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메비우스[夢限界楼][각주:1]를 걷는 인간은 거의 없다. 태양이 떨어지면 주민들은 누가 재촉이라도 하는양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 23시를 넘을 무렵에는 마을은 거의 무인(無人)상태가 된다.
그것은 메비우스 내부 어느 층이라도 마찬가지. 메비우스에서 밤이란 즉, 현상범[각주:2]들이 설치는 시간이며, 헌터[각주:3]들이 사냥을 행하는 시간인 것이다.
밤시간에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범죄, 혹은 현상범과 헌터들의 싸움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는 일이 없을거란 보장이 메비우스엔 없다. 그야말로 개죽음이며, 굳이 더 말하자면 말려든 당사자가 CA계약자일 경우, 본인에게 죄의식이 없다해도 현상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
23시부터 낮 5시까지 밤의 메비우스는 잠에 빠져든다. 그래, 일부 인간을 제외하고.
***
현재 심야 1시. 저스티스 소드 크라운이 선 중류계급자층의 길모퉁이역시 당연한듯 사람이라곤 없었다.
「……, 있군.」
낮게 중얼거리며 소드는 걷기 시작한다. 발소리가 울러퍼졌지만, 굳이 그 소리를 지우려들지 않았다. 이미 제거 대상의 기척은 파악했다. 도망친다면 도망친만큼 뒤쫓으면 된다. 게다가 오늘밤의 적에게 도망칠 맘은 없는 모양이였다. 얼굴을 보인 이상 여기서 결착을 짓고 싶겠지.
앤티녹 어스퀘이크(Anti-Knock Earthquake)라 불리는 그 남자는 얼굴 없는 암살자로서 이름높은 현상범이다. 현상금이 걸린 세월은 그야말로 각별히 길어, 벌써 20여년에 이른다. 통상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는 보통 수년, 길어도 10년 정도면 목숨을 잃는다.
그것은 헌터들에게 사냥당하기 때문이고, 가혹한 도망생활탓에 목숨이 깍여나가기 때문이기도하다. 허나 앤티녹은 예외적으로 오랫동안 살아가고 있었다. 신분을 은폐하고, 각 계층을 전전하며 암살자로서 타겟을 살해하는 것뿐 요란한 사건은 일으키지않는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하운티어도 앤티녹의 족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거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밤, 바운티어[각주:5]인 정보상으로부터 정보가 하나 들어왔다. 일컬기를, 앤티녹이 암살 의뢰를 받았다는 확실한 정보. 앤티녹은 오늘밤, 중류계급층에 모습을 드려낸다고.
바운티어의 CEO 젝스는 그 정보는 신빙성이 결여되어있다고 소드를 보내는 것에 난색을 표했지만, 앤티녹은 바운티어의 오랜 숙적이며, 놓칠 수 없는 상대였다. 여러 모로 검토한 결과, 소드는 이 장소에 이렇게 서있다.
소드는 정보상의 지정한 장소에서 정보대로 앤티녹의 모습을 포착했다. 어두침침한 골목의 모퉁이에 있던 가로등이 지직하는 소리를 내며 점멸했다.
소드는 걸음을 멈추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앤티녹은 추격당하고 있단 사실을 눈치채고 있다. 공격해온다면 틀림없이 이 타이밍이다. 좁은 골목 모퉁이, 늘어선 건물 틈새 그림자가 장소.
이런 장소야말로 앤티녹의 승기가 있다. 앤티녹은 이미 계약병기, CA[각주:6]를 손에 쥐고 있겠지. 무기질한 공간에 질척한 살의가 가득차있다.
눈이 새하애질정도로 긴장된 공기 속에서도, 아직 소드는 적수공권이였다.
소드의 검, 아론다이트를 손에 쥐면 소드자신의 살의가 지나치게 강해진다. 적의 기척을 뒤쫓는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은 그것조차 방해다. 게다가 적수공권인 사실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왜냐면 아론다이트는 언제나 소드의 체내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
흐트러짐없이 호흡을 거듭하며, 소드는 찰나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가능한한 빨리 결착을 지어야한다. 오늘밤의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배후, 수십미터의 거리를 두고 대기하고 있는 그녀를 가능한 한 끌어들이지 않도록. 가로등의 그림자가 침묵속에 늘어진다.
달빛이나 구름 탓이 아니다. 뱀이 머리를 쳐든것처럼 형태는 확실하게 일변하고, 바로 소드의 머리위로 덥쳐왔다.
「와라―…, 아론다이트………!」
소환가 참격은 동시였다. 소드의 부름에 응해, 아론다이트는 소드의 손안안에 쥐어져있었다. 몸을 뒤틀면서 휘두른 칼에 또 하나의 칼이 격돌하고, 그 자리에 어울리지않는 청명한 금속음이 울러퍼졌다.
「거긴가.」
『변형해서 창처럼 변한 가로등』아래를 향해, 소드는 칼을 휘둘렀다. 어둠에 녹아드는 검은 인영이 골목 그림자에서 뛰쳐나왔다.
키잉하고 다시 딱딱한 소리. 얼굴은 아직 보이지않는다. 볼 필요도 없다. 소드는 도망치려드는 앤티녹과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다시 검을 찔러 넣었다.
