 데를 노려 볼까」
「뭐어…. 내가 무사히 합격하고 사키토가 그럴 맘이라면, 공부 같은 건 도와줄게. 그보다, 사키토가 가고 싶은 대학은 없어?」
「음. 미묘」
「미묘라니」
「없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요번달에도 2주 동안 못 만난 것 만으로도 엄청 힘들어서」
「개학하면 또 별로 못 만나게 될 텐데」
「그것도 그렇지만. 뭐, 일단 지금은 됐어」
「된 거냐…」
「아, 그러고 보니 생일스러운 거 딱히 준비 안했는데 괜찮지?」
「응. 사키토가 상관 없다면 나도 별로」
「오늘은 이치야가 있으면 만족이야」
「그런가……」
거듭되는 사키토의 발언에, 이치야는 사키토가 정말로 보고 싶어했던 것을 실감한다.
그 마음에 기쁨과 간지러움 비슷한 것을 느꼈다.
사키토의 집에 도착해, 그대로 사키토의 방으로 들어선다.
집안 사람들은 모두 나가 있는 듯, 집 안에는 사키토와 이치야 이외의 인기척은 없었다.
옆방 창문이 열려 있는 걸까, 계속 들리고 있는 매미 소리 사이로 조용한 풍경 소리가 섞인다.
사키토가 느릿히 에어컨을 켰을 때, 이치야는 가방 안에 잠든 선물을 언제 건네줄까를 생각했다.
「이치야는 더운 거 못 참지?」
「에? 아, 못 참는 정도까진 아냐」
「그런가. 몇 분 뒤에 에어컨은 끄고 선풍기로 바꿀 거거든」
「아, 응. 괜찮아」
그런 대화를 나누며, 그제야 이치야는 만나기는 했지만 여름에 이 방을 찾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나고나서 여러일이 있고, 둘이서 맞이하는 상대의 첫 생일. 세월의 흐름을 느낌과 동시에, 이렇게 오늘을 맞이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기이하게 느껴졌다.
서로 대략 정해진 장소에 자리잡자, 이치야는 힐끔 처음 봤을 때 시선을 빼았겼던 장소를 바라보았다.
방문하지 않았던 동안, 딱히 뭔가 늘은 것은 없어 보인다.
문득 그것을 확인하고 있는 자신이 왠지 모르게 연인이 바람을 핀 증거라도 찾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치야는 맘을 털어내고 사키토를 바라봤다.
「그, 뭐냐. 생일 축하해」
「오, 고마워! 덕분에 무사히 17세가 되었습니다!」
농담조로 말하며 사키토가 웃는다. 이치야는 그런 사키토에게 같은 대답을 하며, 가방 안에서 조금 전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
「엣? 진짜?」
정말로 아무 것도 받을 맘이 없었던 걸까, 허를 찔린듯한 소리와 함께 사키토는 이치야한테서 심플하게 포장된, 별반 크지는 않은 그것을 건네 받았다.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눈에 들어와서. 뭣하면 생일같은 거 상관없이 그냥 받아주면 좋겠어」
「아니아니! 좀 진짜 예상도 못해서 놀란 것 뿐이야. 우와~, 진짜??」
그렇게 말하면서 선물을 개봉하는 사키토를 보며, 이치야는 역시 이런 반응을 보고 싶었던 거란 것을 실감했다.
잠시 뒤 사키토는, 꾸러미 안에서 10cm정도 되는, 하얀 색을 기본으로 채색 된, 망원경과도 비슷한 원통형 물건을 꺼냈다. 순간 뭘까하며 기이한 표정을 보이지만, 바로 뭔지 깨달은 듯 「오옷!」하고 소리를 내지른다.
「만화경이다!!」
그리고 바로 들어다 본다.
「설명서 어딘가에 적혀 있겠지만, 편광판으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문양 소재는 무색 투명한 플라스틱이래. 이런 거, 사키토한테 맞을까 싶어서」
「나 ,이거 가보로 삼을래!!」
「그건 너무 호들갑이지」
농담기 어린 대화를 한 차례 나눈 다음, 이치야는 안도한 듯 작게 숨을 내쉬었다.
