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SS엔 게임 본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플레이하고난 다음 즐겨주십시오.
* 이 SS는 패러럴 시간축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게임 본편과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본편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똑똑, 조용한 실내에 딱딱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나데시코는 정신을 차렸다. 문을 열어보자 얼굴을 보인것은【킹】, 나데시코를 여기에 가둬넣은 장본인이다.
「지금, 괜찮을까?」
「으응…, 들어와.」
실내로 들이듯 몸을 옆으로 비키자, 그는 기쁜듯 미소하며 발을 내딛는다.
왜인지 평상시보다 즐거워보이는 그 모습에 나데시코는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은 네게 건네주고 싶은게 있어.」
「건네주고 싶은것?」
「응. 이건데………」
그런 그가 내민것은 투명하고 예쁜 유리병. 안에는 건조시킨 꽃이나 잎이 들어가있다.
「허브티…?」
「정답. 네가 최근 잠을 잘 못한 이야길 루크한테 들어서.」
「에? 아……, 그러고보니 그런 얘길 했던것같아.」
(수면부족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지만)
원래의 세계에 있었을때에도 매일밤 꾸는 꿈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했고, 이쪽으로 오고난 다음부턴 편안히 잠들 수 있을리 없었다. 감금되어 있다해도 좋을 상황에서 숙면할 수 있을 정도로 나데시코의 신경은 두텁지 않다.
「수면부족이 계속되면 몸에 안좋아. 그렇다고 약에 기대는것도 좋지 않으니까 안면(安眠) 효과가 있는 허브티같은게 어떨까 싶어서.」
「그렇, 구나…. 고마워.」
그,『수면 부족』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의 미소에, 복잡한 기분이면서도 나데시코는 작게 웃음으로 답했다.
시험삼아 마셔봐달란 산뜻한 목소리에 차마 점심시간부터 안면(安眠) 효과를 봐도 왜려 곤란하단 생각을 입밖에 꺼내 찬물을 끼얹지는 못하고 그가 차를 타내는것을 지켜봤다.
티포트에 허브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자, 왠지 안심되고 기분 좋은 향내가 퍼진다.
(확실히, 효과가 좋아보여……)
실내를 채우는 부드러운 향내에 눈을 감은 나데시코는 다음순간 그가 입에 담은 말에 굳어버렸다.
「릴렉스 효과가 있는 카모밀을 메인으로 블랜드 해봤어.」
「에……」
「유럽에서 자기전에 마시는 차로 인기있는 모양이야. 아, 꿀 넣을래? 개인적을노 밀크티쪽을 추천하지만. 어느쪽이 좋아?」
「자, 잠깐만. 지금 블랜드 했다고 안했어? 설마…, 당신이 만든거야?」
「응. 온실에서 키운 허브로. 꽃 말고도 여러가질 키우고 있어. 요전엔 자세히 안내할 수 없었으니까 다음번에 다시한번 초대할게.」
(직접 만들다니……)
어른어른 부드러운 김을 피우는 허브티를 앞에두고 나데시코는 핏기가 가시는 것을 느꼈다. 입에 발린말이라도 그는 요리솜씨가 좋다곤 할 수 없다. 확실히 말해 괴멸적이다.
허브를 블랜드한단 행위는 요리에 포함되는걸까. 세이브인건가, 아웃인걸까. 기준을 모르겠다. 어쨌든 그가 만든 것을 입에 담는데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왜그래? 식기전에 자아.」
「으, 응……」
내밀어진 컵을 건네받고, 몇초 바라본다.
(향은 굉장히 좋은데……)
그러나 【그】가 만든 것이다. 몇 번이고 요리실을 폭파시켜온【그】가.
「나데시코?」
「미, 미안. 잘 마실께…」
모처럼 타준것을 헛되이하는건 괴롭다. 각오를 굳히고 오들오들 입에 대보자,
「맛있어……」
파괴적인 맛을 상상했지만, 그건 뜻밖에도 맛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실은 루크의 도움을 좀 받았어. 요리와 달리 약품 조합같은거니까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네가 마실거니까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는게 좋겠다 싶었거든.」
「과연. 그럼 납득이 가네.」
그 혼자서 만든게 아니라면, 문젠없겠지. 아마…………………….
애당초 그가 말한것처럼 약제 조합같은거라면 특기분야일테니 불안은 없다.
허브의 효과인지, 의외의 맛있음에 경계심이 풀린건지. 굉장히 안심되서 나데시코는 컵에 입을 대고 살짝 숨을 불어넣었다. 따뜻한 차와 부드러운 향기가 몸에 스며든다.
