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전기/9월 22일] 기숙사에서 탈출

** 기숙사에서 탈출 **

아직 알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타카오미와 치아키.

어느 날, 통금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타카오미를 걱정한 치아키는…

그를 찾으러 나가게 되는데……. 

[치아키] 늦어…….

[치아키] …………….


방 안, 문 옆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본다.

시간은 마침 저녁 9시를 넘은 참.

이 사립 성 카메리아 학원 남자 기숙사의 통금 시간 제한은,
중등부 저녁 6시. 고등부 저녁 8시로 정해져 있다.

일반적인 기숙사의 통금 제한 시간이 몇시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빠른 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어, 고등부라도 저녁 6시 쯤인 학교는 많은 모양이니까
널널한 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뭐가 늦냐고 한다면
물론 같은 방 룸메이트의 귀가다.


2인실인데, 내가 느긋히 답지도 않는
모노로그를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치아키] 타카오미 녀석……, 요 전에도 멋대로 빠져 나갔었지…….

불과 얼마전, 나는 이 학원 중등부에서 고등부로 진학했다.

그 때, 기숙사 룸메이트가
외부 입학생이라는 것을 듣고 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런  데……!!

[치아키] 먹고, 자고, 간식사기!!
             행동 패턴이 거의 이 3개인건 문제 아냐?!

[치아키] 수업이랑 방과후 공부 시간을 좀 빠진다해도,
             저 자유로움은 대체 뭔데!?

[치아키] 솔직히 말해서
             나, 이렇게 나 이상으로 자유로운 녀석 거의 본적이 없는데!!


이래봬도, 중등부에 있을 땐
꽤나 멋대로 굴었다.

뭐어…, 지금도 그렇지만.

하지만, 기숙사를 빠져 나가는 것은 사전 준비란게 필요한 법이다.

점호 때에 같은 방 녀석한테
연기를 부탁하는게 제일 안전성이 높다.



[치아키] 타카오미의 경우, 최소한 나한테 뭔가
             전해둬야 하는거 아냐?

[치아키] 아니, 정말 말이지. 빠져 나간건 뭐 좋아!!
             그쪽이 아니라……!!

[치아키] 그 아이가 멋대로 없어져 버리면
             내가 빠져 나갈 때 대리를 부탁할 수 없는,
             그게 난점이라고!!


이런, 소리 높여 떠들 대사는 아니였다.

보통 마이페이스라 불리는 쪽인데,
자신과는 다른 마이페이스를 만나서
여러모로 페이스가 흐트러지고 있다.

[치아키] 아……, 그치만 그거려나….
             오늘은 기숙사장 뿐만이 아니라,
             숙직 선생님도 점호하러 오는 날이였지…….


[치아키] ……………….

[치아키] 아……, 나 정말 사람이 좋다니깐!!

[치아키] 뭐…, 어차피 근처 편의점에나 간 거겠지.

이제 슬슬, 딴지가 존재하지 않는 조용한 공간에서
한탄하는 것도 덧없어 졌다.

냉큼 찾아내서 데리고 돌아오자.

[치아키] 이상하네…….


자주 다니는 편의점에 얼굴을 내밀자,
꽤나 전에 들려서,
언제나처럼 과자를 잔뜩 사갔다는 모양이다.


그게 약 1시간 전의 일.



[치아키] 과자를 든채, 역 앞을 어슬렁 거리는 건가…….

[치아키] 음……. 시끄러운 장소는 별로 안 좋아할 것 같고….
             이 근처는 아니려나.

[치아키] 왠지 귀찮아 졌다…….
             벌써 기숙사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며, 폰 액정에 비치는 시간을 확인했을 때,

문득 작은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치아키] ?

[치아키] 뭐……, 해?

[타카오미] …………?
                뭐냐니………? 먹을래……?

[치아키] 아니아니아니, 됐어.
             그런게 아니라, 이런 새카만 공원에서
             왜 과자 같은걸 먹고 있는 건데?!

