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 공식홈
[PS2/아멘 느와르 발매기념 SS]
제 6편 젝스편
* PSP 공식홈에 게재된 SS와 동일*
「결국……, 특권계급층의 사고는 단순한 사고였다, 그건가.」
엘과 클론, 두 사람의 보고를 받고서 젝스는 책상위에서 깍지를 꼈다.
「사고 현장에 인위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톤 골드 크레이지는 단순히 구멍을 이용해 위로 올라가려하는 생각만을 했던 모양입니다.」
「녀석의 침입이 일찍 발각되어 다행이군. 스톤같은 악질적인 남자가 특권계급층에 들어서면 어떤 피해가 나올지 몰라.」
「헌터도 없고말이죠.」
「경비원은 있지만 말야.」
클론의 옆에서 엘은 말없이 서있었다. 이럴때 엘은 직접 입을 열지 않는다. 클론이 보고하기 때문에 자신의 보고는 필요없다고 판단을 내린거겠지. 의견을 요구해야 비로소 말을 꺼내는것이 보통이였다.
「그래서, 스톤말입니다만, 제법 중상이였던지라, 지금쯤은.」
「그래, 죽은 모양이다.」
젝스는 한 장의 회람장을 책상위에 내던졌다. 클론은 그것을 받아든다.
「죽었단 보고 들어왔습니까?」
「최하층의 장의사한테서. 묻은 모양이더군.」
「헤에…. 어디서 죽은걸까요?」
「그런 질문 들어도 답해주지않겠지. 입장상.」
「뭐, 그렇긴하지만요. 신경쓰이잖습니까.」
현상범 및 헌터의 사체를 발견했을 경우 바운티어에 보고하는건 메비우스의 기본적인 상식이였다. 그렇기에 장의사도 이렇게 바운티어에게 일단 연락은 해오지만 어디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는 장의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에겐 그들 나름의 비밀엄수 관념이 있는듯, 어지간히 진심으로 심문하지않는한 쓸데없는 정보는 흘리지않는다.
「사체는 본인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까?」
「일단 CA『애피태프』가 관리회사쪽으로 귀환해있다. 계약을 종료한 모양이야. 그것만으로 사실은 충분하겠지.」
「헤에…. 그럼, 다음 주인을 기다린단 거군요.」
「그렇겠지. 비교적 솔직한 CA인 모양이니까 바로 다음 주인이 나타날지도 모르겠군.」
「적이 아니면 좋겠지만 말이죠.」
마지막까지 계약을 파기않지않은 CA라도 주인이 완전히 죽으면 계약은 종료, 계약이 종료된 CA는 관리회사로 귀환한다. 그리고 관리회사의 창고 속에서 주인이 될만한 실력을 지닌 계약희망자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깊이 생각해본적 없는데, 뭐랄까, 의외로 판타지한 얘기로군요, CA란거.」
쓴웃음을 짓는 클론의 모습에 젝스 역시 쓰게 웃었다.
「그리 말하지마. 이래보여도 과학의 결정이다. CA의 구조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나?」
「참아주시죠. 전 아직 엘의 존재도 잘 이해가 안가는데,」
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듯 클론을 올려다본다. 의외의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해할 수 없으시다면……, 제 취급설명서를 읽으시겠습니까?」
「엑, 너, 취급설명서 같은게 있었어?!」
「있습니다. 확실히 이 방 아래쪽에서 3번째 서고에 들어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진짜?! 보고싶긴한데, 너 그런 거였어……?」
「그런거, 라면?」
「아니, 그 있잖아. 취급설명서니뭐니, 뭔가 이상하잖아.」
「기계에 취급설명서가 있는건 보통이 아닌지……. 없으면 불편하고요.」
「거야 그렇긴한데. 뭐냐 이 위화감……. 내가 이상한건가, 이거?」
「엘의 취급설명서가 읽고싶다면 나중에 내가 빌려줄테니 가지러와. 말해두지만 두께는 10Cm정도다.」
그리 말하면서 젝스는 일어섰다. 지금부터 네임리스의 시스템메인터넌스가 있다. 젝스는 그 작업에 동석하지 않으면 안됐다.
「나는 중앙전산실로 가지. 너희는 어쩔거지?」
「아……, 죄송합니다. 소드씨랑 대련 예정이 있어서,」
「저는 달리 우선순위가 높은 명령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는 대기 뿐입니다.」
「그럼 엘, 네가 와라. 네임리스의 메인터넌스, 너도 봐둬. 취급법을 아는 게 나 하나뿐이라면 불편하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동행하겠습니다.」
클론과 엘을 데리고 방을 나선 젝스는 문득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한사람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느와르는 뭘하고 있지?」
「글쎄요…. 딱히 뭘하고 있진않겠죠. 오늘은 사냥도 없고. 훈련은 오전중에 끝냈고, 별다른 취미도 없는 모양이고. 고작해봐야 낮잠 정도 아니겠습니까?」
「녀석, 그래도 괜찮은건가……?」
쓴웃음을 띄우며 젝스는 느와르의 얼굴을 떠올렸다.
