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전연령BL/멜랑꼴릭드림타워]
(R루리카)
코가 루리카의 전일담입니다.
게임 본편의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극미량의 백합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긴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 머리카락에 하얗게 핀 꽃 같은 리본은, 소녀가 계단을 한 단 한 단 오를 때마다, 그에 맞춰 흔들린다.
인적이 적은 복도에서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리카는, 복도 끝에 보이는 사랑스러운 사람의 모습에, 조금 표정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 상대가 창 밖으로 누군가를 보고 있는 것을 되찾아, 바로 표정은 되돌아간다. 천천히 다가가, 자신도 그 시선 끝을 살펴보았다.
친구와 함께 걷는 고등학교 남학생 하나. 루리카 보다 한 살 연상으로, 그를 바라보는 눈 앞의 선배보다는 한 살 연하.
선배…, 하루나가 중학교 시절부터 마음에 그리던 상대. 자신으로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 너머에 있는 상대.
「시노자키 군. 분명 나 같은 건 기억하지 못하겠지」
쓸쓸한 듯한 목소리가, 갑자기 루리카에게 말을 걸어 온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선배가 말을 거셔도 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치만 역시, 용기가 필요해」
곤란한 듯 그리 말하는 하루나를, 루리카는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으로서는 절대 마음을 이룰 수 없는 상대….
남성 공포증인 루리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바로 만난 시로사키 하루나에게, 연심을 품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신입생 부활 권유회로 돌아간다.
「저기저기, 너. 매니저같은 거에 흥미 없어?」
축구부 부원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갑자기 말을 걸자, 루리카는 작게 어깨를 움찔했다. 목소리의 주인을 보자, 기운차 보이는 남자가 웃음을 띤 채 루리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그것만 갖고도 루리카의 머리는 패닉을 일으킬 뻔 한다. 아직 익숙하지도 않은 학교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흘러 넘쳐 떠들썩한 교내. 막 사람이 없는 장소로 피난하려하던 참이었다.
「매니저 하나가 아르바이트가 바쁘다면서 빠져 버려서, 일단 들어와 주기만 하면 조금 정도 적당히 해도 괜찮아」
바짝 다가서는 남학생의 모습에, 루리카는 그저 몸을 빼며 말을찾는다.
거절해야 한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이 남자는 왜 내게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
알고 있는데도 혼란만 커져서 말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대답같은 거 반응만 보면 일목요연할텐데 좀처럼 물러설 기미가 없는 눈 앞의 남학생에, 이어 루리카는 확실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아기 고양이를 어여삐 여기는 듯한 태도로 말을 걸어 오는 걸까.
아아, 마치 오래전의 오빠가 보여줬던 것 같은,
「읏……」
혼란 끝에 루리카는 도망치기로 결단 내렸다.
등을 돌려 남자로부터 달아난다.
「아, 잠깐 기다려봐!!」
남자가 순간 도망치는 루리카의 팔을 잡는다. 그 순간이었다.
「싫어어…!!」
루리카는 움켜잡은 남자의 팔을 크게 뿌리치고,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 어깨는 잘게 떨리고 있다. 명백하게 이상한 상태다.
「아…. 미안……!!」
남학생은 갑작스러운 루리카의 상태에 겁을 먹고, 한마디 사죄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갔다.
하지만 지금의 루리카는 그런 것을 파악할 수 없다. 생각조차 제대로 못하고, 그저 마음이 진정 되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두근두근 시끄러운 심장 소리. 진정하려 하면 괜히 더 그걸 의식하고 만다.
때때로 학생들이 흘긋흘긋 루리카를 쳐다보고 가지만, 그조차 루리카는 알 수 없었다.
붙잡힌 팔의 감촉이 남아있다. 이제 붙잡은 사람은 없을텐데, 몇 번이든 뿌리치고 싶어진다. 또 어디선가 팔이 뻗어나올 것 같아서, 웅크린 상태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된다.
「괜찮아…?」
문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정한, 여학생의 목소리다.