「후우……」
따끈따끈 전신을 뎁혀주는 기분좋은 따스함에 눈을 감아버릴것같은 기분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어제밤에도 제대로 못잔 탓이야. 안돼……)
방에 사람을 불러놓고서 자선 안된다고, 잠기운을 쫓기위해 눈을 깜빡이자, 문득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
「…………」
테이블 너머에서 꾸벅꾸벅거리는 나데시코를 빤히 그가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시선을 느끼는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허나 단 둘이서 마주해 있자 불편해서 나데시코는 아직 멍하니 잠기운이 남아있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움직며 입을 열었다.
「미, 미안. 졸아서……. 저기, 이거 굉장히 잘 듣는것같아. 고마워.」
「나데시코………」
「응………?」
「좋아해…………」
「에……………?」
아무런 맥락없이 고해오는 말에 잠기운이 싹 달아났다.
이것도 정말 새삼스러운일이 아니긴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긴하다.
(의미를 모르겠어. 아니…, 의미는 알지만……… 아니, 그게 아니라)
「네가 너무 좋아서……, 어쩌지, 나데시코. 오늘은 내쪽이 잠못들지도 몰라.」
「자, 잠깐만……」
「하루밤 내내 너만 생각할것같아. 저기…, 나데시코. 오늘밤은 함께 해주지 않을래?」
스윽하고, 어느샌가 옆으로 다가온 킹의 손가락이 나데시코의 긴 흑발에 얽힌다.
「읏…………」
무심코 일어섰다.
도망치듯 그로부터 멀어졌지만, 좁은 실내에서는 도망칠곳이 없어 나데시코는 딱딱한 벽을 등진채 눈깜짝할사이에 도망칠 곳을 잃는다.
좌우 모두 도망칠곳을 킹이 두 팔로 막아, 깨닫고보니 그의 팔에 가둬진 형국이다.
「왜그래…? 왠지, 이상해.」
「이상해? 그럴 리가. 아…, 하지만 네 말대로 이상할지도 몰라. 나데시코……, 난 너에 관해서라면 언제나 내가 아니게 되니까.」
좋아해, 너만 생각하고 있어. 그는 언제나 그런말을 하지만, 이건 아니다.
평상시라면 나데시코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면 그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막무가내에 제멋대로인 주제에 나데시코의 반응엔 날카로웠다.
「나데시코…, 좋아해.」
귀에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속삭임에, 나데시코의 체온은 급상승한다. 눈 앞으로 열을 띈 눈동자. 그게 조금씩 다가와서.
「……!」
밀쳐낼까 소리를 지를까, 아니, 하지만.
초조한 사고에 무심코 눈을 감을뻔했을때.
「아, 킹. 역시 여기 계셨습니까.」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매우 태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뭐야, 대낮부터 러브씬?」
이어, 눈에 들어온 모습에 나데시코는 안도의 숨을 흘린다. 문 저쪽에 서있던건, 백의를 입고 손에 개구리 인형을 끼고 있는 청년.
「마침 잘왔어. 부탁이야……, 도와워.」
「이거이거……, 왠지 큰일이 난 모양이로군요.」
「태평한 소리말고, 어떻게 좀 해줘……」
「어떻게, 라고 말씀하셔도.」
「루크, 무슨 볼일이지? 지금, 나쁜데.」
「실은 당신이 블랜드한 허브티에 실수가 좀 있어서요~」
「실수?」
「네, 실수라고해도 마셔서 해를 입는건 아니지만요. 나데시코양의 몸에 위험이 끼칠일은……없다고, 단언 못할지도 모르겠군요.」
「완전히 있구만. 그야말로 지금 막, 위험이 와있잖아.」
「그런 모양이네요.」
「무슨 소리야? 아니, 조금전부터 무슨 얘길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 죄송합니다. 뭐, 여러모로 설명을 줄어서 결론만 말하겠습니다만, 킹이 블랜드한 허브티말입니다만, 속된말로【미약(媚藥)】같은걸로 완성된 모양입니다.」
「하아…?」
「마시면 분비 페로몬의 변화에 의해 주위 인간의 감정을 일시적으로 고양시킨다는, 뭐…, 말하자면 당신에게 접근한 사람들이 연애 감정을 품어버린다던가하는 겁니다. 킹의 경우엔 원래부터 당신을 좋아하니까 그게 증폭되서 평상시보다 자중이 없는것 뿐이지만요.」
「미약(媚藥)이라니……, 영화나 소설도 아니고.」
「이론상으론 불가능하진않답니다.」
하필이면【미약(媚藥)】이라니. 말도 안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 조직이라면 만들어 내는게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나데시코는 머리 한켠으로 체념비슷한 감정을 품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하나 머리를 스친다. 그렇다면 눈 앞의 루크는 왜 평정을 유지하고 있을수 있는걸까.