「뭐어. 마음에 들어해줘서 다행이야」
「이치야가 준 거라면 뭐든 기쁘지만. 하지만 이건 날 생각해 준거란게 엄청 느껴져서, 특히나 더 기쁠지도」
사키토는 만화경을 거듭 회전시켜가며 돌려본 다음, 그걸 봉투 안에 돌려 놓고 재차「고마워」하고 이치야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치야도 「천만에」하고 대답한다.
「내가 색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역시 다들 색에 착안한 물건을 줘. 그치만 선물을 받는게 기쁘다기보다는 나를 생각해주는 그 시간이 기뻐」
「덧붙여…, 지금까지 어떤 걸 받았어?」
「으음. 색 사전이라던가, 500색 정도가 들어간 색연필 세트라던가, 행성을 이미지로한 비누라던가, 평범하게 액세서리를 준 사람도 있고, 우스갯거리로 유리구슬 같은 것도 받아 봤어」
「과연…」
그 사람들의 생각을 대략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색 같은게 관계 없으면 대개 매운 걸 줘. 그 지방 특산물이라던가. 역시 장난삼아」
「아아…」
문득 이치야는 그런 것들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지나간일이라서 바로 신경 쓰는 걸 관뒀다.
「나머지는 그림이려나」
조금 톤을 떨구고서, 사키토가 말을 잇는다.
「그림? 직접 그린거……?」
「응」
「그건……,」
누구한테 받은 거냐고 물어 보려다가, 순간 떠오른다.
사키토의 주위 사람들 중에서 그림에 관한 화제를 지닌 인물은, 이치야가 아는 한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사키토의 모습을 봐도, 분명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타치바나인가」
「응. 타카히로. 내가 계속 타카히로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금 수중에 없어?」
「응. 학교 미술실. 아마 타카히로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해. 내가 아는 범위 내지만」
「그런가…」
「보고 싶어?」
「뭐. 전부터 타치바나의 그림에 흥미는 있었고. 사키토가 좋아했다고 하는 타치바나의 배색이 어떤 거였는지도 알고 싶어」
「그렇구나. 그럼 다음 번에 기회가 있으면 보여줄게. 분명 타카히로도 이치야가 봐준다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응…」
그리고 왠지 모르게, 침묵이 찾아온다.
대화가 끊긴 실내에, 끊길줄 모르는 매미 소리와, 풍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전과 비교해, 사키토는 자신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타치바나에 대한 응어리는 그리 가볍게 풀릴 만한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니까 뭔가 강요하는 일도 없으나, 이렇게 타치바나의 화제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은 언제까지 계속 되는 걸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아. 나 마실거 갖고 올게. 미안. 몰라서」
「아, 아냐」
아니, 본래 그런건 자기가 신경 썼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이치야는 방을 나가는 사키토를 배웅한다.
사키토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 이치야는 다시 예의 그 한 귀퉁이를 바라보았다.
몇 번을 봐도, 이치야에게는 통일성이 없는 진열로만 보였다.
(첫 눈에 반한 것들……)
예를 들어서.
사키토에게 앞으로, 자신 이상으로 사랑스럽다고 여길만한 색채와의 만남이 있을 때, 자신의 존재는 과연 사키토에게 어떠한 것이 되는 걸까.
역시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다툼처럼,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켜 볼만한 일도 발생하는 걸까.
「……」
안 그래도 동성끼리 성가신 관계인데, 보통 때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걱정까지 하고 있다니 자신의 인생은 역시 크게 레일을 벗어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실 것을 들고 사키토가 방으로 돌아왔다.
「땡큐」
「아뇨아뇨」
잔을 테이블 위에 두고서, 사키토는 방금 전언했던 대로 에어콘을 끄고 선풍기로 바꾼다. 그러고보니 전에 에어콘의 냉기가 거북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치야가 사키토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자니, 사키토가 이번엔 이치야 바로 옆에 주저 앉는다.
