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전연령BL/멜랑꼴릭드림타워]
미카게 루트의 후일담입니다.
Knife의 뒷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미카게, 오늘 생일 아니었어?」
오후 5시를 지났을 무렵, 이치야는 카페에서 문득 생각난듯 말했다.
가게 내에는 조용하고 스무스한 부류의 음악에, 아주 약간의 번잡함이 뒤섞여 있다.
불러낸 것은 이치야였다. 가르쳐 줬으면 하는게 있다고 만나기로 약속 했던 것이, 지금에 이른다.
가게는 딱히 비어 있는 것이 아닌데, 우연인 건지, 의도적인 건지, 미카게와 함께 하는 자리 주위엔 언제나 인적이 적었다.
미카게는 이치야의 말에 순간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보인 뒤, 「아아, 그러고보니 그랬지」하고 남일처럼 대답한다.
「까먹고 있었어?」
「그래. 딱히 신경 쓸 일도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미카게는 미소를 띠운다.
「그런가…. 어쨌든 축하해. 미카게는 정말로 이런 거에 흥미 없어 보이지만」
「확실히 흥미는 없어. 하지만 뭐. 시노자키의 축하의 말은 감사히 받아 둘게」
「그래…」
맞장구 치면서, 이치야는 방금 일순 보여준 미카게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미카게가 보여준 그 표정은, 이제까지 나눠온 대화 중에서도 희소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왜?」
살피는 듯한 시노자키의 시선에 미카게가 왠지 유쾌하게 묻는다.
「아니. 방금 미카게, 조금이지만 의외라는 표정을 해서. 별일이다 싶었거든」
「아아. 시노자키가 생일 이야기를 꺼낼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건 나도 왠지 생각해낸 것 뿐인데」
「덧붙여 말하자면 얘기했던 기억이 없었어」
「아, 그건……」
이치야는 조금 껄끄러운 표정으로, 기억을 뒤지는 태도를 보였다.
전에 이치야는, 미카게에게 면허를 따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때 되돌아온 말은「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땄냐는 대화 도중, 미카게는 증거라면서 이치야에게 면허증을 꺼냈다.
그 때 언뜻 본 생일을, 오늘 어쩌다 우연히 이치야는 떠올린 것이다.
이치야는 그러한 이야기를, 눈 앞에서 변함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미카게에게 말했다.
「그런가. 뭐, 대강 그런 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가 퇴원하고…, 미카게랑 만난게 그 시기였으니까 인상에 남았어」
「그랬지. 하지만 그 때는 생일 같은 거, 지났단 것도 몰랐어」
「몰랐다니…」
미카게의 말에, 이치야는 기막힘인지 한심함인지 모를 시선을 미카게에게 보낸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몰랐다는 것은, 그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치야는 그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시노자키는 상냥하군. 나 자신도 흥미가 없는 일을, 시노자키가 이러쿵저러쿵 생각할 필요 없어」
「아, 아니…」
이치야가 하려 했던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한 미카게가, 쓰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마 미카게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더라도, 애초부터 남에게 알리지 않겠지. 이치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마저 깨닫지 못하고 그 날이 지나가는 것은 역시 쓸쓸하지 않을까?
거부해도 알아서 축하를 계속해왔던 자신의 가정 환경과 대조적이라, 이치야는 더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남한테서 생일 축하의 말을 듣는 것은 몇 년만이야」
입을 다물어 버린 이치야를 보다 못한 걸까, 미카게나 언제나처럼 입을 열었다.
「몇 년 만이라니…, 어느정도?」
「십 수년 만이로군」
「그건……」
「양친은 옛날부터 다망해서. 어린 시절에는 백부한테 맡겨졌다는 이야기는 했었지?」
「아, 응……」
「마지막이 백부의 말이었어. 그 전에는 항상 식사 때 케이크가 놓여져 있었던 것 뿐. 그것도 별로 어린애 취향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걸로」
「혹시 그 식사도 기본 혼자였다던가…?」
「그래. 드물게 어머니가 있긴 했지만, 별로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어. 아버지도 마찬가지」
넓은 거실 한 가운데에 놓여진 4인용 테이블. 본디라면 거기에 모여야할 숫자는 3명이다. 하지만 언제나 반드시 누군가가 빠져 있다.
