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올라 흐릿해진 의식 속에서, 먼 옛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주위에는 푸른 빛이 점점이 켜져 있고, 낯선 소년과 그 안을 뛰어 다닌다.
웃고 있었다.
숨이 차는 것조차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다.
환상적인, 꿈과 같은 공간.
잠시 그 공간에 취하지만, 바로 그것이 실은 꿈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끝나고 만다….
멈춰서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웃음 소리도 끊기고, 정숙이 찾아온다.
눈 앞의 소년은 기이해하는 표정으로 이쪽을 본다.
그 날과 같은 표정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니까, 그 등을 떠밀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으로.
그러면 이 시간이 멈출 것만 같아서.
이 꿈속에, 그를 가둬 둘 수 있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바로 깨닫는다.
외톨이라는 것을.
조금 전까지 빛나고 있던 푸른 빛도, 환상적인 공간도 없다.
그저 새카만 어둠.
그 안에 오로지 홀로 서서, 후회한다.
다급히 뒤를 쫓으려 하지만, 그를 떨궈트린 어둠은 어디에도 없다.
이어 그 사실은 무겁게 나를 짓눌러, 혼돈을 불러온다.
누가……,
「……」
멍하니 눈을 뜨자, 저녁색으로 물들어 있는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질하는 기분나쁜 감각이 인다.
기침을 한 번 한 뒤, 천천히 일어선다.
열기와 오한, 방금 막 꾼 꿈탓도 있어서일까. 기분이 나쁘다.
「일어났어……?」
바로 옆에서 귀에 익은 형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파도치던 감정이 아주 조금 가라앉는다.
「응」
「몸 상태는?」
「별로 변함 없어」
그렇게 다시 기침하자, 나오토가 음료수 컵을 내민다.
감사한 다음 건네 받고서, 한 입에 들이마신다.
「오늘은 이대로 이쪽에 있을래?」
반납한 컵을 건네 받으며, 나오토가 묻는다.
「있을래. 거기에 있으면 나을 것도 안 나아」
내 말에 나오토는 쓴웃음을 보인다.
하지만 웃음을 보일 뿐, 비난의 말도 거절의 말도 하진 않았다.
그 집에 안식같은 건 없다는 것을, 나오토 역시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 역시 알고 있다.
나오토의 상냥함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관용적이다.
거기에 기대고 있는 부분이 이상,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내가 그렇게 말한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무관심할 뿐이라고 대답하겠지. 이제와 할 말도 아니고.
하지만 나오토의 존재는, 틀림없이 내게 구원이었다.
그의 존재를 제외하면, 말이지만.
「저기……. 나, 자는 동안 이상한 소리 안 했어?」
「이상한 소리?」
「잠꼬대라던가」
「딱히 별로. 기분은 나빠 보였어」
「거짓말 아니지?」
「거짓말할 이유가 없어」
「들어서 곤란한 소릴 들으면 숨기려 들잖아」
「사람의 이름을 꺼냈어……」
「……」
흠칫한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 이름을 불렀던 걸까…?
「왕도잖아, 이건…」
내 표정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나오토의 모습에, 그제야 거짓말임을 파악한다.
그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태연하게 거짓말 하는 버릇, 반드시 고치는 게 나을 걸」
분함에 그렇게 말한 다음,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일단 이름을 흘리진 않은 것 같아서 안도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나왔어?」
나오토가 묻는다.
「몰라…」
「몰라?」
「사람은 나왔지만, 좋아하는지 아닌진 잘 몰라」
「인간적으로 끌린다던가」
「그런 것도 좀 아닌 것 같아. 잘 모르겠어…」
나오토는 잠시 침묵하더니 「그래」하고 짧게 답한 다음, 컵을 들고 부엌으로 사라졌다.
분명 그대로 식사 준비라도 시작할 마음이겠지.
나오토가 뭔가 하는 소리를 들으며, 옆에 있는 폰을 집어든다.
이제 그는…, 집으로 돌아갔을 시간일까.
아니면 또 그 절친으로 보이는 사람과 놀러가 있는게 아닐까.
변함없이 열로 멍한 머리로, 그 무렵과는 다른, 지금의 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스스로도 기이했다. 보자마자 그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망설임은 일절 없었다.
그저, 환희인지 감동인지 잘 모를 감정이 내리 꽂힌 것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
조금 전 나오토가 했던 그 말을, 재차 확인한다.
하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
그저 말을 섞고 싶은 것은 사실로, 서로의 존재를 다시 인식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시노자키 이치야.
그 이름을 더듬으면, 가슴이 술렁였다.
사랑스러움보다는 희망에 가깝다.
그것을 원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안정.
그렇기 때문에 그 존재를, 가둬넣고 싶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 장소에.
추억이…, 더럽혀지기 전에, 깨끗한 모습 그대로.
…….
천장을 향해 두 손을 펼쳐, 바라본다.
그 날, 그를 밀어 떨어트린 손.
그에게 닿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
만약 그에게 다가가면 이번에는, 밀쳐 떨어트리는 행위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게 아닐까?
때때로 자신이 무서워졌다.
나는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모르겠다….
「뭐해?」
그리고 갈아 입을 옷을 갖고 돌아온 나오토가, 내 모습을 보고 의아한 듯 그렇게 말했다.
「계속 자느라고 심심했으니까, 운동」
「환자는 얌전히 자야지」
그렇게 말한 뒤 옷을 옆에 두고, 나오토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간다.
내일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바라건데…….
그가 누구의 것도 되지 않도록 기도하면서.
나는 식사 전에 우선 옷을 갈아 입기로 했다.
(2012.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