이치야는 순간 놀랐지만, 딱히 이의도, 아무말도 없이 사키토의 반응을 기다린다.
「2주 동안 엄청 길었어…」
「자주자주 메일했잖아」
「그러긴 했지만!! 진짜 조금이잖아…」
「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애썼잖아?」
「엄청 애썼어! 아마 과거 최고 속도라고 생각해. 숙제 끝낸거」
「역시 사키토는 의지가 굳구나. 그런 거 순수하게 존경이 가」
「아니. 이유가 있어서 힘낸 것 뿐이지만. 근데 이치야…, 방금 뭐 보고 있었어?」
「뭘 봤냐니?」
「내가 방으로 돌아올 때, 뭔가 보면서 생각하고 있던데」
「아아…」
사키토의 물음에, 이치야는 다시 그 한 귀퉁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저거. 사키토가 한 눈에 반했다고 말했던 것들」
「아하핫. 역시 의미 불명이야?」
「응. 분하지만」
「처음에 이치야가 방에 온 이후로, 안 늘었잖아?」
「역시 안 늘었어? 나는 그냥 눈치 못 챈 것 뿐인가 싶었는데」
「안 늘었어. 이치야를 만난 이후론 는 게 없어」
「그런가…」
「내 첫사랑 이야기, 이치야한테는 안 했지?」
「아, 응. 안 들었던 것 같아」
「덧붙이자면, 이치야는?」
「……」
사키토의 물음에, 이치야는 조금 거북하고도,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보인다.
「아, 말하기 힘들다면 상관은 없지만」
「아냐……. 사키토야…」
「엣…? 어라? 진짜?」
이치야의 말이 의외였던 걸까, 사키토는 놀란 듯한 소리를 낸다.
「나, 옛날부터 그런 일에는 전혀 흥미가 없어서,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좋아하게 된 게 사키토인 건 나 자신도 여러모로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었어」
「헤에…」
「뭐야……」
「아니. 이치야는 꽤나 여자들한테 먹힐 것 같으니까, 사귀는 건 아니라도 뭔가 있진 않았을까 했는데. 뭐, 확실히 흥미 없어 보이긴 하지」
「거기서 이해를 얻는 것도 왠지 좀 복잡한데」
「아하핫. 뭐 어때. 그거 꽤나 기뻐, 나」
「그런 사키토는 어떤데?」
「음. 이 얘길 들은 사람은 대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데」
「……」
그 말머리에, 이치야는 사키토의 첫사랑이 어떠한 것인지를 대략 파악했다.
「아마 그것이, 내가 색에 대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였다고 생각해」
***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역 앞의 대로.
그 장소에, 불과 1시간 정도 전부터 벤치에 앉아, 한 군데를 바라보며 꼼짝도 않은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역 건물에 세워진 커다란 간판 광고.
몇 개월 전에 행해진 듯한, 유명 아티스트의 전시회 알림 간판이었다.
그 관판을 채운 것은, 섬세하게 그려진 정물화도, 뭔가를 호소하는 공상화도 아니라, 그저 작가를 대표한다고 추정되는 「단일색」이었다.
그것은 사키토는, 홀린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 무렵 사키토는 중학교에 들어간지 1년 째.
여름 방학도 머잖은, 어디선가 매미소리가 들려오던 여름 날의 일이었다.
이 날 사키토는 혼자, 전차로 조금 먼 마을로 쇼핑을 하러 나와 있었다.
굳이 조금 먼 곳까지 와본 것은, 단순한 변덕이었다. 아니면 선명한 7월의 햇살에 힘입은 모험심이었다,
전차에서 내려와, 역을 나온 뒤, 사키토의 걸음은 바로 멈췄다.
돌아보니 눈에 들어온, 커다란 광고 간판. 거기에 오도카니 그려진 색채.
마치 빨려들어 가듯, 사키토의 시선이 거기에 못 박혔다.