커다란 TV는 지극히 당연하게 식사 중에 켜지는 일이 없었다. 어리면서도 묘하게 철이 들었던 미카게는「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혼자 넓기만한 방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뒷정리까지 했다.
「당연」은 반드시 일정하지 않다. 미카게는「자신의 당연」만을 받아 들이고, 응석을 부리는 것을 버릴 수 없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정이 어떠한지 알려고도, 부모에게 뭔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집에 있을 때는 방에서 얌전히 책을 읽도록 해. 질리면 공부를 하던가, 서랍에 있는 퍼즐을』
『친구와 놀아도 5시에는 반드시 돌아와. 장난 같은 시시한 일을 상대해봤자 시간 낭비니까 말야』
주로 모친이 말했던 갖가지 규칙들도 예의바르게 지켰다. 애당초 그것을 깨트릴만한 호기심도, 어린 미카게한테는 없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시시한 아이였다고, 미카게 자신도 자부하고 있다.
「……」
미카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치야는 미카게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드문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동시에 뇌리로, 조용한 방에서 혼자. 그저 의무처럼 놓여진 케이크와 1인 분의 식사를 묵묵히 먹고 있을 그 모습이 상상이 가서, 말이 막혔다
자신의 기억과 비교하면, 그 광경은 몹시나 대조적이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광경이긴 하지만, 이치야의 생일은 항상 웃는 얼굴과 밝은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 이치야의 생각과 달리, 화자인 미카게는 남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 태연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잇고 있다.
「그…, 백부님은 축하해 줬어?」
「딱 한 번. 아마 변덕이었을 거야…. "맘에 들지 않는 게 만들어 졌으니까, 생일인 네게 헌상하지"하고. 그야말로 장난같은 태도였어」
십 수년전 오늘. 미카게의 백부는 표표한 모양새로, 본디라면 그 나이대의 아이에게 선물할만한 것은 결코 아닌 것을 미카게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그 때 한 번이었다. 정말로 맘에 들지 않았던 건지, 백부의 농담이었던 건지는 미카게도 모른다.
이치야는 그저 뭐라 답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웃어야하는 건지, 동조해야하는 건지도 모른채, 미카게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그런 백부의 장난스러운 태도는 좋아했으니까. 다소는 기뻤던 기억이 있어」
「그런가…」
결국 이치야의 입에서는 그런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받은 인형은 왠지 모르게 시노자키를 닮았던 것 같군」
「그래…?」
「공교롭게도 이미 수중엔 없으니까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잃어버렸어?」
「돌아갈 때, 양친이 두고 가라고 말했어. 특히 부친이 백부를 질색해서」
「왠지 말야……,」
「자신과 비교하지 마, 시노자키. 내게는 이게 보통이야」
「……」
하나 하나 정확하게 돌아오는 반박에, 이치야는 누차 말이 막히고 만다.
이치야가 보면 역시 그건 뭔가 아닌 기분이 들지만, 미카게는 자신을「행운아」라고 말할 정도다.
자신으로선 어찌 잴 수 없는 사고 회로가 되어 있는 거겠지.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킨다.
「그러니까 내 신상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아」
쓴웃음 섞어 그리 말한 뒤, 미카게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연히 이치야도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연령도 성별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미카게의 눈에 이 사람들은 어떻게 비치는 걸까. 이치야는 그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분명 자신은 미카게에게 있어서 이 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순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시달린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지금 이렇지는 않을 거라고. 이치야는 흘긋 미카게를 훔쳐 본다.
「시노자키는 오늘 어쩌다 떠올린 거겠지?」
그런 타이밍에 말을 걸어오자 움찔 하면서도, 이치야는 자세를 바로해 미카게를 마주하며 긍정을 표했다.
