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전연령BL/멜랑꼴릭드림타워]
Erase
(크리스마스SS R토도x이치야)
게임 엔딩의 후일담입니다.
해당 캐릭터의 엔딩을 본 이후에 읽어 주세요.
『세간에는 크리스마스라는게 있다고 해』
그런 메일이 들어온 게 22일의 일이었다.
종업식도 끝나고, 저녁놀 진 어두운 방에서 짧은 겨울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멍하니 생각하고 있던 때였다.
실제로 어떻게 할까,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딱히 커다란 진전이나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일단 연인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이긴 하고, 함께 보내야 하는 걸까. 뭐 그런 식으로.
그건 그렇고 이 비이이잉 두른 표현은 과연 토도답다고 생각하면서 『지금은 딱히 예정 없는데』하고 답장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른다.
사회인인 토도는 사전에 휴가를 따둔 듯, 낮부터 방으로 실례하게 되었다.
이미 몇 번 정도 들어선 적 있는 그 장소는, 이런 날이라고 딱히 특별한 건 없고, 그저 히터 기동음안이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직접 만나는 것은 2주만이다.
……….
「혹시 그런 기분이 아닐지도 몰라서, 말해야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침대 끝에 앉은 토도의 바로 옆자리 아래에 자리 잡자, 바로 토도가 그렇게 말한다.
「아니.나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은 했었어」
「그렇다면 다행이다」
토도는 그리고는 미소를 띠어 보인다. 그 에두른 문장도 그런 배려가 원인이였겠지.
「딱히 뭐가 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가능하다면 보고 싶어서」
「역시…, 크리스마스라서?」
「그렇긴 한데. 조금 달라」
「그래?」
「응」
대답만 한 뒤, 토도는 입을 다문다. 깊은 이유까지는 말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딱히 그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토도는 꽤나 비밀주의자구나…」
어느새 입밖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대강 말 안하잖아. 전에 연락 취할 수 없게 됐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건 단순히 말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래」
「나로선 좀 더 토도에 대해 이것저것 알고 싶고. 얘기해 줬으면 좋겠는데」
「응……」
「신경 써주는 건 알겠고. 토도는 성격이 그러니까 감수 해야 할 부분이라고도 생각하긴 하지만. 역시… 왠지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서 좀 쓸쓸해져」
「미안……」
「아, 아니. 미안…. 왜 오래간만에 만나 놓고 이런 얘길 하고 있는 걸까」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억지로 기분을 전환한다.
이런 부부싸움 같은 대화를 하러 여기에 온 건 아니다. 토도가 많은 걸 이야기하지 않는 인간인 것도, 서투른 성격인 것도 알고 있으니까, 내가 그것을 비난해선 안 되는 것이다.
무의식 중으로…, 초조해하고 있는 자신이라도 있는 걸까.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화제를 찾기 위해, 생각에 잠긴다.
그러나 순간 퍼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전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응…?」
「TV앞에 놓여져 있던 지우개. 저거, 내내 저기에 놓여 있던데」
처음 이 방에 들어 선 것이 대략 1개월 좀 전 정도의 일일까. 그 때도 눈에 띄였지만, 단순히 쓰다가 그대로 적당히 둔 건가 싶어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누차 찾아 올 때마다, 계속 같은 장소에 방치되어 있다.
방청소는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부터 쓸모 없는 물건이 거의 없는 방이긴 하지만, 확시맇 전에 한가할 때는 청소같은 걸 하고 있다고 말했으니,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거겠지.
그런데도 저 지우개는 전혀 정리되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저건, 타카히로 거」
조용히 토도가 말했다.
「그래…?」
대답하면서, 화제를 잘못 선택한 것을 후회한다.
지금 건드릴 만한 화제가 아니었다.
「타카히로가 죽기 전 날, 여기서 숙제를 하고 있었어. 까먹고 가서, 다음에 오면 돌려주자고 적당한 곳에 놔둔 건데」
「돌아오지 않고, 끝인가」
「응. 그래서 왠지 모르게 정리할 수 없게 되어서 저대로야」
쓴웃음을 띠면서 토도는 그렇게 말했다.
「이제 적당히 정리해야할 텐데…. 바보 같다고는 생각해」
자조 기미로 말하는 토도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라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대로 두고 싶다. 헛수고란 것을 알고 있어도, 무의미한 희망을 끄집어 내고 싶어지겠지.
아니, 내 경우에는 그 결과가 자살 미수가 됐지만….
결국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바꾼 화제 때문에, 분위기는 다시 또 가라앉고 말았다.
