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편지를 건네준 후로….
그녀는 내 시야에 자주 들어오게 되었다.
요컨데…… 자주 조우하게 된 기분이 든다.
"으음… 강의실 옮겨야지…….
아…."
문득 시선을 돌렸을 때, 그녀가 가까이에 있다거나.
(그 아이다…….)
왠지 시선을 느끼고 그쪽을 보면, 그녀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거나 하는 등.
딱히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이쪽을 보기만 할뿐.
처음엔 왠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원래부터 같은 강의를 들었으니까 내가 그녀를 의식하지 않았던 것뿐이고
2번째 편지 때문에 그녀를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뭐야? 왜 두리번 두리번 거려?"
"응? 아, 아무것도 아냐."
"저기, 저 창가자리 여자애, 본 적 있어?"
"저 아이? 응. 같은 강의 듣는 아이다 싶은 정도?"
"언제부터?"
"그런 거 기억 안 나."
"그것도 그러네…."
"뭐야? 저 아이한테 관심 있냐?"
"아니야. 조금 신경 쓰여서."
"그렇겠지. 너한텐 슈텐 씨라는 파트너가 있으니까."
"……."
나를 놀리며 이죽이는 친구를 방치하고서 다시 한 번 그녀를 본다.
시선이 마주쳤다……..
(왜 나만 보는 걸까……? 그녀가 좋아하는 건 슈텐 군이잖아?
그러면 보통 슈텐 군을 보지 않나?)
또 하나의 의문은 그거였다.
최근 그녀와 자주 만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분명 슈텐 군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슈텐 군과 자주 같이 있으니까, 그거때문에 그녀를 보게 되는 거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슈텐 군과 함께 있을 땐, 그녀를 본 기억이 없어…….
그것도 내 기분 탓이라면 끝이긴 한데….
그냥 단순히 부끄러워하는 것뿐일지도 모르고.)
기이하다면 기이했지만, 딱히 해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평소를 보내기로 했다.
슈텐 군에게 상담할까 생각도 했지만
눈이 마주친다던가, 자주 본다 정도는 별 거 아니다 싶어서
결국 그대로 두고 말았다.
사건다운 사건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뭔가 그녀가 행동을 일으키는 일도 없이,
슈텐 군과 평소와 다를바 없는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되었다.
어느날 저녁.
강의를 마치고 슈텐 군과 합류하기 위해 강의실을 나가려던 그때
"쿠사카 군. 잠깐 시간 있어?"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놀라 무심코 몸이 움찔했지만 되도록 평정을 가장하며 답했다.
"아, 응? 뭐야?"
"여기선 좀 뭣하니까, 자리를 옮기지 않을래?"
그녀는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나보다.
별수 없어서, 조금 인적 없는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최근 그녀가 항상 자기 근처에 있는 상황이라서 이렇게 말을 걸어온 것에 조금 과민하게 몸이 움츠려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거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로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기 말이야…. 일단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고맙다니…?"
"요전에 슈텐 군한테 편지를 건네줘서 고마워."
"아, 아니야. 별일도 아니고……."
"아냐. 정말 기뻤어."
눈 앞에서 기쁜듯 그리 말하니, 나는 순간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면…….
슈텐 군은 건네준 편지를 읽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에 미안해졌다.
"아니, 정말로 인사는 됐어…. 응…."
황송해 움츠려드는 나를 보고, 그녀는 쿡쿡 기품있게 웃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봉투를 꺼냈다.
항상 슈텐 군에게 주던 봉투와 같았다…….
"자, 잠깐만!"
"응? 왜?"
"편지 말인데……, 미안…."
"나 더는 슈텐 군한테 전해줄 수 없어. 그러니까 저기… 편지는 받을 수 없어. 미안."
고개를 숙이는 나를 보고, 그녀는 작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건 쿠사카 군한테 주는 거야."
나는 놀라 벌떡 고개를 들었다.
"어? 나? 나 말이야?"
"응. 그 사람한테 편지를 전해준 답례."
설마 답례를 받을 줄 몰랐다.
그리고… 바로 역시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슈텐 군은 편지를 읽지 않았다.
"마음은 고맙지만 받을 수 없어. 왜냐면 슈텐 군은 그 편지를……."
"안 읽었지?"
"엇……."
"알아. 전에도 그랬 거든. 내 마음엔 응해주지 않아…. 그 사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쓸쓸한 듯 웃었다.
(전…이라니… 몇 번씩 직접 건네준 적도 있었던 건가…?
그래서 슈텐 군은 편지를 읽지 않게 된 건가?)
그녀의 말을 듣자,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 안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전부터 줄곧 편질르 전해준 거라면…
슈텐 군이 그녀에게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도 설명 된다.
(조금 끈질기게 편지를 주니까 슈텐 군이 진저리치게 되었던 건가?
인기 있는 남자는 큰일이구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봉투가 눈앞으로 내밀어져서, 반사적으로 받았다.
슈텐 군한테 줬던 편지보다 조금 두꺼운 기분인데…….
"그러니까 사례를 받아줘."
"그, 그래도……."
"받아 주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래."
"으, 으음."
그녀한테선 아무것도 받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애원하면 거절하기 힘들다….
어쩌지…….
1. 마음만 받는다
2. 역시 거절한다
3. 감사히 받는다
슈텐 군이 한 말도 있고, 역시 여기선 거절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봉투를 돌려주려 했지만….
그녀는 봉투를 받아 들지 않았다.
얼버무리는 미소를 띠고 있을뿐.
(절대 돌려받지 않겠다는 느낌이고… 별수 없네….)
그녀는 내가 든 봉투를 가리켰다.
"그 안에 차가 들어 있어. 굉장히 맛있으니까…… 괜찮으면 마셔봐."
"알았어. 그럼 이번엔 고맙게 받을게.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거 신경 쓸 필요없어."
"후후훗. 알아."
나는 봉투를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그것을 지켜본 다음 "그럼 다음에 봐"하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