「그런가」
「왜…?」
「아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어쩌다 떠올린 거래도 영광이야」
「나도 약속을 오늘로 잡아서 다행이었던 걸지도」
「동정으로 외웠던 건가?」
「그런 건 아닌데. 하지만 역시 쓸쓸하잖아. 미카게의 이야기」
「그럼 시노자키가 보충해 주면 돼」
「에」
의외의 대답에, 이치야는 무심코 얼빠진 소리를 낸다.
「많이는 바라지 않아. 다행히도 지금은 이렇게 시노자키가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
태연히 그런 말을 술술 토해내는 미카게에게, 이치야는 방금 전과는 다른 이유로 말이 막혔다.
「미카게는 말야…. 내츄럴하게 낯부끄러운 소리를 하는 구석이 있단 말이지」
쑥스러움을 감추듯, 그렇게 말을 틀어 냈다.
「정직한 거야. 시노자키한테는 모자라지만」
그런 이치야를 놀리듯, 미카게가 다시 말한다.
이치야는 뭔가 말을 하고 싶으면서도, 말 장난으로 당해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고서 결국 입을 다물었다.
「시노자키는……」
「응?」
「내가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
답지도 않은 질문이라고, 이치야는 생각했다. 미카게치고는 솔직하고, 그러면서도 몹시나 유치한 질문같았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치야는 바로 나오진 않았다.
그것은 그것이 두 사람에게는 결코 간단하고 가벼운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이치야는 그것을 왜 지금 묻는 건지, 미카게에게 속으로 반박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미카게는 만족할 건데…?」
망설임 끝에, 이치야는 비난 섞인 투로 되물었다.
「시노자키의 본심이 듣고 싶어」
미카게는 담담한 어조로 이치야의 말을 재촉한다.
아무런 전조도 없는,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생일날 요구하는 생일 선물이야」
「선물이라니」
「이치야의 진심 어린 대답을 갖고 싶어. 쉽지?」
농담조로 말해 보인다.
이치야의 뇌리로, 공찌보다 비싼 것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준비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
이치야의 모습을 보며, 미카게가 재차 묻는다.
이치야는 그 동안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 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여기에 있어서 다행인가?
대답은 추 하나로 밸런스가 변하는 천칭처럼, 위태로운 것이었다.
「없었더라면… 좋았을 걸」
조용히 이치야가 말한다. 시선은, 미카게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런가」
쇼크를 받는 모양새도 없이, 미카게가 담담히 대답한다.
「하지만 있어 주지 않으면 곤란해」
하지만 이치야는 말을 이었다. 시선을 바로해, 책망하듯 미카게를 바라본다.
「약았어…, 미카게. 좀 전의 이야기에서 그 질문, 완전히 유도한 거나 다름없잖아」
「유감인걸. 내가 그렇게 계산적인 인간으로 보여?」
「보여」
「과대평가야. 그렇게까지 요령있진 않아, 나는」
「……」
「뭐, 계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해 줘도 좋아. 그 만큼 시노자키를 놀리기 쉬워질 테니까」
이치야의 말을 신경 쓰는 모양새도 없이, 미카게는 즐겁게 말을 잇는다.
그런 미카게의 말이, 이치야는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없었더라면 좋았다. 틀림없는 본심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떠올릴때마다 실감하게 되는, 그와는 상반되는 감정에 이치야는 뭐라 할 수 없는 분함을 느꼈다.
있어 주지 않으면 곤란할 정도로 강하게 끌리고 있다.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신용해서는 안 된다. 빠져서는 안 된다. 일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존재하지 않으면 그런 것들로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마음 꼬일 일도 없었다.
눈 앞의 인물에게 희롱당함과 동시에, 구원 받고도 있는 모순.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이, 이치야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갈까…」
거의 손대지 않은 에스프레소를 두고, 미카게가 일어선다.