「미안…. 왠지 틀린 것 같아. 좀 전부터 내내 어두운 얘기 뿐이야」
자신의 행동에 일방적으로 침울해 하고 있자니, 토도가 조용히 움직였다.
뭘까 싶을 틈도 없이, 토도가 등 뒤로 나를 가만히 끌어 안는다.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딱히 뿌리칠 맘도 없지만, 다소 몸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져서 어색했다.
예전보다, 최근이 더 이런 일에 대한 여유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자각이 확실해진 탓일지도 모른다.
동성에게 이런 짓을 당해서 감정이 흔들리는 자신은, 아직도 조금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어, 저기…」
떨어질 기미가 없는 토도에게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그렇게 말을 흘린다.
「오늘, 만나서 정말 살았어」
「살았어…?」
살았다니 무슨 의미일까.
「좀 전의 이유」
「아아…」
「 우리 집에선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한 날이야. 가족끼리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전에 했다고 생각하는데」
「응. 했었지」
귓가에서 토도가 조용히 이야기한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이었어. 누가 딱히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반드시. 가족이라는 것을 유일하게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어」
「응」
「그걸 이룰 수 없게 된 것은 시노자키 군도 마찬가지고, 그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있었지만」
「……」
「또 내 자신의 아집으로 너를 휘둘렀어. 미안」
「보고 싶다고 생각해 줬다면 그걸로 충분해, 나는」
그렇게 서로 불충분한 구멍을 메꿔주는 관계 임을 벗어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어림풋히 느끼고 있다. 이제와 딱히 사과받을 일도 아니다.
게다가.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나 역시 토도의 존재가 있어서 엄청 고마워. 토도가 연락하지 않았더라도 아마 내가 연락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
「응……」
내가 이런 소릴 하면 토도는 대개 안도한 듯한 대답을 한다. 왠지 모르게 그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
하지만 갑자기 목덜미에 살짝 입술이 닿자, 긴장이 풀려가던 몸이 다시 얼어 붙는다.
마침 맘이 풀렸던 타이밍이었던 탓인지, 가볍에 닿는 것 뿐인데도 엄청 놀라고 말았다.
「여기……, 약해?」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내게 토도가 담담히 물어 본다. 그 여유가 부럽기도 하고, 조금 분하기도 하다.
「아니. 지금 건 좀 갑작스러워서」
「딱히 놀래킬 맘은 없었는데」
별다른 변화없이 그렇게 말한 뒤, 토도가 나를 놓아 준다.
저도 모르게 목덜미를 만지며, 마음을 가라 앉히듯 작게 심호흡했다.
아직도 조금 긴장이 남아 있다.
「뭔가 마실래……?」
「아, 응. 땡큐…」
내 대답을 듣고, 토도는 냉장고로 향한다.
익숙하구나.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경험의 차이일까.
다시 한 번 작게 심호흡한 뒤,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시야에 펼쳐지는 겨울의 하늘과, 아직 낯선 풍경.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지금…. 하지만 이것이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케이크 정도는 나중에 사러 가자」
두 사람 몫의 컵을 들고 돌아온 토도가, 내 앞에 하나를 놓으며 말했다.
「그런 거, 딱히 없어도 상관없잖아」
「모처럼이니까. 아니면…, 단 건 싫어?」
「아니. 좋아하는데」
「단 걸 좋아해……?」
「뭐…. 응」
「기억해 둘게」
왠지 즐거운 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한 뒤, 토도는 TV 앞의 지우개를 서랍 속에 넣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내 시선을 깨닫자, 「왠지 거북해서」하고 말하며 이번엔 쓴웃음을 짓는다.
아무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럴 텐데…….
단 둘이서 별거 아닌 시간을 보내며, 조금이나마 작년 오늘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계속 질질 끌고 있어 봤자 소용없다.
그 뒤 근처 케익 가게에 들려서, 뭐든 내게 헌신하려 드는 토도가 만사에 희박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사주려 하는 토도의 요청을 저지하고, 더치 페이로 구입한 다음 방으로 돌아왔다.
분명 언젠가 기억은 덧칠되어 사라져 간다….
잊고 싶지도 않으나, 지금은 잊는 것을 허락받고 싶었다.
테이블에 상자를 놓을 때, TV 앞 스페이스가 눈에 들어온다.
사라져버린 작은 존재가, 조금 가슴에 시렸다.
그 마음을 모른 체 하며, 다시 창 밖을 본다.
그리고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는 하늘 색에, 짧아지는 하루를 실감하며, 나는 식기를 준비하는 토도를 돕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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