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Cage/SS/Cage box 3 수록]
요전에 콘노네 귀여운 여동생과 오오히라인가 뭔가 하는 아직 본 적 없는 콘노의 친우 군을 만나고 싶어서, 콘노네 집으로 허겁지겁 걸음을 옮겼습니다☆
폰 너머로 들려오는 콘노의 목소리는, 회사에서는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성가셔 하는 기미였다. 나한테 여동생이든, 오오히라든 만나게 해주고 싶지 않다는 냄새가 풀풀 나는 말투.
그거 자각하고 있으려나.
없던 모양이였으니까 나중에 콘노를 위해서라도 가르쳐 주자. 그렇게 말하면 인생 손해 본다구.
그리고 시스콘도 적당히 할 것.
그러니까, 잘난 남자. 쿠루스 아카네 22세. 평소때라면 분위기를 휙휙 읽고 물러났겠지만 참고, 뺀질뺀질 콘노네 집 현관까지 와버렸습니다.
그치만~, 보고 싶잖아? 여동생 짱이랑 약국 도련님.
뭐냐, 이름은……. 오오히라…… 유우키랬나?
자료에서는 오오히라 제약 회사의 후계자랬지. 당연하게도 머리는 좋았지. 제약회사 집안의 자식이라서 그런가 특히 화학분야는 강했다.
그래서 범생 타입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체육 성적도 나쁘지 않고. 초등학교때부터 성적 우등생이였다. 그런 삼류 공업 학교에 있어 봤자, 재능을 푹 썩히는 거에 불과할텐데. 자기 지망으로 입학했다니, 사람이란 참 신기하기도 하지.
내 견해에 따르자면 부모가 깔아준 레일에서 의도적으로 탈선, 즉 부모에 대한 반항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련님도 참 큰일이구나. 이것저것 생각이야 많겠지. 나한텐 머나먼 세계의 일이지만 말야. 부자인 것만은 좋겠네. 나, 돈만큼은 탐이 나는걸.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덤으로 쿠마타로의 스텝을 밟으며 인터폰을 눌렀다. 띵똥, 하고.
「실례합니다, 오오히라입니다」
분명 그 때, 나랑 오오히라는 똑같은 얼굴이였다.
「실례~. 소문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밥 있잖아! 뭐야, 이거. 나도 먹고 싶어~」
어이, 콘노. 저기서 과자나 먹고 있어.
이제부터 우리들은 중요한 얘기를 할테니까 말야.
다정하고 달콤한 말을 콘노에게 들려주고,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숨긴다.
그걸로 겨우 준비는 끝.
자아, 오오히라. 놀자구.
콘노가 모르는 말로, 차마 들려줄 수 없는 캐치볼 같은 걸로.
「………」
「………」
그 때도 역시, 우리들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간만에 제대로된 휴식에 기분 전환. 여자아이를 꾀어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시부야 같은데로 놀러 왔다가. 마아침 여자아이랑 헤어진 그 쯤, 오오히라와 떡하니 마주쳤다. 이 무슨 우연. 모처럼의 휴일을 잡치고 말았다―. 적어도 나는 그런 느낌.
오오히라는? 분명 이 녀석도 마찬가지. 왜냐면 얼굴이 그렇게 말하는 걸.
「오오오오오옷, 우연이네요~. 오오히라 씨도 휴일이십니까~?」
오오히라는 힐끔 나를 올려다보고.
「별로. 그럼」
슥하고 나를 비켜나 걸어가버린다.
하지만 이런 걸로 굴할 내가 아니지~.
나를 싫어하는 녀석을 주무르고 노는 건 굉장히 즐겁다. 뭐어, 나도 그 녀석을 싫어할 경우. 정신적인 피로도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먹게 되지만.
왜 그렇게 자학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건지.
내 업인가?
「에엣~, 깍쟁이~. 잠깐만 기다려봐. 모처럼 만났으니까 이 근처에서 적당히 차라도 하.자.구~!」
「차 맛 떨어지고. 너랑 얼굴 맞대고 얘기하고 싶은 말도, 얘기도 일절 없어」
「에에에에……. 너무 쌀쌀 맞잖아! 너무 솔직하잖아~」
「고맙네. 그럼」
「기다려 보래두~. 잠깐, 잠깐~~.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얘깃거리가 있잖아?」
예상대로, 오오히라는 멈췄다.
솔직한 녀석. 확실히 넌 콘노가 미칠 정도로 걱정이였지?
「<우리> 얘기, 하고 싶잖아?」
나는 마음의 그런 몰랑몰랑한 부분을 파고 들어가는게 너무 좋아. 너도 그렇지? 그런 걸 파고 드는걸 엄청 좋아하고, 그런게 특기잖아? 그러니까 콘노가 좋은 거야. 우리들은 백조를 사모해 마지 않는 미운 오리 같은 거니까 말이야.
「이런데서 할 얘기가 아냐」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오오히라를 웃어 넘긴다.
「또또, 무리한다~. 콘노가 걱정이잖아?」
덤으로 나는, 고지식한 사람을 유혹하는게 너무 좋다.