「큭………!」
결착은 일순이였다. 아론다이트에 의해 왼팔을 꿰뚫린 그림자가 무너져내린다. 앤티녹은 검은옷에 마른 체구의 사내였다. 연령은 소드보다 월등히 위. 그 손엔 아직도 CA『옥테인』이 쥐여져있지만, 공격해올만한 힘은 이제 없는 모양이다. 앤티녹의 눈은 빛을 잃고, 살의역시 꺼져가고 있었다. 소드는 그것을 무심하게 내려다봤다.
CA 옥테인(Octane) 벽이나 가로등, 아스팔트등으로 의태해서 공격해오는 이색적인 CA. 이 CA는 오랜기간동안 앤티녹과 계약했었다.
암살을 직업 삼아온 앤티녹에게 있어선 매우 상성이 좋은 CA. 그렇기에 지금까지 오랜 기간동안 앤티녹은 살아남아왔다. 그러자, 그 옥테인이 파열음을 내며 흩어졌다. 그야말로 안개처럼 허공에 녹아 사라진다.
주인의 목숨이 끝남을 인정하고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자신의 주인이 더 이상 싸울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CA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다.
주인의 죽음직전까지 계약을 파기하지않는 CA도 있지만, 주인을 단념하고 일찍이 사라지는 CA도 있다. 어쨌든 CA가 계약을 파기한 주인에게 미래는 없다. 앤티녹은 죽은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며 소드는 앤티녹으로부터 등을 돌리려 했다. 그 찰나.
「소드!」
다급한 목소리가 뒷골목에 울러퍼졌다. 소드는 돌아보지도 않고 몸을 숙였다. 찰나 소드가 서있던 장소에 거대한 작살이 스쳐지나쳐 아스팔트에 꽂힌다.
「새로운 상대인가.」
소드가 몸을 돌림과 동시에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담벼락의 그림자에서 대머리의 거한이 뛰어내려왔다. 기나긴 작살을 손에 든 기괴한 모습.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적에게 의식을 기울이며 소드는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소드, 조심해. 그 작살은―…」
거한의 등뒤에서 흑의의 소녀가 달려왔다. 소드가 뭔가를 말하기도전에 거한이 몸을 돌렸다. 거구에 어울리지않는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작살을 찔러넣는다. 의표를 찔린건지 소녀는 놀라 걸음을 멈췄다. 그 찰나의 틈을 타고 거한이 거리를 좁힌다.
「―……!」 「움직이지마!!」
작살은 흑의의 소녀의 눈앞에서 정지했다. 그 끄트머리는 미끄럽게 빛나고 있었다. 거한은 소녀를 겨눈 채로, 소드에게 시선을 보냈다.
「저스티스 소드 크라운(Justice Sword Crown)이지?」
그 말에 소드는 자신이 덫에 걸렸단 것을 깨달았다. 여기에 소드가 나타난다는 걸 알고, 소드가 No.1 헌터란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구태여 모습을 보이는 현상범따위 있을리 없다. 그것이 소드의 생명을 노린 계략이 아니라면.
「과연……. 앤티녹이 오늘밤 여기 나타난 소식을 흘린건 넌가. 나와 앤티녹의 공멸을 꾀한건가?」 「그닥 효과는 없었던 것같지만말야. 하지만 이건 이거나름 나쁘지않아. 섯불리 굴지말라고, 여자. 계약한건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네놈이 CA를 꺼내는것보다 내가 널 찌르는쪽이 더 빨라.」
작게 몸을 숙이려했던 소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치켜내민 작살의 끄트머리에서 뭔가가 뚝뚝 지면으로 흘러 떨어졌다.
「독 작살…… 그런가, 너는.」
겨우 남자의 정체를 깨닫고, 소드가 말을 흘렸다. 거한이 조소한다.
「자기소개는 나중에 해주지. 네가 못 움직이게 되고 나서말야. 일단 CA를 거둬. 그리고,」
「느와르, 이제 됐어. 이 남자의 정체는 알았어.」 「뭣……,」
무슨, 그런 말을 하려든거겠지만 그것을 가로막으며 느와르라 불린 소녀의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거한의 입에서 고통이 흘러나왔다. 넘어진 몸을 일으키려하지만 그림자는 이번엔 거한을 벽에 후려쳤다.
「뭐, 뭐냐 이건…… CA……?!」
무표정하니 서있는 느와르를 바라보며, 거한은 겨우 그것이 그녀의 코트 끄트머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허나 그것은 통상의 CA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이였다. 통상의 CA는 소환되고나서야 비로소 실체화되며, 한번 실체화되면 공격때의 형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CA는.
「망할……. 바운티어의 숨겨둔 무긴가?!」 입끝에서 피를 흘리며 욕설을 내뱉은 거한은 벌떡 일어섰다. 무얼 생각한건지 느와르를 향해 질주한다.
「네로, 방어.」
짧은 말에 응해 제자리로 돌아온 그림자가 느와르를 감싼다. 그 완전한 가드에 작살이 뚫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허나 거한은 작살의 자루를 힘껏 휘둘렀다.
