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겨우 일 다 끝났다…. 피곤해라…….」
「제대로 일도 못하는 주제에 뭘 잘난척 떠들어. 대체 뭐야. 오늘의 그 꼬라지.」
힘껏 기지개를 켰더니, 머리를 얻어 맞았다. 멍뎅한 시선을 던져주자, 그런 나를 한번 째려본 다음 사이키는 터벅터벅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 등을 뒤쫓아 나란히 옆에 서지만, 사이키는 이쪽을 보려고도 않는다.
「나 나름대로 노력한건데.」
「그런 변명이 통할 거라 생각해? 앙? 구제 불능 무쓸모.」
「…….」
이젠 익숙한 일이다……. 사이키한테 설교 당하는 건. 그러니까 이런 때는 반론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입술을 삐죽이는 것이 내 최소한의 의사 표현. 저항.
덧없지 않다구. 나이살 먹은 어른이 어린애한테 설교를 들어도.
나, 콘노 텟페이. 25세. O형.
전직 택배원. 지금은 사이키 그룹의 중요 임원 호위 겸 시중인.
방금전까지 내 옆에 있던 애송이는, 사이키 슌. 13세. O형.
이 녀석이 사이키 그룹의 중요 임원. 보다시피 애지만 머리는 어른들에게 뒤지지 않는 천재아.
그에 비해 나는, 그림으로 그린 듯이 범용한 보통 어른.
「어이. 뭘 꾸물 거려. 난 아직 일 남은게 있다구.」
계단 위에서 내리 떨어지는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달려간다.
그 말은 도와 달라는 말이라고 생각하니까.
평범한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친구들과 논다.
하지만 사이키는 일을 한다. 어른들처럼.
에고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도 사이키에게 어린아이 다움을 바라지 않는다면, 적어도 내가 바래주자. 그렇게 생각했다.
밖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면, 내 앞에서는 그럴 수 있게 해주면 된다.
그를 위한 장소를, 내가 준비해 주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드시 사이키는, 네놈의 아집과 이상을 강요하지 말라고 말한다.
다른 한 사람의 사이키한테도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신과 우리들은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그런 의미로 보자면, 우리들은 평행선이였다. 절대로 의견이 일치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뭐. 때때로 문득 의문이 남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이 아이니, 평범한 행복이니 떠드는 거.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우리들은 살인자잖아?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성립된 관계잖아.
그런데 그런게 있겠냐고.
나는 검은 양복들에게 에워 쌓여 방 한가운데에 우두켜니 서 있었다.
사이키 그룹의 현 총재는 오늘도 다망해 보인다.
다리가 저릿저릿해져 왔을 무렵, 방 문이 열리더니 검은 양복을 대동한 사이키 진이 나타났다. 그 대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 집무실 테이블 앞에 앉은 다음, 내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노트북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검은 양복이 그 주위를 빈틈없이 가드하고 있다.
「내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던데.」
「네.」
불연 듯 걸려온 말에,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사이키의 종자가 되었지만, 여태까지 이 사람과 얘기를 나누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거야 나누고 싶은 얘기는 산더미처럼 있었지만.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없을 거라며 체념하고 있었다. 사이키 진은 슌 이상으로 내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슌의 일인가」
「사이키 씨의, 자식에 대한 교육 방침에 대해서입니다.」
탁하고, 노트북의 화면을 내리를 소리가 들렸다.
사이키 진이 그제야 나를 보았다. 아니, 내 눈을 보았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 박력에 위압당해, 움찔했다. 시선을 돌리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불평을?」
「네…….」
「들을 맘 없어.」
사이키 진은 그 말만을 남기고 일어나, 재빠르게 서류를 한데 모아 검은 양복에게 넘긴 다음―… 자리를 뜬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검은 양복이 뒤쫓아 가려고 하는 내 손을 붙잡아 세웠다.
사이키 진의 모습은 멀어져 간다.
