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체를 넘어서 가라]
기념 노벨라이즈. 게임 공식홈
작자 : 토노 마마레(공식홈)
노벨라이즈 발매는 제반사정으로 인해 미뤄짐
코우쟈쿠(鵲雀) 천황의 시대.
쿄의 도읍은 귀신들이 날뛰는, 귀계(鬼界)의 도읍으로 화(化)해 있었다.
오오에산(大江山)의 대악귀, 슈텐(朱点)동자는 사악한 사기(邪氣)를 흩뿌리며, 도읍과 조정에 저주를 걸었다.
밤의 어둠이나 여기저기의 어둠, 강을 건너는 카모가와를 건너는 다리의 그늘 아래, 무너져버린 낡은 신사, 참배자도 사라진 쇠락한 절, 무너진 탑이 줄지어선 무덤, 도읍의 어둠이란 어둠은 전부, 악귀들의 터전이 되었다.
도읍의 중심부는 그렇다쳐도, 카모 일대나, 도읍의 대로 너머는 그 황량함이 심했다.
야음에 숨어있는 악귀들이 도읍의 위사들을 죽여넘겼기 때문에, 그 틈을 타 야적이나 산적들까지 흘러넘쳤다. 민초들은 물론이거니와, 궁궐 근처에 사는 귀족들마저도 안심하며 살 수 없는 밤이 거듭 되었다. 유괴는 횡행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몇명이나 유괴당해 사라졌다.
죄없는 그녀들이나 무고한 민초들의 피를 제물삼아, 수도의 사방에 차례차례 귀계의 성채가 나타났다. 상익원(相翼院), 구중루(九重楼), 토리이텐만궁(鳥居千万宮), 백골성(白骨城)……. 과거 천황을 지키는 신성한 성지기도 했으나, 신심을 잃은 지금에 이르러선, 전부 악귀들의 소굴이 되고 말았다. 그것들을 거성으로 악귀들은 몰려들어 밤마나 연회를 되풀이해, 이제 이들 악귀들의 점령지는 한낮에조차 어두침침하여, 위사들조차 다가갈 수 없는 위험한 장소가 되었다.
악귀들의 가장 큰 근거지 되는 오오에 산, 악귀들의 수괴되는 슈텐동자를 무찌르기 위해 두 사람의 무사가 그 곳으로 쳐들어 갔다는 소문이 읍을 나돈 것은 그 무렵의 일이였다. 그 두사람은 무운이 없어 슈텐동자에게 패배했으나, 그 대악귀, 슈텐에게 확실하게 일격을 먹여 그를 상처 입혔다고 한다.
음양료의 박사들은 하늘의 일곱별, 계도(計都), 라후(羅喉)의 위치와 합을 몇번이나 확인하여, 코우쟈쿠 천황에게 상소를 올렸다. 즉, 이번에 오오에 산으로 슈텐을 치러 갔던 무사들과 관계가 있는 자야말로 도읍을 구할 열쇠가 될 거란 것.
슈텐에게 패배한 두 사람의 피를 잇는 어린 아이가 있다는 걸 알게된 천황은, 그 피를 지켜보겠다는 칙명을 내림과 동시에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 요괴를 쓰러트릴 용자는 그 피에서 태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 한 사람의 아이로부터 시작되는 이 일족이야말로 미사사기(御陵) 일문.
이것은 앞서 빼앗겼던 것을 다시 바쳐올리기 위한, 그런 하찮은 이야기이다.
"이츠카, 이츠카 있어?"
"네, 와카구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와악!"
"아우"
문지방을 찧어 한쪽다리로 폴짝폴짝 뛰는 이츠카를 받쳐주기 위해 나는 달려갔다. 하지만 내 몸은 아직 작아서, 이츠카의 허리를 끌어 안는 게 고작이다.
