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전연령BL/멜랑꼴릭드림타워]
타다노 루트의 후일담입니다.
게임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잇 짱! 이번 주 일요일!!」
학생들의 대화가 오가는 점심 시간.
아무런 전조도 없이 튀어나온 타다노의 말에, 이치야가 예상 완료라는 듯「몇 시」하고 눈치 빠르게 대답한다.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내온 눈 앞의 인물의 생일을 잊을 정도로 이치야는 박정하지 않다.
「잇 짱은 몇 시가 좋겠어?」
「딱히 몇 시든. 원래부터 언제든 상관없도록 해놨고」
「그렇게 말해주다니. 바로 감동으로 눈물이 터질려고 그래」
「그래서…, 몇신데?」
「솔직히 나도 몇 시든 상관 없어. 잇 짱이 적당히 괜찮을 때 우리집으로 와 줘」
「응. 알겠어」
「아. 딱히 뭔가 갖고 올 필요 없으니까. 알겠지?」
「그래……」
그렇게 이치야는 진심 아닌 대답을 해둔다. 여기서 부정해도, 눈 앞의 청년이 「그러십니까?」하고 납득해 줄리 없다는 건 이치야도 잘 알고 있다. 분명 이 대답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도, 타다노는 알고 있다.
10월 7일.
애매한 구두 약속 끝에, 이치야는 「지금부터 간다」는 한통의 메일을 넣었다.
대략 평소와 똑같은 시각. 두 사람의 약속은 항상 이랬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리만큼 기나긴 교우 관계를, 지금까지 보내왔다.
현관을 빠져 나갈 무렵 『응. 조심해~』하는 짧은 답장이 온다.
확인을 끝마친 다음, 지참한 음식을 한 손에 든 이치야는 어느샌가 연인이 된 전 절친의 집으로 향했다.
타다노의 집에 도착하자, 타다노가 이치야를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타다노와 함께 방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타다노의 어머니에게도 환영의 인사를 받는 이치야지만, 오늘은 달리 아무도 없는 듯, 집 안은 조용했다.
방에 들어선 뒤, 서로 정해진 장소에 자리 잡는다.
이치야의 방에 비교하면 타다노의 방은 훨 더 물건이 많다. 올 때마다 못 본 것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 주제에 방안은 항상 엄청 정리가 잘 되어 있으니까, 과연 타다노 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도 잘 정리된 책장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갖고 온 음식을 떠올리고서, 「사식이야」하면서 타다노에게 내민다. 선물이 아니라, 사식. 내용은 별 거 아닌 음료수와 과자 종류다.
타다노는 흔쾌히 그걸 받아 든 다음, 망설임 없이 그것들을 배분했다.
「뭐 그러니, 생일 축하해」
그리고 진지하게, 이치야가 말을 꺼냈다.
「고마워. 아아, 올해 생일은 행복하구나」
웃음을 띄우며 타다노가 가볍게 말한다. 하지만 그 말 안에 뭔가가 함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을, 이치야는 예리하게 감지했다.
올해 생일은.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
「작년엔 말 못했었지…. 축하해」
「뭐어. 나도 생일이 뭐 어쩌고 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말이죠」
「미안」
작년 오늘. 이치야는 병원 침대 위였다.
가족이 살해 당하고, 자살 미수에 이르러, 혼수 상태로 병원에 있었다. 친구의 생일 따위 알리도 없고, 축하는 커녕 걱정만 끼쳤다.
아직도 이치야는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계속 음지 속에서 자신을 받쳐주던 존재를, 자신은 한 번 배신한 것이라고.
「지나간 일 갖고 뭐라 말해봤자 소용없지.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잇 짱을 독점할 수 있고 말이지?」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애당초, 잇 짱이 내 마음을 받아 준 시점에서 전부 아무래도 좋아졌어. 꽤나 진심으로」
「그래…」
「잇 짱 말야. 내가 지금까지 얼마만큼 거리감 유지하는데 고생했는지 알아?」
곤란한 듯한 웃음을 띠우며, 타다노는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이치야에게 말했다.
「말 하나하나 괴롭지, 거북하지, 마음 켕기지. 큰일이었다구? 평소 때라면 신경 안 쓸만한 일도 신경 쓰이고」
「……」
「연애 니트인 잇 짱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냅둬. 그보다, 나는 흥미가 없었던 것 뿐이래두」
놀리는 어조의 말에, 욱하는 기미로 이치야가 말한다. 고백의 말을 들을 때까지, 이치야는 그런 가능성을 털끝만치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내 사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자신에게 연애 감정을 품고 있었다니.