그렇지만, 루리카는 대응할 수가 없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으음…」
여학생은 고민하듯 신음하더니, 웅크려 앉은 루리카의 옆에 조심스럽게 주저 앉는다. 진정이 될 때까지 곁에 있어줄 생각인 모양이다.
그 존재에 루리카도 점차 진정을 되찾아간다. 조금씩, 이제 괜찮다고. 경계심이 녹아갔다.
웅크려 앉은지 수십분이 지났을 무렵, 겨우 루리카는 옆에 앉아 있던 여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진정이 됐구나」
눈이 맞자마자, 부드러운 미소가 들어온다.
「저기…」
「미안. 왠지 힘들어 보여서. 민폐였을까?」
「아뇨. 죄송합니다…」
조용히 말하고서 루리카는 일어선다. 그에 따라 여학생도 일어섰다.
「무슨 일 있었어? 기분이 나빠진 거야? 보건실, 갈래?」
「아뇨. 괜찮습니다. 이제 진정이 됐습니다…」
왠지 모르게 눈을 맞추지 못한 채, 루리카는 대답한다.
「그럼 다행이지만. 좀 깜짝 놀랐어」
「죄송합니다」
「사과할 거 없어. 내가 멋대로 한 거니까」
「……」
「1학년이지?」
「네」
「부활동, 뭐할지 정했어?」
「아뇨…. 부활동은 아마 안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뭣하면 배구부 같은 건 어떨까 싶었는데. 유감이네」
농담처럼 말한다. 그런 사소한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루리카는 점점 더 마음을 열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제 키로는…, 배구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 중요한 건 의욕이야!」
「선배는 배구부십니까?」
「응. 그치만 3학년이니까, 이제 곧 은퇴하겠지만」
「그렇습니까…」
그때.
「아, 하루나!!」
불현 듯, 등뒤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눈 앞의 인물이 반응한 것을 통해, 그녀의 이름이 「하루나」인 것을 알았다.
「미안. 누가 부르네」
「아뇨. 저기… 고맙습니다」
「아냐아냐. 괜찮으면 다음에 또 얘기하자」
그럼, 다음에 봐.
하루나는 웃으며 그렇게 말한 뒤, 친구인 듯한 사람한테로 뛰어 갔다.
루리카는 그 등을 배웅한다. 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후 루리카는, 자신이 소속된 위원회에서 하루나와 재회하게 된다.
거기서 새삼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고, 점차 사이가 좋아졌다.
항상 하고 있던 하얀 리본을 받았을 때에는 이미, 루리카는 자신이 하루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그 과정 중에, 루리카는 알게 되었다.
그녀가 어느 남학생 하나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시노자키 군은, 분명 내가 같은 학교라는 걸 모르는 거겠지」
농담처럼 웃으며 말하지만, 그 표정은 어딘지 쓸쓸했다.
그리고 그런 웃음을 볼 때마다 루리카는 생각한다.
나라면, 선배를 쓸쓸하게 만들지 않을 텐데.
내게 그럴 권리가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텐데.
「분명 괜찮습니다. 선배는 멋진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전할 수 없는 마음 대신, 그리 말한다.
적어도 위안의 말 정도는, 용기를 불어 넣는 일 정도는, 하고 싶었다.
「고마워…. 루리 짱은 정말 좋은 아이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하루나는 루리카를 꼬옥 끌어 안는다. 이러한 스킵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아직도 루리카는 조금 익숙하지 않았다.
「선배. 여기는 복도 입니다」
「끌어 안는 것 정도는 괜찮아」
「……」
루리카는 그녀의 품 속에서 남몰래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의 이런 것이 기쁘면서도 분하다.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놓고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 그 존재가, 몹시나 신경 쓰였다.
그리고 몇 주 뒤. 루리카의 귀에도 그 남학생이 사건에 휘말려 들었다는, 풍문이 들어왔다.
걱정이 된 것은 남학생이 아니라, 하루나. 루리카는 자연히 하루나에게로 뛰어가고 있었다.
루리카가 기이한 탑의 꿈 속에서, 그 장본인과 대치하게 되는 것은 아직 조금 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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