「루크, 미안하지만 나와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줄래.」
「아, 네에네에. 죄송했습니다.」
「잠깐만. 순순히 나가려하지마. 적어도 이 상황을 좀 어떻게해줘.」
「그런 말씀하셔도. 상사의 명령은 거스를수 없으니. 그죠…, 개구리군?」
「거기서 나한테 얘길 떠넘기지마. 뭐, 이녀석들한테 상식을 요구해봤자니까. 운이 나빴던거라 생각하고 포기해.」
「저기……」
「당신들, 뭘하는 겁니까.」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새하얀 모피가 시선 끝에 비춰든다. 입구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가는 눈을 더더욱 가늘게 뜨고 질린듯 그들을 바라보며 비숍이 서 있었다.
「이런이런, 비숍아닙니까.」
「비숍……. 너도 나와 그녀를 방해하려고 온거야?」
「대체 무슨 얘깁니까? 아니 것보다, 대체 이건 무슨 상황입니까.」
「그런건 오히려 내가 묻고 싶어…….」
「아, 그렇죠. 그쪽 설명은 제가 해드리죠. 실은 말이죠…….」
* * *
「그런, 연유로 말이죠. 뭐, 지속성이 있는건 아니니 머잖아 원래대로 돌아갈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간추리긴했지만 루크한테서 일의 경위와 설명을 들은 비숍은 곤혹스러운듯 보다 더 미간을 찌푸렸다.
「과연…. 그래서 평상시 이상으로 귀찮게 되어있는겁니까, 저사람.」
「뭐, 그렇네요. 약의 효과가 있든 없든 킹은 언제나 저런 느낌이지만, 평상시엔 조금 더 나았으니까요.」
「루크, 비숍. 얘기는 끝났어? 이제 괜찮겠지. 그녀와 단둘이만 있고싶어.」
킹은 변함없이 나데시코의 곁에서 떨어지려하지않는다. 한숨을 쉬는것조차 바보같아져서 나데시코는 체념한듯 침대에 걸터앉아있었다.
비숍은 킹과 나데시코를 일견한뒤, 그녀를 대신하듯 짐짓 한숨을 쉰다.
「킹이 당신께 얼마만큼 들러붙든 말든, 저완 상관없는일이니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적어도 일국의 임금님이 머리에 꽃을 피운채 일을 내팽개치면 여러모로 곤란해집니다. 너무 일상적이라 이젠 귀찮긴하지만, 킹, 당신을 기다리는 세컨드들이 머리를 부여쥐고 있습니다.」
「그건 내가 없으면 절대 안되는 일일려나?」
「절대 안됩니다. 당신이 아니면 버거운 안건이니까요. 됐으니까 냉큼 가주세요. 일분일초를 다툽니다.」
비숍은 쭈욱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 않는 킹의 모습에 애가 탄 듯 다가와서 나데시코에게서 그를 때냈다. 그리고 그대로 킹의 등을 밀어 방에서 쫓아내려했다. 다소 막무가내인 그 행동은 그답지 않아 다소 위화감이 있긴했지만 나데시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몇 번인가 아쉬운듯 뒤돌아보면서 킹은 방을 나가 집무실로 향했다.
「그럼, 저도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나데시코양. 당신은 귀찮으니 그 약의 효과가 다될때까지 방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말고 얌전히 계시죠. 어정어정거리면 민폐니까요..」
「그런건… 말안해도 알아.」
「아, 잠깐, 비숍. 기다려주세요.」
「뭡니까, 선배.」
「분명 오늘 당신, 동쪽 지구를 정찰하러 나가는거죠? 위험할것같진 않으니 외출할거라면 덤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주실수 없습니까?」
「「하아………?」」
비숍과 나데시코는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고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러한 상황인데 루크는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걸까.
(이런 약의 효과가 발휘되면…… 대소동이 될텐데)
「싫습니다. 무슨 소릴하는겁니까, 킹의 허가도 없이 그러면 제가 혼납니다.」
「괜찮아요. 책임은 제가 질테니까.」
「자, 잠깐만. 당신, 좀전에 말했잖아. 약을 마신탓에 주위 사람들이 일시적이지만 내게 연애 감정?을 지니게 된다고……. 이런 상황인데 외출이라니 큰일나는거 아냐?」
「아, 그러고보니 설명이 부족했군요. 그건 문제없습니다. 미약이라고해도, 만능은 아니니까요. 원래부터 당신께 다소나마 호감을 지니고 있던 인간에게만 효과가 나오도록 되어있습니다.」
「에에…?」
「뭐, 결국은 화학적인 이론을 근간으로한 약품이니, 인간의 심층심리를 변화시키는건 아니에요. 원래부터 있던 것, 설령 심층심리에 있던거라해도말입니다, 그것을 증강시키는것 뿐이니까요.」
실로 편리한 약이다.
(아아, 그래서……)
그래서 루크나 비숍은 약이 듣지않아서 평온한거구나.
루크한테서 설명을 들었을때 순간 떠오른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러니까 외출해도 남녀불문, 무작정 연애감정을 품게되서 포위당할 일은 없으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여기에있으면 킹이 세컨드들의 눈을 피해 또 당신을 만나러 올것같으니까요.」
「그건……」
「그러니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비숍. 퀸을 착실히 에스코트해주세요.」
선배의 명령은 절대적이라고 말하는듯한 미소를 짓는 루크의 배웅을 받으며, 비숍은 나데시코를 데리고 방을 나가게 됐다.
