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 공식홈
[PS2/아멘 느와르 발매기념 SS]
제 4편 엘편
* PSP 공식홈에 게재된 SS와 동일*
A클래스 헌터, 아즈라이트 엘 마리오네이션(Azurite El Marionetten)은 그닥 이름이 알려지지않은 헌터다. 헌터로서의 활동기간은 고작 2년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제거한 현상범의 숫자는 극히 많다. 보통이라면 실로 눈에 띄는 존재이며, 사람들의 입에도 그 이름이 오르는건 당연하다.
허나 엘의 이름을 아는 자는 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둘.
엘의 사냥은 상대의 활동정지, 즉 살해가 목적이기때문에 목격자가 남지 않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A랭크 헌터로서 등록되어있으면서도 바운티어가 엘의 이름을 완전하리만큼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야, 아무리 숨긴대도 이렇게나 화려한 외모는 의미가 없지 않나? 대체 누구 취미야, 그거.」
중얼중얼 말하며 곁을 걷는 남자, 알바트로스 클론 아이즈(Albatross Clone Eyes)를 엘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클론은 그런 엘의 반응에 익숙해져있는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독백이였던건지, 신경쓰지 않고 말을 잇는다.
「첩보활동이라해도 말야. 곤란한걸. 그런 섬세한 활동 나한텐 안맞고, 동행이 이만큼 화려한데, 눈에 띄지말란게 무리지.」
그렇게 말하는 클론 자신도 결코 인파에 녹아들만한 외견은 아니다. 화려한 적색에 황색의 모히칸, 선글라스를 낀 장신은, 폭력적인 분위기로 주위를 위압하고 있다. 본인에게도 그런 자각이 있는 것도 있고, 두 사람이 현재 걷고 있는 장소가 특권계급층, 일컬어「헤븐」이였기 때문에 클론의 불평도 훨씬 더 심했다.
「네 뒤치다꺼리라면 나보다 느와르쪽이 더 낫을텐데. 녀석쪽이 훨씬 더 수수하고 후드 뒤집어쓰면 얼굴도 안보일테고.」
「느와르는 오늘 아침 사냥에서 돌아온 참입니다. 휴양이 필요한게 아닙니까.」
「알아. 불평이니까 흘러넘겨.」
엘에겐 아무런 감개도 없지만, 클론에게 특권계급은 매우 불편한 장소인 모양이다.
확실히 거친 구석이 있는 클론이 특권계급층에 녹아드는건 어렵지만, 엘은 그런건 본질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왜냐면 특권계급층의 인간은 동계급 미만의 존재가 전에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그 자리에 몇십, 몇백의 인간이 있다해도 그것이 다른 계급층의 인간이라면 특권계급층의 인간은 아무도 없는것처럼 행동한다. 특권계급의 인간은 다른 계급의 인간들을 무기물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앞인가? 범행장소?」
「아직 스냅퍼의 범행이라 정해진건 아닙니다. 단정하는건 너무 이릅니다.」
「엘, 너는 어떻게 생각해?」
「모르겠습니다.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하지만 말야, 예상으로 말야.」
「틀리면 곤란하니까 말하지않겠습니다.」
「곤란한가…….」
「네, 곤랍합니다.」
컷슬로트 리퍼 스냅퍼는 현재 바운티어가 가장 주시하고 있는 현상범이다.
크리미널 No.2이란 포지션에 걸맞는 범죄력과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결코 꼬리를 잡히지 않는다.
스냅퍼의 범행 목격자는 대부분은 지워졌기 때문에, 흉악한 적이면서도 그 용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 상황이였다.
「하지만……, 이거 아마 녀석의 범행이 아닐거야.」
침묵한다음, 클론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스냅퍼의 짓이라면 벌써 참사가 끝났겠지. 사고발생후에 특권계급 몇몇이 죽어나오지않으면 이상하잖아. 넘버 나인 나이브스와 정반대의 의미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냅퍼의 모방범같은게 아닐려나.」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엘이 말을 꺼내다말고 멈춘다. 한발 늦게 클론이 경사면 전방 고층 빌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자연스러운 파괴음이 들렸습니다.」
「그러게. 내가 현장으로 가지. 넌 뒤쪽으로 돌아.」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동시에 둘은 뛰쳐나갔다. 클론은 수상한 소리가 들린 건물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안에서 멀리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흐트러진 발걸음 소리를 뒤쫓아 엘은 빌딩 뒤쪽으로 이어진 골목을 내달린다.
