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전연령BL/멜랑꼴릭드림타워]
미카게 엔딩의 후일담입니다.
게임 본편의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름 방학도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매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치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 까지는 아직 5분 정도 남았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은, 항상 기이하리만큼 정확하게 약속 시간대로 찾아오는 인물이었다.
그것을 익히 알면서, 오늘 이치야는 일찌기 집을 나섰다.
딱히 만나는 것이 기대되서 그러는게 아니라, 단순히 상대보다 먼저 도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한 이유였다.
뭐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것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다.
두터운 소나기 구름을 바라보며, 무슨 얘길 할까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그렇게 잠시 화제를 찾아 봐도, 분명 또 대화의 페이스는 상대의 뜻대로 흘러가고 말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화제 찾기가 순간 무의미하게 여겨져서, 이치야는 생각하는 걸 관뒀다.
「시노자키」
여름의 더위 탓에 반쯤 정신이 멍해지던 와중, 늠름한 부름이 들려와 퍼득 정신을 차렸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자, 날렵한 눈매에 안경을 쓴 한 사람의 청년이, 선선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단정한 생김과 차분한 복장은, 밝은 머리색만 빼면 성실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복 차림인데다, 오래간만인 것도 있어, 이치야는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얼버무리기 위해 시계를 확인하자, 역시 정확한 도착이다.
「미카게는 항상 약속 시간이 철저하네」
그렇게 말하며, 이치야는 미카게라 부른 청년과 제대로 대치한다.
미카게는 이치야의 말에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지각은 하지 않잖아」하고 농담조로 말했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시립 도서관이었다.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행선지를 정한 것은 이치야였다.
대학생인 미카게와 수험생인 이치야는, 역시 시간도 맞추기 힘들어서 얼굴을 맞댈 기회가 줄어 들었다.
서로 메일을 나누는 것도 싫어하는 건지, 메일로 소식을 나누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자신들이 연인으로서 사귀고 있다는 인식은 있고, 그것은 암묵적인 이해이기도 했다.
여름 방학에 들어서면 다소 시간은 맞게 된다.
그러면 간만에 만나자.
뭐, 그런 흐름이었다.
바라는 장소는 있냐는 미카게의 물음에 이치야는 시원한 장소라면 어디든 좋다고 답신했다.
하지만 그런 애매한 대답으로 명확한 행선지가 정해질리는 없어서, 그 다음 이치야는 「미카게의 방에 가보고 싶어」하고 호기심 어린 희망을 써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헛되이 각하. 반쯤 농담삼아 「도서관」이라고 했더니 그게 채용되고 만 것이다.
숙제도 다 끝낸 이치야가 도서관에 갈 이유는 없다.
미카게는 자기 집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던 듯, 이치야도 결국 그 이상 대안을 요구하진 않았다.
「왜 안 되는 건데, 미카게 네 집…」
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이치야는 신경 쓰였던 것을 묻는다.
이치야에게 미카게는 아직도 파악이 안 가는 부분도 많아서, 사생활 관련은 흥미도 많았다.
「좋지 못한 게 붙어 있어서」
「……」
아무리 이치야라도 이제와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진 않는다. 농담으로 어물쩍 넘기려 한다는 건 안다.
「시노자키는 나쁜 게 쓰이기 쉬울 것 같으니까 말이지」
「미안하네…. 남을 집으로 초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거야?」
「대강 그래. 특별히 재밌는 것도 없으니까 올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니. 그건 좀 신경 쓰이는데」
「아마, 시노자키가 대략 상상하는 대로 일 거야」
「상상이 안 가니까 신경 쓰이는 건데 말이지……」
심심풀이 정도로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목적했던 건물에 도착한다.
「저기 말야…. 새삼스럽지만 정말 여기라도 괜찮아?」
입구 앞에서 멈춰서서, 이치야는 묻는다.
「나는 상관 없어. 마침 빌리고 싶은 책도 있고. 하지만 시노자키가 싫다면 옮겨도 상관없는데?」
마치 이치야의 우유부단을 놀리듯이 미카게는 말했다.
「아니. 나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오래간만에 책들에 둘러 쌓인 채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잖아」
「……」
이치야의 침묵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걸까. 미카게가 앞서 걷는다.
약간 강제적인 것을 느꼈지만, 딱히 미카게를 불러 세울 이유도 없어서 이치야도 그 뒤를 따라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미카게는 바로 책 한권을 빌린 다음, 인적이 없는 구석 자리로 이동했다.
망설임 없는 걸음걸이는, 자주 이 시설을 이용했기 때문이겠지.
딱히 빌릴 것도 생각나지 않는 이치야는 그저 미카게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언젠가처럼,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에 앉는다.
마치 그 장소에 앉아야할 인물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그 주위에는 사람이라곤 없었다.
여름 방학이라 이용자도 나름 있을텐데, 여기에 두 사람 밖에 없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왠지 역시 반가운 걸. 아직 몇 개월 정도 밖에 안 지났는데」
「제대로 만나지도 않았으니, 괜히 더 그런 거겠지」
빌린 책에는 손을 대지도 않고서, 미카게도 그리 대답한다.