「저기 말야…. 신경 쓰였지만 왠지 쑥스러워서 못 물어 봤는데」
「뭔데」
「타다노는 언제부터 날 그런 눈으로 본 거야?」
「글쎄. 별로 명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말하며, 타다노는 기억을 더듬듯 생각에 잠긴다.
「제대로 자각한 것은 중3 여름 때 정도였으려나? 나한테 잇 짱은 그런 존재였구나 싶었어」
그것은 정말로 사소한 계기였다.
친구에게는 품지 않을 감정을 자각했을 때, 타다노의 내부에서 이치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타다노에게 있어서 그것은 의외의 일이 아니라 오히려 납득이 가는 감정이라서, 당황보다는 엉켜 있던 실이 풀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치곤 내내 평소 그대로였잖아, 너」
「그래 보였다니 노력한 보람이 있었네. 자각한 다음 얼마간은 꽤나 맘이 탔었는데」
「몰랐어」
「그건 역시 잇 짱이 둔하니까」
「미안」
「아니. 그 둔함 덕분에 살았기도 하고, 동시에 희롱당해 온 나도 뭐라 말 못하겠지, 이건」
거기까지 말한 다음, 타다노는 분위기를 바꾸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역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는 건 기뻐」
「제대로 답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
「이렇게 특별히 아무 말도 안해도 예정 맞춰 주잖아. 충분하지」
「그건 전에도 이랬잖아」
「확실히 잇 짱 쪽에서 먼저 부대껴 오는 건 별로 없지만, 그것도 잇 짱이니까 불만은 없어」
「……」
불만은 없다는 말이 걸린다.
「납득 안 가?」
타다노의 질문에, 이치야는 어떻게 답해야할지 머뭇거렸다.
타다노가 어떠한 인간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아직 끄집어 낸게 아니다.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그것은 본심이 아니라 유사품인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타다노를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자신에게, 이치야는 다소 답답함을 느꼈다.
타다노의 마음도 말도 결코 싫지 않다. 키스에 대한 불쾌감도 없고,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일방적인 차이를 느끼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타다노의 말대로, 이치야가 뭔가를 요구하는 일은 적다.
그야말로 『명목이 바뀌었을 뿐,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였다.
결코 「그럴 마음이 없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욕구로 변하기고 전에, 이치야는 항상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
침묵하는 이치야를 보고, 타다노는 혼잣말처럼 말한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다음, 힐끔 이치야를 바라본다.
뭘까싶어 이치야는 타다노를 본다.
「잠깐 괜찮을까요」
「에? ………엣」
타다노의 예상 외의 행동에, 이치야는 의문을 던질 새도 없이 짧은 소리를 냈다.
이치야가 뭐라 좋고 싫음을 얘기하기도 전에, 타다노가 이치야를 바닥에 엎어 뜨린 것이다. 통일성 없는 흐름에, 사고에 혼란이 인다.
「갑자기 뭐야」
「나는 의외로 잇 짱이랑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잇 짱은 어떨까 싶어서」
「……,」
타다노가 이치야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묻자, 이치야는 그 질문 내용에 무심코 시선을 돌린다.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타다노의 표정은 평소처럼 보였지만, 뭔가를 시험하는 듯한 뭔가가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머릿속으로 뭐라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전했을 때, 명확해질 변화가 아직도 조금 불안했다.
「3학년이 되고 반이 갈라져서, 내가 얼마만큼 쓸쓸한지 모르시죠, 이치야 군은?」
「그건……」
「잇 짱은 어때? 수업 중에 내 생각하고 그래?」
「……」
어라? 하고 이치야는 생각했다.
타다노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갑자기 자살을 꾀였단 소릴 들었을 때…. 그때 처음 잇 짱이 엄청 멀게 느껴졌어. 대체 누굴 원망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빈자리를 보고 있으면 짜증도 나고. 그래도 걱정이고, 불안이고」
어떤 표정일지 신경 쓰인 이치야가 시선을 돌렸지만, 타다노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 날의 일을, 타다노는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상상조차 못했던 알림.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함께 있던 소중한 사람이 생사의 경지를 헤매고 있다는 현실에, 머릿 속에 한가지 색으로 물들었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은 어림풋이 알고 있었던 주제에, 그런 결과를 내놓은 자신이 분하고,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나날. 이치야한테 자신이라는 존재가 대체 뭘까. 싫어도 그런 생각이 머릿 속을 가물거려서, 클래스 메이트들한테 역으로 걱정을 실컷 샀을 정도다.