적의 발걸음은 빠르지만, 다소 상태가 흐트러져 있었다. 경비원에게 당한건지, 클론과 싸워 부상을 입은건지. 어쨌든 무언가 부상을 입고 있는것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돌연 전방이 뚫렸다. 골목이 끝나고 대로로 빠져나가려하고 있다. 대로로 나가면 곤란하다. 엘은 단칼에 정리하기로 했다. 환영인사처럼 두 팔을 벌린다. 극히 짧은, 찰나의 집중.
「춤춰라, 안드로마리우스(Andromalius).」
찰나 하늘에서 빛나는 실이 내려왔다.
소환에 응해 나타난것은 엘의 CA, 안드로마리우스ㅡ.
빛을 튕겨내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와이어가 춤추듯, 허나 격하게 좁은 골목을 내달렸다.
『…………!』
전방에서 작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당연하게, 안드로마리우스는 빌딩사이로 거미줄처럼 펼쳐져있었다. 닿으면 베이는 와이어를 앞에 두고 적은 불과 몇미터를 앞에 두고 대로쪽으로 나설수없게 되어 있었다.
「당신은 스냅퍼가 아니로군요.」
간신히 남자의 뒷모습을 파악한 엘은 그리 물었다.
남자의 손에 쥐어져있는것은 판같은 형태의 CA다. 스냅퍼의 CA와는 형태가 다르다.
「헌터를 만나리라곤 생각도 못했지만말야. 그, 특권계깁에는 현상범도 헌터들도 그리 쉬이 출입할순없잖아? 운이 좀 나빴군.」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린뒤, 빙글 엘쪽으로 돌아섰다.
연미복을 닮은 흑의에 모자, 고풍스러운 신사처럼 손에 든 CA는 틀림없이 방패였다.
관통의 뚜껑같은 형태의 판 끄트머리엔 공격용으로 추정되는 칼날이 보였다.
「그 CA는『에피태프(Epitaph)』로군요. 즉, 당신은 No.13 현상범 스톤 골드 크레이지(Stone Gold Crazy)입니까.」
「어라, 들켰군요.」
시시한듯 중얼거리며 스톤은 미소를 짓는다.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이지만, 신체 어딘가에 데미지를 입었다. 이마에 옅게 땀이 솟아있었다.
「모처럼 특권계층으로 가는 구멍이 열렸으니, 조금 장난이라도 쳐볼까 싶었던게 잘못이였습니다.」
「당신의 목적은 장난이 아니라 범죄겠지요. 스톤 골드 크레이지. 무차별 연쇄강도살인이 당신의 죄목이였습니다.」
엘은 작게 팔을 든다. 안드로마리우스가 죄여드는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켰다.
「여기서 싸우실겁니까, 헌터군…」
「당신을 사냥하란 명령은 받지 않았습니다만, 발견한 현상범을 놓칠 이유도 없습니다. 스톤, 당신을 여기서 배제하겠습니다.」
「이거야…, 아직 해도 높은데도 촌스런 소릴……!」
한쪽 팔을 들어 포즈를 취한 스톤은 순간 엘을 향해 질주했다. 방패 끝에 치솟은 칼날을 내밀며 엘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육박해온다.
「안드로마리우스.」
그 움직임을 읽고 있었던걸까, 엘의 손끝이 손짓하듯 움직였다.
안드로마리우스의 송곳니같은 첨단이 스톤의 등뒤를 덥친다.
「큭………!」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공격을 느낀건지, 스톤은 간진히 몸을 피했다. 허나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안드로마리우스는 스톤의 옆구리를 도려낸다. 피가 치솟아 오르며, 스톤은 신음했다. 허나 그래도 질주를 멈추지않았다.