「대학은 어떤 느낌이야…?」
같은 질문을, 이치야는 전에도 딱 한 번 메일로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저 그렇다는 대답을 받았다.
「즐겁냐는 질문이라면, 시시하다고 대답하겠지」
「그런가……」
대답은 악화되어 있다.
「질려. 언제나 그렇 듯」
「하지만 아직 반년 밖에 안 지났잖아? 2년째라면 또 몰라」
「오늘, 오래간만에 시노자키를 만나 새삼 실감했어」
「뭘…」
미카게의 난데없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띠우면서도, 이치야는 그 뒷말을 재촉했다.
「시노자키는 역시나 특별해. 겨우 제대로 된 장소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
「뭐야, 그거」
미카게의 말에 시노자키는 그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예를 들어서 말야」
그리고서 미카게는, 좀 전에 빌린 책을 손에 든다.
「이 책이 시노자키라고 하자」
「어…, 응?」
「다른 책은 전부 백지에, 내용이라곤 없는 책이야. 이렇게 말하면 조금 알겠어…?」
「……」
그 말에 이치야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망설인다. 미카게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치야는 항상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게 된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취급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항상 생각하는데…. 나, 그거 기뻐해도 되는 거지?」
「나로선 나쁜 소리는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해」
「응. 뭐. 기쁘게 생각하는 걸로 해두겠는데.」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걸…?」
「아니…」
이치야가 책을 바라보며 머뭇거린다. 미카게는 말없이 그런 이치야를 보고 있었다.
이어, 이치야가 다시 입을 연다.
「그 책에 질리면 어쩔 건데…」
「그 질문은 조금 예상 외로군」
그 말을 의심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미카게는 말한다.
「죽을 거야. 살아있을 이유도 없으니까」
「또 그렇게 딱 잘라서…」
「바꿔 말하자면 내 목숨은 이 책이 쥐고 있는 게 되는 거겠지」
「……」
「내가 질리는 게 먼저인지, 책이 칼붙이가 되는게 먼저인지. 그 문제겠지만」
그 시선은 어딘지 차갑고, 그러면서도 어딘지 유쾌했다.
「어지간히 의도하지 않는 이상 손가락을 베이는 것이 고작이겠지.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 책의 시나리오는 대단원이야」
「뭐야…. 미카게. 그 책 읽는 거 처음 아냐?」
「몇 번 정도 읽어 봤어. 가끔씩 읽고 싶어 지지」
「그런가…」
「시노자키 앞에서도 몇 번 정도 읽은 적 있었을텐데」
「에? 진짜?」
「시노자키답군…. 만나지 못한 동안 변함이 없는 것 같아 안심이야」
그렇게 말하며 미카게는 쓴웃음을 보인다. 이치야는 어딘지 모르게 놀리고 있는 듯한 그 태도에 불만을 품으면서, 그 책의 타이틀을 바라보았다.
다음에 읽고 있을 때에는 눈치챌 수 있도록, 타이틀을 기억 속에 쑤셔 넣는다.
아주 조금, 미카게가 다시 또 이 책을 빌리는 일이 있기를. 그렇게 기도도 했다.
아직도 어디까지 마음을 허락해야할지 몰라 헤매고 있는 상대.
옥상에 목을 조르던 그 날의 광경이 뇌리를 스친다.
한 발짝 내딛으려고 하면, 또 하나의 자신이 어깨를 잡아 세웠다.
이 사람은 안된다고. 하지만 동시에, 미카게가 멀어져 가는 것에 대한 공포도 느낀다.
암묵적인 이해가, 언젠가 연락 불통으로 모습을 바꿀 것만 같아서.
아마 자신은, 상대의 변덕에 휘둘리고 있는 것뿐이라고. 이치야는 마음 한 구석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뭐라 할 수 없는 울분을 느낀다.
분명. 단 한마디면 모든 것이 끝날 감정이었다.
그 입에서 긍정의 한 마디를 들어 버린다면, 어떤 형태로든 끝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치야에게, 그 말을 물을 용기는 없었다.
분하리만큼, 이치야가 매달릴 수 있는 것은 눈 앞의 청년 뿐이다.
「저기 말야…, 미카게」
「왜?」
「저쪽의, 꿈에서 말야. 미카게가 나보고 같이 남지 않겠냐고 했던 거, 기억해?」
「아아……, 말했었지?」
「나, 아마,」
이치야는 말하려다 말고, 과연 말해도 되는 걸까 싶어 말을 멈춘다.
미카게는 그저 이치야의 말을 기다린다. 뭔가를 살피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냐. 기억하고 있다면 됐어」
「그런가?」
「응. 지금이라면 왜 그 말을 한 건지 이유를 알 것 같아서」
「그렇군. 하지만 결국,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였어」
「뭐어……, 응」
"아마, 지금이라면 그 바람에 응했을 거라 생각해"라는 말을 집어 삼키고, 이치야는 거짓 웃음을 띠웠다.
