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치아키] 뭐어, 일단말야.
             다음에 소우시도 오면 말 걸게.

[츠유하] 응……. 부탁할게.

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치아키는 학원으로 돌아갔다.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왠지 모르게 그의 등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치아키와 헤어져 집으로 귀가하자,
집안은 새카맸다.


[츠유하] ………….

신 짱은, 아직 일이려나…….

기숙사에 돌러 가서, 평소보다 약간 귀가가 늦어졌으니까
신 짱은 벌써 집에 와 있을 줄 알았는데.



혼자 뿐인 집 안.

그렇지 않아도,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것은 그 치아키.


명랑하고 떠들썩한 그와,
지금 이 방의 조용함은,
갭이 너무 심했다.

조용히 가라앉은 방을 둘러 보자,
무의식적으로 한숨이 나오고 만다.


[츠유하] ……………….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이런 생각은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피곤해 돌아왔을 때, 집에 누군가의 모습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훤이 풀리겠지.

방 안에 사람이 있다는 그 공기감은
누구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츠유하] 자아…, 어떻게 할까…….



저녁 준비를 하고,
방 청소도 하고 싶다.

머리 속으로 할 일을 정리하면서도,
이 조용한 공간이 너무나도 쓸쓸하게 느껴졌다.

매일 마찬가지로 흐르던 시간이였을텐데,
새로이 생긴 인연이 어느샌가 너무나도 따스해서.

그러기에 이렇게 혼자가 되면
왠지 무서워지고 만다.

어째서일까…….
이런 생활은, 벌써 익숙해져 있었을텐데.

신 짱과 단 둘만의 생활도 상당히 오래 되었다.
막 거두어 졌을 무렵엔
학교나 아르바이트로 바빠서 집에 없는 신 짱을 대신해서

할아버지가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었다.
조부모란 것이 없었으니까,
처음 생긴 할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나도 기뻤다.

초등학교에서 돌아와,
그리고 집에서 같이 TV를 보고,
밤 늦는 신 짱의 귀가를 기다리며 밥을 먹는다.

특별한 건 없지만,
이렇다할 불만도 없는 유년 시절이였다.

그럴…, 텐데…….
어째서 이렇게나 쓸쓸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문득, 숲에서 만난 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숲에서 돌아왔으면서도,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그들과 재회했다.

숲에서는 단순히 모르는 사람으로,
어쩌다 행동을 함께 했던 것 뿐.

그 땅에서 헤어져,
다시 만날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기숙사 방이라고 하는
굉장히 개인적인 공간까지 실례하고 말았다.


그들과의 거리는, 확실하게 줄어 들고 있다.
서로의 인물됨도 왠지 알게 되었다.

마치 옛날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받아들여 준다.


함께 있는 시간이 충실하면 충실할 수록
지금처럼 문득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딱히, 이 집이 쓸쓸해진 건 아니다.
이 집이 아닌 곳에서, 즐거운 시간이 생기고 만 것 뿐이다.

신이나 떠들던 시간과는 달리
조용한 방 안의 차가움이, 몸에 스민다.



[츠유하] 신 짱. 얼른 안 돌아 오려나…….



어쨌든, 뭐든 좋으니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기분이였다.

내가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하는거라도 좋다.
뭣하다면, 시끄럽다고 혼나서 그대로 싸움을 한대도 상관없다.

누군가와, 같은 대화를 공유하고 그를 계속하는 것이,
지금의 내게는 필요한 기분이였다.

누구든 좋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



그런 생각을, 문득 했을 때였다.



[츠유하] 웃………….

↑ 순간 덥쳐오는 노이즈




[츠유하] 엣………?!

[츠유하] 아아………, 앗……………….


갑작스레, 가슴께를 울리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두 손으로 가슴을 억누르며, 어떻게든 고통을 참아 내려 한다.


하지만, 그 통증은 내 심장의 고동에 맞춰
내 가슴을 옥죄여든다.


심지어 그 때마다, 점점 더 통증이 강해진다.

격하게 울리는 심장 소리와 함께, 호흡이 거칠어진다.


[츠유하] 아……, 아…………………….


숨막히는 통증 속에,
내 손은 가슴에서 어깨 쪽으로 올라간다.



[츠유하] 어째……, 서………?

어깨 언저리에, 뭔가가 기어 올라오는 듯한 감각이 있다.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기어 오른다는 말 말고는… 달리 적절한 표현이 없다.
서서히, 내 어깨에 들러 붙는다.

가슴의 통증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어깨 근처의 옷자락을 넘긴다.


[츠유하] …………?!



거기엔, 그 때의 그 새카맣고 으스스한 반점이 다시 떠올라 있었다.

요전 사라졌을 때와, 완전히 같은 부분…….
완전히 같은 크기였다…….

그 검은 반점은 마치 생물처럼
꿈틀대며, 쑤시며, 내 목 쪽으로 번져 나간다.



싫어………. 무서워…………….

