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여기 트루이유 마을은 과거 몬스터가 많이 생식하는 지역이였습니다. 그래서 몬스터막이로서 해마다 한번 할로윈이란 행사를 하고 있는겁니다.」 나유타가 묻자 니코는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우선 마을안에 몬스터막이가 될 잭 랜턴을 장식합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몬스터로부터 몸을 지키기위해 괴물이나 마술사같은 갖가지 가장을 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효과가 있는진 불명입니다만……, 뭐, 부적같은거라고 생각하는게 좋겠죠.」 대륙 동부에 있는 트루이유 마을은 근처에 강과 숲이 있고 자원이 풍부하다. 기후도 온후해서 사람들에겐 살기쉬운 땅이긴 했지만 그건 몬스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트루이유에선 몬스터막이 의식을 행했고, 옛날엔 좀 더 딱딱해서 축제같은게 아니였지만 시간과 함께 그 딱딱함은 사라져갔다. 과거의 의식이 어떤 종류의 것인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트루이유 주민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고, 아이들도 할로윈을 즐기고 있는것같았다. 「저기, 우리들도 할로윈에 참가하지않을래?」 속으로「하자」란 뜻이 담겨져 있는게 전해졌는지 키리테와 나유타가 곤혹스러워한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리리스에게 찬동한건 소와 카뮤였다. 「좋네좋아! 재밌겠다! 하자구, 할로윈!」 두사람은 의욕가득으로, 금방이라도 마을사람들 사이에 끼여 참가할 기세다. 「즉, 우리들도 이 마을 주민들처럼 가장한단 뜻인가?」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리리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리리스, 과자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모두의 방을 돌면서 트릭 오어 트리트라고 말한뒤에 과자를 받는거야!」 다섯명의 시선이 키리테와 나유타에게 박힌다. 짐짓 과장스럽게 소가 얻어맞은 곳을 비빈다. 카뮤, 소, 네이트가 순서대로 제비를 뽑아간다. 「그럼, 간다…… 자아!!」
하지만 가장 특징적인건 등에 있는 작고 하얀 날개였다. 그리고 맨 처음은 카뮤. 리리스는 1층 식당 앞까지 간다, 문을 노크했다. 「여관주인 아주머니가 날 위해 즉석에서 작게 만들어줬어!」 머리 뒤로 손을 돌려 깍지끼는 카뮤를 보며 리리스가 미소를 흘린다. 「리리스, 아앙~해! 내가 먹여줄게!」 카뮤의 재촉에 입을 연다. 입가로 손을 뻗으려할 때 카뮤가 다가와 입 끝에 입술을 댄다. 작은 소리를 나더니, 카뮤가 몸을 떼며「잘먹었습니다」하고 웃었다. 리리스는 카뮤가 입 맞춘 부분에 손을 댔다. 희미하게 뺨에 열이 모인다. 「카뮤도 참……… 다시 한번 리리스가 노크하려했을때, 안쪽에서 천천히 문이 열렸다. 구나, 라고 말하려했던 리리스의 입은 벌어진채 얼어붙었다. 어찌 말을 하자, 붕대남이 허리춤에 말려있는 붕대 틈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과자가 들어있는 자루를 꺼낸다. 리리스가 손을 내밀자 거기에 자루를 얹어줬다. 「에이잇, 이젠 못하겠군!! 왜 내가 이런 가장을 해야만하는거냐?!」 힘껏 잡아당겼기 때문에 붕대가 몇군데 찢겨져 바닥에 떨어진다. 아직 다소 들러붙어있긴하지만 머리에서 가슴께까지 감겨있던 붕대가 거의 없어지더니 나유타의 맨살이 보였다. 설마. 「저기, 나유타……? 혹시 붕대 밑에 옷같은거 안 입었어……?」 생각해보니 붕대는 나유타의 신체라인을 따라 감겨 있는것 같다. 단정히 기사복을 입고 있는 평상시와 달리 왠지 묘한 색기가 있었다. 팔이나 가슴아래도 서서히 붕대가 느슨해져서 나유타의 피부가 보인다. 그 묘한 색기에 눈을 때지 못하고 있자, 나유타가 방의 벽에 한손을 짚고 피곤한듯 고개를 떨궜다. 그래서 붕대로 몸을 빙빙 감고있었던거구나하고 납득하고 있자니 나유타가 느닷없이 고개를 들며 분노했다. 아무래도 수상쩍다. 하지만 할로윈에 대해 가장 잘 아는건 니코니, 확인할 방법은 없다. 힐끔 나유타를 바라보자, 희미하게 귀가 빨갛다. 그렇게 말하고나서 이번엔 네이트가 이렇게 과자를 먹여줄껀가?하는 생각에 이른다. 옅게 웃은뒤 나유타가 등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모처럼 가신 열기가 돌아오는걸 느꼈다.
「네이트는 어떤 가장일려나…….」
카뮤는 어울리니 괜찮지만, 나유타를 보자 가여워졌다. 어쩌면 네이트도 별로 의욕이 안날만한 차림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자니 방에 도착했다. 망설이면서 문을 두드리자, 이번엔 쉬이 열렸다. 네이트가 의기 양양히 모습을 드려낸다. 몸에 걸친 롱 쟈켓, 어깨에 걸친 건벨트. 한쪽눈을 뭔가 마크가 새겨진 검은 안대로 감추고, 손에 든 총은 아래로 떨구고 있다. 무슨 가장인지는 대략 예상은 갔지만, 한가지 신경쓰이는 곳이 있었다. 머리가 네이트의 은발이 아니라 덥수룩하고 커다란 가발을 쓰고 있다. 거기서 조금 은색 귀만 삐져나와있어서 귀엽긴했지만…… 뭘까.