정장 차림의 누님의 스타킹을 찢고 삽입해서, 상대가 싫어안돼아앙하며 느끼는 그런 시츄 불타오르지 않아?
하지만 오오히라는, 내 감언을 이성으로 물리쳐낸 모양이였다.
겁쟁이 자식.
「그러니까 도련님들이란」
재차, 오오히라의 걸음이 멈춘다.
좀 전보다 어깨가 치켜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분명 내 말이 효과가 있었단 증거다. 좋아좋아, GOGO.
「그러니까 제자리 걸음이지, 겁쟁이」
「………」
오오히라가 빙글 뒤돌아, 성큼성큼 코앞까지 다가온다.
「네놈한테 뭔 소리 들을 이윤 없어. 아아, 그래서? 어디서 얘기한다고? 근처 적당히? 따라와」
그렇게 내뱉으며 걸음을 옮기는 등을 뒤쫓으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과연. 싸움도 제법처럼 보이는 눈빛이였습니다.
이야~, 깊고도 깊은 눈이였지.
정말로 도련님이란 큰일이라니깐.
카페 안은 사람도 적고 조용해서, 진득한 대화를 나누기엔 그럭저럭 괜찮았다.
어쩌다 발견한 거라면 행운이고, 길안내를 한 이 녀석이 알고 있던 가게라면…… 아무래도 좋나.
「네가 쏴」
「에에엑? 당신 부자잖아?」
난처해 했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내가 꼬아낸 거였다.
「그럼……, 커피 한잔 정도라면」
「아아. 박봉 평사원한테 많은건 안 바래」
점원이 커피를 내려놓는 소리가, 라운드 개시음이였다.
「댁은 지방의 영업맨으로 일아시고 계신다고요?」
「부족한 건 없어. 자산도 없는 일반인이랑은 달라서 말야」
「나는 능력과 학벌이 생애의 보물이라고 생각하는지라」
「그런 것 치곤 얄팍한 학벌이로군. 심지어 택배회사로 좌천됐잖아? 가엽게도」
「어폐가 없도록 말하겠습니다만~ 본사에서 감사역으로 파견된겁니다~. 그 부분은 영업맨과는 다릅니다만~」
「정체를 숨긴채 콘노한테 접근하지마. 아니면 쫄아서, 이제와 콘노한텐 사실을 말 못하나?」
「그쪽이야말로 살금살금 캐내고 다니지 말아 줬음 하는데. 그리고 자기 일은 시치미 뚝 때놓고, 사이키 그룹의 소문. 일반인한테 퍼트리지 말라구」
밖에서 까마귀가 울었다. 까악.
「돌아갈래……」
오오히라가 느릿히 일어선다.
「하아?! 아직 아무 얘기도 안 했잖아」
「층분히 얘기했어. 그 만큼 피곤해. 돌아가서 할 일이 있어서, 미안」
「또 도망치게?」
「일일이 도발하지마. 앙? 이제 슬슬 귀에 거슬리거든」
「사실이잖아? 그렇게 도망치며 콘노한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심보, 완전 뻔히 다 보인다구, 댁」
「네놈도 마찬가지니까 콘노 앞에선 착한척 굴었잖아? 뭘 잘난척 설교 지꺼리야」
「어서 오세요!!」
오오히라는 털썩 다시 주저 앉는다.
나도 몸을 웅크리며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반으로 준 커피가. 생기 없는 얼굴을 비추고 있다.
「난 아냐」
오오히라는 고개를 들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나는 그 녀석이랑 친구가 되고 싶은 것 뿐인걸」
내게는 진짜 친구가 없단 소리, 입이 찢어져도, 절대, 누구한테도 말 못해. 왜냐면 나는 잘난 남자란 말이지.
사실은 자신도 얼간이에 겁쟁이란 거,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거라구.
도리, 가식같은 여러 가지 것들로, 두텁고 높은 벽을 세워 뒀으니까.
거기에 남들에게 먹히기 쉽도록 컬러풀한 색을 칠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교우 관계가 넓어 보이도록 보여주고 있는 것 뿐이란 걸 알고 있지만 말이지.
콘노와는, 평범하게 얘길 나누고 싶다구.
그 녀석은 이런저런 겉치레 없이 툭 까놓고 대해줄 것 같다랄까.
솔직하게 나랑 사이좋게 지내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러니까, 콘노와 가까워지고 싶다.
「나는……, 이제 싫어」
오오히라가 억눌러 죽인 듯한 목소리를 낸다.
작게 고개를 흔들고서, 주먹을 움켜쥔다.
「그 녀석과 친구로 지내는건 싫어」
이유를 모르겠다. 거짓 친구였나?
「뭐야. 너희들 사실은 친구가 아닌 거야?」
「친우야」
「그럼 됐네. 뭘 과시하는 건데」
「이젠, 그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어서―」
없어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그 다음말을 기다려 봤지만, 오오히라의 목소리는 그대로 꺼진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뭐야, 대체.