오래전,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벤햄 팽이라는 것을 보여준이후로, 때때로 색에 강한 흥미를 가지게 된 적은 있었다. 색에 대한 감상이 주위 사람들과 조금 다르기도 했으나, 그것조차도 재밌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때까지 사키토는, 자신은 그저 남보다 조금 감성이 별난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부모한테도 「이 아이는 조금 특이」하다던가, 「예술가 기질이 있다」던가, 뭐 그런 소리를 들어왔다.
색채가 뇌내를 메워서 움직일 수 없게 될 때까지, 사키토는 그 생각을 털끌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멍하니 간판을 바라보기 시작한지 2시간 가까이가 되었을 무렵, 겨우 쇼핑의 존재를 떠올리고, 사키토는 애석함을 느끼면서 일어섰다.
그 색채와 떨어지는 것이 몹시나 쓸쓸하다는 것을 느꼈을 때, 사키토는 색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키토가 느낀 그 감각은 연애 감정과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귀가할 땐 또 같은 길을 지날텐데, 그 몇 시간이 애석하다. 가능하다면 가까이에 있고 싶다.
끌어 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그런 커다란 공공물을 어찌할 수 있을리도 없어서, 사키토는 그 색채를 뇌리 깊숙히 새긴 다음 돌아갔다.
간판이 철거되는 그 날까지, 생각만 나면 그 간판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친구와 같이 나온 적도 있었으나, 사키토의 감각을 이해해주는 인간은, 간판의 이미지가 연예인의 사진으로 바뀔 때까지 결국 없었다.
***
「이상이 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가벼운 태도로, 사키토는 웃으며 마무리하듯 말했다.
이치야는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그저 사키토에게 시선을 보냈다.
「나중에 안 건데, 그 간판에 그려진 전시전을 연 사람, 『색채의 미』가 특징인사람이었데. 나 그걸 보러 갔었는데」
「어땠어…?」
「그냥 좋았어. 그치만 역시, 그 간판의 이미지를 잊을 수가 없었어」
「그런가……」
「아, 나 그 간판, 폰으로 찍어 놓은 거 있어. 볼래?」
「응…」
「잠깐, 기다려봐」하고 말한 다음, 사키토는 어딘지 즐거운 듯 폰을 꺼내든다. 이치야는 왠지 복잡한 기분으로 사키토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잠시 뒤, 폰을 손에 든 사키토가 다시 이치야의 옆으로 돌아온다.
「이거」
그렇게 말하며 내밀어진 휴대폰 화면에는, 확실히 간판 하나가 찍혀 있었다.
「……」
그것을 보고 이치야는 어라?했다.
「찍긴 했는데, 역시 무리였어. 카메라를 통과하면 색조가 변하니까」
「아…. 그렇지」
「왜 그래……?」
「아니……」
이치야는 고맙다고 말하며 화면에서 시선을 땐다.
사키토가 마음을 빼앗긴 간판의 색.
이치야는 저도 모르게, 좀 더 뚜렷하고 선명한 색일 줄만 알았다.
「저기, 사키토」
「응?」
「만약…, 지금 또 그 간판이 그 역 앞에서 내걸리면, 어쩔거야?」
「어쩔거냐니…」
이치야가 본 간판의 색.
사키토의 말대로, 성능에도 한계가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색조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치야는, 그 색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키토가 조용히 폰을 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거의 손을 대지 않은, 물방울이 뚝뚝 흐르는 잔이, 진동에 작게 흔들렸다.
「왜 내가 이치야한테 이 얘길 했다고 생각해?」
「그건…」
뇌리에 되살아나는 광경에 눌려, 이치야는 말문이 막힌다.
사키토가 그걸 알리도 없다. 그 장소에서, 사키토는 색같은 거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 색은 확실히 그 장소에 있었던 것 같다. 언제나 사키토가 있었던, 그 3층 방에.
여기와서 겨우, 이치야는 색력을 빼앗기는 것의 참된 의미를 알았다.
색이 없는 방에서 색을 빼앗기는, 가장 의미 없어 보이는 그 사상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사키토 자신이 제일로 잘 알고 있겠지.