벨트에서 총을 뽑아 손안에서 빙글 한번 회전시킨뒤 이쪽으로 총구를 겨눈다. 앞에선 날개끝밖에 안보이니까 잘못 안거겠지. 쟈켓 주머니를 뒤지지만 아무것도 없다. 리리스는 3개의 갈색 봉투를 꺼냈다. 「즉……, 이 봉투를 하나 골라서 안에 써있는 장난질을 당하면 되는건가? 뭐랄까…… 니코 녀석 제일 할로윈을 즐기는거 아냐? 다른 의미로.」 「………」 「리리스……, 과자 갖고 있어?」 설마 네이트가 의욕을 보일줄 생각도 못했다. 「당연하지? 리리스가 나한테 과자를 먹여주는거잖아……?」 너무나도 기쁜 모양으로 말은 의문형인데 기정사항인듯한 말투. 「자아……」 나유타한테서 받은 자루에서 쿠키를 하나 꺼낸다. 네이트가 일을 벌린다. 리리스는 쿠키를 든 손을 네이트의 입가로 가져갔다. 거리가 줄때마다 긴장감과 부끄러움에 손이 떨린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가면 입에 쿠키가 들어갈텐데, 네이트가 손목을 꽉 움켜쥔다.
「?!??!!?!!!」
리리스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한입 사이즈의 쿠키를 금방 다 먹은뒤, 네이트는 마지막으로 리리스의 검지손가락과 중지손가락에 남은 부스러기를 핥았다. 기분이 좋은듯 꼬리를 한번 휘두른다. 네이트의 모습이 보이지않게 되자, 리리스는 발치의 힘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굴은 물론이고 전신이 새빨개졌다. 「성녀? 거기서 뭘하고 있는겁니까?」 「니코………. 잘 어울리네……」 「뱀파이어는 이 날카로운 이로 인간을 깨물어 피를 빤다고 합니다. 실로 흥미로운 생물이라 생각지 않습니까? 만약 실존한다면 그 생태가 어떤지 꼭 조사해보고싶습니다.」 니코의 뱀파이어 연구욕에 불이 붙는다. 약간 그의 페이스에 압도당한다 싶을때, 리리스는 아직 그 말을 니코에게 말하지 않았단걸 떠올렸다. 「그렇지, 니코. 트릭 오어 트리트.」 「니코……. 이 비스켓 설마 네이트거……?」 리리스는 순간 네이트에게 했던 장난을 떠올린뒤, 바로 지웠다. 「기다려주세요. 어째서 그렇게 서두르시는겁니까……? 아직 제가 과자를 먹여드리지 않았잖습니까.」 「웃………」 「니코는 뱀파이어가 아니잖아?! 이건 어디까지나 가장이야!」 리리스는 추욱 고갤 떨군뒤, 니코와 헤어져 다음 방으로 향했다. 머리에 갈색 늑대귀에, 손발에 발톱과 육구가 붙어있는 것을 끼고, 꼬리를 달고 있다. 옷은 하얀 셔츠에 갈색 조끼, 평상속 바지다. 키리테의 갈색 피부와 어우러져 별반 위화감이 없다. 「멋지네. 분위기가 평소랑은 전혀 다르다랄까…… 네이트같아. 아, 그치만 키리테는 어금니같은건 없지?」 자신의 천사 가장을 내려다본다. 모두와 비교하면 상당히 차분한 부류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때 빤히 이쪽을 보고 있던 키리테가, 리리스의 머리칼을 묶은 하얀 리본에 손을 뻗는다. 「그런가……. 머리형태가 평상시와 다르니까 분위기가 달리 보였던거군. 뒤에서 묶은 스타일도 시원하고 예쁘군. 하얀색도 네게 정말 잘 어울려.」 키리테의 표정도 온후하고 말투도 부드럽다. 「저기…… 고마워, 키리테…….」 역시 몇 번해도 부끄러움은 사라지지 않는데, 키리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이려하고 있다. 좀처럼 먹지 못하고 있자, 키리테는 뭘 착각한건지 머핀을 한입 먹었다. 리리스는 전혀 괜찮지않다고 내심 외쳤다. 「맛있나?」 「소………?」 천 안에서 약간 흐린 목소리가 들린다. 리리스는 탈력해서 복도에 손을 짚었다. 「그냥 놀라기만한게아니라…, 정말……. 너무 깜짝이라 심장이 멈추는줄 알았어.」 소가 뒤집어 쓰고 있던 천을 머리부터 힘껏 당겨 벗는다. 새하얀 천 안에서 나온건 평상복을 입은 소가 아니였다. 「소……, 그건…….」 「악마? 소는 유령이 아니라 악마로 분장한거야?」 「와아, 맛있겠다…….」 소가 꾸러미에서 스틱 케이크를 하나 꺼내 끄트머리를 입에 문다. 그리고 반대쪽 끝을 이쪽으로 돌려, 턱을 내민다. 불길함에 리리스의 뺨위로 땀이 흘러내린다. 「설마…… 그렇게 먹으란건, 아니겠지……?」 스틱 케이크를 물고 있는지라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빨리 먹으라고 몇차례나 턱짓하고 있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진 확실히 전해졌다. 스틱 케이트는 그리 긴게 아니다. 「정말로 할꺼야……?」 아직 납득이 안 가하는 소였지만 리리스는 그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얼른 식당으로 향하기로 했다.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소의 팔을 잡고 계단을 내려 식당에 도착하자 파티 준비는 끝났고 모두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네이트가 가리킨 의자 2개에 리리스와 소가 걸터앉는다. 「이상하군요. 저는 제비에 악마같은걸 적은적 없습니다만. 소군이외의 가장으로 판단했을때 소군은 유령으로 추측됩니다만……」 「에, 뭐 좀 어때. 유령 분장은 했다구? 것보다 나유타의 가장은 미이라남? 엄청 어울리네!」 소가 나유타를 가리킨다. 나유타의 분노가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아니. 그냥 즐겁구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리스를 보며 니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할로윈이란 행사는 구체적으로 뭘하는거지?」
창밖에 눈과 코, 입같은게 조각된 크고 작은 오렌지색 둥근 물체가 길옆에 줄지어서 있거나, 처마 끝에 매달려있는 둥 마을에 장식되어 있다.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기 때문에 알아보긴 어렵지만 물체의 눈, 코, 입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니코는 건너편 건물에 장식되어있는 그것을 가리켰다.
