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 공식홈
[PS2/아멘 느와르 발매기념 SS]
제 2편 나이브스편
* PSP 공식홈에 게재된 SS와 동일*
떨림이 그치지않는다.
이빨이 딱딱 흔들린다. 전신이 차갑다.
벽에 뒤얽힌 도관의 그림자에 눌러앉아, 무릎을 끌어안은지 벌써 얼마만큼 시간이 흐른걸까. 소환한 CA를 부적처럼 끌어안고 있지만, 전혀 의지가 되진 않았다.
누가……, 누가, 도와줘.
마음속으로 작게 외친다. 입밖으론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소릴 내면 헌터에게 발각된다. 게다가 도와줄 사람따윈 어디에도 없다. 자신은 범죄를 저지른 현상범이기 때문에.
이제 질색이다. 돌아가고 싶다. 집으로. 아빠나 엄마를 만나고 싶다.
꺽여진 마음이 몇천번째인지 모를 소원을 부르짖지만, 그것은 이뤄지지 않는다.
메비우스 내부에 수배서가 돈 이상, 집으로 돌아가는건 그야말로 꿈 속의 꿈이다.
쫓기는 그녀에게 가능한것은 그저 어둠에 떨면서 밤을 보내는 것 뿐.
하지만 그것도 이미 몇 개월에 이르러서, 차라리 죽임당하는게 편하지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죽는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건 당연하다. 허나, 역시 무섭다.
죽는것은 아무래도 무섭다.
아무리 비참해도, 두 번다시 안식의 날이 찾아오지 않는데도 아직은 죽고싶지 않다.
떨면서 소녀는 신께 기도한다.
부디, 부디 이 밤을 넘길 수 있도록.
내일 아침까지 살아있을 수 있도록.
그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어깨가 움찔 크게 떨렸다.
시간은 밤 2시.
이런 밤중에 메비우스를 걸어다니는건 두려움을 모르는 일반시민, 혹은 현상범, 혹은 헌터다.
분명 헌터겠지. 절망적인 사고하에 판단을 내린다. 왜냐면 얼마전 소녀는 헌터에게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것은 헌터『프레세리카 일렉트리커 다이나모』다.
처음 조우하고 빠르게 몇차례, 지금까지 도망쳐온것은 프레세리카가 소녀를 쫓는 것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공황상태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소녀를 조롱하며 비웃는 소리가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분명 녀석이다. 지금까지는 어찌저찌 도망쳐왔지만 오늘밤은 모르겠다.
프레세리카가 소녀를 뒤쫓는 것에 질렸다면 분명 오늘밤 죽임당한다.
소녀가 숨은 도관 너머, 달빛이 드리워진 길위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일단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바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숨어있는 소녀를 눈치채지 못한채 지나치려한다.
거기에 안도한것이 잘못이였다.
무심코 내쉰 안도의 한숨이 예상외로 크게 울러퍼져서 그림자가 걸음을 멈춘다.
들켰다.
도망치자, 그리 생각했지만 일어설수가 없었다. 무릎이 떨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CA를 거머쥐려해도 팔이 말을 들어주지않는다. 어쩌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할까. 패닉에 빠진 와중에서도 비명을 내지르지않았던건 이성이 남아있었기때문이 아니라 이젠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프리세리카에게 죽는건 싫다. 그 남자와 계약하고 있는 CA는 가시돋친 철구형태다.
그런거에 죽다니, 얼마나 잔혹하게 죽임당할까.
적어도 다른 헌터라면 좋을텐데.
철구같은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무기가 아니라, 일격으로 자신을 죽여서 죽음의 공포와 고통조차 느끼게 해주지 않을, 그런 CA라면.
다가오는 그림자로를 응시한다. 이어 달빛을 짊어진 한사람의 남자가 소녀의 앞에 모습을 보였다.
이제 죽는다. 모든게 끝난다. 하지만 편해질 수 있다.
9할의 공포와 1할의 안도에 눈을 감았을때, 작은 목소리가 소녀에게 물어왔다.
「현상범인가?」
그것은 프레세리카의 목소리도, 익히 아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도 아니였다.
현상범인가, 즉 범죄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목소리엔 악의나 적의는 없다.
담담히, 오히려 염려를 담은것처럼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녀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누구…….」
키는 제법 크다. 말쑥한 실루엣이 달빛에 드리워져있었다.
검게도, 붉게도 보이는 기묘한 색깔의 머리칼이 인상적인 청년이다.
헌터일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순간 소녀는 공포를 잊었다.
「나는, 나이브스다.」
역광 속에서 청년은 짧게 답했다.
나이브스? 어디선가 들어본적이 있다…. 소녀가 멍한 머릿속을 더듬기시작했을때, 청년이 무언가를 눈치채고선 고개를 들었다.