― 비숍도 루크의 제안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일에 대한 그의 진지함은 정말 감탄하고 싶어진다.
「어이….『다소나마 호감을 지니고 있는 인간』에게 효과가 있는거라면, 비숍이랑 같이 보내는건 곤란하지않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너, 일부러 그런거지. 참나, 유심회의 녀석들이라도 만나면 어쩔거야. 쓸데없이 일이 귀찮게 되잖아.」
「아, 그렇죠. 그치만 설마 그렇게까지 타이밍좋게 나오진 않겠죠.」
「켁…. 태평한 녀석.」
* * *
「나참………, 미약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정말 민폐입니다.」
정탐이란 명목으로 비숍 및 몇사람의 호위와 함께 마을을 걷고나서 약 수십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때마다 옆에 선 비숍의 기분은 나빠져갔다.
애당초 그가 이정도로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를 나데시코는 모르겠다. 확실히 루크에게 떠밀려서 그의 일에 동행하게 됐으니, 불만스럽게 생각하는건 당연하겠지만, 그치만.
「나한테 말해도 곤란해. 게다가 민폐는 이쪽이야.」
「그렇습니까? 킹이 들러붙었을때 당신, 그닥 싫어보이지도 않았습니다만.」
「그럴리 없잖아.」
「글쎄요…. 상냥한 음성으로 사랑의 말을 속삭여주면, 기분 나쁘지는 않겠죠.」
「그 사람은 날 감금하고 있어. 그런 사람한테 간단히 넘어갈리 없잖아.」
「스톡홀름 증후군같은 사례도 있으니까요. 당신, 킹에게 동정적이잖습니까. 이러니저러니 그 사람한텐 무르고.」
「그러니까………, ……. 하아……………….」
입에 담으려했던 말을 그대로 삼킨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나데시코는 이렇게 되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단걸 잘 알고 있었다.
(머리 아파)
원치도 않는데 주위사람에게 휘말려들어, 자기탓도 아닌데 불평을 듣는다.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평상시 이상으로 귀찮은 사태에 말대신 입밖으로 나온것은 깊은 한숨이였다.
입을 여는것도 싫어져서 나데시코는 침묵한다. 그러자 ,갑자기 앞서 걷고 있던 비숍이 걸음을 멈췄다. 갑작스런 일에 나데시코는 그대로 그의 등에 부딪혔다.
「아야…. 뭐야, 갑자기 멈춰서지마.」
「아무말도 안한단건, 역시 정곡이란 뜻입니까.」
「에…………?」
비숍이 갑작스레 바로 옆에서 얼굴을 들여다본다. 불온한 공기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지만, 그 물러난 차이만큼 비숍은 거리를 좁혔다. 이어 팔을 잡혀 그대로 끌려가 그의 팔안에 사로잡혔다. 푹신푹신한 모피가 나데시코의 뺨을 간지럽혔다.
「자, 잠깐만……!」
「다른 누구도 아닌 킹입니다. 역시 넘어가버린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아니라고 하잖아.」
벗어나기위해 버둥여도 힘이 꽉 실려있어서 빠져나갈 수 없다.
왠지 상태가 이상하다. 평상시 부려왔던 심술치고는 도가 지나치다. 아니 비숍은 오히려 이런 접근을 싫어할것같았는데. 호위역으로 따라온 아워들이 시선둘 곳을 몰라 곤란한듯 부자연스레 눈을 돌리고 있었다.
「당신, 뭔가 이상하지않아……? 왜 그래?」
「이상? 글쎄요……. 그 약의 효과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아? 무슨 소리야. 그럴리 없잖아. 왜냐면 그건………」
『반하는 약이라고해도, 만능은 아니니까요. 원래부터 당신께 다소나마 호감을 지니고 있던 인간에게만 효과가 나오도록 되어있습니다.』
분명 루크는 그리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은 뭐지.
(평상시처럼 놀리는것뿐? 안그러면 약 때문에? 그치만…… 이 사람이 내게 호의를 품고 있다곤 생각할 수 없어.)
언제나 얼굴을 맞대면 밉살스러운 회답만이 오갔을 뿐이다. 진심으로 미워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긴하지만, 그래도 도무지 호의를 지니고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호의. 그렇지. 루크는 그렇게 말했지만 호의만이 아닐 가능성도 있는게 아닐까. 예를 들자면, 싫어하는 감정같은게 보다 증폭되는 일도 있을지 몰라.