여유를 즐기는 법을 모르는 소녀다.
분명 클론의 말대로 방에서 몸을 웅크린채 잠들어 있겠지.
***
「이걸로 메인터넌스는 종료입니다. 디프래그먼테이션을 통해 불필요한 데이터를 8할 컷했습니다. 과거의 데이터는 추출해뒀습니다만, 네임리스 본체에도 압축해 보존해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물리적인 측면입니다만, 모니터가 수명을 다했습니다. 새로운 모니터 배터리는……」
기술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젝스는 인쇄된 현상범과 헌터의 데이터를 읽기 시작했다. 기술자의 이야기는 엘이 듣고 있기 때문에 젝스의 흥미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 기술자는 그대로 얘길 계속했다.
엘이 정말 제대로 설명을 듣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남들눈엔 더할나위없이 진지하게 얘길 듣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엘의 편리한 구석이다.
젝스가 손에 든 데이터엔 현상범과 헌터의 이름, 약력이 기재되어 있다.
현상범의 숫자는 언제나 4천명 전후. 헌터도 거의 비슷한 숫자로, 쌍방의 세력은 언제나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전투기록이 많은 CA는 강화되어있군. 반면에 전투기록이 많아도 주인의 교체가 잦은 CA는 그리 성장하지 않나.」
그렇게 말하며 젝스는 한 헌터의 데이터에 시선을 멈췄다.
등록 코드 ARMEN NOIR.
CA 네로.
헌터 랭크 B
느와르의 CA, 네로 자신의 전투기록은 그리 많지 않다. 비교적 새로운 CA인데다 성향이 뚜렷해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투기록이 적다해도 패배 기록역시 거의 전무하다.
「밸런스가 안좋은건 주인과 마찬가지로군……. 아론다이트급까진 바라지않겠지만, 어디까지 성장할련지…」
젝스는 턱에 손을 얹고 생각에 잠겼다.
느와르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그것은 그뿐만 아니라 바운티어 헌터 전원이 깨닫고 있는 사실이였다.
***
중앙 전산실에서 돌아오던 와중, 젝스는 방에서 나온 느와르와 떡하니 마주쳤다.
정말 자고 있었던 모양인듯, 뒷머리가 삐져있다.
「느와르, 깼나?」
그렇게 말을 걸자 놀란듯 느와르가 젝스를 돌아보았다. 발자국 소리로 눈치챌수 있었을텐데, 막 일어난 참이라 방심하고 있던 모양이다.
「젝스…….」
그 목소리가 딱딱하다. 느와르의 목소리에 악의는 없지만, 두려움이 있다. 젝스는 그걸 모른채하며 느와르에게 다가갔다.
「오전중엔 소드와 훈련을 했던 모양이더군. 어때? 다소는 이기게 됐나?」
「……」
느와르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일단 느와르의 침묵에는 종류가 있으며, 거기엔 부정적인 침묵과 긍정적인 침묵이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건 아무래도 후자인 모양이였다.
「뭐, 그건 무린가. 지금은 클론이 소드와 싸우고 있는 모양이더군. 난 보러갈텐데, 너도 오겠나?」
젝스의 말에 느와르가 망설이는 표정을 띄운다. 더 이상 억지로 권할거 없이 젝스는 그대로 느와르의 곁을 스치져나갔다.
「맘이 내키면 와라. 시간을 보내는건 물론이거니와 공부도 되겠지.」
몇걸음 걸어가자, 주저하면서도 뒤를 따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젝스가 있으니 다른 장소로 가 버릴 정도로 단호하게 거부당하고 있진 않은 모양이였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느와르는 젝스를 두려워하긴해도 싫어하진 않는 모양이다. 그 모순된 감정을 어찌할바 몰라, 느와르는 매번 당혹스러워한다.
「당혹스러운건 이쪽도 마찬가지지만…」
「에…?」
젝스의 중얼거림에 느와르가 되묻는다. 젝스는 돌아보지않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럴때만 되묻지마. 그리고, 그 삐진 머리는 정리하고 나서 와라.」
「읏………」
느와르의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필사적으로 머리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도중에 체념한건지 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위해 돌아보자, 젝스는 무심코 웃음을 흘릴뻔했다.
삐친 머리를 정리하는걸 포기한듯한 느와르는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느와르적으론 충분히 모양차린 모습인듯하다.
「너말이지……. 그거」
「……?」
올려다보는 느와르의 모습에 말을 꺼내지 못하고, 젝스는 시선을 돌려 웃음을 가라앉혔다. 느와르는 이걸로 됐다는듯 안심한 얼굴로 젝스의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의 유리창에 비친 소녀는 상당히 앳되어 보였다.
***
그리고 약 2년후.
느와르는 젝스에게 마음을 열지않은 상태 그대로 바운티어를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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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아멘 느와르는 끗.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본편은 이거만큼 재미없을것같은 예감이 들지만……. 근데 재밌게 했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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