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점심시간이 됬을때 쿠죠 나데시코는 문득 깨달았다.
(리이치로랑… 타카토가 없네…)
쉬는 시간이 되면 으레 셋이서 잡담하는 하는게 일상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쉬는시간때마다 카이토도 리이치로도 냉큼 자리를 떠나 어디론가 가버린다.
둘과 얘길 나누지 못한다고해서 딱히 큰 문제가 있는건 아니지만….
언제나 인기인인 카이토라면 그렇다쳐도, 만사 귀찮아하는 리이치로가 쉬는 시간마다 없다니.
평상시와 다른 뭔가가 느껴져서, 나데시코는 조금 기지개를 펴듯이 교실을 둘러보았다.
(역시, 없어)
급식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됨과 동시에 두사람은 또 쏜살같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하지만 찾으러 갈 정도로 볼일이 있는건 아니다.
나데시코는 읽다만 책을 꺼내, 우아하게 쉬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다음은 교실이동 수업인데, 뭘하는걸까……)
하지만, 점심시간이 끝날 시간이 되어도 두 사람이 돌아오는 기색은 없다.
작게 한숨을 쉬고, 다음 수업 준비를 한뒤, 나데시코는 복도로 나가보기로 했다.
****
「아…, 있다.」
복도 끝에서 타카토와 리이치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같이 있는건 나카바와 마도카다. 방과후에 있을 과제 얘기라도 하고 있는걸까.
「아, 나데시코짱?! 자, 잠깐만 스톱!!」
「에?」
눈이 맞았다고 생각한 순간, 나카바가 급박히 외쳐서 나데시코는 우뚝하고 멈춰섰다.
동시에 리이치로와 타카토도 초조한듯 입을 다문다. 마도카는… 표정이 변하지않아서 잘 모르겠다.
게다가 나카바가 다급히 뒤로 뭔가를 감춘것처럼 보였는데… 기분 탓일까.
「왜?」
「아, 아냐. 아무것도. 그치, 나카바.」
「아, 타카토군. 으, 응. 아무것도 아냐.」
「그래……?」
「그것보다, 무슨일이야? 나데시코.」
「무슨일이 있는건 아닌데…… 다음은 다른 교실에서 수업하는데 타카토랑 리이치로가 안보이니까,」
「아, 그래? 마침 나카바한테 볼일이 있었어. 이제 교실로 돌아갈께.」
타카토가 환한 미소로 말한다. 그 웃음은 평상시처럼 상냥하긴했지만, 다소 위화감이 있다.
(타카토…, 뭔갈 숨기고 있는건가?)
본능적으로 그걸 깨닫자, 나데시코는 미간이 찌푸렸다. 과제 멤버끼리 모야 뭔가 비밀얘길하는건 이상한게 아니다. 나데시코가 그걸 책할 것도 없지만, 뭔갈 숨기는것관 어울리지 않는 카이토조차 미묘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게 신경쓰였다.
「것보다……, 너. 얌전히 교실에서 기다리진 못하는거야? 일부러 찾으러 올 필요까진 없잖아.]
그리고 궁극적으론 소꿉친구의 이 한마디다. 언제나 비꼬는 말투라곤 하지만, 울컥했다.
「어쩌다 보이니까 말을 걸은것 뿐이야. 방해해서 미안.」
「에, 저기…… 나데시코?」
오는 말에 가는 말이라고, 무심코 반응해버렸다. 그리고 반응해버린이상 솔직하게 굴수도 없다. 카이토의 부름을 못들은척하며, 나데시코를 휙하니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음……? 오오, 그대들, 모두 모여 무슨 일이냐.」
「옷, 대인! 겨우 왔네. 늦어~! 이제 점심시간 끝난다구.」
「늦다…? 나카바, 그대. 내가 그대와 뭔가 약속이라도 했었나?」
「했고말고! 점심시간에 우리반으로 오라고 했잖아!」
「나카바의 말을 잊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허나………, 대인님. 오늘 저도 거듭 말해뒀을텐데,」
「흠…? 아아, 그런가.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 그런 얘길 했었지. 나데시코의――――」
「우와아아악!! 스톱!! 대인, 잠깐 셧업!!」
「으읍… 뭐가 어째다거냐」
나카바가 안달하며 슈야의 입을 막아, 질질 교실로 데려간다. 마도카도 그 뒤를 따라 가버렸다.