(그러면 심술이 도를 지나친것도 이해할 순 있는데……)
「자신을 가둬넣은 인간에게 간단히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죠. 그럼, 어째서 밀쳐내지않는겁니까?」
「그건……」
「역시 당신은 킹을 좋아하는거로군요.」
「그러니까, 아니라고 하잖아. 멋대로 정하지마!」
「헤에. 길거리에서 사랑싸움이라니, 정말 팔자좋구만.」
(에……?)
놀리는듯한, 허나 명백한 적의를 담은 목소리에 돌아보자, 거기엔 붉은 머리칼을 한 기억에 있는 청년이 있었다.
「어라……. 유심회의 젊은 두령이십니까.」
「설마 이런 곳에서 너희를 만날줄이야.」
「음. 나이스 타이밍이란건가. 설마 한창 밀회중일때 마주칠줄이야.」
「그건 타이밍이 좋은건가……?」
젊은 두령의 뒤에서 마찬가지로 기억에 있는 청년이 둘 얼굴을 내민다. 망토를 두른 남자와, 무거워보이는 책을 품은 남자. 그들 역시 유심회의 인간이다. 게다가 그 뒤엔 질 나빠보이는 남자들 몇몇이 무기를 들고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오늘은……, 싸울 예정은 없었습니다만,」
「그건 이쪽 대사지. 단순히 정탐하러 온건데, 엄청난 수확이군. 거기의 아가씨를 넘겨주실까.」
모래를 밟으며 이쪽과의 거리를 재는 두령의 모습에 비숍은 나데시코를 감싸듯이 선다. 순간 그 자리의 전원에게 긴장이 인다.
(자, 잠깐, 어떻게 된거야……?!)
「반정부조직이 제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려내다니, 배짱이 좋군요. 언제나 살금살금 행동했잖습니까.」
「뭐. 하지만……, 숫자는 우리가 더 많아. 상황적으로 이쪽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수가 많다고 다 되는게 아니잖습니까. 나데시코씨……. 다치고 싶지않다면 가만히 계세요. 제 옆을 벗어나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으, 응…….」
― 젊은 두령이 지면을 박찬것을 신호로, 싸움은 시작됐다.
「큭……, 어이, 너희들! 틈을 봐서 저 아가씨를 빼앗아.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두목!」
「무슨 소릴 하는겁니까. 그런 틈, 줄리없잖습니까.」
「글쎄다. 아무리 너라도 이 상황에서 아가씨를 감싸며 싸우는건 어렵지않아?」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전에 당신과 싸웠을때도 여유로웠으니까. 그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칫………. 정말 열받는 놈이로군.」
안색하나 바꾸지않고 두령의 공격을 피하는 비숍이였지만 역시 나데시코를 감싸면서 싸우는건 힘든건지 동작에 평상시와같은 예기가 없었다. 나데시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방법이 없는걸가. 발목을 잡고 있는것만은 싫었다.
「나데시코씨……. 당신 지금, 쓸데없는 생각중이셨죠.」
「에?」
「오히려 귀찮아지니, 그대로 얌전히 계셔주세요. 당신은 그저 제 보호를 받기만하면 됩니다.」
「아, 알겠어.」
그래도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분했지만, 그의 말대로 뭔가 하면 공연히 발을 잡아당기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잡아당기는 든든한 팔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헤에……」
「뭡니까. 무슨 말이 하고싶은 모양시신데.」
「킹의 연인을 지키는것치곤 제법 감정이 들어가있다 싶어서. 혹시……, 왕님의 연인을 사모하는건가?」
그 말에 반응하듯 순간 비숍의 공격이 느슨해졌다.
「이 사람은 킹의 연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멋대로 감정을 밀어붙이고 있는것 뿐입니다.」
「아, 그래? 뭐, 우리한텐 약점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아가씨가 누구건진 아무래도 좋다만,」
그 찰나의 틈을, 도령은 놓치지않았다.
「꺄악……!」
「……, 나데시코씨!」
실로 찰나의 틈을 노려, 나데시코의 팔을 움켜잡아 비숍한테서 떼내듯이 빼앗는다.
눈깜짝할사이에 두령의 품안에 갇혔다. 아플 정도로 강한 구속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아, 아가씨. 우리들과 함께 가 주실까.」
「잠깐, 놔!」
「간단히 건네줄리 없잖습니까. 돌려받겠습니다.」
「이쪽이야말로 모처럼 잡은 인질을 간단히 놔줄리없잖아. 킹한테 잘 부탁한다고, 윽」
그대로 나데시코를 데리고 등을 돌리려하던 두령의 움직임이 돌연 얼어붙었다.
「………?」
무슨일인가 싶어 얼굴을 들여다보자, 꿰뚫릴듯한 시선과 부딪힌다. 팔을 움켜쥔 그 힘이 강해졌다.
갑작스럽게 내려앉은 수초의 침묵에,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어 나데시코는 도망치기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팔에 담긴 힘은 놓치지않겠다는듯 보다 더 강해졌고, 숨조차 쉴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그녀를 끌어 안았다. 그리고 귓가에서, 두령은 속삭이듯 말했다.