풍경이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을 무렵, 두 사람은 도서실을 뒤로 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까지 걸어 돌아간다.
「왠지 결국 이제까지처럼 보낸 것 뿐이었네」
갈라서야할 장소를 바라보며, 이치야가 말을 꺼냈다.
「부족해?」
「아니. 만난 것 만으로도 충분했어」
그렇게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 왠지 둘 다 멈춰섰다.
「저기. 그럼, 다음에 맘이 내키면 또 봐」
이치야가 말을 꺼냈다.
「그래. 너무 신경 써 줄 필욘 없어…. 알겠지?」
「응…?」
「메일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무슨 일 있으면 상관말고 연락해 줘」
「그런가. 왠지 미카게가 그렇게 신경 써 주니까 이상한 기분인걸」
「유감인걸. 시노자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착실히 신경 쓰고 있어」
「그럼…」
이치야가 어색하게 시선을 돌린다.
「별로 그런 느낌은 안 들지만, 우리들 일단 연인이고」
「뭐야…?」
「나, 미카게랑 제대로 키스한 기억 없는데」
이치야의 기억 속에서는 처음 갑작스럽게 당한 것과, 옥상에서 목을 조였을 때의 것 밖에 없다.
그 이후로 기나긴 시간을 둘이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행위를 제대로 한 적도 없었다.
동반 자살 미수까지 강요했던 것치곤, 미카게는 이치야한테 그러한 것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의도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치야한테는 때때로 신경 쓰이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실은 조금 맥이 빠졌거든」
「그럴 맘이 없었던 건 아니야. 타이밍을 놓친 거야」
「있었잖아…. 도서실, 사람이 없을 때가 더 많았고」
「그런게 아니라」
「그럼 뭔데」
「시노자키가 좋은 반응을 보일 것 같은 타이밍이야」
「뭐야, 그거……」
이치야의 대답 다음, 미카게는 자연스레 이치야를 펜스쪽으로 밀어 붙힌다. 이치야도 순순히 그를 받아 들였다.
변함없이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에, 철컹하는 작은 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든다.
「솔직히 요구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옅은 웃음을 띠우며, 미카게는 펜스에 손가락을 걸었다.
「왠지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이치야가 미카게의 등에 팔을 둘렀다.
비어 있던 미카게의 왼손이 이치야의 턱을 쥐고, 엄지 손가락이 가볍게 한 번 이치야의 아랫입술을 더듬는다. 그리고 살짝 입술이 떨어진다.
잠시 입술을 겹친 다음, 미카게는 스스로 천천히 그것을 땠다.
그대로 감정이 보이지 않는 시선을 이치야에게 보낸다.
「만약…. 지금 내가 나이프를 들고 있었다면, 미카게는 방심했을 거야?」
시선을 받아 들이며, 여전히 미카게의 등에 팔을 두른채 이치야는 쓴웃음 섞어 물었다.
「시노자키 답지 않은 농담인걸」
대조적으로, 미카게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답한다.
「계속 미카게랑 같이 있어서 감화 받은 거야」
「그럼, 이후의 교제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 걸」
농담 섞어 말한 뒤, 이번엔 몸을 땐다.
「그래서……, 어땠어?」
「시노자키를 만나서 다행이야. 좋은 하루가 되었어」
미카게는 변함없는 웃음을 띤 채, 대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말로 답한다.
그 모습에, 이치야의 의도는 깨진 모양이다.
「시노자키치고는 갑작스러운 요청이라고 생각했어」
「아니……. 뭐……」
키스하고 싶었던 건 의외로 진심이었다는 것을, 이치야는 재차 집어 삼킨다.
「시노자키의 손을 번거롭게 만들진 않을 거야. 그럼, 이만」
「에……. 앗」
이치야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미카게는 등을 돌려 돌아가 버린다.
미카게는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또 하나 더, 이치야에게 응어리를 남기고 돌아갔다.
이치야는 이제 몇 번이나 실감했는지 모른다.
정말 이 사람을, 당해낼 수가 없다.
「……」
답답한 마음의 응어리를 품은 채로, 이치야는 그 등을 묵묵히 배웅한다.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그 날.
정말로 나이프를 손에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날.
(신경 쓰고 있는 게 아니라……. 바래다 주지 않는게 아니라…, 그럴 수가 없는 거야)
원하려 하면 언제나 들러 붙는 공포.
그 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치야는 그저 내내 그 먼 모습을 배웅하고 있었다.
다음에 어떤 얼굴을 하고 만나면 좋을지도 모른채, 그저 그 등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동인(同人) > [BL]멜랑꼴릭드림타워'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MDT/SS] 이치야 생일 축하 SS (Birthday0923) (0) | 2013.12.31 |
---|---|
[BL/MDT/SS] Girls (0) | 2013.12.30 |
[우리말화] 멜랑꼴릭 드림 타워 - 2014.7.30 (0) | 2013.12.30 |
[BL/MDT/SS] 사키토 생일 축하 SS (Birthday0821) (0) | 2013.12.30 |
[BL/MDT/SS] Selection (0) | 2013.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