결과적으로 둘이 나란히 다다미 위에 넘어지고 만다. 필사적으로 감싸서 후두부를 박는것만은 피했지만, 그 결과 이츠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정말, 와카구사님. 그런 곳에서 응석을 부리시면 안되시와요. 숙녀시잖아요"
"응석같은건 안 부렸어"
"이츠카의 가슴은 어떠신가요. 이츠카의 가슴은,"
그건 아니지만, 약 2주전까지 천녀들의 보살핌아래 자라왔다. 딱히 특별한 관심이 있는건 아니지만 꽤나 애지중지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슴에 대해서는 꽤나 잘 안다.
"하아아, 부조리하네요"
어깨를 떨구는 이츠카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내 쪽이 이츠카보다 키가 작지만, 그것도 한달만이다. 지금의 나는 이츠카의 아이나, 나이차가 많이 나는 여동생으로 보이겠지만, 이 몸에 흐르는 신의 피는 내 몸을 성장시켜준다. 천녀 언니들의 설명에 따르자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이츠카의 언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보다 이츠카, 아버님은 어디셔?"
"어디실까요? 당주님, 못 찾으셨나요?"
"응"
나는 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ㅡ이라고 하나, 나와 아버님, 그리고 이츠카가 사는 저택은, 별달리 넓지 않다. 부지는 넓은 편이지만 외곽은 황폐해서 사람이 살만한 장소가 아니니까, 결국 맘 편히 살 수 있는 것은 모실인 서쪽 뿐. 그렇게 생각하면 봉당을 넣어도 찾을만한 장소는 한정되어 있다.
"강가에라도 가신걸려나. 와카구사님. 마중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응"
나는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연습용 나기나타(薙刀)를 안고 집을 나섰다.
죽림을 스치는 바람은 서늘하고, 청아했다. 짙은 녹음으로 채색된 머리위 하늘은 부드러운 봄빛이다.
우리들 가문은 도읍 구석진 구석에 있다. 집 주위를 에워싸 자라나있는 것이 이 죽림으로, 거기엔 잘 다져진 황토길이 동서로 뻗어 있다. 나는 죽림의 길을 기운차게 걸었다.
내 자신의 일이긴 하지만, 손발은 아직 가늘다. 흔히 있는 어린 부랑아들과 다를바 없다. 나는 여자니까 아버님같은 늠름한 몸이 필요한것까진 아니지만, 조금만 더 맵시있고 다 잡힌 몸이 필요하다는 둥둥,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면서 생각한다.
우리들――미사사기(御陵) 일문은 신의 피를 잇는 일족.
이 몸에 흐르는 피의 절반은 신의 것.
그러니까 이 몸은 탄탄하며 역병따위에 걸리지 않으며, 남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한다. 요괴들이 노리는 이 도읍을 지키며, 그들을 퇴치하는 것이 우리들 일문의 사명. 우리들은 그를 위해 신으로부터 힘을 내려받았다.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나는, 아무래도 평범한 어린아이와 다를바 없었지만, 천궁(天宮)에서 천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서 필요 최저한의 신체가 만들어지자, 지상에 있는 아버님한테로 보내졌다.
그러니까 나, 와카구사는 일문의 신참으로서 매일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소 방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천궁에 있었을때, 천녀들은 내게 매일같이 말했다. 미사사기 일문은 신(神)의 일문. 그 피에는 요괴를 조복하기 위한 힘을 감추고 있다. 작금 하계는 삼베처럼 거칠고, 개중에서도 도읍인 쿄는 요괴들에게 포위당해 산 지옥같은형국. 천황의 칙령을 받아, 요괴들과 싸우는 일족이나 사무라이 집단도 있으나, 그들은 인간의 아이. 아무리 노력해도 저급한 요괴를 토벌하는 것이 고작.
그렇기에 신의 피를 이은 우리들 미사사기 일문의 힘이 필요한거라고, 천녀들은 그리 말했다.