「에피태프!」
짧게 외치며 방패를 앞으로 내민다. 방패의 표면으로 타격할 생각이다. 엘은 안드로마리우스를 거둬 다시 눈앞에서 거미집처럼 펼쳤다. 거기에 에피태프가 직격했다.
「하앗……!!」
내리 휘두른 검은 방패와의 충격에 안드로마리우스가 순간 휘었다. 그 탄력을 디딤삼아 스톤은 엘의 머리위를 뛰어넘었다. 격한 움직임에 스톤의 옆구리에서 대량의 혈액이 흘러 엘의 머리위로 쏟아져내린다.
「위……?!」
안드로마리우스에 내리실린 스톤의 체중과 가속도의 하중에 엘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무릎에 강한 충격을 느꼈을때엔 이미 스톤은 그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의표를 찔린 엘은 등뒤를 돌아본다. 최후의 힘을 쥐어짜낸 걸까, 핏자국을 남기면서도 스톤은 골목 안쪽으로 사라져간다. 엘이 일어나 스톤을 뒤쫓으려 했을때 익숙한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엘!」
달려온것은 클론이였다. 엘의 앞에 도착해 놀란듯 걸음을 멈춘다.
「뭐야, 그 피……. 페인트? 아니 그럴린 없나. 그 방패자식이 흘린 피?」
「그렇습니다. 적은 No.13 스톤이였습니다. 깊은 부상은 입혔습니다만, 놓쳐버렸습니다. 쫓겠습니까?」
「아니……, 괜찮겠지.」
드물게 소극적으로 말하며, 클론은 자신의 어깨에 CA 오로치(大蛇)를 얹었다. 오로치는 심플한 곤봉 형태의 CA로, 클론은 그를 제법 맘에 들어하고 있었다.
「나도 뼈 한두대 정도 부러트려줬고. 그만한 대량출혈이라면 곧 죽을거야. 게다가, 이게 다른 계층이라면 쫓아서 처리해야겠지만, 여긴 특권계층이잖아. 관둬 관둬. 여기서 현상범 추격같은거 하다 피해라도 입히면 장난이 아니게 된다구.」
「그럼, 스톤은 이대로.」
「그래. 어차피 내일이면 사체가 발견이겠지. 냅둬. 가자구, 엘. 일단 사장한테 사건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지시를 기다린다. 그 피도 털어야지.」
소환종료한 오로치가 클론의 손에서 사라진다. 걷기 시작한 클론을 엘도 말없이 뒤따라갔다. 검붉은 태양빛을 반사하며, 엘의 머리끝에서 핏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
「엘, 클론.」
바운티어로 돌아온 그들을 맞이해준것은 느와르였다.
두사람의 귀환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아니면 우연일까. 상층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에 흑의의 소녀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여어, 네가 자고 있는 동안 특권계급층에 갔다왔어. 선물은 없지만.」
느와르는 맞장구치는 대신, 클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클론은 성가신듯 한숨을 쉬었다.
「참나, 사장도 귀신이라니깐……. 특권계급같은건 나랑 안맞는데. 엘, 난 먼저 갈테니까, 넌 일단 샤워하고 난 다음 옷이라도 갈아입고 와라. 가까이 있으니까 엄청 냄새나, 그거.」
클론은 날렵하게 엘리베이터에 탄 다음 떠나갔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느와르는 기이한듯 엘을 바라보았다.
「냄새……?」
엘은 다가서려하는 느와르를 고개를 저어 제지했다.
「머리위로 현상범의 피를 쐬였습니다. 간단히 씻어내긴했습니다만, 채 다 제거하진 못한 모양이군요.」
「엘의 부상은?」
「전 괜찮습니다. 손상은 거의 제로입니다.」
「거의 제로란건……, 제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느와르는 엘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음 얘기를 재촉하고 있단것을 깨닫자, 엘은 말을 이었다.