떠날 타이밍을 놓친 나데시코는 미간을 찌푸린체 카이토와 리이치로를 바라본다.
리이치로는 변함없이 차가운 얼굴로 눈을 피하고 있고, 카이토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대체 뭐야…?」
「별로. 너랑은 상관없어.」
「그게 뭐야.」
「리이치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돼. 나데시코, 경황없어서 미안. 다음 수업, 음악실이였지? 가자.」
「………」
리이치로의 변함없는 신랄함은 그렇다쳐도, 타카토까지 중요한 건 말해주지않는다.
그 사실에 나데시코는 조금 가슴이 아픈걸 느꼈다.
조금전 슈야가 뭔가를 말하려한걸 나카바가 막은건, 분명히【 나데시코】에게 들려주고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정도는 바로 깨달았다.
그렇다면 그건 자신만【때놓은】게 된다.
(뭐든지 얘기해 달라던가하는건 아니지만……)
남자아이들밖에 모르는 얘기도 분명 있겠지. 타카토는 원래부터 사교성 있는 타입이라 과제와는 별개로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도 위화감은 없다.
다만, 거기에 슈야나 리이치로같은 멤버까지 엮이게 되면.
(나만 소외됐단 뜻?)
그 무엇보다 자신이 다소나마 쇼크를 받았단 사실에 나데시코는 놀라워했다.
***
「저기…, 어떻게 생각해?」
그건 5교시가 시작되기 직전.
나데시코가 말을 걸었던 상대는 그녀의 손바닥에 얹힌 토끼인형이다.
음악실은 넓어서, 구석자리에 있으면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수업이 시작되기전이니까 실내는 매우 떠들썩했다.
그 틈을 타서, 나데시코는 남몰래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보았다.
「에? 좀전의 타카토군의 태도말입니까?」
「응.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
「우음…. 장난칠거라도 생각하고 있는거 아닐까요~?」
「리이치로까지 같이? 그닥 상상이 안가는걸.」
「뭐, 즐거워보이니까, 나쁜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렇지만…」
「하앙~ 혼자 따돌리니까 쓸쓸하신겁니까?」
「그렇게 어린애는 아냐…. 그냥 카이토나 리이치로까지 같이인게 신기하다해서」
「괜찮습니다~. 나카바군이나 마도카군은 몰라도, 그 두사람이라면 당신이 싫어할만한 짓은 절대 하지않겠죠.」
「그렇긴…한데,」
「신경쓰인다면 좀더 추궁해 보면 되잖습니까?」
「응…」
그렇다곤해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질 일은 아닌것같다.
평상시엔 신경도 안쓰는일이 왠지 신경 거슬리게 되는 일은 보통 있다. 타이밍이 나쁘다고해야하나. 그런 작은 일로 오기를 부리는것도 자신의 어린애같은 구석을 상징하고 있는것같아서 왠지 싫었다.
「아, 수업 시작하는것같군요~」
그 목소리를 신호로, 대화는 끊어졌다.
**
하늘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교실에 비쳐들어오는 저녁햇빛이 하루의 끝을 고하고 있었다.
(벌써 돌아간걸까…)
아무도 없는 교실에 홀로.
아무리 기다려도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않고, 어쨌든 기다리고 있기만하는건 심심하다.
부르러 올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했는데 좀처럼 누군가가 올 기색은 없다.
(모두 나같은건 잊어버린건가?)
지금까지 이런식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타인에게 기대하는것도, 자신이 과도하게 기대받는것도, 나데시코를 둘러싼 환경과는 인연이 없는 것이였다.
가문에 부끄럽지않는 성적을 따내고, 그 나름의 프라이드에 걸맞게 진지한 생활을 하며.
풍파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사람과 사귄다.
그걸로 충분했을텐데.
심심하다고 생각할지언정 자신의 의지로 그것을 바꿔보려는 생각은 않았다.
(리이치로 역시 그랬지)
붙임성없는 소꿉친구는 그녀 이상으로 사교성이 없다.
그 역시 주위와의 관계는 나데시코의 일상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리이치로는 지금 자신의 옆이 아니라 새로이 생긴 친구들과 나름대로 즐겁게 보내고 있다.
