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뮤, 아직도 못 정한건가?」 자기 몫만 산다면 카뮤를 두고 먼저 갈 생각이였지만, 리리스 몫도 산다고 한다. 별수없이 카뮤가 과자를 살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지만,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나유타의 말을 가로막으며 카뮤가 선제공격한다. 나유타는 마을 사람 하나에게 물었다. 머뭇거리는 주민의 모습에 나유타는 미간을 찌푸렸다.
◆ ◇ ◆ ◇ ◆
나유타는 얼굴 옆에서 날고 있는 카뮤에게 물었다. 「몬스터일까…?」 두 사람의 몸이 딱하고 멈춘다. 카뮤가 찬찬히 소녀에게 다가간다. 카뮤의 말에 나유타가 다급히 창을 넣는다. 소녀는 나유타와 그의 손바닥에 놓인 빨간 사탕을 번갈아 바라봤다. 굉장히 탐나는 표정이였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낯모를 남자한테서 뭔갈 받아도되는건지 망설이는 모양인지라, 나유타는 소녀를 안심시키듯 표정을 부드럽게 했다. 카뮤의 지적에 나유타는 입을 다물었다. 두사람이 말없는 응수하고 있자, 소녀가 부들부들 사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사탕에 손가락이 닿기 직전, 소녀가 질문하듯 고개를 들자, 나유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녀는 겨우 사탕을 손에 들고, 포장지를 벗겨 입안에 넣었다. 소녀가 조금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탕을 빤다. 나유타는 사탕이 사라진 손으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녀는 나유타의 손을 거부하지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유타와 카뮤는 소녀가 그들을 받아들여준것에 안도했다. 그때 지면에 놓아둔 랜턴 빛에 소녀의 발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걸 발견했다. 나유타가 소녀의 다친 발에 손을 들어 마법을 읊으려한 직후, 뒤쪽의 나무가 갑자기 부러지며 강렬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유타는 즉시 불어닥치는 바람으로부터 소녀를 감싸며, 등뒤를 엿보았다. 나유타는 고개를 돌려 소녀의 어깨에 선 카뮤에게 태연히 웃었다. 「훗…… 저런걸 상대로 뒤질 내가 아니야. 간다!」
나유타는 자신의 등뒤에서 푹 잠든 소녀를 바라보았다. 킬러비를 쓰러트린 뒤, 소녀의 상처를 치유한 셋은 마을로 돌아가기로했다. 하지만 그 중간에 소녀가 잠들어서, 나유타가 업게 되었다. 「리리스를……?」 이윽고 숲을 빠져나온 두 사람 앞에 마을이 보인다. 그리고 이쪽을 향해오는 다섯 그림자가 보였다. 나유타와 카뮤를 얼굴을 맞댄뒤, 웃음을 흘렸다.
주황색의 하늘끄트머리가 떠오르는 달과 함께 남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나유타는 약간 추위를 느끼며 눈 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요정, 카뮤를 보았다.
카뮤는 나유타의 시선을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가게에 진열된 과자에 열중하고 있다.
「잠깐만. 전부 맛있어보인단말야.」
「그렇게 고민할일은 아니라 생각한다만……」
나유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일행이 지금 있는 곳은 대륙 남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
마을의 상태를 살피기위해 여관을 나온 나유타는 카뮤와 만나 행동을 함께 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마을을 절반정도 순찰한 두 사람이였지만, 카뮤가 과자를 파는 가게에 못박혀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무슨일인지 생각하다 지쳐 있자니 갑자기 카뮤가 돌아본다.
「저기, 나유타는 어느게 좋다고 생각해?」
「………………. 아,」
「아무래도 좋단말은 하지말기야.」
「…………」
게다가 멋지게 할말을 미리 차단한지라, 나유타는 침묵했다.
카뮤는 입을 비죽였다.
「정말~, 나유타는 리리스가 기뻐하는 얼굴, 보고싶지않은거야?」
「그렇진 않다만…….」
「그럼, 골라봐! 자! 리리스도 나유타가 골라주면 기쁠거야!」
「알겠다……. 내가 고르면 바로 여관으로 돌아가는거지?」
「응!」
마지못해 진열된 과자 중에 나유타는 빨강 사탕을 골랐다.
카뮤도 나유타가 고르는 동안 살 과자를 몇 개 더 고른다.
그리고 고른 과자를 겨우 다 산 두 사람이 여관으로 돌아가려하는 그때.
길 앞에서 마을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무슨일일까……?」
「모르겠군. 일단 가보자.」
두 사람은 주인에게서 사탕이 든 봉투를 받아 든뒤, 마을 사람들 쪽으로 향했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어두운채로, 그 중심에 있는 여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실례지만 무슨일 있었나?」
「음? 응. 다리아의 딸이 돌아오질 않아.」
대답한 주민도 매우 슬픈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흘리는 여성을 흘긋 본다.
이어 카뮤가 물었다.