아연해 하고 있는 내 귀에, 닫히려하던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슌을 바꿔 봐. 내가 교육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이를 갈았다. 웃기지마.
어린애를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는 녀석이, 뭘 성실한척 남을 독려하는 건데.
방법이 그 뿐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구.
다음날 나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로 사이키의 방으로 뛰어간다음, 사이키를 두들겨 깨웠다. 사이키가 귀신같은 얼굴로 나를 째려봤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오늘, 유원지 가자.」
사이키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진심으로 진저리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신묘한 표정이기도 했다.
「미쳤어…? 유원지이?」
「쿠마자와 말고. 그냥 유원지 말야.」
「일은 어쩔 건데.」
「오전 중에 놀고, 오후에 일하면 되지. 오늘 스케쥴이라면 그 정도 여유는 있잖아?」
「갑자기 왜. 게다가 설령 여유가 있대도 놀고 있을 시간 없어.」
「괜찮아. 일은 내가 도와줄게.」
사이키는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린다.
「유원지라니 시시하기는.」
「티켓 사뒀어.」
정작 주머니에서 입장권을 꺼내 흔들어 보이자, 사이키는 머리가 아픈지 손을 댄다.
「쓸데없이 준비성 좋기는.」
「보잘 것 없는 급료를 털었다구.」
「귀찮아……….」
하지만 싫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검은 양복의 차에 타서, 일본 최대급 유원지로 향한다.
평일 오전인 탓도 있어 사람은 적다.
「음. 이거라면 시간이 없어도 맘껏 놀 수 있겠어.」
동의를 구했으나, 사이키는 졸린 듯 눈이 반쯤 감겨 있다.
「어이어이. 의욕 좀 내라구. 지금부터 즐거운 놀이기구에 탈 건데.」
「……….」
말이 없는 사이키를 잡아 끌어, 놀이기구 대기줄에 선다.
그리고 몇 분 뒤, 마침내 우리들의 차례가 왔다.
「자자, 사이키. 제트 코스터야!」
나는 수 년 만에 오는 평범한 유원지에 진심으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사이키는 시시해 보였다. 마침내 놀이기구에 타게 됐는데.
「사이키. 출발한다!」
「……….」
상승해 가는 코스터에 가슴 두근 거리는 나. 무심한 표정의 사이키. 그리고 정점에서 단 번에 급강하 하는 제트 코스터.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내 옆에서, 역시나 사이키는 무심한 표정이다.
비명도, 환성도 일절 없이.
「너 혹시 절규계는 취향이 아니야?」
지상에 내려선 다음 사이키에게 물어 보았으나 대답은 없다. 미묘하게 입술을 삐죽인채로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그럼 다음은 메리 고 라운드로 할까.」
「그것만큼은 절대 안 타」
「어째서!? 제트 코스터는 싫잖아?」
「안 타」
억지로 태웠다가 여기서 표정이 더 무뚝뚝해지는 것도 곤란하다.
뭔가 대안책은 없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다, 발견한 노점상을 가리켰다.
「그럼, 그레이프 사자.」
「딱히 배는 안 고픈데.」
「그럼 프레젤.」
「필요 없어.」
「그럼 아이스크림 사자!」
「진짜…, 네 맘대로 해.」
사이키가 백기를 들었다.
나는 그 순간 뛰어가, 쵸코 아이스 2개를 사갖고 돌아온다.
하나를 건네주자, 사이키는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확실하게 받아 들여 줬다.
사이키는, 말없이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었다.
그런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흐뭇해져서 웃음이 좀 나온다.
그건 그렇고…….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검은 양복들을 바라본다.
「저 녀석들, 방해 아냐?」
어딜 봐도 검은 양복이 있다.
뭐어, 사이키는 사이키 그룹의 중요 임원이니까 별 수 없긴 하지만. 분위기가 깨진다고 해야하나.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건가? 저 녀석들은 공기나 마찬가지라구.」
「그렇게 간단히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란건.」
그렇다. 그렇게 간단히 변하지는 않는 거다.