(왜 이렇게… 답답한걸까_
뜻때로 되지않는 기분에, 책상에 엎어눕는다.
그러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귀에 닿았다.
「어라, 쿠죠양?」
「카가 선생님…」
고개를 들자 문 앞에 담임인 카가 아키라가 서있었다.
「혼자입니까? 과제는 어떻게된거죠?」
「오늘은 늦게 오래서…」
「늦게 오라고…?」
방과후, 수업이 끝난 직후였다.
오늘은 과제가 있는 날이라서 평상시처럼 타카토와 리이치로와 함께 상담실로 향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오늘 과제는 준비에 시간이 걸리니까, 전 교실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아아, 그랬습니까…」
「저도 도우겠다고 말했지만… 됐으니까, 라니. 게다가, 나만.」
「준비하는데 이렇게나 걸리는건가요? 기이하군요.」
「그렇죠…? 그렇게 준비가 필요한 과제는 없을텐데」
「하지만, 그렇다고 쿠죠양이 얌전히 기다리는것도 신기한 일이군요.」
「우………」
쓴웃음이 들리자 화악하고 뺨에 열이 올랐다. 왠지 굉장히 부끄러운 기분이라 고개를 든다.
카가에게 뭔가 반박하기위해 고개를 든 시선은, 그의 표정을 보고 굳어버렸다.
그는 매우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돌리는것도, 동정하는것도 아니라.
무언가를 꿰뚫어보는듯한, 그저 자애로 가득찬 온화한 표정이였다.
「사정을 얘기하지도 않고 혼자 남겨졌으니 쓸쓸한건 당연한겁니다.」
「쓸쓸하단 소린, 안했어요.」
「후훗, 그렇군요.」
카가는 쓴 웃음을 지으며 의자에 앉아, 교단위에서 깍지를 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기울인뒤 교사의 얼굴로 입을 연다.
「쿠죠양, 문제입니다.」
「네……?」
쾌활한 그의 말에 나데시코는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카가 아키라란 교사는 쾌활한 건지【단순히 태평】한건지 잘 모르겠다.
「과제 멤버 중에 거짓말쟁이가 하나 있다면, 누굴까요?」
「하아??」
「덧붙여, 이건 과제의 변외편입니다. 수업의 일환으로서 착실히 대답해주세요.」
「말도안돼요, 선생님. 뭐든 수업의 일환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는건가요?」
「하핫, 조금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지금의 쿠죠양에겐 필요한 질문입니다. 잘 생각해주세요.」
「………」
온화하지만 이의를 따지지않는 말투에 나데시코는 말이 막혔다.
뭐, 혼자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봤자 한가한건 확실하다.
선생님이 수업의 일환이라 말했으니 분명 뭔가 의미가 있는 질문이겠지.
(거짓말쟁이가 하나? 과제 멤버중에?)
카이토는… 거짓말을 하지않는다. 오늘처럼 뭔가를 숨기는일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을 상처입히는 거짓말은 절대 하지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리이치로는 말할 필요조차없다. 가끔은 거짓말로 포장하는게 좋지않나 싶을 정도로 직구니까.
솔직하지않는 말은 많지만 그건【거짓말】과는 다른 부류란걸 알고 있다.
나카바도 마도카도, 거짓말을 할 타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든 나쁘든 자신에게 솔직한 부분이 특징이다.
그리고… 분명히 슈야도 토라노스케도. 나데시코한테 그들은 어디까지나【솔직】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마이페이스인지라 곤란해했던적은 많아도, 의심함적은 없다. 마음에도없는 말, 사탕발림이나, 아부. 그런것과는 인연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함께 있어 즐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것 역시 진실이였다.
「없습니다…」
카가 선생의 진의는 모르겠지만, 이게 누군가 하나를 맞춰야할 문제라면 정답은 아니겠지. 하지만 나데시코는 과제 멤버 중 누군가 하나가 거짓말을 할것처럼 보이진않았다.
신뢰,와는 좀 다르다. 그저 그들의 솔직한 점이 나데시코가 호감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ㅡ 나데시코가 조용히 답하자, 카가는 부드럽고 상냥한 웃음을 보였다.
