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9월 7일
츠유하
[츠유하] 이왕이니………. 디저트도 사버릴까.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나는 자주 다니는 편의점 디저트 코너 앞에 있었다.
최근, 자택 맨션 1층 건물이 새로 재단장 되더니
24시간 편의점이 생겼다.
이런 편리한 걸, 쓰지 말라는게 무리다.
[츠유하] 이 티라미스……, 맛있어 보여…….
디저트 베리에이션에 무심코 시선이 간다.
[츠유하] ……………….
그 숲에서의 일은, 언제나 머리 한구석에 남아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 쓸 일이 많대도 나 역시 남들만한 일상은 보내고 싶다.
반점은 사라져 버렸으니까,
고민해 봤자 별 수 없다.
[츠유하] ……………….
몇 번이나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이렇게 심호흡하여 마음을 가라앉힌다.
현실도피는 정당 방위라고 생각한다.
[츠유하] 음……. 레어 치즈 케이크…….
아니, 그냥 심플하게 푸딩…?
너무 단 건 좋아하지 않지만.
적절하게 단 거라면 의외로 빈번하게 먹는 편이다.
진열되어 있는 무수한 디저트를 앞에 두고
뭘 살까 고민하고 있자니…….
[???] 어라……? 혹시……, 츠유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 닿는다.
[츠유하] 치아키……?
디저트에 못박혀 있던 시선을 든다.
그러자, 이미 치아키는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날과 변함없는, 명랑한 웃음을 보인다.
[치아키] 역시나, 츠유하네~~!
[치아키] 와~, 뭐야뭐야. 엄청난 우연이네.
츠유하도 쇼핑이야?
[츠유하] 으, 응.
[치아키] 아, 하지만 정말 이런 우연도 있긴 있구나.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치아키의 말에, 왠지 압도 당한다.
[치아키] 디저트라. 전부다 맛있어 보이는걸~.
그렇게 말하며 기쁜듯 미소짓는 치아키.
문득 내가 바라보고 있던 코너로 시선을 떨군다.
[치아키] 우와, 봐 봐!
이 슈크림!
[츠유하] 에……?
[치아키] 역시나~, 새로 나온거네~!
[츠유하] 새로 나와……?
[치아키] 응응. 본 적 없는데.
기간 한정 상품 아닐까, 이거?
[츠유하] 헤에. 그렇구나. 몰랐어…….
[츠유하] 치아키는 이 편의점, 그렇게 자주 다녀?
[치아키] 음? 아아. 타카오미의 간식 때문에 은근히 자주 이용하려나?
[치아키] 우리 학교랑도 가깝고.
[치아키] 츠유하는?
이 근처에 살아?
[츠유하] 아……….
이 위ㅡ…하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치아키] ?
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였지만,
우연한 재회만으로 다시 "접점"을 가져도 되는 걸까.
그것이 불안해졌다.
바로 또 헤어져 만날일도 없게 될 상대와
사소한 "접점"을 지닌다.
분명 누구에게나 있는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내게는 그것이, 굉장히 무섭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치아키를 보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숨을 바로 잡았다.
[츠유하] 난 말이지…….
이 편의점 위층 맨션에 살아.
[치아키] 호오. 편리해서 좋겠다.
[치아키] 아, 그렇지.
혹시 고민하고 있었던 거라면
디저트도 좋지만, 아이스크림도 추천할게.
[치아키] 옆 역 앞에 있는 슈 아이스 가게,
거기서 직접 공수해 오고 있는게 있어~.
방긋 웃음을 띄우며,
내 손목을 잡고 척척 아이스크림 쇼 케이스 앞으로 걸어간다.
[츠유하] 저기……. 치아키……?
[치아키] 슈 아이스의 종류가 엄청 풍부해!
편의점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야. 진짜.
[츠유하] 치아키는……, 디저트같은거 그런거 좋아해?
[치아키] 아, 그게 말이지. 옛날엔 전혀.
뭐어, 단 걸 싫어하는건 아니였지만.
[치아키] 좋은 의미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잘 알게 된 것은 타카오미 덕분이려나~.
[츠유하] 여기서 타카오미의 이름이 나와?
뭐랄까, 좀 의외.
그 멤버 중에선 제일로 선이 가늘어 보이는데,
[치아키] 아. 타카오미, 기억나?
[츠유하] 아무리 그래도 잊어 버리진 않았어……!
느긋한 이미지를 한 아이, 였는데 디저트를 좋아해?
[치아키] 아아……. 디저트에 한정된 얘기만이 아냐.
[치아키] 뭐뭐, 일단 말이지.
가벼운 느낌으로 재회를 받아 들이고 말았지만,
나 이거 꽤나 엄청난 우연이라고 생각해.
[치아키] 그런 산골에서 만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난 것이 자기네 사는 동네 편의점 앞이라니…….
[치아키] 그야말로 하늘의 인도라고 해야하나?
[츠유하] 그러네. 아무리 근처에 산다해도 의외로 못 보고 그러는데.
[치아키] 맞아맞아. 그런 느낌으로 정말
운명적이라 해도 지정이 없지 않을까 싶은데.
왠지 엄청 기쁜듯 말하니까,
나도 절로 웃음을 흘렸다.
[치아키] 응. 웃어줘서 기뻐.
너랑은 두 번 다시 이런식으로 대화를 나누는건 무리라고 생각했거든.
[츠유하] 응…. 나도.