그것도 무리는 아닌 이야기다. 듣자하니, 요괴들의 힘은 엄청나다고 한다. 하급 요괴는 인간의 잠자리에 숨어들어 장난을 치는 정도의 힘밖에 없다고 하지만, 상급 요괴가 되면 거목을 찢어갈길 정도의 완력을 지닌 것, 앉은뱅이의 술법으로 백명의 사무라이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 사악한 저주로 궁궐에 역병을 뿌리는 것 마저 있다고 한다.
그만큼 턱없는 힘을 구사하는 요괴를 상대하려면, 신의 피를 잇는 일족이 필요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법이다. 아니, 아무리 신의 피를 이었다고 해도, 요괴의 힘을 직격으로 맞으면 위험하다고 천녀는 말했다.
힘을 단련하고, 기술을 연마하고, 무구를 모아, 그리하여 도달한 자기 구도의 끝에, 우리들은 요괴를 쓰러트리는게 가능해진다고 한다.
나는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총총걸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
요괴를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이 피에 깃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나는 두근두근 하고 만다. 그치만, 그렇잖아. 우리들은 선택받은 일족인 것이다.
천궁에서는 천녀 몰래, 나기나타를 연습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것은 어린애 장난이였겠지만, 신의 피를 잇는 우리 일문이, 도읍을 요괴들의 손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요괴들의 수괴에게 도전했다고 말하던 천녀의 이야기가 나를 크게 감명시켰던 것이였다.
그러니까, 실은 하계로 내려와 미사사기의 저택에 살게 되었을 때, 다소 실망했었다. 저택은 천궁에 비하면 마구간같이 좁고,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은 고작 셋. 그것은 즉, 나 말고는 이츠카와 아버님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츠카는 우리들의 삶을 보살피기 위해 와준 시녀라고 하니까, 미사사기 일문이란 요컨데 아버님과 나, 단 둘 뿐인 것이다.
요괴를 쓰러트리기 위해 신의 피를 얻은 우리 일문이, 고작 둘이라는 것은, 꽤나 쓸쓸하지 않은가. 나는 살짝 토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츠카의 설명을 듣고 곧 생각을 달리했다. 우리들 일문은 이제 막 생긴 일문. 나는 아버님의 첫 딸로, 앞으로 일문을 번성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그를 위해서 내가 천궁에서 이 도읍으로 보내진 거라고.
죽림을 빠져나가자 시야가 탁 트였다.
완만한 비탈은 느릿히 구부러져 강가로 이어져 있다. 반짝이는 이 흐름은 카모가와다. 폭이 넓은 강 중심부에 물이 흘러가는게 보인다. 지금은 가는 흐름이지만, 물이 늘어나면 제법 거친 강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강폭이 넓다.
도읍은 산으로 둘러쌓인 토지에 있다. 사방의 산에서 바람이 불어 내려 오지만, 지금은 서쪽의 샤몬산(沙門山)에서 녹음이 불어오고 있다. 아카바네텐진(赤羽根天神)님의 바람이다.
나는 그 바람에 이끌리듯, 카모가와 둑 북쪽을 향해 걸어갔다.
질질 끌듯 지니고 있던 나기나타(薙刀)는, 무게는 그렇다쳐도 너무 커서 불편하다. 그렇다곤 하지만 수련을 하기 위해서는 이 크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나기나타가 끌리지 않도록 고쳐 품은 다음, 앞을 재촉했다.
이 강을 따라 내려가면 도읍의 중심부로 들어선다고 들었지만, 이 일대에는 인기척이 없다. 그렇다고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둑 위에는 폭넓은 길이 잇다. 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카미가모(上賀茂)와 위쪽, 산으로 들어간다. 강에 땟목을 띄워 목재를 나르는 모습은 때때로 보고, 소 위에 짐을 실은 상인을 본 적도 잇다. 다만, 이 일대에 사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도읍은 황폐하여, 밤이 되면 도적뿐만 아니라 다수의 괴이들이 설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이 요괴다. 요괴가 날뛰는 탓에, 사람들은 도읍 외곽에 살 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걷고 있지만, 위사들에게 들키면 정체를 의심받겠지. 인간 어린아이가 걸어다닐 장소가 아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걸 걱정해봤자 별 수 없으니, 나는 아버님을 찾으며 둑 북쪽을 향해 나아간다.