「그렇죠.」
「네…?」
「선생님도 그리 생각합니다. 쿠죠양, 당신을 포함해서 모두, 남을 상처입힐만한 거짓말을 할 아이는 없죠.」
「에. 그럼, 좀전의 문제는……」
「그럼, 두번째 문제입니다.」
「아, 잠깐만요……」
방긋방긋, 변함없이 상큼한 미소로 카가는 다음 문제로 넘어가버린다.
결국 좀전의 질문의 답은 알지 못했다.
「과제 멤버 중에 뭔가를 숨겨 쿠죠양을 슬프게할만한 짓을 할 사람은 있다고 생각합니까?」
「…………」
그 말을 듣고 바로 깨달았다.
자신이 오늘 과제 멤버들의 행동에 적지않은 불만을 지니고 있었단것.
그 불만을, 아니, 쓸쓸함을 눈앞의 담임은 꿰뚫어버렸단것도.
그리고 카자 선생의【문제】는 나데시코의 마음을 정리하기위한 유도심문같은 것이였다.
적잖이 어린애취급 당하고- 실제로도 어린애긴하지만 - 있단걸 깨닫자, 약간 부끄러워진다.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즉답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괜찮겠네요.」
「카가 선생님… 저기,」
「사정이 있는거라면 물어보면 착실히 답해줄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말이에요.」
「아마, 라고 말하면 안되는거 아닌가요……?」
「아하핫. 그건 선생님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잠시 많을 끊고, 카가는 나데시코의 눈을 직시하며, 부드러운 미소에 진지한 색을 덧붙였다.
「쿠죠양이 그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 그들도 쿠죠양을 소중히 여길겁니다. 그것만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답니다.」
ㅡ 그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
그말에, 나데시코는 새삼 자신이 과제 멤버란 동료들을 특별히 여기고 있단걸 자각했다.
동시에 자신이 그에 대한 확증을 원하고 있단 것도.
「어이, 뭐하는거야?」
그때, 둘밖에 없는 교실에 끼어들어온건 의외의 목소리였다.
「이런, 사이온지군. 신기한일이군요. 당신이 이런 시간까지 남아있다니. 혹시, 과제를 할 맘이 들었다던가?」
「시꺼. 너랑은 상관없잖아.」
「아니아니, 당신도 특별수업 멤버니까. 선생님한텐 상관있습니다.」
「칫……, 어이, 너. 잠깐 와봐.」
「에, 나?」
「너 말고 누가 있는데. 내가 이 선생을 불러낼리 없잖아.」
빨리 와, 라는 재촉에 나데시코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토라노스케는 아무말도없이 몸을 돌려, 그대로 복도로 나가버린다.
「아, 카가선생님. 그, 고맙…습니다.」
「아뇨. 전 아무것도 안했답니다. 다녀오세요, 쿠죠양.」
손을 흔드는 카가 선생에게 고개숙여 깊이 인사한다. 토라노스케의 제촉을 받으며 나데시코는 교실을 뒤로 했다.
ㅡ 그녀가 떠난뒤.
교실을 물들이는 붉은빛을 조금전보다 선명해졌다.
주위에 울러퍼지는 가을 특유의 바람소리와, 교실에 놓여진 시계의 초침이, 시간을 새기는 소리.
「고마워…라, 내가 들어도 될 말은 아닌걸.」
혼자 남겨진 카가 아키라의 표정은 등뒤의 저녁햇살에 비쳐 흐릿했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이 봤다면 그건 역시, 온후한 웃음으로 보였겠지.
「거짓말쟁이가, 하나. 있다면, 그건ㅡ…」
혼자,
누구에게도 들리지않을 중얼거림은, 저녁노을에 녹아 사라졌다.
***
「저기, 어디로 가는거야?」
「아? 상담실이야. 불러오라더라고. 참나. 왜 내가 이런짓을 해야되는건데~.」
「그건 즉… 과제 준비가 끝났단건가?」
「글쎄. 이벤튼지 뭔진 모르겠지만. 별거아닌일갖고 날 끌어들이지말라고.」
「이벤트? 혹시… 너도 카이토랑 다른 얘들이 뭘하려하는지 알아?」
「…………」
토라노스케가 우뚝 복도 중간에서 걸음을 멈춘다.
