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9월 14일
츠유하
그 이후 1주일 동안, 지금까지의 일상과 다를바 없는
평온한 나날들이 흘렀갔다.
어깨의 반점은 변함없이 사라진 채로,
매일밤 느꼈던 기척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주 우연히 맨션 1층 편의점에서 치아키를 만난 이후로,
다른 아이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로 이대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가 하면
그건 뭔가가 또 아닌 기분이 들었다.
예상이라고 해야하나, 예감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숲에 들렸던 그 이후,
내 안의 뭔가는 완전히 변화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오늘,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그닥 놀라진 않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 오~.
치 짱의 말이 맞네~!
귀가 도중, 맨션 근처를 걷고 있자니
그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천천히 돌아본다.
그러자, 커다랗게 손을 흔들며 키요하루가 달려왔다.
[츠유하] 키요하루……?
[키요하루] 아, 제대로 기억하고 있구나. 안심, 안심.
[츠유하] 무슨 일이야? 일부러 다 뛰어오고…….
우연찮게, 딱.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장소에서 키요하루와 재회하는 것은 의외인 일이였지만
키요하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태연했다.
[키요하루] 치짱한테 츠유하를 만났단 얘길 들어서 말야~.
이 근처를 걸어 다녀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나~ 했어.
[츠유하] 날 찾아 준거야……?
[키요하루] 아, 아니라고 해야하나~?
어쩌다 가끔 지나가던 길이였는데, 혹시나 싶었던 것 정도로~.
당황한듯 붕붕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하면서,
키요하루의 표정은 바쁘게 변한다.
[키요하루] 결코, 보고 싶어서 찾아 다녔다던가!
그런 스토커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츠유하] 에……. 으응……, 응.
붕붕 고개를 저으며, 연신 입 안에서 뭔가 말을 우물우물 거리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다.
[키요하루] 그보다…, 늦네. 진짜…….
[츠유하] 에?
키요하루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저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키요하루] 치 짱도 참!! 늦어~!!
츠유하 찾았어!!
[츠유하] 치아키……?
키요하루가 외치는 저쪽 너머에서, 확실히 치아키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다.
[치아키] 잠깐……. 하루…. 빨라…….
갑자기 뛰지 마…….
[키요하루] 미안미안.
그치만, 봐. 치 짱이 말했던 대로야.
[치아키] 말했던 대로라니…….
어라, 츠유하?
이런데서 뭐 해?
[츠유하] 에……. 뭐냐니…….
이제와 겨우 치아키가 내 모습을 인식한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뭘 하고 있고 뭐고…, 큰 소리로 나를 불러 세운건 저쪽입니다.
[키요하루] 치 짱이 말했잖아?
츠유하네 맨션, 이 근처라고.
[치아키]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말이지.
갑자기 이 근방 일대를 뛰어 다니길래 무슨 일인가 싶었잖아.
[치아키] 빙 한바퀴 돌아 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었지?
[키요하루] 벼……, 별로…….
그런 생각, 안 했어.
[치아키] 네에, 거짓말.
[키요하루] 치 짱 말이지…….
그렇게 싹뚝 잘라 말할건 없잖아.
[키요하루] 나는 순수하게~, 츠유하를 보고 싶었던 것 뿐!!
결과적으론 만났으니, 된 거 잖아.
[치아키] 뭐어…. 너한테 얘기한 나한테도 책임이 있고.
별 수 없지…….
[키요하루] 그래그래. 별 수 없지, 별 수 없어!
[치아키] 담 번엔 뛰쳐 나가기 전에……, 제대로 말할 것!
[키요하루] 오케이. 맡겨둬.
[츠유하] ………………….
[키요하루] 어라어라? 츠유하 프리즈 중?
괜찮아?
[츠유하] 괜찮아. 재밌으니까, 이대로 보고 있어도 돼?
거침없이 오가는 둘의 대화는
평소의 내 일상 생활에서는 들을 수 없는 템포라서,
끼어들 여유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도리여 신선해서,
보고 있으면 재밌다.
[키요하루] 아하핫.
보고 있지만 말고 끼어 들어.
[치아키] 그래~.
우리들이 멋대로 얘길 진행해 버릴지도 모르잖아?
그런 소릴 해도…….
[츠유하] 저기…, 난 학교 갔다 돌아가는 중이였어.
두 사람은 뭐 하고 있었어?
[키요하루] 그건 말이지……. 어라?
혹시 몰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츠유하] 에…?
오늘 뭔가 중요한 날이였어?
[키요하루] 우와~, 모르는구나.
치 짱! 츠유하는 모른데!!
[츠유하] 에? 에?
히죽히죽 나와 치아키를 번갈아 보는 키요하루.
그런 소릴 해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치아키] 아니~. 애당초, 하루 너.
츠유하가 알리가 없잖아?