그저 무사히 돌아와 주기 만을 기도했다. 짧은 듯하면서도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던 기간.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나름 연인 비슷한 소릴 하고 있지만…. 실은 지금도 잇 짱의 마음을 아직 잘 모르겠어. 곁에 없으면 불안한데도, 있으면 또 있는 대로 불안해져. 일방적이라도 만족하고 있는 것 같은 데도, 실은 좀 더 나를 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나, 역시 일방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거구나」
겨우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는 듯, 이치야는 물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지. 잇 짱은 엄청 수동적인 인간이고. 그치만 자제심이 어디론가 훅 날아 가버렸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타다노는 겨우 쓴웃음을 이치야에게 보여준다.
「그건…, 미안. 나 말야,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 너무나도 예전 그대로라서」
「그렇네. 우리들 이제까지 내내 이런 느낌이었고」
「하지만, 지금 일방적이란 말에는 반론하고 싶어졌어」
「어떤 식으로?」
「내가 연애에 익숙하지 않은 건 네가 잘 알잖아? 연애 니트라고 말했던 주제에…」
「즉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거다?」
「대개는 네가 리드해 주자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맡겨 버린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불안을 느끼는 원인을 만든건 나야. 미안」
「뭐어, 나도 좀 더 확실하게 잇 짱의 마음을 믿었어야 했던 거고. 피차일반이네」
「응. 땡큐」
그리고 둘이 가볍게 웃음을 나누었다.
「그래서…?」
웃음이 그치자, 이치야가 재촉하듯 짧게 말한다.
「그래서라니?」
「나, 일단 너한테 덥쳐진 상태인데…」
「그렇네요」
모른척, 타다노가 맞장구를 친다.
「그런 흐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키스하면…, 멈출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OK?」
뭔가를 살피는 듯한 타다노의 말에, 이치야는 순간 말이 막혔지만,「별로 상관없어」하고 대답했다.
「그런 반응을 보여 주면, 섯부른 짓은 못하겠네」
웃음 섞어 곤란한 듯 그리 말하고서, 타다노는 살짝 이치야에게 입술을 겹쳤다.
조용한 침묵 뒤, 키스를 끝마치고서. 그대로 타다노는 몸을 일으켜 이치야를 끌어 안는다.
「잇 짱은 남자 주제에 이상하게 안으면 기분이 좋단 말이지」
「그래……?」
「진짜 분명 연상 킬러야. 치사하기는」
「너어……」
이런 상황에서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싶어하며, 이치야는 기가 막힌 시선을 타다노에게 보냈다.
「정말로…. 행복한 생일이야, 오늘은」
새삼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그 음색에서 안도의 빛이 보였다. 이치야도 거기에 스스로 안심을 느꼈다.
「그렇다니 다행이네, 나도」
웃음을 띠우며 그렇게 말하고서, 이치야는 타다노의 몸을 마주 안았다.
실감이 담긴 타다노의 말에, 정말로 자신을 소중히 여겨 주는 거라는 것을 절절히 실감한다.
자신이 일으킨 행동으로 얼마만큼 고생을 끼쳤는지, 분명 아직도 다 알 수 없을 정도.
타다노는 그런 것을 일부러 호소할 인간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마음을 전부 다 알아 주고 싶었다.
자신한테도, 더할 나위 없는 존재니까.
「저기……」
「응?」
「미안. 너를 제대로 봐주지 않아서」
「그건 이제 됐대두」
「알고는 있지만……. 한 번 더, 제대로 말해 두고 싶어서」
품 안의 존재가, 이 세상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여기에 있어 줘서 고맙다고, 이치야는 전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지금 봐 줘서 고맙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타다노는 맘이 풀린 건지「좋아」하고 이치야를 놔준다.
「언제나처럼 적당히 할까나」
타다노의 말에, 이치야는「그래」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이렇게 친숙한 시간이 재개되어 간다.
단 둘 뿐인 방에는,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담소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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