나데시코보다 조금 보폭이 큰 그를 쫓아가고 있던 탓에, 고꾸라질뻔했다.
「녀석들…, 이놈이고 저놈이고 널 좋아해.」
「하아…?」
「뭐랄까, 보고있음 싸해진다니깐. 카노 녀석도 참 안절부절못하겠지.」
「무슨 뜻이야? 왜 리이치로가 안절부절못해?」
「자각없는거냐…. 뭐, 모른다면 됐어.」
「된거 없어. 제대로 설명해줘.」
「귀찮게시리. 박정한게 아니라면 그냥 기뻐해주면 되는거 아냐?」
「????」
다시 걷기 시작한 토라노스케를 뒤따라가며 별거아닌 대화를 계속 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두 사람의 걸음은 상담실앞에서 멈췄다.
실내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건 그들이 아직 남아있단 증거다.
마음 어디선가, 혹시나 정말 잊혀져버린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데시코는 작게 안도했다.
「앗, 나데시코 왔다! 토라군, 제대로 데려와줬구나! 대단해!!」
「네놈, 남을 쫄따구인양 부려먹었겠다. 수고비, 내놔. 」
「나카바에게 돈을 뜯으려들다니, 무슨 심보입니까. 공갈로 고소하겠습니다.」
「아앙? 배짱좋구만. 해봐.」
「원래부터 나데시코양을 데려오는 역할을 갖고 싸우는걸 보다 짜증나서 직접 자처한건 당신입니다.」
「난 빨리 가고싶다구. 그런 답답한 일갖고 시간을 뺏기다니 말도 안돼지. 」
「당신 의견은 관계없습니다. 나카바가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따라주세요.」
「좋아, 하급생. 잠깐 밖으로 나와라.」
「자, 잠깐, 마도카, 토라군! 느닷없이 싸우지마!!」
상담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마도카와 토라노스케가 싸움을 시작했다.
이 두사람, 의외로 상성이 안좋은걸까. 그런걸 느긋히 생각하면서, 나데시코는 평상시와 다르게 장식이 되어진 실내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뜬다.
큰 장막이나, 종이로 만들어진 꽃, 어딜 봐도 뭔가를 축하하기 위해 준비된듯한 내부 장식이다. 유감이지만, 장막에 쓰여져있는 글자는 너무 더러워서 읽을 수 없다.
「뭐야…, 이거. 무슨 일있어?」
「나데시코. 기다리게해서 미안. 이쪽으로.」
「하아……, 이제 겨운가. 준비에 시간이 너무 걸렸잖아.」
조금 면목없어하는 타카토와 그건 이쪽의 대사아냐?하는 말을 내뱉고싶은, 리이치로의 말.
나데시코는 영문도 모른채, 타카토의 손에 이끌려 그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자. 마도카, 토라군! 나데시코짱이 왔으니까, 축하해야지! 주역을 냅두면 안돼!」
「축하…?」
「그렇다, 나데시코. 오늘은 그대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였겠지? 모두, 애써서 준비를 한거다.」
「슈야…? 내 생일, 오늘이 아닌데,」
「뭐라고……?!」
(에? 생일? 뭐야, 이거)
나데시코는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상담실 중앙에 있는 책장에 케이크가 놓여져 있는걸 발견해버렸다. 조금전 슈야에게 고했듯, 자신의 생일은 오늘이 아니다. 하지만 생일이라고 착각하고 준비해준건가?
「진짜! 대인! 오늘은 나데시코짱의 생일이라서 모인거 아냐!」
「음? 그랬었나?」
「아… 슈야의 착각이였구나. 그치만, 그럼 뭘 축하하는건데?」
「그건, 음… 그게 말야, 그…?」
「그대도 생각못하는건가.」
「그, 그럴리가! 그렇지, 마도카!」
「확실히 처음엔 가을이라서 군고구마 파티를 해야한단 얘기였습니다.」
「그렇지! 그랬어! 가을은 뭐든 맛있으니까!」
「그것과 날 축하하는건… 무슨 상관이있는건데?」
「음? 어라? 상관없어 보이는데, 마도카.」
「그렇군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어찌어찌 연결됩니다.」
「어찌어찌 연결되서 어쩔건데……」
「그게, 그래서말야. 음, 아아앗~! 대인, 먼저 케이크 먹으면 안된대도!!」
「대인님은 냅두면 뭐든 먼저 먹어버리니까요.」
「…………」
(머리………, 아파)
너무나도 평상시나 다름없는 소란스러운 모습에 나데시코는 두통을 느끼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조금전까지 뭐라 말할수없는 쓸쓸함에 고민했던 자신이 바보같다.