「다리아라면, 한가운데서 우는 여자?」
「그래. 낮에 놀러갔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야.」
「아직 놀고 있는게 아니라?」
「그럴린 없어. 보다시피 이 마을이나 마을 근처엔 아무것도 없는데다, 밤이 되면 새카매지지. 그런데서 놀 수 있을리도 없으니 어린애들도 해가 지기전엔 언제나 반드시 돌아왔어. 그러니까……, 그………」
「뭔가 짚이는데가 있나?」
「그건……」
주민은 조금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에 의하면, 마을 근처에 어린이들이 노는 숲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숲 안쪽에 있는 작은 유적에서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적은 이미 무너져 거기도 어린애들의 놀이터가 되었지만, 소문이 돈 이후엔 가지말라는 충고를 했다.
하지만 놀거리가 거의 없는 작은 마을.
몇 안되는 놀이터에 가지말라는 말을 솔직히 따를 어린애들은 적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다리아의 딸은 말괄량이에 호기심이 왕성해서, 그 숲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숲에 간거라면 유적에 있을 확률도 높다. 나유타는 턱에 손을 얹고 잠시 생각한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가 그 숲의 유적에 갔다와보지.」
「에? 자네가………? 허나,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느 장소에 관계도 없는 자넬 보낼순……」
「문제없어. 게다가 무기에 조예가 깊은 내가 가는 편이 당신들보다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허나……」
「괜찮아! 나도 나유타랑 같이 갈테니까! 난 행운을 불러오는 요정이니까. 분명 여자애도 무사히 발견해올거야!」
카뮤가 가슴을 펴자, 나유타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하는군. 카뮤가 있어준다면 나도 마음 든든해…….」
「응응! 그렇지!」
「그, 그런가………」
아직도 납득이 안간건지 마을 사람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그때 딸을 걱정하며 통고하고 있던 다리아가 세사람의 대화를 듣고 나유타에게 매달렸다.
「부탁드립니다! 딸을! 부디 딸을………!」
나유타는 무릎을 꿇어 바닥에 주저앉은 다리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카뮤도 다리아의 눈앞까지 날아와 걱정스럽게 그녀를 들여다본다.
「진정해주십시오. 그 유적에 있다면 반드시 데리고 돌아오겠습니다.」
「응응! 우리들을 믿어! 응?」
나유타와 카뮤의 격려에 다리아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리아를 마을 사람에게 맡긴 둘은, 숲의 유적으로 향했다.
이미 날은 저물어 숲안은 밤의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나유타는 마을 사람에게 빌린 랜턴을 들어 카뮤와 유적을 향해 안으로 나아갔다.
숲은 동물의 기척조차없이 조용했다. 들리는건 걸을때마나 나는 풀밟는 소리 뿐.
「카뮤, 뭔가 느껴지나?」
「아니……. 마을 사람들이 말한것처럼 위험하진 않은것같아. 그리고 좀전에 숲의 정령들에게 물어봤는데 오늘 여자애가 이쪽으로 왔데.」
「그건 즉, 이 숲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단거지?」
「응. 아, 그런데 하나 신경쓰이는게 있는데……」
「뭐지?」
「여기 있는 유적은 뭐하는 유적인걸까?」
카뮤의 질문에 랜턴의 불빛을 희미하게 받은 나유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나도 모르겠다. 허나……, 마을사람의 얘길 들었을때부터 신경쓰였어.」
「유적도 얼마전까진 안전한 곳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몬스터가 살고 있다고 했지. 방심하지않는편이 좋겠지.」
「응. 만약 정말 거기 여자애가 있다면, 빨리 찾아야지. 음……? 저기, 나유타, 저거………」
카뮤가 앞을 가리킨다.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달빛이 비춰들어오는 뻥뚫린 공간이 있었다.
「혹시 저게 애들 놀이터란건가?」
「가보자…….」
두 사람은 나무를 빠져나와 그 공간에 들어섰다.
숲의 나무들이 원형으로 잘려나간 곳 중심엔 돌로 만든 유적같은게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말했던 유적일 것이다. 허나 심하게 무너져서 원래 어떤 모습이였는지조차 모르겠다.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
간신히 입구의 흔적으로 보이는 원기둥이 지면에서 2개 서있다.
나유타는 그 중 하나쪽으로 다가가, 랜턴을 비췄다.
「이건……」
「나유타? 무슨일이야?」
카뮤도 기둥에 얼굴을 댄다. 하지만 별다른 뭔가가 있어보이진 않았다.
나유타가 랜턴을 들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기둥을 만지며 말했다.
「이건 신전이다…….」
「신전?」
「이 기중…… 게다가 여기저기 흩어진 건물 외벽이나 천장으로 보이는 파편……. 여기 새겨진 문양은 신전특유의 건축양식이다.」
나유타는 기둥에서 몸을 때고, 지면을 구르는 유적 파편을 확인했다.
파편의 크기는 제각각이였지만, 전부 같은 문양이 새겨져있다.
「나유타가 그렇게 말하니까 신전이겠지만……, 그럼, 누굴 모시는 신전이야?」
카뮤가 파편 하나에 내려서서, 나유타를 올려다본다.