나도. 사이키도.
얼마만큼 사이키의 시중인을 계속해도, 지금의 삶에 익숙해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관람차라면 검은 양복들을 안 봐도 돼.」
의욕 없는 제안에, 나는 일어섰다.
「그렇지. 그 수가 있었지.」
빨리 아이스크림을 다 먹도록 재촉한 다음, 당장 관람차에 올라탔다.
멀리서 저녁 놀이 저물어 가는게 보였다.
사이키는 시시한 듯, 변함없이 무뚝뚝한 얼굴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삼백안에, 옛날부터 변함이 없는 도련님 헤어 스타일.
키는 좀 크긴 했지만, 역시 아직 한참 어린애다. 아직 한참 성장 도중에, 깡마른 체구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왜 여기로 데려온 거야?」
갑작스러운 물음에 흠칫했다.
나도 저녁놀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반항이다.
사이키 진에 대한 반항이다.
무의미해도 좋아.
혼자만의 독선이라도. 아집이라도 좋아.
나는 사이키를 바꿔 보인다. 자신은 아직, 없지만.
「아버지랑 면회 했다며?」
전부 다 꿰뚫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사이키는 나를 보았다.
「제대로 된 얘기는 못했지만 말야.」
「얘기를 할 생각을 하지마. 그 녀석은 정상이 아니라구.」
고개를 든다.
내버려 두면 사이키도, 정상이 아니게 되었을까. 사이키 진 같은 인간이 될 예정이였을까.
그것이, 그 남자의 교육이였던 걸까.
「내가 그렇게 냅두진 않을 거야.」
나는 말했다. 저녁놀보다 뜨거운 목소리로.
「앙? 뭘?」
「내가 바꿀 거야. 몇 년이 걸려서라도.」
갑작스러운 선언에, 사이키는 나를 괴이쩍게 바라본 다음, 시선을 돌린다.
「하아. 그러셔? 후덥하기는. 어차피 무리란건 알고 있을텐데.」
사이키는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도 그 뒤엔 말없이, 그저 둘이서 오렌지색 하늘을 바라보기만 했다.
종착점에 도달할 때까지, 내내.
너는 변하게 될까?
나도, 언젠가는 변하는 걸까?
언젠가, 좀 더 제대로 된 인간이 될 수 있는 건가?
내 자문자답에 대답하듯, 사이키가 이쪽을 보았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바꿔볼 맘이라면, 바뀐 다음에는 전부 너한테 주지.」
「전부?」
「지위도 명예도 재산도. 탐나는 만큼.」
「………. 너 하나면, 충분해.」
나는 모든 것은 구할 수 없겠지. 아마. 모든 것을 어떻게 해본다는 것은, 나같이 범용한 인간에게는 무리인 일이다.
그렇다면, 소중한 인간 하나 만이라도 좋다.
소중한 인간 하나를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이 내 삶의 증거이며, 내 속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이키는 눈을 조금 크게 뜨더니,「그러셔」하고 중얼거렸다.
아메 : 큐요자와 아메입니다. 이번 사이키 SS를 끝으로 올 캐릭터의 SS를 다 기고한게 됩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유원지 소재는 꼭꼭 사이키로 써보고 싶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같이 놀러 나오는 내용으로 적어 보았습니다만……, 어떠셨습니까. 즐겁게 읽어 주신다면, 영광입니다.
라이치 : 아와야입니다. 큐요자와도 말했습니다만, 정말로 고맙습니다.「CLOSE」엔딩으로부터 2년 정도 지난 이야기가 되었기에, 사이키의 키도 마음도 자라나 있는 것을 의식해서 그렸습니다. 콘노는……, 거의 변한게 없네요. 아저씨 콘노도 언젠가 그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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