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내가 함께 있을게.
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는 모르겠다.
(내뱉었다니… 표현은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본심이다.
내가 슈텐 군과 함께 있고 싶다.
그러니까 가슴을 펴고서 웃었다.
"친구로서 쭈욱 함께 있을게."
"쿠사카………."
"헤헤."
슈텐 군이 놀라 크게 뜬 눈이, 차차 기쁨에 가늘어진다.
눈물에 젖은 긴 속눈썹이 창문으로 비쳐들어오는 빛을 반사해 빛나고 있었다.
"너와 이야기하는 건 재밌으니까 기뻐."
슈텐 군의 말에 쑥스러워하면서, 그 자리에서 웃는 얼굴로 헤어진 뒤
서로 다음 강의실로 향했다.
― 몇 주 뒤.
우리는 같이 대학에 가는 게 당연해졌다.
"슈텐 군."
2층에 있는 방을 향해 말을 걸자, 바로 준비를 마친 슈텐 군이 나와 내 옆에 선다.
"늦어서 미안. 갈까?"
"응. 오늘은 학교 끝나고 어디 놀러 안 갈래?"
"요 전에 새 도서관을 찾았어."
"도서관 좋아하는 구나."
"사실 그 근처에는 식물원도 있었어…."
"알겠어. 그쪽도 가자. 아, 요전에 같이 게임 센터 갔던 친구 있었지?
그 녀석이 또 슈텐 군이랑 놀고 싶데."
"게임 센타…. 아, 메달 게임을 했을 때?"
"하핫. 그건 슬롯이라고 해. 물론 갈 거지?"
"물론. 대환영이야. 꽤 재밌는 녀석이었거든."
그런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대학으로 향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슈텐 군과 같이 점심을 먹고 있자니
몇 몇 친구가 나타나 근처에 앉았다.
"너희들 또~ 같이 있어? 묘하게 사이가 좋네, 너희."
"쿠사카 덕분에 매일 즐겁게 지내는 중이야."
"너 뭐냐 꽃미남으로 유명하잖아…? 솔직히 좀 더 퉁명한 녀석일 줄 알았는데
꽤나 천연인데다 대화하는 것도 편하구나."
"천연……? 인가?"
"자각이 없는 게 천연이야."
"그런 건가…."
"그런 거지~. 그보다 꽃미남이면서 편하기까지 하다니 너무 완벽한 거 아냐?
거기다 성적도 좋고…. 아, 부럽다."
"여자한테고 인기 많지? 하느님도 참 불공평하시지. 진짜."
"하하핫…."
슈텐 군과 내 친구들이 함께 행동하는 일도 많아졌다.
학교를 마치고 어디로 놀러 간다거나
휴일엔 내가 오니한테 습격당할지도 모른다면서 호위도 겸해 모두와 함께 나간다거나.
하지만 호위 이야기도 처음 뿐이고, 지금은 슈텐 군도 즐거운 휴일을 보내고 있다.
(뭐…, 본인이 그리 말한 건 아니지만.)
슈텐 군의 얼굴에 무표정이 줄어들고, 웃어 주는 일이 늘어났으니까.
즐거운 때나 기쁠때, 웃어 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마치고 슈텐 군을 데리러 가자,
역시 오늘도 여학생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다.
(그건 그렇고 잘도 안 질리네.)
슈텐 군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여자아이들에게 에워싸여있는 동안엔
일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매일 밀려들다니, 어떤 의미론 신념마저 느껴졌다.
근성있다고 해야하나…. 이게 여자의 집념이라고 해야하나.
(바꿔 말하자면 갸륵하다고 해야하나?)
슬슬 구해줄까 싶어서 말을 걸 타이밍을 재고 있자니, 슈텐 군과 눈이 맞았다.
"쿠사카."
꽃이 피는 듯한 웃음에 주위 여학생들이 술렁인다.
"슈텐 군이… 웃었어…."
"웃는 얼굴 처음 봤어…."
"누구야? 누구 보고 웃은 거야?"
"저기 있는 1학년을 보고 웃었어."
(웃…. 엄청 쏘아보고 있어….)
슈텐 군은 여자아이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단번에 뛰어와 내 손을 잡았다.
"자아, 돌아가자. 오늘은 도중에 DVD를 빌리기로 했었지?"
"DVD…!?"
"뭐야, 저 녀석. 슈텐 군이랑 영화를 보는 거야!?"
"……."
슈텐 군한테는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안들리는 모양이다.
개의치 않고 나를 잡아 끌고선, 교실을 나간다.
<슈텐 군이 손을 잡아 줬어.>하는 여자들의 원망섞인 목소리는
나도 못 들은 척 했다.
다음날,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복도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러세우더니
여자아이로부터 학교가 끝난 다음에 여기로 오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고백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제 집에 갈 때, 슈텐 군의 추종자들이 엄청 쏘아봤으니까
자신을 갖고 불평불만을 들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지정된 장소로 와봤지만, 상대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하아……."
(나도 러브레터 받아보고 싶다…."
태우고 싶어질 정도로 대량으로 받은 다음, 연기에 휩싸여 오니가 되고 싶다.
(아니…, 오니가 되고 싶다니. 그런 건 농담으로라도 생각하면 안 돼.
슈텐 군은 그 때문에 괴로워했는데.)
그후로, 슈텐 군에 대한 것을 본인으로부터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오니가 된 슈텐 군이 어떤 심정으로 인간을 대했는지는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부하 오니에게 명령해서 인간을 납치, 먹었다는 말은 했지만
그때의 슈텐 군은 역시 괴로워 보여서
식인 요괴인 슈텐 동자의 모습과 내가 아는 슈텐 군이 좀처럼 하나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슈텐 동자는
술고래에, 소박하고, 천연에 웃으면 조금 어리게 보이는 아름다운 남자다.
생각에 잠겨 있자니
저쪽에서 여자 몇명이 찾아오는 게 보였다.
그녀들은 내 앞에 섰다.
"1학년 쿠사카 료 맞지?"
"네."
"왜 불렀는진 알아?"
"제가 최근 슈텐 군과 사이가 좋아선가요?"
"꽤나 직구로 말하네…."
"죄송합니다."
"미안해 하지도 않으면서 사과할 거 없어.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한 건데, 너 정말 열받는다."
"하아…. 죄송합니다."
"나 기억해? 너 때문에 슈텐 군한테 뺨을 맞을 때려야 했던."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좋은 스윙이었죠. 슈텐 군의 빰이 당분간 새빨갰어요."
"최악…. 너만 피했더라면 그렇겐 안 됐을 거야."
"그래서… 선배님들은 제가 어떻게하길 바라십니까?"
"우리를 방해하지 마. 슈텐 군한테 접근하지 마. 민폐야."
뭐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은 했다.
반론하고자 입을 열러던 때…….
"뭐… 사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네?"
"최근 슈텐 군이 예전과 달라. 전에는 그렇게 안 웃었는데.
하지만 쿠사카 군이랑 이야기할 때의 그는 굉장히 자상한 얼굴이야."
"완전 본의는 아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너랑 있을 때만 묘하게 즐거워 보이는 걸.
뭐, 널 너무 과대평가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
"진짜 이상해. 왜 너 한정이야?"
슈텐 군의 추종자들을 해왔던 그녀들한테 설마 이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슈텐 군이 나랑 있을 때만 즐거워 보여…?)
1. 기뻐요….
2. 그렇게 안 보이는데…
3. 착각 아닙니까?
"기뻐요……"
"뭐야? 건방 떨지 마."
"일단 우리는 당분간 슈텐 군을 지켜보는 느낌으로 갈 테니까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