넓은 길 너머, 빌딩 사이 깊은 곳을 바라본다.
「헌터에게 쫓기고 있나?」
「……!」
저쪽에서 새로이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을 깨닫자, 몸이 다시 떨리려한다. 나이브스라 자신을 소개한 청년은 "진정해"하고 작게 말했다.
「괜찮아. 아직 저쪽은 이쪽을 눈치채지 못했어. 그래서, 적은? 넌 언제부터 이렇게 쫓겨다니고 있었지?」
「나……, 나, 는, 벌써 몇 개, 월…… 계속. 중류계급층에서, 친구들과, 나쁜, 짓을, 해서. 지금도, 헌터한테 쫓기고 있어서」
소녀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온 평범한 아이였지만, 그저 약간『거칠』었다.
규칙을 깨트리거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즐기거나.
양친에게 혼이 나도 개의치않고 무시했다. 그 누구의 말도 듣지않는 그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했다. 자신을 고무하기위해 CA와 계약한것도 그 무렵이다.
그닥 강한 CA와 계약할순 없었지만, 동료 중에서 CA를 갖고있는 자는 아직 없었기 때문에, 계약했단 사실만으로도 하늘을 날듯했다.
그리고, 사건을 일으켰다.
어느날 밤. 소녀는 CA를 탐내는 친구들과 함께 CA계약을 판매하는 대리점에 숨어들었다.
경비원은 있었지만 뒤에서 습격했더니 간단히도 의식을 잃었다.
역시 CA를 갖고 있으면 다르다는 친구들의 떠받듬에 득의만면했다.
허나 CA를 찾기위해 안쪽으로 들어갔을때, 그녀는 자신이 착각을 했단 사실을 통감했다.
그 뒤의 일은 별로 떠올리고싶지 않다.
소녀가 쓰러트린 경비원은 노동계급층 출신의 별것아닌 문지기로, 침입자에 대한 센서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자리에 새로이 나타난 남자들이야말로 진짜 병사였다.
모두 CA를 지녔고, 웃음이 나올정도로 강했다.
변변찮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채 모두 사로잡혔다. 그 와중 소녀만이 붙잡히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지만,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동료들 중에서 유일하게 CA 계약자였던 소녀는 현상범이 되었다.
「그리고……, 쫓겨서, 너무, 무서워서. 후회했지만, 그치만, 아무래도 안되서……」
「현상금은 어쨌지? 지불할맘 없었나?」
「지불했, 지만」
「했지만?」
소녀에게 걸린 현상금을 지불하기위해 가난했을 양친이 돈을 긁어모아주었다.
소녀는 그것을 조우한 헌터, 프레세리카에게 건냈다.
이걸로 자유로워질수있다. 그리 생각했지만.
「수배서는……, 그대로였단건가?」
청년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불한 돈은…, 녀석이, 제것인양……」
「바운티 착복인가. 드문일은 아니지만, 불쾌한 이야기군.」
사냥이 편하고 현상금도 그냥저냥한 현상범은 그저 사냥하는것만으론 아깝다고 여기는 헌터들이 있다. 이번 케이스가 그랬다.
현상범인 소녀에게서 돈을 넘겨받았으나 그를 바운티어에 제출하지않으면 수배서는 회수되지않고 그대로 남는다. 그렇게한다음 소녀를 사냥하면 헌터는 바운티어한테도 현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중 착복이다.
「사정은 일단 알겠어. 넌 거기 있어. 내가 어떻게든 하지.」
「어떻게……, 라니.」
「도와줄게.」
돕는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을 그가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할지조차 몰라 얼어붙은 소녀의 앞에서 비켜나며 나이브스는 달빛이 드리워진 길 중앙으로 향해 걸어나갔다.
거기에 약간 특징있는 발걸음소리가 다가온다.
쫓고 있었던것은 역시나 프레세리카다. 그 광기에찬 단정한 헌터가 모습을 보이려하고 있다.
『어라~. 거기에 있는거지, 퍼니쉬짱? 이제 도망치는건 관둔걸려나?』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울러퍼지자, 소녀, 퍼니쉬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을 꽉 끌어 안았다. 동시에 빌딩 사이로 기묘한 남자가 모습을 보인다. 크는 작고, 말라서 일견 바라보면 도서관에 있을법한 중년 남자다. 언제나 옅게 더럽혀진 가방을 걸치고 있는것이 그런 인상을 보다 더 진하게 만든다.
허나 그 손에는 이미 흉기가 쥐어져있다.
「어라? 퍼니쉬가 아니, 네. 누구야, 너.」
나이브스를 확인하자 프레세리카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 악의담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나이브스는 공중으로 손을 뻗었다.
「내려와라, 야타가라스(八咫烏)」
뻗은 손끝에서 공기가 응축된다. 검이라고하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검은색 도신이 나이브스의 손끝에서 형태를 만들어낸다.