[키요하루] 에? 하지만 오늘은 우리들의 운명을 좌우할만한 날인데!
[츠유하] 엣? 잠깐. 뭐야?
오늘 대체 무슨 날인데?
점점 더 당황해 하는 내 모습에,
키요하루는 만면의 웃음을 띈다.
[키요하루] 당연하잖아!!
오늘은 그 신작 게임 발매일이야.
[키요하루] 전설의 RPG…….
고참 유저부터 신규 유저까지….
온갖 연령층의 팬을 매료시켜 온…….
황홀……?
아니아니, 조금 다르려나.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감동적인 모양인듯
키요하루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을
두 손으로 꽉 움켜 쥐고 웃음을 터트렸다.
[츠유하] 게임……?
[키요하루] 에~, 반응이 옅어.
나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츠유하] 음……. 그렇게 말해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단 것은 알겠지만,
아무래도 그 기쁨을 함께 나눠 줄 수는 없었다.
[치아키] 그러니까 말했잖아?
츠유하는 게임같은거 안 할 것 같은걸~.
[츠유하] 해 본적…, 별로 없어.
신 짱이 게임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으니까,
우리 집에서 화제에 오르는 일도 없었다.
[키요하루] 어라? 그래?
그럼 그럼, 같이 할래?
[키요하루] 지금부터 료타네 집에 모여서
소우시랑 대전할 거야!
[츠유하] ………………….
[키요하루] 츠유하~?
[츠유하] 아…, 미안.
아무 것도 아냐.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있었는데.
뭘까…….
게임이 아니라……….
[치아키] 그래서? 어쩔래?
우리들은 대 환영인데.
[츠유하] 저기, 나는…….
모처럼의 권유지만
이대로 남자 아이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조금 거북하다.
[츠유하] 아……, 그렇구나.
치아키. 시험 끝났구나.
뭔가가 걸린다 싶었어.
지난주에 치아키를 만나 나눴던 대화가,
마음에 걸렸던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함께 있던 키요하루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키요하루] 어라?
치 짱네 학교, 시험 기간이였어?
[츠유하] 에…?
[키요하루] 방금, 그렇게 말했지?
[츠유하] 지난주, 편의점에서 만났을 때
치아키가 그렇게 말해서…….
내 기억의 착각인가 싶어
치아키의 얼굴을 본다.
그러자, 그는 명백하게 시선을 돌렸다.
[치아키] 아, 하하하하…….
그런 소릴 했었나~….
[츠유하] 그러니까, 야식 거릴 사고 있었지?
[치아키] 뭐냐……, 그거야…….
시험은 다음주로 연기 되었습니다~란 느낌?
[키요하루] 헤에, 좋겠다.
우리 학교도 담주에 시험인데.
갑자기 안 없어 지려나?
[키요하루] 시험은 전부 내년까지 연기라던가!!
수험생인데……, 문제되는 발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은 안 들은 걸로 하기로 하고.
[츠유하] 치아키……. 똑바로 대답해줘.
시험중…, 이지?
[치아키] 뭐, 뭐. 그겁니다, 네.
적당한 기분 전환은 중요하잖아?
[키요하루] 어라~, 혹시 진짜야? 시험?
[치아키] 아아…….
츠유하 때문에 들통났잖아.
[츠유하] 괜찮아…?
시험 전에 게임같은거 해도.
가엽지만, 수험생이니까
그 부분은 관대하게 넘어 가지 말고
똑부러지게 말해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키요하루] 응. 위험한 거 아냐, 치 짱?
[치아키] 음, 뭐. 괜찮아~.
하루랑 달리 난 말이지,
성적 걱정할 필요, 전혀 없으니까~!
[키요하루] 우와, 그랬구나.
치 짱 치사해.
[키요하루] 뭐어, 그치만. 응…….
치 짱은 엄청 머리 좋고…….
응응하고, 쓸데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모양새인 키요하루와,
문제가 해결 됐다는 듯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치아키…….
[치아키] 맞아맞아.
문제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얼른 료타네로 가자!
[츠유하] ……………….
끼어 들어선 안된다는 것을, 왠지 모르게 깨달았다.
그들이 괜찮다면, 뭐어. 괜찮겠지.
저녁해가 저물어 가는 하늘은,
어딘지 여름의 끝을 느끼게 한다.
아직 찌는 듯한 더위는 남아 있는데,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 드는건 어째서일까.
[츠유하] ……………….
평온한 시간, 친근한 정숙함인데도
아주 작게나마, 바라는 것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만남과,
그 이후의 재회를 통해 얻은 관계.
기묘한 체험으로, 내 안에
다소나마 위화감을 드리우는 것은 있었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 그 만남은,
언제나처럼 무의미한 발걸음은 아니였던 것 같다.
왜냐면…….
[츠유하] 이렇게나……, 쓸쓸한걸….
