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건 너다, 소.」
두 사람의 키 큰 남성이 다이나스의 뒷골목을 걷는다.
붉은 머리칼이 특징적으로 기분나쁜듯 얼굴을 찌푸린 남자는 소.
그 옆에서 무표정하게 걷는 갈색 피부의 남자가 키리테다.
「그건 그렇긴한데~, 할망구 말은 왠지 거절할 수 없다랄까…」
소가 말하는 할망구란 다이나스의 암흑가를 쥐고 있는 여자 보스, 마담을 말한다.
소와 마담은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서로 행운인지 불행인지, 깊은 인연이 있다. 그걸 알고 있는 키리테는 사양하지 않고 두사람의 별반 좋을거 없는 관계를 지적했다.
「그러고보니…… 또 마담한테서 돈을 빌린 모양이더군.」
「케엑?! 그거 어디서 들었어?!」
「카뮤한테서다.」
「그~녀~석~,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 전에 나유타의 설교가 기다리고 있겠지. 네 빚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다.」
「말도 안돼…」
카뮤에 대한 소의 분노는 단숨에 시든듯, 그가 추욱 어깨를 떨군다.
모두가 있는, 정확하게는 나유타가 있는 여관으로 돌아가는게 매우 울적해졌다.
「이걸 기회로 도박을 그만두는건 어때.」
「그건 무리.」
단박에 잘라말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헛수고란걸 깨달은 키리테는 당초의 목적으로 얘기를 돌리기로했다.
「슬슬… 마담이 말했던 슬럼이군. 이 부근이지?」
「응, 그래. 이 부근일텐데…… 그건그렇고, 미안. 키리테까지 끌고들어서.」
「신경쓰지마라. 우연히 두 사람이 얘길 나누는데 함께 있었으니까. 부탁받은일은 확실히 다하지.」
「그래? 뭐, 우리들 두 사람이 있으면 무서울건 없지! 완전 여유!!」
소가 마담에게서 부탁받은 일은 뒷골목 슬럼 모퉁이에 질안좋은 자들이 눌러붙어있으니까 쫓아내달란 것이였다.
원래부터 뒷골목은 대로에 비해 그런 자들이 많지만, 마담 얘기론 최근 뒷골목을 어지럽히는 자가 늘어서 그 자들이 파벌을 형성했단 것이였다. 하찮은일쯤은 눈을 감아주지만, 뒤에도 뒤쪽의 룰이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뒷세계를 쥐고있는 마담으로선 간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소에게 부탁했고, 마침 함께 있던 키리테도 함께 하게 됐다. 물론 마담역시 아무 생각없이 둘에게 부탁한건 아니다. 그들의 실력을 익히 알고 부탁한 것이다.
「아무리 여기가 자유의 도시, 다이나스라고해도 해선 안될일은 있어. 확실히 혼쭐을 내줘야지.」
「그래…. 사람은 도리를 행하며 살아가야하지.」
「아니, 뭐, 그렇긴한데………… 키리테는 너무 딱딱하지……」
소가 키리테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혼자 중얼거린다.
그러자 키리테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키리테……?」
「소……, 녀석들이 있단 가게는 여긴가?」
키리테의 시선 끝에는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가게가 있었다.
문은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고, 창문은 더러워서 안을 들여다볼수조차 없다. 벽도 썩어가고 있어서, 무너진 파편이 지면에 떨어져 있다.
「그런것같네……. 어쩔래? 이대로 쳐들어가서 안의 녀석들을 흠씬 패줄까?」
「소다운 방식이군…….」
「그럼, 키리테는 어쩌고싶은데.」
「아니……. 내게도 딱히 이렇다할 책략은 없지만……」
「뭐야. 그럼 역시 이대로 돌격하자.」
「알겠다…….」
◆ ◇ ◆ ◇ ◆
가게 안엔 어둑하고 음습한 공기가 떠돌고 있었다.
입구 앞에는 바 카운터, 안쪽엔 당구대가 몇 대 놓여져 있다.
카운터에선 남자 몇몇이 술을 마시고 있고, 안쪽에는 큐를 들고 당구대 주위에 몰려있다. 그 외에도 테이블에서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들고 있었지만, 모두 눈매가 매섭고, 분위기는 거칠었다.
「오오, 낮부터 술이라니 부럽다.」
「…………」
키리테도 소도, 겁먹을거없이 당당히 가게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겁먹긴 커녕 소는 남자들을 도발하듯이 목소리 높여 말했다.
키리테와 소가 가게 한가운데까지 오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두 사람을 에워싸듯 다가왔다.
「뭐냐, 네놈들.」
「뭐하러 온거야?」
남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키리테와 소에게 박힌다.
「나는 키리테. 볼일이 있어서 왔다.」
「볼일……?」
「그렇다.」
키리테가 남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소의 장소에 걸맞지않게 명랑한 목소리가 가게내로 울러퍼졌다.