하양 하나로도 무수한 색이 있다.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색채력이다.
그 장소에서 사키토의 주위에 흘러 넘쳤던그 색은, 어쩌면 사키토가 원했던 간판의 색과 가장 가까웠던게 아닐까?
결국 이치야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입을 다문다.
새삼 떠오른 사실에, 그저 불안만이 소용돌이쳤다.
그 장소에서 빼앗겼던 것이 의미하는 무게를, 이치야는 막연하게지만 느꼈다.
「그렇게 간단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면 이런 얘기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타카히로 얘기처럼 좀 더 껄끄러운 느낌이 되었을 거야……」
「미안…」
「좀 전에 이치야, 그거 생각했었구나」
「그 비슷한 생각이었어…. 나 이상으로 사키토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색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이성이 아니라 색한테 그런 기분을 품는거, 꽤나 이상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말하며, 이치야는 쓴웃음을 띄운다. 말하고 보니 바보같은 얘기지만, 그것은 확실히 있을 법한 문제같다.
「확실히 나, 사람과 색을 같은 시선으로 봐버리고. 동성과 사귀고 있는 거 때때로 당혹스럽긴 하고, 타카히로의 일, 아직 완전히 털어낸 것도 아니지만」
사키토는 시선을 돌린채, 옆에 앉은 이치야의 손에 가만히 자신의 손을 겹친다.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것을, 사키토는 자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치야가 좋아, 나. 이치야의 색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게 이치야라서 좋은 거라고 생각해」
「응……」
「나, 역시 한참 못 미더워?」
「아니…. 아냐. 곁에 있을 수 없게 되면 곤란하니까 걱정하는 거잖아」
「그런가……. 미안」
「아, 미안. 왠지 괜한 소릴 해서」
「……」
맥이 빠진듯 가볍게 웃음을 나눈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춘다.
잠시 뒤 입술을 때자, 이번엔 사키토가 몸을 내밀어 마주보는 자세로, 다시 같은 행동을 거듭했다.
그대로 조용히 깊은 키스로 변하자, 겹친 손을 얽는다. 실내를 채우는 여름의 소리에, 두 사람의 키스소리가 섞여 들었다.
사키토가 자신을 대하는 방법이 조금 변한 것을 처음 느낀 것을, 초봄이었다.
일선을 넘는 행위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나 키스의 정도 변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고, 먼저 그것을 요구해온 것도 사키토로, 그 일에 당시 이치야는 몹시나 놀랐다.
돌이켜 보면 원래는 먼저 키스해 온 것도, 고백한 것도 사키토 쪽이었지만, 타치바나가 있는 이상, 자신이 내딛고 들어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그제까지 그것을 의심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결과였다.
그 이후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응……」
살짝 입술을 땐 사키토가 입가를 닦은 뒤, 그대로 이치야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미안…. 지금 좀, 이치야의 얼굴을 못 보겠어……」
「뭘 이제와 그렇게 동요하는 건데……」
「이치야를 만나는 것도 오래간만이고, 그런 얘기를 한 다음이고」
「………」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하고 이치야는 내심 맞장구쳤다.
「이상한 소리 해도 돼…?」
「뭐어…. 오늘은 사키토가 무슨 말을 해도 용서 받는 날이잖아」
「응…」
그렇게 말하며 사키토는, 한 번 입을 다문다.
주위의 공기와 얽힌 손의 온도에서, 사키토의 긴장이 전해져 와서, 이치야는 의식적으로 평정을 유지하며 사키토의 말을 기다렸다.
「이렇게…」
「그래…」
「이치야의 옆에서 이치야의 색을 느끼는 게, 최근 엄청 좋아. 그대로 녹아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도 자주 해. 전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일도 많아졌어」
「……」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지, 알겠어?」
「해석이 맞다면…」
「아마, 맞다고 생각해…」
「그래……」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그건……」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이치야였다.