「야타가라스……?! 너, 설마!」
비명같은 소릴 내지르며 프레세리카가 뒤로 물러선다. 그를 향해 나이브스는 내달렸다. 거대한 칼을 손에 쥐고있는데도 놀랄 정도로 빠르다.
카앙하고 격한 소리가 울리며 프레세리카가 거며쥔 CA에 나이브스의 칼이 격돌한다. 불꽃이 튀며 프레세리카가는 원숭이같은 움직임으로 도관위로 기어올라왔다.
「너, 너, 퍼 이스트 퓨즈 나이브스(Far East Fuse Knives)……?!」
「그렇긴했지. 허나, 지금은 아냐. 며칠전에 넘버 나인 나이브스(Number Nine Knives)란 이름으로 변경된 모양이야.」
나이브스는 재차 야타가라스라 불리는 CA를 겨눈다. 그것을 본 프레세리카는 히익하고 작은 소리를 올렸다.
「그, 그만둬! 난 헌터가 아냐! 너와 싸울맘은 없어!」
「………」
부르짖은 말에 나이브스가 움직임을 멈춘다. 명백한 거짓말이지만, 의표를 찔린 퍼니쉬는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나이브스가 멈춰선 틈을 본 프레세리카의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진다.
「가라, 루시페린(Luciferin)……!」
빙글하고 프레세리카의 팔이 돌았다. 철구의 형태를 한 CA, 루시페린이 나이브스의 얼굴을 직격하려 들었다.
「그만둬.」
야타가라스가 문자 그대로 베어냈다.
「핫…….」
어찌된 일격이였는지, 철구의 축부분이 꺽이고 깨진다.
입을 떡하니 벌린 프레세리카를 향해 나이브스는 재차 야타가라스를 휘둘렀다. 그 직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러퍼진다.
「크, 아, 아아각………!」
인간이 내는 비명이라곤 생각되지않는 비명을 올리며 프레세리카가 도관위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이 찢어져 내용물이 흘러내린다.
「네 얼굴은 알고 있지. 프레세리카 일렉트리커 다이나모. 확실히 B클래스 헌터였었지. 난 네게 속아서 사냥당한 현상범을 몇 명이나 봐왔어.」
나이브스는 느긋이 야타가라스를 회수했다. 갈등으로 친것인지 피는 흐르지 않는다.
「지금 네 어깨를 부숴트렸다. 치료하면 움직일순있겠지만 CA로 싸우는건 더 이상 불가능하겠지.」
「히, 이익, 하, 큭, 아, 루, 루시페린……!」
그럼에도 싸우려드는건지 단순한 공황상태인건지, 거품을 흩뿌리면서도 프레세리카는 부러진 루시페린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손끝에서 루시페린이 분쇄됐다.
「계, 계약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루시페린의 모습에 최후의 끈이 끊어졌는지 프레세리카는 기절해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나이브스는 프레세리카의 가방에서 흩어진 무언가를 주워들기위해 야타가라스에게서 손을 땠다. 그러자 극히 자연스럽게 야타가라스는 자취를 감췄다. 계약파기가 아니라 통상 소환종료다.
「끝났군.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 없어. 가자.」
사투를 치루고왔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걸음거리로 돌아온 나이브스는 그렇게 말하며 소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
날이 밝자 나이브스는 프레세리카의 숨겨쥔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전날밤 싸움 끝에 나이브스가 주워든 무언가는 프레세리카의 자산카드였던 모양이다. 소녀에게 걸린 현상금만을 인출한뒤 나이브스는 카드를 구부려 파기했다.
「이건 네게 반납해야할 몫이야. 갖고 가.」
나이브스는 현금을 소녀에게 건네준뒤, 어딘가에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30분정도 지났을까. 얘기가 됐다며 나이브스는 소녀를 돌아보았다.
「현상금을 지불할수있는 정규루트를 발견해왔어. 이대로 돈을 갖고 당장 이 장소로 가면 돼. 거기서 돈을 지불하면 반나절 이내로 수배서는 취소될거야. 오늘은 좀 더 몸을 숨기고 있는게 좋겠지만, 내일이라면 집으로 돌아갈수있을거야.」
돌연히 제시된 미래에 소녀는 멍청히 나이브스를 올려다보았다.
나이브스는 소녀의 손에 작은 메모를 건네준다. 거기엔 최하층의 주소지가 적혀져 있었다.
「저기……」
여러모로 듣고싶은게 있다. 하고싶은 말도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온것은 나이브스에 대한 것이였다.
「당신은 현상범이야? 어째서……, 이런짓을 해주는거야?」
「현상범이다. 그리고 어째서냐고 물어봐도, 죽임당할뻔한 사람을 돕는데 이유가 필요해?」
극히 자연스러운 되물음에 소녀는 다시 아연해했다.