「키리테도 참, 정말 진지하다랄까, 성실하다랄까…… 이런 녀석들한테 성실하게 이름밝힐 필욘 없다구.」
「이름을 물어봤다면, 답하는게 예의지.」
「아니아니아니, 이녀석들한테 예의차릴 필욘 없다고 생각하는데?」
소가 눈 앞에서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부정한다.
하지만 거기에 반응한것은 키리테가 아니라 남자들이였다.
「네놈…… 잘도 지껄이는군.」
「누군진 모르겠지만 우리한테 시비 걸러 온건가, 앙………?」
관자놀이에 핏줄을 띄우며 다수의 남자들이 소에게 다가간다. 금방이라도 키리테와 소에게 덤빌듯했지만,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 걸음이 멈춘다.
「자, 잠깐만……! 저거, 저 빨강머리 남자, 본적 있어! 소다!!」
「그러고보니…… 나도 어디선가 본적이……」
「소라고 하면 그 대회의……」
「그래. 분명히 카지노에서 엄청 져대서 거액의 빚이 있는데 실력이 뛰어나서 언제나 빚쟁이한테서 도망치고 다닌다고 들은적 있어……」
「카지노에서 엄청 져댔단건 됐어!!」
소에 대한 소문으로 술렁이는 남자들에게 소가 바로 딴지를 넣었다.
하지만 그건 이 자리에선 아군일 키리테가 단칼에 잘라버렸다.
「허나 사실이다.」
「웃……….」
마담의 의뢰를 시작하기전부터 통렬한 데미지를 먹는다.
소가 가슴을 누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주위의 목소리가 어느새 소가 아니라 키리테로 논점을 바꾸었다.
「어이, 소 옆에 있는 녀석…… 키리테라고 했었지……」
「나 알아……. 키리테란 이름 들어본적있어.」
「나도야. 친구중에 용병하는 녀석이 있어서 그녀석한테 들었다구.」
「그래……. 용벙 중에선 패배를 모른다며 제법 유명한 녀석이던데.」
남자들이 키리테쪽을 보면서 속삭인다.
그걸을 본 소가 웃음을 띄고서, 키리테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흐응……. 키리테도 제법 유명한것같네.」
「그런것같군…….」
「뭐, 그렇다고 이녀석들이 겁먹을거라곤 생각안하지만.」
「그렇다.」
키리테와 소의 대화에 무겁고 낮은 목소리가 끼어들어온다.
그러자 조금전까지 술렁이던 자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목소리의 주인이, 천천히 키리테와 소 앞으로 나왔다.
남자의 옷차림은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별달리 좋은건 아니였지만, 체격이 다부져서 어딘지 위압감이 있었다.
「댁이 이녀석들 보스?」
「그리 생각해도 상관없다.」
「우리들은 이 뒷골목을 쥐고 있는 마담의 부탁으로 여기에 왔다. 최근 뒷골목의 규정을 깨트리고 날뛰는 자들이 있으니 충고 좀 해달라고.」
「그게 우리들이라고 말하고싶은건가?」
「그러니까 나랑 키리테가 여기로 온거잖아.」
「그래서……, 우리들이 알겠습니다~하고 납득할거라 생각하는건가?」
남자가 코웃음친다. 주위 사람들도 그걸 본따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듯 둘을 비웃었다. 허나 키리테는 기분이 상한 모양새도 없이 변함없이 무표정. 소도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당연 생각도 안하지. 우리들, 처음부터 해치우러 온거니까.」
「어이, 소. 나는 일이 원만히 해결된다면 더할나위없다고……」
「무리무리. 이런 녀석들이 솔직하게 우리들 말을 들어줄리 없잖아. 들어줬다면 애당초 우리들한테 이런 부탁 안하지.」
「그녀석 말대로다. 안그러면 네놈은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아니……. 그렇군.」
키리테가 눈을 감고 한마디 내뱉은뒤 등뒤의 십권검(十拳剣)에 손을 얹었다. 소도 그 자리에서 천천히 자세를 잡는다.
「그러니까, 계속 떠들어봤자 의미도 없으니…… 시작하자구.」
「좋아. 모두…… 덤벼랏!!!」
「우오오오오오오!!」
남자의 노호를 신호삼아 가게의 사람들이 일제히 키리테와 소에게 덤벼든다. 소가 주먹을 휘둘러 덤벼오는 남자들을 때려눕히고, 키리테가 십권검으로 그들을 벤다. 허나 키리테는 칼날이 아니라 칼등으로 남자들을 쓰러트렸다. 그걸 깨달은 소가, 남자를 때려눕히며 키리테에게 여유롭게 물었다.
「키리테, 왜 역날로 공격하는거야? 그래서야 의미가 없잖아?」
「아니, 이걸로 충분하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으니까. 전투 불능으로 만들면 충분해.」
「베이는 쪽으로 공격하면 적당히 못봐주는거야?」
「아니, 그렇진 않는데……」
「뭘 신경쓰는거야. 조금 다쳐봐야, 이녀석들 혈기왕성하니까 괜찮을껄.」
「허나…………. 그렇군, 알겠다.」
「응?」
뭘 안건지 몰라서 소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키리테는 십권검을 재차 움켜쥐고 남자들에게 칼등이 아닌 칼날을 겨누었다. 다음 순간, 키리테가 남자들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 일섬한다.