「아가씨……, 내 여자가 되라.」
「하아……?」
「당신을 킹한테 건네주지않겠어. 킹뿐만이 아니라, 다른 그 누구한테도. 그러니 날 골라.」
「자, 잠깐만……. 갑자기 왜 그래?!」
「왜그렇냐니. 딱히 별다를건 없어. 난 그저, 당신을 원할 뿐이야.」
짚이는거라곤 하나밖에 없지만. 혼란스러워지는 머리 속으로, 루크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원래부터 당신께 다소나마 호감을 지니고 있던 인간에게만 효과가――….』
그래, 약은 다소나마 나데시코에게 【호의】를 지니고 있는 인간에게만 듣는다고 했다.
(그럼 두령한테 들을리 없어. 하지만,)
또 한사람, 들을리 없는데도 들어버린 인물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래, 조금전에도 생각했었다. 루크의 말대로【호의】만이 아니라, 뭔가의 감정이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두령의 걸음을 막아서듯 선 비숍은 나데시코를 되찾기위해 다시 공격을 걸어왔다. 이번엔 젊은 두령이 나데시코를 감싸며 비숍에게 응전한다.
「그녀가 싫어하고 있는걸 모르겠습니까. 그 손 놔 주세요.」
「핫…. 당신, 왕님같은건 상관없잖아. 아가씨를 원한다면 원한다고, 그리 말하라구.」
「………. 그렇군요. 그녀는 누구에게도 건네지않겠습니다. 킹한테도, 물론 당신한테도.」
다시 나데시코를 둘러싼 남자들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조금전과는 다른 의미로.
* * *
「저기, 킹……. 지난번 서쪽 지구의 식목건입니다만,」
「응……」
「킹……?」
「…………」
「평소이상으로 심한걸, 저녀석……」
「아……, 상상이상으로 못 써먹을것같네요.」
「뭘 남일처럼 말하는거야. 네 탓이잖아, 어이.」
「에, 무슨 소릴까나, 개구리군.」
「시치미때지마. 킹이 허브를 섞을때 묘한걸 넣던거 봤다구.」
「하하하. 봐버리셨습니까. 요전에 문헌을 뒤졌더니 고대의, 속된 말로【미약(媚藥)】레시피를 발견해서말이죠. 효과가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뭐든 시험해볼만하네요.」
「것보다, 어쩔꺼야. 분명 외출한 비숍도 귀찮게 되어있을텐데.」
「그렇군요. 그도 다소나마 그녀에게 호의를 지니고 있는 모양이니까요.【호의】의 종륭도 여러 가지 있긴하지만, 말이죠. 뭐, 뒷일은 본인의 자각이―…」
「시, 실례합니다! 킹, 큰일났습니다! 비숍과 함께 동쪽 지구로 정탐을 나간 아워로부터 유심회의 공격을 받고 있단 보고를 받았습니다. 킹의 손님도 함께 계신 모양입니다.」
「뭐………, 어째서 나데시코가……?」
「어라, 이런. 비숍도 뽑기운이 좋다랄지 뭐랄지…….」
「당장 아워를 파견해. 현장에 있는 유심회의 구성원의 2배, 아니 4배로 증원해.」
「핫!」
「나도……, 현장에 가겠어.」
「엑?! 하지만, 그건……! 자, 잠깐만요, 킹……!」
「이거이거, 왕님게서 직접 가버리시는군요.」
「느긋히 배웅하지말라구. 너도 갔다와.」
「음~ 딱히 내키진않지만요. 싸움에 말려들면 곤란하잖습니까. 저는 약하니까.」
「켁. 무슨 소릴 지껄이는거야, 원흉 주제에.」
「이거원. 개구리군은 잔소리쟁이군요. 별수없으니… 킹과 함께 우리들의 퀸을 구하러 가볼까요.」
* * *
「이제 좀 포기하는건 어떻습니까. 당신같이 야만스러운 사람을 그녀가 고를리 없잖습니까.」
「그런건 네가 정하는게 아냐.」
변함없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두사람의 싸움에 나데시코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졌다. 약 탓이라곤하나, 성인 남성 둘이 자신을 빼앗기 위해 싸우고있는 만화같은 시츄에이션. 기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데시코에게 그런 사고방식은 없었다.
애당초 오래 알며 지낸건 아니지만 안다. 천지가 뒤집어져도 이 두사람이 임무나 일을 제쳐두고 이런 일에 열을 올릴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없는데…….
(어쩌지, 이거……. 특정인한테만 효과가 있는거 아니였어?)
「나데시코, 무사하나?!」
「에, 아………」
이야기의 중심인 나데시코를 방치하고, 일촉즉발의 전투를 펼치는 그들의 모습에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하던 그녀에게 달려온것은 조금전까지 아워들과 싸우고 있던 망토의 남자, 방랑자였다.