「저런게 진짜 몬스터를 쫓아낼 수 있어?」
「확실히. 저런걸로 몬스터가 안 오면 고생같은건 안하지.」
소와 네이트가 니코의 옆에서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둘 모두 미심쩍은 얼굴로봐서 잭랜턴을 믿지 않는 모양이다.
리리스는 창밖의 광경에 자연히 미소를 띄며 두 손을 가슴앞에 모았다.
「뭐……?」
「우리들도 할로윈을?」
「응!」
「응! 나도 할로윈하고싶어!」
그때 문가 벽에 기대어있던 키리테가 끼어들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가장한 사람들은 마을을 걸어다니며『트릭 오어 트리트』라고 말한뒤에, 과자를 받는겁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과자를 줘야만하고,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엔 장난을 친다고 하는군요.」
「뭐……?! 굳이 한집한집 둘러다니며 과자를 조르지 않으면 안된단건가?! 난 그같은 짓 절대 할 수 없다!」
「진정해주세요, 나유타군. 이건 어린애들이 어른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어른이 과자를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겁니다.」
「아, 깜짝이야. 나유타가 고개를 갸웃대며 달콤한 목소리로『트릭 오어 트리트♪』같은 소릴하면 기분나쁠뿐이라구………」
「나 한정으로 끝내지마! 네놈이 해도 기분 나쁜건 마찬가질텐데!!」
나유타가 소의 멱살을 쥔다. 둘을 진정시키고 있자니 그 옆에서 카뮤가 턱에 얹고있던 손을 얼굴 옆에서 척하고 세웠다.
「리리스라면 괜찮지않나?」
「에? 나?」
카뮤가 기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거야, 과자는 좋아하지만……. 내가 모두에게 받는건 뭔가 아닌것 같은데……」
「자잘한 건 신경쓰지말고! 응? 하자!」
「카뮤는 단순히 할로윈을 해보고 싶은거뿐이지?」
네이트가 질린 말투로 리리스와 카뮤 사이에 끼어든다.
카뮤는 울컥해서 허리에 손을 얹고 전원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모두 그렇게 할로윈이 싫어? 즐거울것같은데. 리리스도 하고싶지?」
「으, 응……. 그치만 모두가 싫어한다면 억지부릴순 없지……」
자신들도 이 마을 사람들처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제안했지만, 조금전부터 모두의 사이가 험악해지기만 하는 것 같다. 리리스는 별수없다고 여기면서도 조금 낙담했다. 그러자 머리위에서 니코의 명랑한 목소리가 내려온다.
「전 상관없습니다. 왠지 재밌을것같고.」
「니코… 괜찮겠어?」
「물론」
「나도 좋아. 가끔은 이렇게 요란뻑적한것도 좋고.」
「어라? 네이트, 싫은거 아니였어?」
「싫단소린 한마디도 안했잖아. 리리스가 하고싶다면 좋아. 얼마든지 같이해줄게.」
「네이트………」
네이트가 이를 드려내며 웃는다. 리리스도 그를 따라 웃었다.
거기서 키리테가 담담히 터무니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할로윈은 좋지만, 네이트는 이미 가장비슷한게 아닌가? 귀라던가 꼬리라던가.」
「이건 가장이 아냐!!」
네이트가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운다. 자각이 없는 만큼 성질이 나쁘다. 소의 멱살을 놓은 나유타가 중얼거렸다.
「설마 키리테공이 말할줄이야…… 그런 소릴 하는건 소 정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나도 그리 생각했어…….」
구겨진 옷자락을 고치며 소도 나유타에게 동의한다.
네이트는 아직도 키리테를 노려보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될것같아 리리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소랑 네이트랑 니코와 카뮤는 할로윈 해주는거지? 그럼 키리테랑 나유타는? 역시 싫어…?」
「…………」
「…………」
「…………」
「…………」
리리스는 어딘지 슬퍼보였지만, 소, 네이트, 니코, 카뮤의 눈빛은 왠지 날카롭게「할거지?」하는 협박이 담겨져 있었다.
키리테와 나유타는 얼굴을 맞댄뒤,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나도 참가하지.」
「나도다………」
두사람의 말에 기쁨을 노골적으로 드려내며 카뮤가 리리스에게로 날아왔다. 리리스도 표정을 밝히며 카뮤와 손을 맞잡았다.