「큭!」
그녀를 감싸던 그림자와 함께 느와르는 좁은 골목 크게 튕겨져나갔다.
「느와르……!」
달려온 소드가 그 몸을 안았다. 네로라 불리운 그림자는 소드의 품에 안긴 그 시점에서 단순한 코트로 돌아와있었다. 거한은 느와르를 뒤쫓지도 않고 그대로 도망쳤다. 느와르는 소드의 품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갈래. 아직 늦지 않았어.」 「아니……, 됐어. 너무 깊이 뒤쫓을 필욘 없어.」
소드는 느와르에게 손을 때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녀석은『라이드 라이노 스팅거(Ride Rhino Stinger)』다. 호전적으로 유명한 크리미널 11의 No.9다. 오늘밤의 목적은 다했다. 넘버즈와 연이어 싸우는건 피하는게 무난하겠지.」 「넘버즈……. 그 남자, No.9였구나.」 「그래. 아니, 아닌가. No.8은 조금전 탈락했으니 이제부턴 녀석이 No.8이다.」
소드의 손에서 아론다이트가 사라진다. 그것이 전투종료의 신호다.
「간다, 느와르. 젝스에게 보고하러.」 「응……….」
무언가 말을 꺼내고싶어하는 침묵에 소드는 느와르를 돌아본다. 느와르는 소드를 올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 때문에 라이노를 놓쳐버려서 미안. 그리고 구해줘서 고마워, 소드.」 「…….」
소드는 희미하게, 느와르 이외의 인간에겐 전혀 모를 정도로 옅은 미소를 띄웠다. 수년전이였더라면 소드는 느와르의 머리를 쓰다듬었을 것이다. 허나, 이제 느와르는 한사람몫의 헌터. 언제까지나 그런 어린아이취급을 계속할 수도 없다.
「간다, 느와르.」
옆에 나란히 선 기척을 느끼며, 소드는 걷기 시작했다.
***
다음날 아침, 메비우스 내에 흩뿌려진 회람을 손에 든 한 사람의 청년이 있었다. 회람의 내용은 넘버즈인 앤티녹이 소드에 의해 쓰러졌단 사실. 또한 그에 따라 랭킹의 변경이 일어났단 사실.
「새로운 현상범 코드는……,『NUMBER NINE KNIVES』인가」 각도에 따라 붉게 보이는 머리칼을 한 청년은 그리 중얼거리며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초복합기업체".「메비우스」라고 읽는다. 하나의 도시에서 200여년에 걸쳐 총폐합을 거듭해 태어난 거대 콩그로머릿(conglomerate) 기업의 총칭. 요컨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기업이며, 그렇기에 여기서 생활하는 모든 인간이 메비우스의 사원이다. 일부, 최하층 인간을 제외하고." [본문으로]
회람장이 돌면 그 순간부터 그 인간은 현상범 [크리미널]이라 불리는 존재가 된다.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이 0이 될때가지 일생 헌터에게 쫓기게 된다. 역으로 돈만 있으면 회람자체를 없앨수도 있다. 이 현상금 [바운티]는 크리미널이 죄를 저지를때마다 금액이 올라가는 시스템이지만, 그 때문에 크리미널의 범죄를 조장하는 시스템이기도하다. 그 결과 나타난 존재가 [크리미널 11]이다. [본문으로]
자발적으로 현상범 제거에 협력해주는 사람. 즉, 볼런티어(volunteer)로 바운티어에 협력해주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헌터가 되기위한 조건은 2가지. 메비우스의 사원이 아닌 [무직]의 인간일것. 그리고 또 하나는 CA와 계약가능할 것. 그것만 클리어하면 누구라도 헌터가 될 수 있다. [본문으로]
현상금의 액수에 따라 No.1~No.11까지 랭크가 붙여인 [고액 현상범]들의 총칭이 크리미널 11이다. 허나 실제 크리미널 11은 No.2~No.11까지 10명. 즉 현상범 Top 10이 크리미널 11의 실체이다. 이 Top 10의 인간들을「넘버즈」라고도 부른다. [본문으로]
메비우스에 의해 관리 운영되고 있는 도시 유일의 범죄자 대응 기업. 허나 경찰기관이 아니라, 조직 그자체도 일반 기업과 전혀 다를바 없다. 바운티어가 행하는 일은 크게 나누어 2가지. 범죄를 일으킨 자에게 "현상금"을 걸어 메비우스에 수배서란 이름의 "회람"을 돌리는 것. 그리고 현상범 제거에 협력해주는 볼런티어「헌터」를 관리하는 것이다. 덧붙여 [바운티어]란 기업명의 유래는 [볼런티어(volunteer)]에서 온 것이며, [자발적으로 현상범 제거에 협력해주는 사람]이란 의미를 지닌 조어이다. [본문으로]
계약병기(Contract Arms)란, CA가 자신의 의지로 그 계약대상과 계약을 행해 계약자만이 사용가능한 병기를 뜻한다. 헌터가 헌터이기위한 도구가 CA이며, 현상범으로서 회람이 돌게 되는 조건 중 하나 역시「CA의 계약자」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