「지면에 무릎을 꿇어서…, 무릎을 약간. 허나, 정말로 별거 아닙니다.」
「어디?」
「왼쪽 무릎입니다만…」
느와르는 그 자리에서 허리를 숙여 엘의 무릎을 바라본다.
그 시건에 불편함을 느낀 엘은 한발짝 뒤로 물러서려했다.
동시에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기계인 자신에게 이레귤러(irregular)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는다.
「무릎이 조금 깨졌어……. 아프지 않아?」
「괜찮습니다. 제겐 통각이 없기 때문에. 있다해도, 이렇다할 통증을 느낄 상처는 아닙니다.」
「그래? 다행이다. 그치만, 상처는 치료해야지.」
느와르는 그 자리에서 엘을 올려다본다. 시선이 마주치자, 엘은 무심코 눈을 피할뻔했다.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느와르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는게 힘들다고 느낀다. 그것도 분명 기계에겐 어울리지않는 생각이겠지만.
「엘, 가자. 일단 조정하는게 좋겠어.」
느와르는 일어나 엘리베이터를 열고 거기에 오른다. 엘이 들어오는것을 기다린다음 문을 닫는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갔다.
「당신도 어젯밤은 사냥이였다고 들었습니다만…, 휴식은 취하셨습니까, 느와르.」
기나긴 엘리베이터의 움직임 속에서, 엘은 느와르에게 물었다. 느와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그닥 어려운 적이 아니였으니까‥. 시간은 좀 걸렸지만, 포획했어. 나는 네로 덕분에 다치지도 않았어.」
「그렇습니까. 그건 다행이군요.」
포획이란 말을 듣고 엘은 무심코 낮에 있었던 싸움을 떠올렸다.
도망친 스톤은 지금쯤 어느 계층에서 죽었을까. 설마 그 인생이 오늘 끝나게 될거라곤 생각조차 못해봤겠지.
포획하는 느와르. 살해하는 엘.
그것을 생각할 때, 기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죽이기위해 태어난 자신은 인간들에겐 얼마만큼 흉악한 존재인걸까, 극히 찰나 그를 생각한다.
허나 그것도 별건 아니다. 의문이라 부를수도 없는 의문이다. 기계인 자신이 만들어진 이유를 생각하는것자체가 애당초 기이한 일인것이다.
다만, 만약.
「그러고보니‥‥, 최근 엘과 사냥을 나간적이 없네.」
만약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다면.
「당신도 A클래스에 달한 실력을 지닌 헌터니, 더 이상 제 서포트는 불필요합니다.」
「하지만 엘이 있어주면 안심도 되고, 기뻐. 엘한텐…… 폐일지도 모르겠지만.」
「……」
엘을 올려다보며 느와르가 말했다. 엘은 다시 당혹해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 아아, 그렇지.
「폐라니 아닙니다. 그리 말해주시니 저도 기쁘군요. 고맙습니다, 느와르.」
웃음을 띄우며 그리 말하자, 그것은 올바른 대응이였던 모양이다.
어딘지 모르게 느와르의 표정이 풀어져서, 웃기 직전의 표정이 되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느와르가 문을 열어 엘을 재촉한다.
「가자, 엘.」
「네, 느와르.」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해버린 것을, 엘은 약간 유감스럽게 여겼다.
***
최하층 999 구획.
「거기서 자고 있는건, 누굴려나?」
외출했다 돌아온 의사의 발치 아래에, 피웅덩이 속에서 발버둥치는 남자가 있다.
「아아……, 다쳤구나. 들어와.」
그 남자를 차분히 내려다보며 의사는 진료실의 문을 밀었다.
남자는 손에 쥔 검은 방패를 지팡이처럼 짚고서, 몸을 질질 끌며 문을 넘는다. 아무래도 입을 열 기력은 더 이상 없는 모양이다.
「아, 이런.」
출입문을 닫으며, 지금 막 생각난듯 의사 크림슨은 얼굴을 찌푸렸다.
「곧 진찰 종료 시간이였지……. 또 샹타오한테 혼날려나.」
팜의 문이 닫히고, 다시 침묵이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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