「그럼 모두 같이 할로윈이네! 아, 그치만 가장할 의상같은건 어째야하는거지?」
「그거라면 여기 여관 주인이 몇 개 갖고 있을 겁니다.」
「진짜?! 것보다, 니코는 왜 그런걸 아는거야?!」
「트루이유의 할로윈에 대해선 알고 있는지라 여관주인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여행자라도 참가할수있게 몇 개정도 준비해두고 있다더군요.」
「헤에, 굉장한데. 그래서 어떤 가장이 있는데?」
「마법사, 늑대인간, 뱀파이어, 종류는 다채롭더군요. 그렇지, 잭랜턴같은것도 있었습니다.」
「에에엑…… 그거, 혹시 전신 오렌지같은거 아냐? 엄청 싫은데………」
소가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한다. 다른 사람들도 잭랜턴같은건 사양인 모양으로 미간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젓거나했다.
「뭐, 각자 의견으론 겹치는 것도 있을테니, 누가 어떤 의상을 입을진 제비로 정하는게 어떻습니까?」
「제비?」
리리스의 어깨위에서 카뮤가 묻는다.
니코가 긍정하자, 리리스는 약간 불안을 내보였다.
「니코……, 그럼 나도 참가해야하는거야?」
「성녀는 여성이니까 겹칠일도 없으니 좋아하는걸 고르셔도 상관없습니다.」
「다행이다……」
리리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을 사람이 하고 있는 의상은 죄다 기발했지만 아무래도 리리스 역시 잭 랜턴은 하고싶지 않았다. 맘편히 무슨 가장을 할까 생각하고 있을때 카뮤가 타이밍좋게 올려다본다.
「리리스는 귀여운걸로 하기야!」
「응응! 바니걸같은거라면 최고!」
「바보냐, 넌!」
「아얏!」
나유타도 그걸 알고 있는듯 망연히 있자니 소가 비비고 있던 손을 멈추고 입꼬리를 들었다.
「나유나유도 사실은 보고싶잖아?」
「뭣……?! 그, 그럴 리가, 내가 보고싶을리 없잖아! 무무무무, 무슨 소릴 하는거냐!! 게다가, 나, 나를 나유나유라고 부르지마!!」
「완전히 동요하고 있지……?」
「하고 있군. 뭐, 소가 말하는 가장을 한 리리스를 보고 싶다기보단 단순히 놀라고 있는것 뿐인것같지만.」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고 있던 손에 턱을 얹으며 네이트가 명백하게 기막혀하자, 키리테가 냉정하게 분석한다. 리리스가 메마른 웃음을 띄우자 있자, 옆에서 손이 뻗어져나왔다.
「바로 제비를 만들었으니, 성녀가 갖고 있어주세요.」
「빠, 빠르네…. 니코……」
니코의 손에는 여섯 개의 가늘고 긴 새하얀 종이가 쥐여져 있다. 종이 끝에는 뭔가 글자가 적혀져 있었다. 아마 가장할 의상 이름이 적혀있는거겠지. 그건그래도 마치 처음부터 준비했던것같은 처리속도다. 리리스는 니코에게서 종이를 건네받은뒤 글자가 적힌쪽을 숨기게끔 쥐었다.
「자! 모두 좋아하는 제비를 골라줘!」
「그럼, 난 이거!」
「아, 치사하게! 그럼 난 이거다!」
「그럼 난 이걸로.」
이어 키리테, 나유타, 니코도 남은 제비에서 하나를 고르자, 소가 신호를 보냈다.
◆ ◇ ◆ ◇ ◆
밤이 되자 마을은 잭랜턴의 빛으로 둘러싸였다.
방에서 가장 의상을 입은 리리스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본다.
무릎길이의 하얀 쉬폰 원피스와 하얀 롱부츠. 뒤에서 하나로 묶은 리본도 새하얀 것으로, 몸에 걸친 모든게 순백이였다.
머리엔 링을 대신 하얀 카츄샤를 하고 있다.
리리스가 고른 의상은 천사였다.
원피스는 일견 평상복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깨나 등이 패여서 조금 부끄럽다. 리리스는 조금 어긋난 어깨끗을 고친뒤 방을 나섰다.
「처음엔 확실히 카뮤가 있는 1층 식당이였지.」
계단을 내려와 여관 1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카뮤는 리리스와 같은 방이기 때문에 서로의 가장차림을 볼수없게끔 식당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또, 오늘은 여관에 숙박하고 있는게 리리스 일행 뿐인듯, 주인이 인심써서 식당을 대절해주었다. 나중에 할로윈파티를 연다며 주인이 만찬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때까진 리리스가 각자의 방을 돌며「트릭 오어 트리트」라는 말을 건네게 되었지만 과자를 받는것보다 모두가 어떤 차림을 하고 있는지가 더 기대됬다.
「카뮤, 트릭 오어 트리트……, 아, 앗!」
리리스는 가장한 카뮤를 가리키며 외쳤다.
「잭 랜턴!」
「에헤헷. 응!」
카뮤가 부끄러워하며 눈앞을 빙글 난다.
잭 랜턴의 모습을 한 모자를 쓰고, 오렌지 판쵸를 몸에 두르고 있다. 판쵸에도 당연히 잭 랜턴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등에는 카뮤가 날개를 꺼낼 수 있도록 확실히 구멍도 나있다.