이치야는 순간 다를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 미카게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완전히 어두워진 갈림길까지의 귀로를, 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대조적으로, 이치야는 생각에 잠기듯 아래를 보고 걷고 있고, 미카게는 태연한 태도로 주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확실히 서로를 의식하며 걷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정도라서, 기묘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상을 느낄 상대는, 이 시간 이 길에는 거의 없다.
결국 시종일관 아무말 없이, 두 사람은 목적지까지 도착해, 멈춰섰다.
「시노자키는…, 만들어낸 것처럼 아름다운 인간의 시체를 본 적 있어?」
「시체라니…. 엣, 시체…?」
내내 울적한 표정을 하고 있던 이치야가, 머리를 정돈할 여유도 없이 의아해 되묻는다.
「그래. 유해라고도 말하지」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답한 다음, 순간 과연 정말로 없었던가 신경 쓰였지만, 이치야는 없었다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
「그런가. 뭐, 그게 당연하겠지」
「뭐야, 갑자기」
「그건 인형으로 분류 된다고 생각해?」
옅은 웃음을 띤 채로, 미카게는 재차 질문을 던진다.
의문만이 늘어가는 가운데, 이치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모르겠지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가」
대답을 납득한 건지 아닌건지도 잘 모를 태도로 짧게 말한 다음, 미카게는 스윽 이치야한테로 팔을 뻗었다. 그 손가락이 이치야의 뺨에 닿는다. 무기질하게도 느껴지는 시선이, 이치야를 보고 있었다.
순간, 이치야는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공포는 아니다. 잇달아 흘러넘치는 무수한 의문들이, 이치야의 사고를 구속해 간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미카게의 시선을 마주보고 있자니, 「후」하고 미카게가 웃음을 띤다.
「좀 전부터 대체 뭐야…」
참다 못해 이치야는 마침내 비난의 말을 던졌다.
「재밌는 녀석이구나, 시노자키는」
「……」
그건 이미 몇 번씩이나 들어온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 어떤 말보다도 실감이 담겨 있는 기분이 들어서, 미카게에게 품고 있던 불만이 사라지고 만다.
「시노자키를 만날 때까지는 자신의 인생을 체념하고 있었어 」
「체념…?」
「아무 것도 없었어. 그야말로 그말 그대로」
닿아있던 손가락이 이치야의 머리칼을 살짝 쓸어 내린다. 감촉을 확인하는 듯한 그 동작에, 이치야는 조금 간지러움을 느꼈다.
미카게의 시선은 언제나 차가워 보였는데, 자신에게 닿는 손길은 반드시 귀중한 골동품이라도 다루는 것처럼 정중하고 다정하다. 이치야는 그 기이한 갭에 기묘한 감각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왜 나인데? 꿈에 나온 것 뿐이잖아?」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시노자키였어…」
갑자기 미카게가 이치야에게 입술을 겹쳐온다. 이치야는 갑작스러운 일에 조금 놀랐지만, 그걸 거부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키스를 요구받는 일에도, 이치야는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끼고 만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감정에 대한 반발도 느꼈다.
입술이 떨어질 때 느끼는 아쉬움조차도, 잠시 뒤 당혹으로 변한다.
그 존재를 몰랐더라면……, 이 모든 것은 딱히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치솟아 오르는 감정에, 이치야는 무심코 미카게한테서 한 발짝 몸을 물렸다.
미카게는 이치야의 동향을 태연히 지켜보고 있다.
「어째서 말할 수 없는 걸까, 나」
자조 같은 웃음이, 그 표정에 떠오른다.
「뭘?」
「너 같은 거 태어나지 않는게 좋았다고. 미카게에게 그렇게 말할 권리가, 나한테는 있는 거잖아?」
「그렇지」
「태연하게 그렇다고 말하지마…」
무직하고 커다란 돌마냥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도 미카게는 그것을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손쉽게 받아 들인다.
그러한 미카게의 반응을 볼 때마다, 이치야는 쓸쓸함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에 시달린다. 자신 안의 감정이 흐트러진다.