「나가자……」
물 밖으로 기어 나오듯, 오오히라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입맛 떨어지는 옆 얼굴. 음침하다.
울컥한다. 나 이런거 엄청 싫어하는데.
「오오히라씨, 앉아」
「하아……?」
「좀 전에 메뉴 봤었는데. 왕꼽배기 카레가 있어, 여기. 봐, 이거. 이것도 사줄테니까 누가 먼저 다 먹는지 승부하자」
「왜……?」
「거기에 카레가 있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음식인 카레는, 먹으면 어쨌든 기운이 나오는 먹거리다.
오오히라의 파카 후드를 잡아 당겨 억지로 앉힌뒤, 왕꼽배기 카레를 2개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네 놈보다 내 쪽이 더 우수하다고, 노력하고 있다고 악을 쓰며 왕꼽배기 카레를 위장 속에 비집어 넣었다. 내 멋지기까지한 모습를 보고 불이 붙은 듯한 오오히라는 감자니 당근같은 걸 입밖으로 튀기며 콘노에 대한 마음을 부르짖는다.
일견 기이한 풍경이였겠지만, 우리들이랑은 상관없지.
가게 안의 시선이 우리 둘한테 못박혔지만 말이야.
짐짓 젠채 하는 귀한집 도령도, 센시티브한 허영심 덩어리도. 지금만큼은 접시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약함도 불안도 카레 루와 함께 쳐먹어 버리라구.
어째서일까.
왜 카레를 먹으려고 했던 걸까나.
눈물의 맛을, 스파이스의 맛이 지워줘서 그런 걸려나. ―…뭐, 그런 농담.
「우흡」
「칠칠 맞기는. 똥 구멍도 위장도 작은 거…… 우웩…」
우리들이 노을진 거리를 터벅터벅 걷고 있는 것은 배가 무거워서 빨리 걸을 수 없는 탓이다. 트림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자니, 정신이 몽롱해져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이 멀게 느껴진다.
애당초, 나랑 이 녀석. 왜 같이 카페 같은데에 간 거였더라.
「업(業)인가……」
「뭐라고?」
아무 것도 아냐. 그런 의미로 고개를 젓는다.
굳이 누군가한테 물어 보지 안아도 안다. 그저 우연히 만난 것이 필연이였던 거다. 콘노와 서로서로 엮여 있는 사람들의 길이, 어쩌다 교차한 거다. 그것이 내 결론이다. 멋지다.
「그럼, 해산할까」
오오히라는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배가 터질 것만 같아서, 말도 귀찮은 거겠지. 등을 돌린 오오히라를 멍하니 바라본다.
하지만 오늘 이 일로, 나와 오오히라의 거리가 줄었냐고 한다면 전혀 그렇진 않다. 그렇다고 골이 깊어진 것도 아니다. 친구가 된 것도 아니고.
으음. 요컨대, 조금은 유익했다.
약함을 서로 공유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1g 정도는 가벼워졌다. 그런 모임입니다.
하지만, 콘노도 큰일이다. 우리들 같은 거나 꼬여 들다니.
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잠깐만. 자네들」
「음……?」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다.
그 녀석이 누군지는 바로 알았다.
― 왜냐면 자료로 봤는 걸. 요주의 인물칸에서.
오오히라도 무슨 일인가 싶어 성가신 듯 몸을 돌렸다.
「쿠죠 토시아키……」
갈색의 웨이브 헤어에 다소 여성적인 느낌.
이런 모양새지만, 이 녀석. 신체 능력의 우수함이나, 그 인격 형성은 조금 인간의 상식 레벨을 벗어나 있다.
그 녀석한테서 슬쩍 거리를 벌리고, 나는 날뛰는 오오히라의 후드를 잡아 당겨, 나랑 쿠죠 사이에 비집어 넣는다.
「좀 전의 싸움. 똑똑히 봤어」
한 점 흐림 없는 눈. 그러니까 무셔어. 야수도 이런 눈을 하고 있다구.
나는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오오히라의 등 뒤에 숨었다.
「콘노군에 대한 그 뜨거운 마음……. 아아, 푸른 옷의 자네! 네 마음도 자극적이였어. 나는 굉장히 감명을 받았어」
「하아……」
「너희들 둘이라면 안심하고 콘노군의 양 사이드를 맡길 수 있어」
「에……. 하아………」
「물론, 콘노군의 중앙을 지키는 건 나지만!!」
쿠죠는 우리들의 어깨를 두드리고서, 새하얀 이를 드려내 보이며 웃었다.
그리고 아연해 하는 우리들을 남기고 떠나갔다.
「………」
하지만, 콘노도 참 큰일이다. 우리들 같은 거나 꼬여 들다니.
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나는. 그리고 오오히라도, 분명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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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조 출연 쿠죠씨입니다. 되게 패러럴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네요. 오늘은 마키씨가 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쿠죠씨가 무서워서 오오히라 뒤에 숨는 쿠루스 군이 넘 귀엽습니다. ㅋㅋㅋ. ㅋㅋㅋㅋ.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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