「다친덴…… 없는 모양이군. 다행이다. 여기 있으면 녀석들의 싸움에 말려들고 말거야. 그들이 싸우는동안 가자.」
「가자니, 어디로?」
「정부의 눈이 닿지않는 곳이다. 일단 유심회로 돌아가는쪽이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유심회? 아, 안돼. 난 못가.」
「확실히 유심회에도 난폭한 녀석들이 많으니 절대로 안전한 장소라곤 할 수 없어. 허나 정부도 마찬가지잖아?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너, 느닷없이 끌려와서 사로잡혔잖아.」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그치만……」
유심회에로 데려간단 소리에 솔직히 고개를 끄덕일리 없다. 그들에게 나데시코는 어디까지나【정부에 대한 인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허나 유심회보다도【안전】하다곤 하나, 정신적으로 고된 정부쪽에 사로잡혀있는 현 상태를 납득하고 있는것도 아니다.
「괜찮아. 녀석들의 입장도 있으니, 일시적으로 유심회로 가긴하겠지만… 널 반드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줄게. 나데시코……, 같이 가자.」
손을 내미는 그 동작에 기시감을 느낀다. 나데시코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안도감에 이끌리듯 손을 뻗었다..
「잠깐. 네놈…… 아가씨를 어디로 데려갈 셈이야.」
순간 끼어들어온 낮은 목소리에 나데시코의 어깨가 떨렸다. 그녀를 감싸듯이 긴 망토가 나부꼈다.
「안심해……. 유심회엔 확실히 돌아간다. 이녀석을 이용하게 냅둘순없지만, 유심회에 두는게 지금은 안전하니까.」
「멋대로 구시면 곤란합니다. 아직 승부는 나지 않았습니다.」
「아아, 안 그럼 너도 참전? 아가씨병인 너라면 이 싸움 양보할 수 없겠지?」
「뭐……? 비숍은 그렇다쳐도 너와 나는 일단 동료일텐데?!」
「여자를 다투는데 동료같은건 상관없잖아.」
「그러니까 잠깐, 공격하지마……. 큭, 얘길 들어! 것보다 너, 뭔가 이상하지않나?!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조직의 의향이 최우선인 소두령은 어디 간거냐.」
「아가씨. 당신은 저쪽에서 기다려. 잘못 그 얼굴에 상처같은걸 입히고 싶진 않으니까.」
「가만히 기다려주세요. 바로 데리러 갈테니까.」
「어이, 그만…… 큭.」
비숍과 두령이 쏘아봤던 망토의 남자는 그들에 의해서 허망하게 맞아 쓰러져버린다.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 무너져내리는 남자를 향해 나데시코는 다급히 달려갔다.
「괜찮아…?」
「큭……, 나는 괜찮아」
「정말? 굉장히 가차없이 때렸던것같은데……」
일어서려하는 모습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는 잠시 나데시코를 바라본다음, 내밀어진 나데시코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리고 그대로 기도하듯이, 매달리듯이 꽉 손을 잡고서 왜인지 너무나도 애절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 모습,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나데시코…, 이제 이 손을 놓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어디에도 가지마. 내 곁을 떠나지 말아줘.」
「하아…? 자, 잠깐만……!!」
(설마 또 약의 효과……?!)
「칫…, 아직도 숨이 붙어있었나.」
「약한 주제에 끈질기군요. 정말로 당신들 유심회의 사람들은 어째서 이렇게 끈질긴겁니까.」
「자, 잠깐 진정해. 이 사람 부상자잖아?! 아니, 것보다 당신 지금 굉장히 불온한 발언 안했어?」
「뭘 감싸는거야, 아가씨. 당신… 그녀석을 선택할 셈이야?」
「선택이니 뭐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나데시코, 나로는 안되는 건가……?」
「자, 잠깐만! 뒤에서 끌어 안지마……!」
「이런 난리통을 파고들어 뭘 멋대로 옛날 드라마 명장면같은걸 재현하려드는겁니까. 이 사람을 그리 허물없이 손대지 마십시오. 」
「아얏……, 자, 잠깐만! 당신들 진정해………!」
「그만둬, 너희들…… 싫어하고 있잖아. 나데시코의 팔을 놔.」
비숍과 젊은 두령이 제각기 나데시코의 왼쪽 오른쪽팔을 잡아 당긴다. 좌로 갔다니 우로갔다리 물건취급 당해서 나데시코의 인내심은 한계를 돌파할것만 같았다.
「진정하는거다, 그대들.」
이 자리를 수습하기위해 명랑한 목소리를 낸 것은 지금까지 어디에 갔던건지, 혼자 싸움을 방관하고 있던 철학자다. 보통때라면 썩 의지가 될것같지 않은 그의 모습이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늠름해보인다. 그것 자체가 비상사태다. 나데시코는 그리 생각했다.