「모두, 잭 랜턴 가장을 하는걸 싫어했는데…… 카뮤한텐 어울려. 엄청 귀여워.」
「고마워! 리리스도 굉장히 귀여워! 리리스도 날개가 나있는데. 혹시 요정?」
「아니. 내껀 요정이 아니라 천사야.」
「뭐야. 리리스도 요정이 되준건가 싶엇는데 유감~」
「미안. 아, 그렇지, 카뮤. 좀전에도 말했지만, 트릭 오어 트리트야.」
「맞다, 과자말이지? 여기, 확실히 준비해뒀어!」
카뮤가 테이블 하나를 향해 날아간뒤 황색의 포장지로 포장된 과자를 안고 돌아온다.
「자, 쵸콜렛이야!」
「고마워, 카뮤 . 이걸로 카뮤한텐 장난 못치겠네.」
「응! 아, 잠깐만.」
「카뮤?」
쵸콜렛을 건네받으려하자 카뮤가 팔을 거둔다.
그리고 포장지를 열어 쵸콜렛을 꺼낸뒤, 리리스의 입앞으로 갖고왔다.
「카뮤가……? 으음…, 이러면 될까?」
직후 카뮤가 갖고있던 쵸콜렛이 입안에 들어왔다.
희미한 쓴맛과 녹아내릴듯한 달콤함이 입안에 퍼진다.
「어때? 맛있어?」
「응, 맛있어. 고마워, 카뮤.」
「천만의 말씀! 이런……, 잠깐만. 입가에 쵸콜렛 묻었어.」
「에? 어디―…」
「맛있었어, 쵸콜렛! 다음엔 나유타한테지?」
「응.」
「전부 돌면 여기 와줄거지? 리리스가 전부 도는게 끝날때까지 파티 준비 끝내둘게.」
식당안은 어느 정도 장식되어있었지만, 테이블엔 아직 요리가 없었다.
아직 조리중이겠지. 리리스는 고개를 끄덕인뒤 나유타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나유타의 방은 계단을 올라가 바로 첫 번째다.
계단을 오른곳에서 걸음을 멈춘뒤, 리리스는 문을 두드렸다. 허나, 문은 열리지도 않고, 나유타의 답도 없다.
「혹시 방에 없는걸까? 하지만 모두 가장한뒤 각자의 방에서 기다려준다고 말했는데……」
「나유타, 역시 있었…………」
리리스의 눈에 들어온것은 전신을 붕대로 빙빙 감은 남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하얀 붕대가 감겨있다.
간신히 감기지 않는 눈 부분과, 거기에 걸쳐진 안경.
붕대에서 조금 삐져나와있는 보라색 머리가 없었다면 누군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저……, 트릭, 오어…… 트리트……?」
「……………………」
「……………………」
「……………………」
「……………………. 나유타가 분장한거……, 뭐야?」
우물쭈물 묻는다. 그러자 나유타가 전신을 떨더니, 다음 순간 얼굴을 감고 있는 붕대를 뜯어냈다.
「내가 뽑은 제비엔 미이라남이라고 적혀있었다만…… 어떤 의상이 그건지 몰라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니 대량의 붕대를 갖고나와서……」
「미이라남……」
「내 옷을 벗기려 든 것이다!!」
「저, 저기…… 나유타, 잘도 허락해줬구나……」
「당연히, 난 반항했다! 하지만, 미이라남을 가장하기 위해선 벗으라고 실력 행사까지 나서서………!! …………………아래만큼은 어떻게 사수했다.」
「수, 수고많았어……. 자, 잘어울린 단 말은, 안하는게 낫겠네…… 응.」
말끝이 점점 흐려진다.
지금의 나유타에게 위로의 말은 되려 그를 상처입힐것같다.
동정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나유타가 조금전 리리스에게 준 과자 주머니에서 한입 사이즈의 별모양 쿠키를 하나 꺼내 리리스의 입가로 가져왔다.
「그러니까, 얼른 끝내자. 리리스, 입을 벌려.」
「에엣?! 왜 나유타까지 그런 짓을 하는거야?!」
리리스는 놀라 뒤로 물러섰다.
후퇴한 만큼 나유타가 쿠키를 들고 다가온다.
그 모습이 모습인만큼, 조금 무섭다.
「니코가 말했다. 할로윈에서 준 과자는 상대에게 먹여줘야만 하는거라고.」
「그, 그거 진짤까나……」
리리스는 포기했지만…………, 역시 부끄러운건 부끄러웠다. 카뮤와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보내온 만큼 그만큼 부끄러움을 느끼진 못했지만, 나유타가 이렇게 나오면 수치심 한가득이다.
「우우우…, 빠, 빨리 해줘……」
「아, 알고 있다. 나, 나 역시…… 부끄러우니까……」
나유타가 리리스의 뺨에 손을 얹고, 고개를 조금 들어올린다.
쿠키가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나유타는 바로 뺨에 얹은 손을 때고 리리스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리리스도 나유타와는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고, 고마워……」
「아, 아니……….」
자신도 마찬가지로 빨개져있을지도 몰라서, 리리스는 양쪽 귀를 손으로 가렸다.
리리스는 카뮤의 전언을 떠올린뒤, 나유타에게 전했다.
「식당에서 파티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끝나면 도와달라고 말했어.」
「아, 알겠다……. 리리스는 다음엔 누구 한테 갈거지?」
「다음은 네이트야.」
리리스가 네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방을 나서자, 나유타의 부름에 돌아봤다. 시선이 떠있는 나유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갑자기 나유타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리스의 가장은 천사로군. 가련하고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럼………, 나중에 보지.」
리리스는 그 자리에 오두커니 서서 중얼거렸다.