우연은,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재회가 내게 있어 새로운 길이 되어갈거라 생각하자
아주 약간의 공포와,
그리고 기쁨이 뒤섞인다.
그들과 재회하고 싶어 했던건 분명 나였고,
그것이 편의점이라는 일상의 앞에서라면 더더욱 바라던 바기도 했다.
[치아키] 그래서? 뭘 살지 정했어?
[츠유하] 에….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은,
방금전부터 서늘한 냉기가 둥둥 떠돌고 있는 아이스 상품 케이스.
[치아키] 나는 일단, 전 종류일려나.
타카오미가 거의 전부 다 먹을테니.
[츠유하] 타카오미가 그렇게나 많이 먹어?
[치아키] 뭐야? 의심해??
진짜야. 침대 밑 수납 케이스가 과자로 가득차 있을 정도라구?
[치아키] 오늘도 시험 공부 중이였는데 말야.
야식이 다 떨어졌다면서 울 것 같은 얼굴을 해대지 않나.
종래엔 침대로 달아나려 하지 않나.
[츠유하] 싫다……. 뭐야, 그거.
캐릭터가 전혀 달라.
[치아키] 아. 기본 사양은 이거야.
그 때는 과자가 없어서 의외로 깨어나 있었다고 해야하나?
[치아키] 외출해 있을 때는
비교적 정상이긴한데…….
[츠유하] 왠지…, 정말로 다른 사람 얘길 듣고 있는 것 같네.
[치아키] 뭐어, 그렇지.
냉정하긴 냉정하지만, 냅두면 의외로 엄청난 상태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치아키] 뭐어, 먹을 거만 주면 무해하니까
이렇게 음식 조달하러 나와 있다 그거지.
[츠유하] 조달이라니……, 그건 또 거창……하진 않네.
지금은 야기를 들으면.
[치아키] 거야, 물론.
거창이랄까. 좀 더 과대한대도 거짓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치아키] 룸 메이트의 고생을 이해해 주면 좋겠는데.
그 아이는 정말이지 참…….
약간 과장되게 한숨을 내뱉는 치아키지만,
그 말들에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츠유하] 말은 그렇게 해도, 치아키.
왠지 즐거워 보이는데?
[치아키] 에? 그래?
타카오미의 얘길 하고 있는 동안,
기막혀 하면서도 어딘지 즐거워 보였고.
그런 관계, 왠지 부럽다.
친구에 대해 얘기 하는 고등학생이라기보단,
자식을 자랑하는 아버지 같아서.
[치아키] 뭐어, 확실히.
타카오미가 먹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을 정도니까 말야~.
[츠유하] 왠지 둘 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치아키] 츠유하는 어때?
아니, 그 이후로 괜찮아?
[츠유하] 응…, 괜찮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으로 돌아갔어.
[치아키] ………그, 런가…….
그럼, 다행이고.
반점이 생긴 이래, 매일밤 뭔가의 기척을 느끼며 신음하고 있다.
그런 말, 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약간 미간을 찌푸리는 그에게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도록
진하게 웃어준다.
[치아키] 저기……. 만약 무슨일 생기면
꼭 말해줘…?
[츠유하] 응……. 고마워. 기대할게.
납득, 까지는 아닌 모양이였지만
치아키도 그 이상 깊게 물어오진 않았다.
[치아키] 뭐어, 생각해 보니 좀 무섭지~.
그런 이상한 체험, 태어나서 처음 아냐?
[츠유하] 치아키도…, 무서움 타고 그래?
[치아키] 아, 뭐야 그거.
지금거 쪼금~ 실례 아냐?
[츠유하] 그치만, 왠지 의외라서…….
치아키는 항상 태연하게 웃는 얼굴 일 것같은데.
[츠유하] 그 때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굉장히 태연했잖아.
[치아키] 난 말야…. 딱히 동요하지 않는게 아냐.
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을, 어딘지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뿐.
[치아키] 동요하고 있는 자신이 있다.
그런식으로 느끼긴 하지만, 그걸 밖으로 표현하려 하진 않아.
[치아키] 왜냐면 말이지~.
난 누군가의 본심을 폭로 하는 걸 엄청 좋아하거든.
[치아키] 항상 그 사람의 소질도, 이면도 전부 보고 싶어.
[츠유하] 치……, 아키…!!
바짝 귓가에서 들려온, 생각외로 달콤한 목소리에
무심코 팔을 들어 거리를 취하고 만다.
[치아키] 이런, 실례.
너무 성급했나?
[치아키] 모처럼의 재회인데, 경계 받는 것도 싫고.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하겠습니다.
[츠유하] 치아키는……, 정말 잘 모르겠어.
[치아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기, 츠유하.
또 만나자.
[치아키] 이 편의점. 나 꽤나 자주 다니고 있고.
너도 근처에 사는 모양이고.
[츠유하] 이런걸로…, 피하고 그러진 않아.
[치아키] 응. 그럼 좋아.
그럼, 난 슬슬 갈게.
배고픈 타카오미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츠유하] …………….
치아키는 휙휙 눈 앞의 아이스를 바구니 안에 집어 넣은뒤.
그리고는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카운터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멀거머니 눈으로 쫓았다.
뭐랄까……, 굉장히 피곤했다….
계산을 끝마친 치아키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든 다음
편의점을 나갔다.
결국 나는, 치아키와 만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잠시 디저트 코너를 바라보다가ㅡ
치아키가 추천한 슈 아이스를 2개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 다음으로 - 9월 14일 (츠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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