그렇게 생각할정도로 그들은 평상시와 다를바가 없었다.
「아하하. 미안, 갑자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데려와서.」
「저녀석들, 역시 최종적으로 뭘 축하하려한건지 잊어버렸군.」
「타카토, 리이치로. 대체… 무슨 일이야?」
「그게 말야, 실은 나카바와 마도카의 말도 그닥 틀리진 않은데,」
「군고구마 파티?」
「응. 처음엔 가을이왔단 얘길했었어. 그래서 먹거리가 맛있는 계절이니까 파티를 하고싶단 얘기가 됐지.」
「그리고 왜인지【그런거라면 뭔가 같이 축하하자】하자는 말을 나카바가 꺼냈어.」
「왜 그렇게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
「나도다.」
「아하핫. 응, 뭐 그래서 말야. 모두 같이 생일 파티같은걸 할수있음 좋겠다~하는 얘기가 됬는데, 유감이지만 곧 생일인 아이가 없어서,」
「거기까진 타카토와 나카바가 어제 과제할때 잡담섞어 말했던 얘기인 모양이다. 그래서 왠진 모르지만 나한테 말해왔다.」
「리이치로한테? 그러게…, 리이치로가 그런화제에 처음부터 끼여있단건 위화감이 있는걸.」
「어이. 뭐…, 그래서. 뭔가 축하할만한 일이 최근에 없는가하는 말을 들었는데,」
「리이치로한테 들었어. 나데시코가 수학검정 준2급에 합격했다고.」
「에…………」
(아…, 그러고보니, 그런일도 있었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랄까, 거기로 얘기가 이어질줄 생각도 못했다.
아니, 합격했을땐 나름 기뻐했던건 기억하고 있다.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황도 없었고,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다망한 아버지가 칭찬해줄리도 없다.
합격표를 받아서 만족해버렸단게 진심이다.
(그럼… 즉)
「지금까지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즉 뭔가 파티를 하고 싶었는데, 거기서 마침 내 수학검정 함격얘기가 있었단거?」
「우…. 음, 그렇게 말하면 그렇긴한데.」
「뭐, 그래. 단순히 소란피울 구실이 필요했던것뿐이잖아, 이녀석들. 조금전에도 목적을 잊었었고.」
「어차피 할거라면 놀래키고싶고, 서프라이즈로하고싶단 얘기가 되서,」
카이토가 곤란한듯 웃는다.
의미모를 전개에 아연히 바라본 그 쓴 웃음은, 어딘지 본기억이있는 것이였다.
ㅡ 맞아, 조금전 카가 선생이 띄웠던것과 같은 종류의 것.
상냥하고, 온후하고, 친근함 담긴 그 눈동자는, 진실로 나데시코를 생각해주는 것이다.
「저기…, 나데시코. 화났어?」
「하아…. 화 안났어. 축하해주려한 마음은 기쁜걸.」
그건그렇고 실로 사람 놀라게하는 얘기다.
일의 전말을 알자, 나데시코는 자신의 사고가 냉정해지는것을 느꼈다.
(나답지도 않았어. 왜 갑자기 불안해진걸까.)
ㅡ 사실은, 어떤 이유든지, 매우 기뻤다.
혼자 소외된게 아니란것도, 자신을 생각해서 준비해줬단 사실도.
그 무엇보다도 그들의 원안에 들어가있는 게.
(귀찮은건 확실하지만…… 그치만,)
너무나도, 따스하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바보같고, 요란스러워서, 자신이 쬐그마한 존재란걸 깨달아서.
ㅡ 너무나도 겸연쩍어진다.
나데시코는 아무도 모르개 살짝 웃었다.