「하지만, 나, 범죄자인데.」
「목숨으로 지불해야만하는 범죄는 아니잖아. CA 대리점에 불법침입한 정도갖고 죽임당하다니, 너무 심하지않아?」
「그치만……, 그게 보통이잖아?」
「메비우스에선 말야. 허나, 난 납득할 수 없어.」
그렇게 대답하고서 나이브스는 걷기 시작한다. 그가 최하층으로 가는 방향을 안내해주고 있단 것을 알자 소녀는 다급히 따라나섰다.
「당신은 자신의 현상금을 지불해서 자유로워질 생각은 안해?」
「액수가 액수니까. 어중간한 각오론 지불못해.」
「하지만, 리버스 바운티를 받으면……. 어제의 프레세리카도 B클래스 헌터니까 ,상당한 액수의 리버스 바운티가 걸려있었을텐데.」
「그렇군. 실제로도 사는데에 돈이 곤란한 적은 없어. 하지만 내가 나한테 걸려있는 금액을 지불하기위해선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헌터들을 사냥해야하잖아? 내 자신이 자유로워지기위해 타인을 죽이는건 취미가 아냐.」
「취미가 아니라니……. 그치만……」
더 이상 묻진 못하고, 소녀는 그저 말없이 나이브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어 도착한 최하층으로 가는 길 앞에서, 나이브스는 다시한번 소녀에게 말했다.
「이 앞은 최하층이니까 현상범은 많아도 헌터는 극히 드물어. 이젠 괜찮을거야. 딴데로 새지말고 곧장 그 주소로 가. 그럼 자유로워질 수 있어.」
그 말을 남기고 떠나려하던 나이브스는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보니 네 이름을 못들었군.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괜찮을까?」
「아, 응……. 나는, 퍼니쉬먼트 팬 스타……」
그 말에 나이브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이 묘하게 어른스러워서 소녀는 마음 한켠으로 놀라워했다. 어쩌면 그녀가 생각한것 이상으로 어른인건지도 모른다.
「그게 아냐. 현상범 코드 말고 네 이름말야.」
「이름…….」
오래간만에 들은 그 말에 소녀는 순간 울음을 터트릴뻔했다.
계속 퍼니쉬라고 불리워져왔다.
계약한 CA, 플로터의 가는 칼날에 달린 팬같은 형태에서 따온 코드다. 나이브스에게 본명을 질문받은 순간, 머릿속에서 이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양친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젠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허나, 이젠 만날 수 있다.
겨우 죄송하단 말을 할 수 있다.
「저기말야, 내 이름은―……」
***
나이브스와 헤어진 뒤, 퍼니쉬라 불린 소녀는『나이브스』란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숨었던 곳에서, 마찬가지로 숨어있던 현상범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퍼 이스트 퓨즈 나이브스.
지금은 넘버 나인 나이브스.
그것은 쫓기는 현상범을 도와 스스로 현상범이 된 청년의 이름이다.
그는 지금도 이렇게 누군가를 도와나가고 있다.
***
「참나, 나이브스도 곤란하네. 팜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면 안되는데.」
나이브스가 보내온 메일에 최하층의 불법의사, 크림슨은 한숨을 쉬었다.
「나이브스라면 그거? 요전에 No.9로 승격한.」
크림슨의 혼잣말을 듣고 있었던건지, 진찰실 구석에 앉아있던 금발의 청년이 물어온다.
크림슨은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남을 돕는게 취미라서, 때때로 이렇게 나한테 부탁하곤 해.」
「헤에. 별난 취미를 지닌 녀석도 있군.」
「그러게.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이 자리에서 바운티 지불 인도인가……. 뭐어 싸움만 안 일어나면 나야 상관없지만. 앞으로 너무 어려운 일을 부탁받으면 나도 책임은 못질텐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크림슨은 팜의 정면 현관으로 향한다.
지금은 이른 아침, 팜의 문을 아직 열어두지 않은 상태다.
날이 밝음과 함께 연락해왔으니 예의 소녀가 슬슬 도착한다해도 이상할게 없다. 게다가 지불을 책임질 용업업자도 찾아오겠지.
「그럼 나도 갈까. 실례했어, 크림슨.」
크림슨의 옆을 지나쳐가며, 금발의 청년이 현관문을 밀어젖혔다.
「너도 너무 무린하지마. 시간외 진료만 받으면 내가 샹타오한테 혼나.」
「시간내에 오면 그것도 귀찮아하면서. 이래봬도 신경써주고 있는거라구. 」
그 말을 내뱉고서 청년은 팜을 나간다.
아침 햇살 속에서, 대로 너머에서 걸어오던 소녀가 청년과 엇갈려 팜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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