나유타는 기둥이나 신전의 잔해를 다시 한번 둘러본뒤 눈을 깔았다.
「모르겠군……. 누굴 모시고 있는건지, 왜 여기 있는건지도……」
「나유타가 모른다면 안되겠네. 리리스도 모를테고, 마을 사람들은 이게 신전이였단 사실조차 몰랐던것같으니까.」
「그래. 그것보다 지금은 소녀의 수색을 우선하자. 여기 있을지도 몰라.」
「아, 그랬지! 그럼, 나 다시 한번 이 주위 정령들한테 물어볼게!」
그렇게 말한뒤 카뮤가 날아올랐을때, 돌이 떨어져 부딪히는 소리가 숲 안에 울러퍼졌다. 이 건축물의 일부가 낙하한 소리겠지. 허나 지금은 바람도 안불었으니, 자연히 그게 떨어진단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카뮤와 나유타는 소리가 난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럴지도…. 경계를 태만히하지마.」
「알겠어.」
나유타가 창을 손에 들고 한걸음 한걸음 다가서고, 그 옆으로 카뮤가 날아간다.
소리가 들린 건물 파편 앞까지 와서, 나유타는 창을 겨누었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발을 내딛었다.
「누구냐!! ……………음?」
「어라……?」
파편 뒤에 있던건 떨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눈을 크게 뜨고 어깨를 움찔거리는 소녀에게 카뮤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겁줘서 미안. 난 카뮤. 네 엄마의 부탁을 받고 널 찾으러 왔어.」
「마마…?」
「응, 마마. 마마의 이름은 다리아씨지? 마마가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들이랑 같이 돌아가자.」
「…………」
갑자기 소녀의 시선이 카뮤 위쪽을 향한다.
소녀의 시선을 따라 돌아보니, 창끝을 겨눈 나유타가 보였다.
나유타의, 정확하겐 나유타의 창을 보고 겁먹은거라 납득한 카뮤는 소녀로부터 감추듯이 창날앞에 섰다.
「나유타, 이 얘가 무서워하니까 창 내려.」
「아, 그렇지… 미안.」
창이 보이지않자 조금 안심한듯 딱딱히 얼은 소녀의 몸이 풀린다.
나유타는 소녀의 앞에 주저앉아, 랜턴을 놓고 소매에서 사탕을 꺼내서 내밀었다.
「조금전엔 미안한 짓을 했다. 내 이름은 나유타다. 그…… 사과라고 하긴 뭣하지만, 사탕이다. 괜찮다면 받아다오.」
「이 사탕은 마을에서 산 사탕이다. 이상한건 들어있지도 않고, 사양할 필요도 없다.」
「응응! 나유타는 머리는 딱딱하지, 바로 설교하긴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냐!」
「카뮤! 그건 전혀 도움이 안되는 말이잖아!」
「봐, 화냈다.」
「…………」
「다친건가?
「그렇구나. 그래서 여기서 못움직였던거구나.」
「그럼 내가 치료마법을 쓰지.」
「그럼 되겠네!」
벌과 닮았지만 거센 날개소리를 울리며 하늘을 나는 거대한 몸. 감정이 보이지않는 커다란 눈과 딱딱하고 날카롭게 빛나는 검은 몸, 날카롭고 뾰족한 은색 침의 끄트머리가 이쪽을 노리고 있었다.
「킬러비……. 이녀석이 유적에 나타난단 소문의 몬스터인가……!」
「설마 이런 녀석이 여기있을 줄이야….」
나유타는 창을 쥐고, 일어섰다.
킬러비가 일으키는 바람에 나유타의 망토가 작게나마 나부낀다.
「카뮤, 내가 녀석을 상대하지. 넌 그 아이 곁에 있어줘.」
「혼자서 괜찮겠어……?」
창을 한번 휘둘러 움켜쥐고, 나유타는 킬러비를 향해 뛰쳐나갔다.
◆ ◇ ◆ ◇ ◆
「후후훗」
「카뮤? 갑자기 왜그러지?」
「나유타도 참, 이 얘가 엄청 따른다 싶어서. 굉장히 푹 자고 있어, 이 얘.」
「피곤한거겠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그런 나유타의 모습에 카뮤가 놀리듯 말했다.
「나유타도 참 남을 잘 돌본다니깐. 혹시 어린애 좋아해?」
「나보다도 카뮤쪽이 어린애를 더 좋아하는걸로 보이는데…. 익숙하게 상대했지 않나.」
「그건…… 아마, 이 얘가 리리스를 닮아서 그런걸지도.」
카뮤가 어딘가 그리운 시선으로 소녀를 바라본다.
그건 매우 상냥하고 따스했다.
「응. 겉보기엔 안그렇지만, 왠지 어린시절 리리스를 닮은것같아서.」
「그런가……」
마을엔 형형히 빛나는 작은 불빛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나유타의 등에서 잠든 소녀를 찾고 있는거겠지.
리리스 일행이다.
「아무래도 걱정을 끼친 모양이군.」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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