「우, 우와아아아악!!」
「뭐, 뭐야, 이건!!?!?!」
「끄아아아아악!!」
베인 남자들의 옷이 토막나 팔랑팔랑 바닥으로 떨어진다.
키리테는 남자들의 몸이 아니라 옷만을 벤 것이다.
남자들은 벌거숭이가 되어 부끄러운듯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풋………! 아하하하하핫!! 나이스, 키리테!!」
소가 배를 잡고 뿜었다.
그에 비해 키리테는 일절 표정을 바꾸지 않은채로 말했다.
「내겐 너희들이 베어야할만한 악당으론 보이지 않는다.」
「뭐, 뭐라고……?!」
「건방진 애송이놈이!!」
「벌거숭이 아저씨가 성내봐야 꼴사나울 뿐이라구?」
소의 넉살에 키리테 때문에 벌거숭이가 된 남자들뿐만 아니라 전원이 분노한다.
그 중 몇사람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뛰쳐들었지만 소는 간단하게 때려눕혔다.
「아, 웃겨라. 그치만 이놈이고 저놈이고 별건 아니잖아……… 키리테!!」
키리테의 등뒤에서 남자가 나이프를 들고 덤벼든다. 여기 보스다.
「기어오르지말라고, 이 애송이놈!!」
보스가 나이프를 휘두른다.
키리테는 몸을 뒤집음과 동시에 십권검을 휘둘러 나이프의 칼날을 받아냈다. 두 개의 날이 부딪혔지만 그것도 찰나, 나이프가 십권검에게 져서 양단된다. 키리테는 빠르게 십권검의 칼끝을 보스에게 들이밀었다.
「얌전히 있어라. 안그러면 너도 녀석들과 같은 꼴이 되게 해주지.」
「큭……!」
보스가 분한듯 입술을 깨문다.
보복하고 싶었지만 실력차가 너무 지나쳤다. 보스가 굴욕을 견디고 있자, 주위 여기저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하다……」
「보스가 무릎꿇은거 처음봤어……」
「나도……. 보스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는데……」
「그런 보스를……」
남자들에게서 키리테나 소에 대한 분노가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왠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뭐, 뭐야……」
「나도 잘 모르겠군……」
키리테와 소가 움찔했다.
남자들의 기이한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자, 그 중 한사람이 키리테를 향해 외쳤다.
「보스!!!!!!!!」
「하…………………………………?」
「아………………………………?」
키리테와 소는 아연해했다.
지금, 눈앞의 남자, 뭐라고 했지?
보스라면 키리테의 발치에 있는 남자다. 결코 키리테를 향해 할 말이 아니다.
순간, 말을 걸 상대를 잘못 안거라 생각했으나…… 그렇지만도 않았다.
「키리테씨!! 당신은 우리들의 보스를 쓰러트렸어! 그러니까 당신이 우리들의 보스야! 아아, 그 강함, 참을 수 없어……! 반했다구!!」
「무, 무슨 바보같은 소릴……」
「바보같다니!! 당신은 틀림없이 우리들의 보스야! 아니, 키리테씨는 젊으니 보스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지…… 좋아! 형님이다!! 당신을 형님이라 부르겠어!!」
「혀, 형님……?」
「어이어이……」
키리테의 사고방식이 그들을 따라가지못해 멍해했다. 소도 기막혀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남자들이 달려들어 웅성웅성 무리 지었다. 키리테의 발치에서 개구리가 짓뭉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키리테와 소는 에워싸여 꼼짝도 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다 지저분한 남자들이 밀려들어와 상당히 짜증이다.
「형님!!」
「형님!!」
「잠깐, 어이……! 뭐야, 떨어져!! 애당초 왜 이쪽에도 밀려드는거야?! 너희들이 반한건 키리테라며?!」
「아니, 소씨! 난 당신의 실력에 반했어. 캬아, 주먹 하나로 싸우다니 너무 멋지잖아아아!!」
「나도! 나도 소씨처럼 강해지고싶어! 단련시켜줘 형님!!」
「하아아아아아앙?! 농담말라구, 난 남자같은게 접근해봤자 쬐끔도 안 기뻐! 키리테가 단련시켜줄테니까 그쪽으로 참으라고!!」
「뭐……?! 소, 나를 팔 셈인가?!」
「미안…………」
「소!!」
그 이후 키리테와 소가 어떻게 그 자리를 진정시켰는진 모른다.
허나 그 이후 보스라 불린 남자의 모습을 본 자는 없고, 다이나스의 뒷골목에서는 때때로 키리테와 소에게 열띈 시선을 보내는 자가 늘었다고 한다.
리리스 일행은 기이해했지만, 두 사람은 거기에 대해 완고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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