「나 자신을 원한다는 소리야? 아니면 색?」
「그런 거, 둘 다 몽땅인게 당연하잖아…」
「그럼 다행이지만」
이치야의 말에 사키토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파묻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단어 선택이 어려워. 좀 더 책을 읽을 걸 그랬다」
곤란하다기보다는 삐진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충분히 시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쓴웃음 섞인 이치야의 말에, 이번엔 불만스러운 시선을 던진다.
「웃을 건 없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대화, 사키토 상대가 아니라면 절대 할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이치야는 그런 거에 역시 흥미 없어? 그런 걸 요구했던 건 나 뿐이야?」
「에…」
질문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던 이치야는 무심코 소리를 흘린다.
「그런게 아니지만…. 사키토는 타치바나를 꽤나 신경 썼었고. 어디까지 해야할지 잘 몰라서…」
「나 일단 그런 거 신경 쓸 거 없다고 호소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한 건 미안한데…. 사키토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좀 더 빨리 말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딱히 거절 안했잖아, 나」
「그런 소릴 들어도…. 어떻게 말하라고. 안 그래도 남자끼리라 당혹스러운 일 잔뜩 인데」
「그것도 그런가……」
「그래」
「미안…」
「아니. 나한테도 원인이 있었고, 상관은 없지만」
「……」
대화가 끊기도, 뒷말을 더듬듯 서로 시선을 돌린다.
「그래서…, 원래 오늘은 어쩔 셈이었는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이번에도 이치야였다.
「음…. 이것저것 생각은 해봤지만, 나머진 평소처럼 보내면 되려나. 참고 있는 건 힘들었지만, 확실하게 얘기했더니 좀 기분이 풀렸어」
「그런가…. 사키토가 그러면 됐다니 다행이지만」
「응. 그러고보니 이치야, 방금전 사진에 뭐 있었어?」
「에? 아아…」
이치야는 예상 외의 타이밍으로 날아온 질문에 당황하지만, 바로 어떻게 답해야할지 생각을 돌린다.
「사키토의 첫사랑 상대…. 나도 다른 장소에서 본 적이 있을지도 」
「진짜……?」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 큰 걸까, 사키토가 크나큰 반응을 보였다.
「엣, 어디서…?」
「사키토가 말한대로, 사진으론 색이 다를테니 절대는 아니지만…」
「응」
「우리들이 꿨던 꿈 속에 있던 사키토의 방」
「……」
사키토는 이치야의 말에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바로 시선을 아래쪽으로 떨궜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기분 탓이 아니었다니?」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서 제대로 볼 수 있었던 풍경은 2층까지였어.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의식이 날아간 기억 뿐이니까, 내 주위는 잘 모르지만」
「응」
「방에는 들어갔으니까, 일순이지만 봤어. 내 방」
「……」
「맨 처음 봤을 때 순간 놀랐어. 바로 인식할 수 없게 됐지만. 역시 그랬구나」
「분해…?」
「뭐, 조금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다행이야?」
「그걸 알았더라면…, 나 지금 이러고 있진 않았을지도 몰라」
「……」
사키토의 말에, 이치야는 조금이지만 자신의 마음 속에 좋지 않은 부류의 감정이 솟는 것을 느꼈다.
「그건 역시 그 간판이 또 눈 앞에 보이면 그쪽으로 가겠다는 소리야…?」
「완전하게 무시할 순 없겠지만…. 벌써 많은 것들이 변했으니까, 역시 나는 이치야 옆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가…」
「아니지, 전력으로 이치야에게 그 간판의 멋짐을 호소할 거라고 생각해!!」
「이해할 수 있도록 정진해 둘게」
이치야의 말에 웃는 사키토의 모습에, 이치야 역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린다.
그러면서 이치야는, 눈 앞의 소년을, 기이한 존재라고 실감하며 바라보았다.
여기에 있어 줘서 다행이라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키토를 그리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고 싶다고, 머리 한 켠으로 바라고 있었다.
***
완전히 어두워진 밤길을 나란히 걸어간다.
그렇게 울던 매미 소리는 가라앉고, 대신 조용한 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결국 그 이후로는 평소처럼, 빈둥빈둥 목적도 없는 시간을 단 둘이서 보냈다.