「그런 말만하고 도망치다니…. 약았어……, 나유타.」
이대론 안된다 싶어 두 뺨을 두드리며 기분을 전환한다. 겨우 열이 사라지자 리리스는 네이트의 방으로 향했다.
「네이트, 트릭 오어 트리트!」
「여어, 리리스. 기다렸어!」
「네이트의 가장 말야……」
「보다 시피 해적이야. 어울려?」
실로 어울리는 모습에 리리스는 솔직히 맞장구쳤다.
「응, 정말 잘 어울려. 멋져, 네이트.」
「리리스도 어울려. 근데…… 무슨 옷이야? 요정?」
「나는 천사야.」
리리스는 뒤로 돌아 네이트에게 날개를 보였다.
「과연. 리리스는 천사처럼 새하얗고 순진하니까. 딱이야.」
「머, 멋진 찬사 고마워…….」
가식없이 말하는 네이트에게 고개를 숙여 작게 대답했다.
「찬사가 아니라 내 본심인데……」
「에?」
「아니, 됐어. 그것보다 과자였지?」
「으, 응…….」
신경은 쓰였지만 네이트는 말머리를 돌려 더 이상 말할 기색이 없어서, 리리스는 과자를 기다렸다.
「어라? 확실히 여기 넣어뒀을텐데…… 없어?」
「준비는 했었지?」
「응. 분명히 비스켓 사다뒀는데. 보이질 않아…… 어찌된 일이지? 것보다, 이 경운 어째야되는거지? 당신이 나한테 장난치는건가?」
「그러고보니 니코가 이런걸 건네줬어.」
과자를 안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쳐야할 장난 방법이 적혀있는 모양이지만, 어떤 내용인진 리리스도 모른다.
「부정할 수 없는게 가슴아프네.」
「별수없지. 녀석한테 넘어가주지 뭐.」
네이트가 리리스의 손에서 봉투를 하나 뽑아 열었다.
안에는 뭔가가 쓰여진 하얀 카드가 있었다. 네이트가 그걸 내려다보다 굳었다.
「네이트? 뭐라고 적혀있었어?」
리리스는 옆에서 들여다보기위해 발꿈치를 들어올린다.
카드엔 한글자만이 짧게 적혀져있다.
『성녀가 상대에게 과자를 먹여준다.』
「뭐?! 내가 네이트에게 과자를 먹여주는거야?! 그거 네이트한테 치는 장난?!」
마치 이쪽이 장난에 넘어가는 기분이다.
초조해하고 있자니, 네이트가 천천히 카드를 봉투에 넣었다.
「좀전에 나유타한테 받은 쿠키가 있긴한데…….」
「그럼 그걸로 나한테 장난쳐야겠네.」
「할꺼야?!」
영락없이 싫어할거라 생각했는데 무슨생각인가 싶어 살펴보자 네이트가 이쪽을 바라보며 히죽웃는다.
어느샌가 네이트가 어깨를 붙잡아서, 리리스에게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이번엔 꽃모양이다. 원래는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맛봤을텐데 이번엔 그럴 여유가 전혀 없다. 눈 앞에서 들떠 장난을 기다리고 있는 네이트가 있다.
허나 계속 망설이고 있을순 없다고 생각하며, 리리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그럼 네이트………, 장난 칠게…….」
「어어.」
그리고 다음순간, 네이트는 쿠키를 리리스의 손가락채로 입에 넣었다.
완전히 얼어붙은 리리스를 신경쓰는 기색없이 네이트는 쿠키를 손가락에서 빼내서 먹는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네이트가 쥐고 있던 손을 땐뒤「이 다음엔 어떻게 해야되는거야」라고 말해서, 리리스는 카뮤의 전언을 입에 담았다. 그걸 들은 네이트가 고개를 끄덕인뒤, 리리스에게 힘내란듯 격려의 말을 남기고 계단을 내려간다.
「시, 심장에 너무 안 좋잖아……」
열을 식히듯 벽에 이마를 대고 있자,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니코……?」
고개를 돌리자 문을 열고 몸을 반쯤 내밀고 있는 니코가 있었다.
리리스는 벽에 손을 짚고 일어나, 다시한번 니코를 위에서 아래까지 바라봤다. 붉은 깃이 크게 서있는 검은 망토에 하얀 프릴셔츠. 아래의 부츠도 검은색, 망토로 셔츠를 가리면 완전히 시커멓다.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리리스는 일단 솔직히 생각한 바를 입에 담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성녀. 이건 뱀파이어 가장입니다.」
「뱀파이어…… 어라? 니코 그 뾰족한 이는……」
니코가 말할때마다 네이트처럼 날카로운 이가 보인다.
「으, 응………」
「그렇지, 과자로군요. 그럼 자아 이걸.」
니코가 소매에서 깔끔하게 랩핑된 투명한 봉지를 꺼내 리리스에게 건넨다.
봉지 안에 들어있는 과자는…… 비스켓이였다.
「네, 그렇습니다. 네이트 군 것을 받았습니다.」
「왜 네이트껄 훔친거야?! 직접 준비하는걸 잊어버린거야?」
「아뇨. 모처럼 장난 소재를 생각했는데 실행못하면 시시하다싶어서. 제가 장난을 당해도 괜찮긴하겠지만, 소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 당해도 재미가 없는지라, 모르는 쪽이 당하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어땠습니까?」
「……………」
조금 머리를 스친것만으로도 네이트가 핥은 손가락과 얼굴에 열이 오르기때문이였다.