허나 좌우의 두 사람은 나데시코의 팔을 잡아 당기는걸 그만두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본 철학자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 소리를 높였다.
「손을 땐 쪽이, 친 어머니다!!!」
「하……………?」
한순간, 뚝하고 양쪽 팔을 움켜쥔 두 손의 힘이 느슨해졌다. 비숍과 젊은 두령은 서로 얼굴을 바주했다. 허나.
「뭐, 엄마는 아니고.」
「그렇군요. 지켜야할게 늘다니 사양입니다.」
철학자의 설득(?)도 덧없이 그들은 바로 다시 나데시코 쟁탈을 재개했다.
「핫…?! 그대들! 그 유명한 명재판을 모르는건가?! 알겠나, 정말로 나데시코를 생각한다면 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으니 한쪽이 손을 때고,」
「헛수고다…. 그녀석들에게 그런 양심적인 일 기대하지마.」
「아무래도 좋지만, 이 상황을 어찌 좀해줘!」
「얌전히 내 것이 되라구. 아 그치만, 뭐 드센 쪽이 내 취향이긴 하지만.」
「어쩌실겁니까, 나데시코씨. 당신이 여기저기 쓸데없이 웃음을 뿌리고 다니니까 이렇게 되는겁니다.」
「너희들, 그녀에게 뭘 하고 있지?」
등뒤에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듯한, 목소리. 그제야 나데시코를 구속하고 있던 힘이 스윽하고 풀리고 양쪽 팔이 해방되었다.
「킹………」
「비숍….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줄래?」
「보다시피. 그녀를 놓고 유심회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비숍이라면 당연한 일이죠.」
「그래. 하지만 왠지 평소때의 싸움과는 달랐었지. 그들은 우리들 정부에 대한 "인질"로서 그녀를 노리고 있었지만 조금전 보여준 너희들의 싸움은 그뿐만이 아닌 모양이였어.」
「그런건 내가 설명할것까지도 없이 당신이라면 알텐데요.」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 네가 그녀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의외입니까? 그것도 당신이라면 알고 계셨을텐데요.」
「예상은 했었어. 지금 이렇게 묻기전까지 확증은 없었지만.」
파지직,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한 불꽃이 튄다. 하지만 킹은 바로 비숍한테서 시선을 땐뒤, 이번엔 유심회쪽을 바라보았다.
「뭐야, 내부분열? 뭐, 우리한텐 딱 좋지만 말야.」
「내부분열같은건 안해. 그보다 지금은 너희들에게서 그녀를 때내 보호하는 쪽이 우선이야. 비숍, 얘긴 나중에. 우선 그들을 물리쳐야해」
「그렇군요…. 킹의 말씀 대로.」
「그럼……, 장난은 여기까지하고, 슬슬 진심으로 싸워볼까.」
「그녀를 건네주지않아. 그 누구에게도…….」
본인을 방치하고
지금 몇번째인지 모를 나데시코 쟁탈전이 다시 한번 시작됐다.
(도망치자………)
그들의 주의가 자신을 떠나있는 지금이라면, 도망칠 수 있을것같았다. 들키지 않게 살짝 뒷걸음친뒤, 나데시코를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앗……, 나데시코?! 어디 가는거야?!」
「몰라…! 이제 날 냅둬!!!!!!!!」
「잠깐, 아가씨!」
「나데시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무시하고 뒤돌아보지조차 않고 전력으로 질주한다. 그 뒤를 쫓아 그녀를 두고 싸우고 있던 남자들 역시 달렸다.
「어라어라, 아무래도 정말 큰일이 난 모양이로군요.」
술래잡기하고 있는 집단을 멀리 바라보며 루크는 홀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상황을 만들어낸 원흉은 수습되지않는 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아아, 어쩔거야, 저거. 원래대로 돌아오는거야?」
「괜찮아요. 지속성이 있는것도 아니니 내버려두면 머잖아 낫겠죠.」
「나으면 나은데서 또 다른 전쟁이 될것같은데.」
「그쪽은 제 탓이 아니죠. 게다가 제각기 약에 현혹되었을때의 기억도 불분명해질테니 말이고요. 그치만… 슬슬 효과가 떨어져도 될 시긴데.」
「분량을 잘못한거 아냐?」
「음. 그럴린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뭐, 애당초 그녀에 대해 뭔가의 호감을 지니고 있었기때문에 효과가 나타난거니까. 약 효과가 떨어져도 오늘 일로 뭔가가 싹트거나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더 성가시잖아. 것보다 왜 너한텐 효과가 없는거야. 뭐, 너니까 분명 자기한테만 안듣도록 손을 써 뒀겠지만.」
의심쩍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개구리에게 미소를 보인다. 멀리 떠들석한 소리를 들으며, 루크는 중얼거렸다.
「글쎄, 어쩔려나요. 그런 수단을 쓸필요도 없이 제겐 아직 듣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아직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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