딱히 얻을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그저 대화를 즐기는 시간도, 별생각 없이 낭비하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이치야는 느꼈다.
「아, 그러고보니 낮에 얘기해 둘 걸」
「뭐야?」
생각난 듯 말하는 사키토에게, 이치야가 의문의 목소리를 던졌다.
「요전에, 타카히로의 아버지를 만났어」
「진짜…?」
「응. 진짜 우연이었지만」
「그래서?」
「대화를 나눈 건 지금까지 인사 정도 뿐이라서 망설였지만, 말을 걸어 봤어」
「어땠어?」
「나오토 씨에 대해서 좀 얘기하고, 그 뒤엔 나는 지금도 타카히로를 믿고 있다는 얘길했어」
「그래」
「그랬더니, 왠지 타카히로의 아버지도 그 일에 대해선 아직도 꽤나 신경 쓰시는 것 같아서」
「오옷…?」
「어쩌면 타카히로의 일로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건 타치바나의 아버지도 타치바나의 일은 뭔가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지?」
「응. 그렇게 말했어. 그러니까 머잖은 사이에 재차 찬찬히 얘길 나누자고 약속했어」
「잘 됐네.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협력할게」
「만나는 날 정하면…, 이치야도 갈래?」
조심스럽게 사키토가 묻는다.
「아니. 내가 가면 거북하잖아. 저쪽이. 나중에 이야기만 들려 줘」
「그렇겠지. 응. 보고는 할게」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뭣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타치바나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나도 설마 이런 흐름이 될 줄 몰라서 놀랐는데. 사건 때문에 이혼하기도 했고. 그리고, 타카히로의 아버지는 누군가가 등을 떠밀지 않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랄까」
「그런가…」
자신의 집을 찾아 왔을 때, 그 가족은 어땠을까. 이치야는 자신의 기억을 뒤진다. 그리고 그조차 애매한 자신의 기억에 풀죽었다.
「이치야…. 또 자기가 떠올리기만 하면 될텐데~하고 생각하지?」
「엣…. 뭐, 역시 그 일은 신경 쓰이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이치야는 살아남은 일 자체가 제일가는 공적이니까!! 있어 주기만 해도 돼!! 신경 쓰고 있다던가 그런게 아니라, 나 그게 진짜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
「나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전방에 버스 정류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기다릴 거 없이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되게 계산해 나왔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조금 초조한 모양새로 사키토가 말을 잇는다.
「응?」
「주말에 여기서 불꽃 축제가 있는데. 그거 같이 가고 싶어!」
「그래? 예상은 비어 있으니까, 그런 걸로 생각할게」
「으랏챠! 그럼, 그러기로 하고! 자세한 사항은 다음에 말하자」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거의 동시에 저쪽에서 버스 불빛이 보였다.
이치야는 그것을 확인하고, 사키토를 돌아보며 그 얼굴을 가만히 응시한다.
「엣, 왜?」
이치야의 행동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사키토가, 당혹한 모양새로 이치야에게 묻는다.
「아니. 사키토가 있어 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피차일반이잖아」
「그래…」
이치야가 그렇게 대답할 때, 버스가 도착하더니 문이 열린다. 손님이 하차를 마치자, 이치야는「그럼」하고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올라탔다.
사키토의 웃는 얼굴에 배웅을 받으며, 그 땅을 벗어난다.
「……」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끼며, 이치야는 흐르는 밤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폐 빌딩 옥상에서 사키토가 자신을 구해줬던 날을 떠올린다.
「나로는 안돼?」하고 호소하던 사키토의 말을 떠올릴 때마다, 그렇지 않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이치야는 폰을 꺼내, 사키토에게「잘자」하는 메일을 보낸다.
그러고보니 그 날도 이런 흐름으로 이런 대화를 나누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창 밖을 바라본다.
몇 시간 뒤면, 오늘도 끝을 고한다.
곧이어 돌아온 답메일에 하루의 여운을 느끼며, 이치야는 그저 지금 여기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2013.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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