리리스는 니코의 질문을 묵살한뒤 답례로 식당에 가야하는 것을 전한뒤 다음 사람에게 가기위해 몸을 돌렸다. 허나, 니코가 뒤에서 리리스의 허리에 손을 둘러 그녀를 끌어 안는다.
「그건 생략해도…… 될까?」
「그런 소리 마시고, 드셔주세요.」
니코가 비어있는 손으로 비스켓을 꺼내, 그대로 뒤에서 리리스의 입술에 갖다댄다.
「아니면, 제가 먹여드리는건 싫으신겁니까…?」
「우……, 그렇진, 않은데………」
리코가 등뒤에서 단단히 끌어 안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니코가 굳이 귓가에서 말하는지라 간지럽다. 힐끔 옆을 보자 니코와 눈이 마주쳤다. 한껏 미소 짓고 있다.
리리스는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위해 비스켓을 깨물었다.
크기도 제법인지라 한입으론 끝나지않았지만, 몇차례에 걸쳐 비스켓을 다 먹은 뒤, 리리스는 니코가 허리에 두른 팔을 때렸다.
「잘 먹었어, 니코. 그러니까 이제 괜찮지?」
「매정하군요……. 이 다음엔 성녀의 목을 깨물어 피를 빨 생각이였는데.」
니코의 손가락이 리리스의 목을 어루만지자, 오싹했다.
리리스는 니코를 밀쳐내고, 급히 거리를 취했다.
「후후후후………, 농담입니다, 농담. 성녀가 너무나도 귀여운 가장을 하고 계셔서, 무심코.」
「니코가 말하면 농담으론 안들려…….」
다음은 키리테다. 키리테라면 네이트나 니코때처럼은 안되겠지 싶어 안도의 숨을 내쉰다. 흐트러진 마음을 진정시키고 방을 찾자, 문이 열리고 키리테가 나타난다.
「키리테, 트릭 오어 트리트!」
「리리슨가. 음………? 리리스. 그 모습은 무슨 가장이지?」
「난 천사야. 키리테는…… 혹시 늑대인간?」
「맞아.」
「아무래도 거기까진. 이거 말고도 인형옷같은게 있었지만, 입을 맘은 안들었다.」
「후훗. 늑대 인형옷을 입은 키리테도 보고싶은데.」
「상상만으로 끝내줘……. 리리스야말로, 평상시와는 느낌이 다르군.」
「그래? 그렇게 별다른건 없는것같은데.」
그의 성격상 사탕발림은 있을수 없으니 진심이겠지.
설마 키리테가 칭창해줄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리리스는 부끄러움을 감추듯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러고보니 아직 과자를 건네주지않았군. 잠깐만 기다려다오.」
키리테가 실내로 과자를 가지러 간다. 바로 돌아온뒤 작은 상자 뚜껑을 열어 안에 담긴 머핀을 하나 꺼냈다. 달콤한 향내가 리리스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고개를 들자, 키리테가 리리스의 입가로 머핀을 갖고왔다.
「과자는 먹여줘야만하는거였지. 리리스의 입맛에 맞을진 모르겠지만…… 왜그러지? 먹지않는건가?」
「그런건 아닌데………….」
「에……? 왜 키리테가 먹는거야?」
「네가 먹지않는건 맛이 불안하기 때문인가 싶어서, 맛을 봤다. 딱히 이상한게 든것도 아니고, 맛이없는것도 아니니 문제없을거라 본다. 먹어줘. 괜찮아.」
「괜찮다니…….」
지금 이 머핀을 먹으면 확실히 키리테가 입댄 곳을 먹게 된다.
「이, 이건……… 간접, 키……」
「간접……?」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그럼, 자, 잘먹겠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키리테의 말을 두 팔을 휘둘러 가로막은뒤 머핀을 먹었다.
아무것도 생각않고, 일단 먹는것에 집중한다.
「음……. 정말 맛있어! 고마워, 키리테!」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리리스는 키리테한테서 머핀이 들어간 상자를 받아, 마지막인 소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향했다. 즐거운건 물론이였지만, 그보다 놀라움과 부끄러움탓에 심장 고동이 격하다.
빨리 이 상황을 종결시키기위해 소의 방 문을 노크했다.
「소, 트릭 오어―…………, 꺄아아아악?!」
소의 방에서 희고 거대한 물체가 뛰어나왔다.
윗부분에 검고 둥근게 2개, 그 아래에 초승달이 그려져있다. 마치 눈과 입 같다. 그 아래에는 손같은게 튀어나와있다.
「정답!! 어때, 놀랬어?!」
「아하하하핫. 미얀미얀. 그렇게까지 놀래킬 맘은 없었는데. 뭐, 보다시피 난 유령이야!」
「엄청 크긴하지만 말야.」
신장 190cm나 되는 소가 유령분장을 하자 상당히 박력이 있다.
리리스는 일어서서, 새삼 소의 분장을 바라보았다.
「소의 가장은 커다란 천을 뒤집어 쓴것 뿐이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심플하네.」
「훗훗훗………, 하지만 그렇지 않다구!」
「무슨 뜻이야……?」
「이런 뜻이다!!」
「이게 내 가장, 악마적 소님이다!!」
소가 가슴을 펴져 검지를 세운다.