소리되지 않는 비명을 지른다.
그럼에도 가차 없이, 멈춤 없이, 반점은 번져 나간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
견디지 못하고 소파에 엎어졌다.

내 안의 모든 소리를 지워 삼키듯이…,
심장 소리는 강하고 격하게, 울러퍼진다.

그리고…….
스윽, 한 방울의 물방울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 빛줄기는, 얼어붙은 몸의 열을 내보내기 위한 땀일까.

아니면, 괴롭기에 눈에서 흘러 떨어진 눈물이였던 걸까.


[츠유하] 신……, …….


죄어 드는 솟구치는 고통은,
내 오직 하나 뿐인 가족의 이름 조차,
확실히 말로서 부르 짖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 아파………. 괴로워…….



짜부라 뭉개지는 듯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외치는 목소리.

[???] 아빠……. 엄마…….


흐느껴 울며, 부모님을 부른다.


[???] 웃………….

하지만, 대답은 없다.

어째서,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
어째서, 와 주지 않아…?


이렇게 괴로운데,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 저기……, 어때서야………?

꺼져 들 것만 같은, 가냘픈 목소리.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음에도,
이 쓸쓸함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몰라 말로 담아낸다.

무서워져서,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당연히, 거기엔 그 누구의 그림자도 없다.
어두운 방에, 홀로.


[???] 저기……, 곁에 있어줘…….
         제발……, 부탁이야…….

소용 없다는걸 알면서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는 외친다.

그래…….
이것은, 나다…….

어린 시절의, 내 기억.

새카만 고독에 에워 싸여,
쓸쓸하고, 괴로워서…….
부모님의 모습을 계속 찾았다.

다시 한 번, 얼굴을 보고 싶다…….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듣고 싶다…….

머리를 어루만져 준다면…….
몸을 꼭 끌어 안아 준다면…….

곁에만 있어 준다면
얼마든 이룰 수 있는 소원인데도,
이 때의 나는 그것을 꿈꿀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외톨이다…….

어둠을 향해 소리쳐 외치는 동안
어린 마음은, 그런 생각에 도달한다.

더 이상…, 만날수 없어……?
싫어……. 혼자 두지 말아줘…….






[츠유하] ……………………….

퍼득 눈을 뜨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마에서 땀이 대량으로 흘러 내리고 있었다.

[츠유하] 지금거……, 꿈?


어째서 어린 시절의 꿈을 꾼 걸까.
그런 꿈, 처음 꿨다…….

멍하니 이마의 땀을 닦자,
문득 어느 사실을 깨닫는다.


[츠유하] 아프지……, 않아?


그렇게나 괴로웠던 가슴이,
그렇게나 욱씬 거렸던 어깨가…….

눈을 뜨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 괴로움은, 뭐였던 걸까.
갑자기 찾아와, 또 갑자기 떠나갔다.


쭈뻣쭈뻣 어깨를 보자,
다시 떠올랐던 그 반점도, 더 이상 거기에 남아 있지 않았다.



[츠유하] 뭐야, 대체…….



반점이 사라진 것에는 안도하면서도,
불안이나 의문은 거듭 솟아 오른다.

기나긴 한숨을 내쉬며,
좀 전에 꾼, 꿈을 생각한다.

그것은 꿈을 꿨다기 보다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 났다는 느낌이였다.

그것은 분명, 감기로 앓아 누웠을 때의 것이였다.



부모님과 사별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잔다는 것은
당시의 내게는 견딜 수 없이 무서웠다.

아무리 부모님을 불러도 와주지 않는다.
쓸쓸하고, 그 고독이 무서워서…….

머리로는 더 이상 부모님이 없다는걸 이해하고 있대도,
달리 매달릴 데가 없었던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거의 하루밤 내내, 울며 부모님을 불렀다.

하지만 그때,
신짱이 서투르게나마 열심히 나를 달래 주려 했다.

유리 세공이라도 다루는 듯, 상냥하고 상냥하게…….
그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그 때의 그 손의 온기를 기이하게도
지금도 확실히 떠올릴 수 있었다.



[츠유하] 신 짱……?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 본다.
하지만 방안은 그저 조용히 가라앉아 있을 뿐.

신 짱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였다.

꿈 속에서는, 괴로웠던 만큼 기나길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내가 잠들어 있었던 것은
그닥 오랜 시간이 아니였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방을 둘러 보자,
꿈속에서 봤던 그 불안한 고독이 생각난다.



[츠유하] ………………….


둔중한 쓸쓸함을 느끼며,
이마의 땀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쓸어 내린다.

가슴이 통증도…, 반점도, 꿈……?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기 위해,
일어났던 일을 떠올려 보는 동안……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잘 모르게 되고 말았다.

가슴 속 깊이 불안과 공포가 파도친다.
나의 존재가, 굉장히 애매하게 느껴져서.


[츠유하] …………….



꽈악 자신을 끌어 안으며, 나는 그것을 견디듯 눈을 감았다.




▼ 다음으로 - 9월 23일 (츠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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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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