[타카오미] 과자…, 다 사고 나서…….
                왠지 모르게… 바로 먹고 싶어져서.

[치아키] 너무 본능적으로 사는 거 아냐?
             왠지 걱정되서 찾으러 나온 내가 바보같잖아…….

[타카오미] 나를…, 찾으러 온 거야?


[치아키] 그렇습니다.
             통금 시간은 벌써 지났다구~.

[타카오미] 응…, 그렇네.
                하지만 치아키도 자주 통금 시간 어기고
                밖으로 나가잖아?


와아, 이런 흐리멍뎅한 녀석한테
정론으로 반박당했다.

[치아키] 내 경우엔 철저하게 계산된 루트를 통해
             빠져 나가는 거니까 괜찮습니다!

[타카오미] 하지만…, 방에 없는게 들키면
                결국 마찬가지 아냐?

[치아키] 그거라면 잘 알고 있으니까 말야.
             괜찮아 괜찮아.
             빠져 나가는 게 즐거운 것 뿐.

[타카오미] 응, 그렇거라고 생각했어.

희미한 웃음을 띄우며,
타카오미는 벤치 위에 놔둔 봉투를
반대쪽으로 밀어 젖힌다.

[타카오미] 앉을래…?


[치아키] 응…….


[치아키] 너랑 만난지 아직 1개월도 안 됐는데
             이제 완전 어떤 녀석인지 알 것 같아.

[타카오미] 그래?
                그거 다행이네.

[치아키] 응…. 다행이랄까.
             뭐, 나쁜 녀석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3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상대는
다소 특이하긴 하지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이길
바라는 법이니까.


뭐어, 이 녀석의 경우엔 맘을 터놓는다고 해야하나…….
여러모로 돌봐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타카오미] 치아키는…, 계속 기숙사였어?

[치아키] 계속 이라고 하면 좀 어폐가 있으려나.
             이 학원은 초등부때부터 다녔어.

[치아키] 하지만 초등부도 중등부도 다닌건 집에서.
             기숙사에 들어온 건 고등부 때 부터야.

[타카오미] 흐응…….


[치아키] 그러니까, 기숙사 룸메이트가
             어떤 녀석인지 기대했었는데.

[치아키] 꽤나 예상을 대각선 위로 달려온 느낌이려나…….

[타카오미] 응……, 그래.

[치아키] 너는……, 그닥 감정 표현이 서투른 거야?
             아니면 희박한 거야?

[타카오미] 희… 박……?
                딱히,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해…….


[타카오미] 내 소꿉친구가 말야…….
                꽤나 많이 떠드니까…….

[타카오미] 나는 내가 좋아하는 짓을 해도…,
                의외로 그 자리가 매끄럽게 돌아가.


[타카오미] 그리고는, 뭐…….
                그 녀석들이 떠들기만 하니까…,
                나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치아키] 아니아니, 괜찮지 않을까~라니…….
             교류가 가능한거야, 그거……?

[타카오미] 아마…. 치아키도 만나보면 알 거야….
                내가 마이 페이스라면, 그 녀석들은 좀 더 진하니까.


[치아키] 아…, 너도 엄청나긴 하지만….
             하지만, 응……. 좀 보고 싶네.

[타카오미] 알겠어. 다음에 부를게.

[치아키] 응…, 기대하고 있을게~.



졸려진 걸까…, 눈을 비비며
밖에 내놓은 쵸코렛 포장지를 비닐 안에 쑤셔 넣는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가볍게 기지개를 켠 뒤,
앉아 있는 나를 내려다본다.


[타카오미] 배고파…….
                저녁…, 먹으러 돌아갈래?

[치아키] ……………….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은 다 끝났다구.


역시 어딘지 미워할 수 없는 마이 페이스 룸페이트는,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다.


그 등을 뒤쪽으며……,
이제부터 시작될 3년 간…,
예상과는 다를 것 같지만

꽤나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뭐어…, 방에 누구 하나 남기지 않고 나와 버렸으니….


돌아가면 귀신의 형상을 한 기숙사장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걸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