검은 터틀넥과 달라붙는 바지는 평상시와 똑같았지만, 리리스의 날개와 같은 크기의 검은 날개와 끝이 삼각형으로 뾰족한 꼬리가 붙어있다. 새카만 날개도 꼬리처럼 끝이 뾰족하다. 또, 전부 새카만 와중 유일하게 타오르는듯한 붉은 머리칼이 매우 눈에 띄여서 소의 가장을 보다 더 도드라지게한다.
「제비에 적혀있던건 유령이였어. 그치만 그것만으론 재미없으니까, 이중 가장인셈치고 악마 복장도 해봤지! 어이, 리리스. 나 어울려?」
「악마는 엄청 잘 어울리지만……. 멋대로 다른걸 가장해도 되는걸까.」
제비를 뽑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소는 전혀 신경쓰는 기색이 없었다.
리리스의 손을 잡고 기분 좋게 말을 잇는다.
「괜찮아괜찮아! 유령도 제대로 했으니까, 불평 들을 건더기는 없지. 게다가 리리스의 가장은 천사잖아? 그럼 내 악마랑 대비되서 딱이잖아!」
「그런가?」
「그렇대두! 리리스 엄청 귀여워! 정말 이대로 둘이서 데이트하러 가고 싶을 정도라구. 아, 나란히 걸으면 진짜 커플이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안돼, 소. 이 뒤엔 할로윈 파티 할테니까.」
「체엣. 어라……? 그러고보니 나, 리리스한테 트릭 오어 트리트란 말 들었나?」
소의 지적에 리리스는 아직 말하지 않았단걸 깨닫는다.
리리스는 소가 움켜쥔 손을 때고, 지정된 대사를 말했다.
「소, 트릭 오어 트리트!」
「여업! 과자라면 여기 있어!」
소의 뒤쪽에 있는 테이블에 가늘고 긴 꾸러미가 있다. 그 꾸러미를 열자, 안엔 다섯 개의 스틱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그렇지? 게다가 이건 이렇게 먹을 수도 있다구.」
「서마해떤그설마……. 자, 빠리머거」
「괘차느니까빠리」
먹기전까진 절대 관두지도 않을것같다.
리리스는 굳게 마음먹고 소가 물고 있는 스틱 케이크를 한입에 깨물었다. 서로의 코끝이 작게 스쳤지만, 리리스는 바로 턱을 움직여 케이크의 반을 끊었다.
「네! 잘 먹었습니다!」
「약았어, 리리스! 아직 이렇게 남아있다구!」
물고 있던 부분을 먹고, 나머지를 손에 든 소가 불만을 흘린다.
허나 리리스는 귀에 담지 않았다. 것보다 이 이상은 정말 심장이 버겨나지않는다.
리리스는 새빨간 얼굴로 일갈했다.
「착실히 소한테서 받았잖아?! 이걸로 끝! 그러니까 모두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가자! 자, 결정!」
「에…………」
「늦었어, 리리스!」
「당신들 자린 여기야.」
테이블엔 요리가 잔뜩 놓여져 있다.
「빨리 먹자! 나 벌써 배고파!」
「미안, 카뮤.」
「그런데 소의 가장은 뭐지?」
「나? 난 악마야. 리리스랑 짝이라구, 짝. 부럽지?」
질문하는 키리테를 향해 소가 자랑스럽게 답하자, 니코가 미간을 찌푸렸다.
「맞아, 내 가장은 유령이야. 그치만 엄청 시시한 가장이잖아? 그래서 유령밑에 악마 분장했어.」
「뭘 제멋대로 구는거냐, 네놈은!」
나유타가 분노하며 테이블을 내려치듯이 세게 손을 짚으며 일어선다.
하지만 소도 나유타의 분노에 익숙해진지라, 태연히 앉아있다.
「그런 식으로 어물적 넘어갈것같아?! 우선, 미이라남이 어울린단 말을 듣고 기뻐할 녀석이 어디있어!」
「거기.」
이대론 도무지 파티를 시작할 수 없을것같다. 리리스는 타이밍을 재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다 거기까지. 이제 파티하자. 모처럼 만든 요린데 식어버릴거야.」
「그래. 소의 가장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고, 밥 먹자구. 나유타도 괜찮겠지?」
「알겠다……. 나도 감정껏 화내서 미안했다. 파티를 시작하지.」
나유타가 의자에 다시 앉아, 모두가 각자의 잔을 손에 든다. 마지막으로 리리스도 잔을 들고 외쳤다.
「그럼, 건배!」
「건배!」
각자 잔을 부딪히고 음료를 한모금 마신뒤, 리리스 일행은 요리을 먹기시작한다.
리리스는 음식을 먹으며, 모두를 둘러보았다.
식당엔 자신들밖에 없다며 소란을 피우는 소를 꾸짖는 나유타.
화기애애하게 먹는 카뮤에 비해 묵묵히 먹는 키리테였지만, 그 표정은 매우 즐거워보였다.
네이트와 니코는 비스켓을 훔친게 들켜서 말다툼을 하고 있다.
리리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웃었다.
「후후후훗.」
「리리스? 갑자기 왜 웃어?」
카뮤뿐만 아니라 모두가 딱하고 멈추고 리리스에게 시선을 던진다.
리리스도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리스가 즐겁다니, 다행이야.」
「응! 훨씬 더 즐겁게 보내자구, 할로윈!」
리리스 일행이 있는 식당의 불빛은 시계바늘이 12시를 넘었는데도 꺼짐없이, 쭈욱 즐거운 목소리가 계속 울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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