봄 바람은 피부엔 차우나, 굉장히 부드럽다.
천궁에서 하계로 내려온지 2주.아무래도 매일을 무익하게 지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 몸은 아직 작아, 토벌 임무에 나서는 것이 무리라고 한다.
그건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신의 피를 이었다 하더라도, 아이는 아이다. 힘을 발휘할 수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놀면서 보내도 될리가 없다. 어린애기 때문에, 힘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훈련에 힘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천궁에서는 나 역시 다소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나기나타 정도는 휘두를 수 있다.
이 도읍으로 내려오기 전에는, 아버님이나 오라버니께 단련을 받을 생각이였으나(실제로는 오라버니는 없었지만). ㅡ그러니까 매일 아버님을 쫓아다니며 훈련을 시켜달라고 보채고 있으나 좀처럼 이 바램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님께서 바빠 집을 비우시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아버님은 뭐랄까, 몹시 별나신 분이라서, 나는 아버님을 잘 모르겠다.
아버님은 항상 카모가와 둑 위에서 드러누워서는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다. 요 2주동안, 거의 매일.
실은 아버님은 내 아버님이지만, 별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걸 생각하면, 나는 몹시 쓸쓸하고도 무거운 기분이 된다.
꾸욱 끌어 안은 나기나타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아버님은 내 아버님이니까, 아버님을 좀 더 알고 싶다. 나는 그런 기분을 쥐어짜내듯이, 자신을 격려하며 아버님을 찾는 일을 계속했다.
◆
"아버님"
"음"
너무나도 좋아하는 아버님을 발견한 것은, 예상대로 카모가와의 둑이였다. 슬슬 꽃망울져 있는 커다란 벚나무 아래서, 아버님은 드러누워 계셨다. 카리기누 차림으로 풀밭 위에 누운 아버님은 큰 대로, 태도조차 내팽겨친 상태였다.
대답은 돌아왔지만, 일어나주시진 않았다.
사실은 불평을 해 줄 셈이였다.
우리들 미사사기 일문은 도읍의 흉조를 제거하기 위해 존재하는 일문. 그 역할은 슈텐동자의 토벌. 이런 강가에서 하루종일 자고 있어서야 될리가 없다.
"아버님, 일어나 주세요. 대련을 부탁드립니다."
"대련이 아니라 수행이야."
"수행을 부탁드립니다."
"뭘 그렇게 서두르니?"
"저도 싸우고 싶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도"가 아니다. 왜냐면 나는 아버님이 토벌행에 나가는 것을 아직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걸 눈치챈건지, 빤히 이쪽을 보는 아버님께 다시 말씀 드린다.
"그, 저기. 아버님이 출진하실때 함께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입을 조개처럼 다문다.
"그때는 그때고. 딸이고 아직 몸도 작은 네가, 무리해서 단련해서 어쩌게. 그렇게 오래 기다릴 것도 없잖아? 눈깜짝할 사이에 키도 자랄테고, 무게도 늘거야. 느긋히 기다리면 되는데."
"무게라고 말하지 마세요."
"무게는 무게지. 체중이라고 말하란 거야? 그 체중 그대로 키가 크면, 삐쩍 말라서 미꾸라지 같은 몸이 된다?"
"음……. 그래도, 뚱뚱해지는 것같은 말투는 싫습니다."
"그런 소린 안했는데 말이지."
아버님은 태평하게 말한다. 그 시선은 카모가와를 넘어 야세(八瀬)의 능선을 향하고 있는 모양이였다. 변함없이, 한들한들 졸리신 표정이다.
하지만 대답해 주었다.
오늘은 조금 기분이 좋으신걸까? 나는 기뻐진다.아버님이 이런 식으로 마음편히 이야기를 해주시는건 드물다. 말수가 적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아버님이 약간 무섭다.