「괴로우면 관두면 돼. 아무도 시노자키에게 강요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왜 그렇게 간단히 관두면 된다고 말하는 걸까.
이치야의 마음 속 평상심이, 점점 더 깎여나간다.
「시노자키는 둘 다 선택할 수 없겠지. 너무 상냥해…, 시노자키는」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높아진 언성에 이치야는 퍼득 이성을 되찾고서, 자신을 진정시키듯 한 번 심호흡했다. 재차 미카게를 바라보자, 변함없이 냉정한 모습으로 이치야를 지켜보는 미카게와 눈이 맞는다.
시선 끝의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치야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물을게, 시노자키…」
그리고 쓴웃음 서린 표정으로, 미카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같은 질문을, 같은 뉘앙스로, 다시 한 번 이치야에게 던진다.
「없었더라면 좋았어…. 그러면 이런 질문, 답을 생각할 필요 없었을테니. 전부…, 미카게 때문이야」
망가진 사고회로로 답한다. 그저, 감정만을 토해낸 대답이었다.
「그렇지. 반론의 여지도 없어」
「……」
「그 이상은 생각하지마. 시노자키는 그러면 돼…」
미카게의 말에 이치야는 몹시 슬퍼지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일까 이것은.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는 질문을, 누구에게든 좋으니까 물어 보고 싶어진다.
「생일 때 정말로 갖고 싶은 걸 준 것은 시노자키가 처음이야」
고개 숙인 이치야에게 다가가, 미카게는 다시 이치야의 머리칼 사이로 손을 비집어 넣는다. 이치야는 고개 숙인 채, 그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친다.
「기뻤잖아…, 인형」
약간 잠긴 목소리로, 미카게에게 말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러면, 나도 그거면 됐어. 미카게랑 있으면…, 이것 저것 생각하느라고 피곤해」
호소하는 듯한 이치야의 말에, 미카게는 쓴웃음을 띠웠다.
「그건 내가 곤란해. 간신히 시노자키를 발견 했으니까」
「그럼,」
이치야가 뭔가 말하는 것보다 먼저, 미카게의 팔이 움직였다.
겹쳐진 이치야의 손을 빠져 나온 미카게의 팔이,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이치야의 목덜미를 더듬고, 멈춘다.
그 찰나, 이치야의 뇌리에 옥상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같은 어두침친한 공간, 쌀쌀한 바람 아래서, 조형물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치야는 충동적으로 튀어 나올 뻔한 말을.「이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줘도 상관없어」라는 말을, 바로 집어 삼켰다.
「그러면 됐어……」
마치 이치야가 무슨 말을 하려했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말하고서, 미카게는 닿아있던 손을 내렸다. 그것만큼은 말해선 안된다. 그것은 분명 "끝"나는 말이다.
되돌아 온 사고 능력으로, 이치야는 자신을 타이른다. 눈 앞의 인물은 결코 마음을 허락해도 될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드는데도,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이렇게 갈등하고 있는 동안에는 분명, 미카게는 스스로 물러서지 않겠지.
없으면 좋았을 텐데.
그 말은 이제 형식적인 긍정에 불과했다.
분함은 곧 해학이 되어서, 무심코 입끝이 풀린다.
「오늘, 공부 가르쳐줘서 고마워」
태도를 바꾸어 웃음을 띠우는 이치야의 말에, 미카게는 오늘 2번째로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바로, 표정은 평소 때의 것으로 변한다.
「언제든 불러내줘도 상관없어」
「땡큐…」
이치야는 어딘지 체념처럼 보이기도 하는 웃음을 띠우며 말한다. 이르게 겨울의 도래를 알리는 밤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차갑게 스쳐 지나갔다.
「그럼」하고 서로 자신의 귀로를 걸어 간다.
멀어져가는 거리.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
이어, 뿌리치듯 이치야의 다리가 땅을 박찬다.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을, 나이프같은 10월의 달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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