떠들썩한 시간을 스스로 탐냈던 적은 그닥 없어서,
그런 것을 탐내하지 않는 것이 나 자신의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게 아니였다.
그저, 몰랐던 것 뿐.
그저, 무서워서, 다가가지 않았던 것 뿐.
이렇게나 따스하고, 즐거울 줄 몰랐기에,
좀 더 좀 더 탐이 난다.
[츠유하] 조금 정도는……, 욕심 부려도 괜찮겠지…?
올려다 본 하늘은, 급속하게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곧, 해가 진다.
[츠유하] 과제……, 어떻게 할까나.
오늘 새로 생긴 과제를 생각한다.
실기가 아니라, 레포트 형식의 과제는 신기한 것도 없었으니까
먼저 자료를 모으러 갈까, 하고…….
이웃 역에 있는 커다란 서점을 떠올렸다.
사진집을 몇 개 참조해, 컨셉을 정한다음
넷이든 뭐든 조사하는게 효율이 더 좋을 것 같다.
↑ 흔들리는 시야
[츠유하] ………………
뭘까…….
방금전부터 묘하게…, 눈 앞이 흐릿하다.
눈가를 비벼, 몇 번 정도 깜빡여 본다.
별다른 위화감은 없어서, 착각인가 싶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츠유하] ………?!
[츠유하] 어, 째서……
목소리가, 울러퍼진다….
[츠유하] ………………….
사고를 뒤덮듯이, 머릿 속에서 겹겹히 포개어지는 불분명한 목소리.
▼ 소리를 따라 간다(동백+2 추가)
[#M_더보기|접기|[츠유하] ……………….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이 목소리에 이끌려,
나 뿐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끌어 들이고 말았던
며칠 전의 일이 뇌리에 떠오른다.
그래도…….
[츠유하] …………….
그래, 도……. 머릿 속 깊은 곳에…, 직접 울러퍼진다….
이 무거운, 목소리를…… 나는 거스를 수 없다.
어디선가, 경계음이 울리고 있는 것은 깨닫고 있었지만…
나는 소리에 이끌리는 대로, 그 몸을 맡겼다.
[츠유하] …………………
항상, 항상, 언제나 함께.
목소리를 따라가도, 뭔가에 도달하는 일은 없다.
[츠유하] 차라리 이대로……, 깨어나지 않으면…….
목소리를 따라 도착한 그 땅에서
나는 진실에 도달했어야 했었다….
왜냐면,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대체 뭐가 날 부르고 있었단 걸까.
어린 시절부터 되풀이한 물음에,
대답을 해 주는 사람은 없다.
기묘한 체험을 했다지만,
그 지하실에서 정신을 잃은 다음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떴다.
[츠유하] 사실은……, 알아….
정신을 잃은게 신사 지하임에도
깨어난 장소가 내가 모르는 장소, 소우시 일행의 별장이였다는 것.
그 일에, 놀라워 하면서도…
납득도 하고 있던 자신이 있었다.
아아, 이제 나는….
모든 현상을 한 가지 결론과 결부하려 하고 있다.
목소리는, 나를… 부르고 있다.
그 목소리는, 나를 원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ㅡ….
[츠유하] ……………….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이 괴로워서
나는 소파 위에 뒹굴 구른다.
그래서, 눈을 꾹 감고
시각도 청각도, 모든 것을 거절하고 싶어졌다.
▼ 귀를 막고 안 들리는 척 한다(동백+1 추가)
[츠유하] 음……….
잠시 눈을 감고 있던 탓일까,
순간 현기증과도 같은 휘청임을 느꼈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목소리를, 거부한다고
딱히 뭔가에 영향이 있는 건 없다.
그리고, 목소리를 따라 가는 것을 통해
내 안에 계속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옳은지,
그건 모르겠다.
끝이 바로 눈 앞까지…,
다가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발걸음 소리는
나를 어디로 끌고 들어가려 하는 것일까.
[츠유하] ………………….
싫다ㅡ….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나는 그저 소리가 떠나가는 것을 기다렸다.
목소리는, 나를 부르고 있는 걸까.
뭔가를 한탄하고 있는 걸까…….
증오를 속삭이고 있는 걸까…….
그것조차 내게, 전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못 들은 척 하는 것은 용서치 않겠다는 듯…,
머릿속 깊숙히서 소리가 울린다.
[츠유하] 음……….
잠시 눈을 감고 있던 탓일까,
순간 현기증과도 같은 휘청임을 느꼈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목소리를, 거부한다고
딱히 뭔가에 영향이 있는 건 없다.
그리고, 목소리를 따라 가는 것을 통해
내 안에 계속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도, 자각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옳은지,
그건 모르겠다.
끝이 바로 눈 앞까지…,
다가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발걸음 소리는
나를 어디로 끌고 들어가려 하는 것일까.
▼ 다음으로 - 9월 15일 (츠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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