매일처럼 이렇게 둑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님을, 나 역시 매일처럼 찾아 온다. 아버님은, 조금 차가우실지도 모르나, 화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으니까 무섭다고 말하는건 실례라고, 살짝 생각한다.
하지만,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님은, 왠지 때때로 필사적으로, 그런 식으로 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아무리봐도 낮잠을 자고 있는것 뿐인데, 그것은 아버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무리해서 여기에 있는 것처럼. 내게는 그리 보인다.
하지만 이것들은 전부, 내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님은 내게 아무말도 해주시지 않으니까.
"아버님, 저기……"
"응?"
"이츠카가,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가."
나는 억지로 말을 이었다.
아버님과 나는 아직 함께 살기 시작한지 2주다. 게다가 나는, 하계라고 하면 저택과 이 카모가와 주변 정도 밖에 모른다. 필요 최저한의 일, 예를 들자면 말투나, 읽기쓰기, 도읍의 지명 등등, 요괴 퇴치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은 배웠지만, 실은 도읍에 있는 상점에 가본적 조차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님께 말을 걸 화제가 내게는 얼마 없다.
ㅡ 날씨 이야기.
ㅡ 요괴 이야기.
ㅡ 저택이야기.
그게 아니라면, 이츠카 이야기 정도 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헛수고였던 모양이다. 아버님이 먼 곳을 바라보며 건성을 대답한 뒤로, 이야기는 끊기고 말았다. 가지끝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척 하며, 곁눈질로 아버지를 관찰해보았다. 쪽색 카리기누에, 등색의 띄. 쇠로 만들어진 태도. 윤기있는 흑발은 묶고 계시고, 눈썹의 형태도 단정하다. 딸인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아버님은 상당히 멋지다.
아직 천궁에서 살고 있던 무렵, 떠들기 좋아하는 천녀로부터 아버님에 대해서 잔뜩 들어왔다. 아버님은 천녀 중에서도 제일로 인기 있는 화제 거리였다. 미남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만나 뵌 적 없는 어머님,히텐노마이코(飛天ノ舞子)도 미녀였다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반짝반짝 빛나는 커플이다. 천녀는 아버님도 어머님도 칭찬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아무 일도 않고 가만히 있는게 괴롭다. 이 몸은 사명을 위해 존재하니까, 가만히 있는 다는 것은 그 사명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괴로운 것이다.
나는 아버님이 좋다.
아버님과 힘을 합치기 위해 하계로 내려왔다.
아버님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른다.
"와카구사."
"네."
아버님은 나를 부르고 나서, 잠시 망설이듯 침묵했다.
"요괴를 퇴치하러, 가고 싶니?"
"네."
고개를 끄덕인 나를 보며, 아버님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사사기 일문은 요괴를 물리치는 일문입니다. 슈텐동자를 쓰러트리고, 도읍에 안녕을 불러오기 위해 신으로 부터 그 피를 받은 숭고한 일문이라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몸이 작은 고로, 요괴를 퇴치하러 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아버님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싶습니다."
미사사기 일문은 무가의 일문.
그러니까 여자라 해도 기술을 단련하세요.
나는 배운 대로, 아버님께 대답했다.
"피곤할 것 같아."
무책임하게 중얼거리는 아버님께, 나는 약간 울컥한다.
아버님께 훈련을 부탁하면, 이런 식의 답변이 돌아올때가 있다.
"아버님은 약으십니다. 아버님은 게으름뱅이가 아닌데, 왜 저를 훈련시켜 주시지 않는 겁니까."
"아직 일러"
"요괴와 싸우는데 늦고 이르고 하는건 없습니다."
아버님은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몹시 곤란하다.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뭣하나, 나는 요괴퇴치 이외의 일은 전혀 모른다. 요괴퇴치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쓸모가 없는 존재로, 아버님의 곁에 있을 의미가 없다.
