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 9월 15일 (츠유하)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9월 15일

츠유하 

[츠유하] ………….

방 안에, 나 혼자.

커 놨던 TV에서 새어나오는 출연자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간신히 방을 정숙으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딱히 뭔가를 하는 일 없이,
멍하니 거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요 며칠은 바빴던지라, 이렇게 느긋한 시간은
그닥  없었던 것 같다.


[츠유하] 최근……, 뭘 했더라……?

숲에서 돌아온 이후로,
꽤나 시간이 지났다.

반점에 고민하거나,
숲에서 알게 된 남자아이들과 몇 번 정도 다시 만나거나.

하지만, 그 이외의 일상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바빴던 기분이 든다.

뭘 했냐고 한다면 막연한 말 밖에 나오지 않겠지만,
시간의 흐름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츠유하] 신 짱……. 오늘도 늦으려나.

거실 테이블 위에는, 차려진 음식들이 늘어서 있다.

그가 돌아오면 가볍게 덥혀 내놓으면 되는 것들.

시간은 밤 9시를 지나 있었다.

이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전화나 문자 하나라도 보내 줬는데.

신경 쓰여서, 손 안의 폰을 만지작거린다.

배도 고프지만…….
지금은 이 집에 나 혼자 있는게 굉장히 불안하고, 허전했다.

문득, TV의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자주 들어온 학원 이름이, 유명 가수의 곡을 타고 흘러 나온다.


[츠유하] 수험생은 지금부터가 힘든 시기지.

여름 방학에 하계 강습을 다니고,
착실하게 수험 공부에 임하는 학생들이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최후의 스퍼트를 올리는 계절.


[츠유하] 치아키네도…… 지금쯤 수험 공부일려나……?


시험기간 중인데도 신작 게임을 갖고 놀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 멤버들은 의외로
공부로 고생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몇 몇을 제외하고…….


그렇다지만, 일단 야식 같은 걸 보충하고 있다고 하니,
나름 공부를 하고 있는 걸지도.

어쩌면 모처럼 사다놓은 야식을
타카오미가 먹어 치워서 다시 또 사러 나갔을지도……. 

그런 치아키의 모습을 떠올리자,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츠유하] 수험공부라…….

왠지, 추억의 단어다. 

작년까지만해도 나도 고등학생 이였는데,
교복을 입지 않게 되는 순간 멀리 느껴진다.

중학교 때, 신짱한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별로 공부하는 타입이 아닌건지
거의 도와주지 않았다.

성적은 엄청 좋았다고……, 할아버지가 그리 말했는데.

[신] 공부…?
       그런거 나한테 묻지말고 참고서 같은걸 보는게 더 낫대두.

[츠유하] 참고서는 모르는 부분을 질문해도 안 가르쳐주잖아?  

[신] 거야…….
       하지만 올바른 풀이가 실려 있고,
       그걸 이해하는게 제일이야.

[츠유하] 한 번 꼬이면, 오기로라도 그 풀이법에 매달리게 되잖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다는게 어려워.

[신] 츠유하…. 너 말이지….
       자알~ 생각해 보라구.

[신] 내가 중학교를 졸업한지 몇 년이 넘었다고 생각해?
       그런걸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잖아. 
 
[츠유하] 그치만…, 중학교 문젠데?
[신] 모르기는.
       중학교는 의외로 대단하다구.
       내 뇌세포론 더 이상 따라 갈 수가 없어

[츠유하] 신짱……, 귀찮아하는 것 뿐이지?

[신] 아냐…….
       뭐어, 공부는 못 봐주겠지만
       야식은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 줄게.

그렇게 웃으며 말한 뒤,
신 짱은 그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런 광경이, 갑작스레 선명하게 떠오른다.
확실히, 그 날 먹었던 우동은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 



[츠유하] ……………….


이 집에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

아마, 남들이 보면
조금 기이한 관계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있어 그것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굉장히 편안한 공간이였던 것은 확실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츠유하] 수험 공부도 안 하게 되고,
             언젠가 취직 같은 걸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걸까…… 



가족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어린아이가 아니게 된다는 것은 조금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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