「모두들, 고마워. 그 케이크. 나카바가 만든거지? 먹어도 될까?」
「아, 응! 물론이야! 대인이 조금 손댔긴하지만, 사수했어, 나데시코짱!」
「그렇지, 생각났다. 오늘은 그대가 어른의 계단을 하나 오른 것을 축하하는 날인가, 나데시코.」
「뉘앙스가 조금 다르지만, 확실히 나데시코양이 뭔가의 시험에 합격한걸 축하하는 날입니다. 축하합니다.」
「고, 고마워.」
「그런데 나카바. 케이크의 반이 사라져 있습니다만.」
「에, 에에엑?!! 어째서?!」
「조금전, 토라씨가 사나이답게 갖고 가버렸습니다.」
「잠깐, 마도카~!?! 왜 안 막은거야?!」
「죄송합니다. 막고싶지 않았던지라. 그 사람이 있으면 귀찮아집니다.」
「그런 말하면 못써. 토라군도 멤버의 일원이잖아!」
「일단… 모두 진정하고 앉아서 먹지않을래?」
혼돈상태에 빠진 자리를 진정시킬때까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즐겁다곤 하지만, 이 도무지 수습되지않는 분위기는 어찌 좀 안되는걸까, 하고 나데시코는 역시나 머리를 싸매고 싶어졌다.
ㅡ 겨우 자리가 진정된뒤, 멤버는 케이크를 먹으며 담소로 꽃을 피웠다.
그건 평상시처럼, 도무지 정리되지않는 대화뿐이긴했지만. 나데시코는 자신이 상당히 익숙해져버렸단것도 자각한다.
지금이 소란스러움이, 안심할 장소가 되어버린것도 사실인것이다.
「저기, 나데시코. 저기…, 미안.」
ㅡ 문득
옆자리의 타카토가 갑자기 꺼낸 말에, 나카바 특제 케이크의 부드러운 스폰지와 약간 시고도 달콤한 딸기를 맛보고 있던 나데시코는 눈을 깜빡였다.
「응? 왜 사과하는거야…, 타카토?」
「쭉 뭔가 감추고 있는것같아서, 기분나쁘지 않았을까해서. 점심때도, 나【아무것도 아냐】라고 거짓말 해버렸고.」
「…………」
추욱,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과하는 타카토는 실로 미안해 보였다.
어째서 자신은 혼자 불안해졌던걸까. 문득 자조하고 싶을 정도로 진지한 타카토의 모습에 나데시코는 다시 쓴웃음을 지었다.
「후훗……」
「나데시코?」
「그런거, 거짓말 축에도 안들어가. 괜찮아, 고마워. 타카토.」
「너, 화 안내는거냐…?」
「에? 리이치로?」
「뭔가 숨겨서 화냈었잖아.」
「그건…, 그치만, 이런 사정때문이었는걸.」
「아닌척하긴. 불만한가득한 얼굴 했던 주제에.」
「리이치로의 말투도 잘못이라고 생각해. 얼머무리는것도 없이 한결같이【너랑은 상관없어】라고만 말했는걸.」
「…………」
「뭐, 리이치로답지만. 능숙히 얼머무리는는건, 불가능해 보이는걸.」
「미안…」
「리이치로……? 왜그래? 열이라도 있어?」
「어이. 너 날 바보취급하는거냐.」
「후훗, 농담이야. 화 안났어. 리이치로도…, 고마워.」
「별로…」
분명 리이치로의 말도, 타카토와 마찬가지.【거짓말】을 한것에 대한 사죄겠지.
조금전 타카토와 함께 경위를 설명했을때도 느꼈다.
리이치로치곤 드물게 사정을 자세하게 보완해준것. ㅡ변함없이 솔직하지 못하다.
「케이크, 맛있어. 시험 합격하길 잘했다고, 지금 겨우 그런 생각이 드는걸.」
「단순한 녀석이로군…」
「다행이다. 네가 웃어주는게 난 가장 기뻐.」
「고마워…, 타카토.」
케이크의 달콤함, 그들의 떠들썩함에, 나데시코는 가슴이 따뜻해지는것을 느꼈다.
ㅡ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함보다도,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이 해준, 상냥한 거짓말을.
진심으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데시코는 지금 이 시작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하고 있다.
조용한 시간과 맞바꿔 얻은것은 소란스러움과, 두통이 일것만같은 귀찮음과,
ㅡ 그리고, 그 이상으로 흘러넘치는, 모두의 웃는 얼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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