나는, 역시 아버님을 모르겠다
처음 이 저택을 찾았을때,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아버님이 내 아버님이라는 것을 알았다.
태어나 천궁에서 자라, 그곳의 천녀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며 아버님을 만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었던 나는, 단번에 행복해졌다.
이걸로 시작이다. 이걸로 전부 문제없다. 나는 까닭없이 그리 생각한 것이다.
그래, 까닭없이.
그때는 모든게 충만한 기분이였지만, 함께 살고 보니 모르는 것들 투성이였다. 아버님이 어떤 기분인지도, 무얼 생각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님은 나를 피하는건 아니지만, 특별히 함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였다. 굳이 따지자면, 정신이 다른데에 가 있는걸로 보였다.
ㅡ 아버님의 아버님이나, 아버님의 어머님을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이츠카는 그런 식으로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아버님게도 아버님이 있는 모양이다.
이름은 켄타님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내 쪽에서 보면, 할아버님. 할머님은 오린님.
아버님은 양친을 슈텐동자와의 싸움에서 잃었다고 들었다. 나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괴로운건지도 모른다.
아버님의 양친도 아버님도, 신의 피는 없다.
그러니까 슈텐동자에게 당해버린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의 아이니까, 아버님이나 도읍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아버님이 웃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아버님께 미움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체온이 끝없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그건 곤란하다. 오직 단 둘 뿐인 일문인데, 그건 싫다.
나는 말없이 강가로 내려가, 나기나타를 칼집에서 꺼내 신중하게 한가운데를 쥔다. 과녁을 상대로 비스듬히 신체 측면을 보이도록 거며쥐고, 나기나타의 칼날을 전면에 둔다. 자세의 이름은 모른다. 천녀의 눈을 피해 나무봉을 휘두르고 다닐때 몸에 익힌 것 중의 하나다.
이 나기나타는 2척 3촌. 내 손에 넘칠 정도로 크다. 나는 피의 힘이 있으니까, 무게는 무시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크기만은 아무래도 안 된다. 그렇기에 중심이 중요하다. 그 길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언제나 중심을 잡고, 비스듬히 쥔다.
이렇게 나기나타를 쥐고 있으면 몹시 휘두르고 싶어진다. 무기를 들고 있으면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그래선 결코 안되는 것이라고, 나는 내 자신의 마음을 바짝 다잡는다.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마지막이다. 밤톨 크기의 돌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강가 위에서, 나는 발놀림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움직이는 쪽은 적당히. 그럼에도 10일 이상 계속 되면, 해선 안될 일 정도는 알게 된다. 전방으로 내놓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리면 안된다. 후방의 왼쪽 다리로 움직인다.
반 보 정도되는 그 움직임을, 발가락에 모은 힘으로 가속시킨다.
앞으로 한발짝, 뒤로 반발짝. 오른쪽 앞으로 움직이고, 왼쪽 뒤로 물러선다. 아니면 왼쪽 앞으로 나아가, 오른쪽을 열며 물러선다. 눈 앞에 커다란 요괴가 있고, 그 요괴를 향해 나기나타를 찔러넣을 요량으로, 강가 위에서 움직인다.
그렇게 꽤나 시간이 지나, 부드러운 바람이 문득 뺨을 어루만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시선을 들자,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아버님이 있었다.
아버님은 역시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왜?"하고 말을 걸어 줬지만, 나로서는 "아무일도 아닙니다"하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님 말고 달리 누군가 더 있었던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였던 모양이다.
"돌아가자"
아버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봄의 저녁은 아직은 이르게 온다. 바람이 차가워졌다.
"와카구사"
"네"
"이르다고 한 것은 말이야, 요괴와 싸우는걸 말한게 아냐"
아버님의 목소리는 저녁놀빛에 녹아 보이지 않게 된다.
나는 아버님의 그 말 뜻을 모른채,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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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 노벨라이즈. 소설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제반사정으로 미뤄진게 섭섭하네요. ^^ 그리고 은근슬쩍 길었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