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텐 동자는 인간을 먹는 요괴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지, 지금의 슈텐 군은 안 그렇잖아? 만약 지금도 그런 욕구를 갖고 있다면, 학교 같은 덴 안 다녔을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힘든 표정 하지 마."
"뭐…?" "방금 전부터 굉장히 괴로워보이는 표정이었어.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나한테 거리를 두려 하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먼저 못 박아 둘게. 내일도, 모레도 나랑 같이 있어 줘." "……."
"그리고 고마워. 식인 요괴라고 스스로 말해줘서 기뻤어."
사실은 괴로운 말을 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과하기보다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웃으며 그리 고했다.
슈텐 군은 불연 듯 진지한 얼굴을 찌푸리고서 눈두덩이를 누르며 웃음 짓는다.
그것은 인형처럼 단정하지도 않았으며, 한심함 얼굴이었지만 지금까지 봐온 표정 중에서 제일 감정 넘쳤다.
"그래. 같이 있자."
그런 얼굴을 봐 버리니 만의 하나, 그가 식인 요괴로서 눈뜨는 날이 온다해도 팔 하나 쯤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고 말았다.
42. 오니 (1)
그 후, 수면부족 상태로 대학에 가서, 돌아온 다음 바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오늘 아침, 학교에 갈 동안엔 슈텐 군과 함께였지만 서로 수마와 싸운다고 제대로 대화도 못 했다.
"식인 요괴라…."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불을 끌어 당기고서 오늘 아침의 일을 돌이켜보았다.
슈텐 동자, 쿠라마 텐구, 타마모마에, 아베 세이메이. 전부 누구나가 동화서 전기를 통해 들어 본 적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설마 실존 했을 줄이야. 실제로 눈 앞에서 뿔이 나거나, 머리카락 색이나 옷이 달라지고 그랬으니 그들이 인간이 아니란 건 확실했다.
(나는 옛날부터 오니의 모습을 봐왔으니까 요괴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어도 실제로 그렇게까진 놀랍지 않았어.)
오히려 기쁘다.
"후후훗…." 오니의 모습이 보이는 사람이 할머니 말고도 4명이나 더 늘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그들이 누구인진 상관없다.
가슴의 고동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심호흡하며 눈을 감았다. 그래. 슈텐 군이 슈텐 동자라 해도 대학에 다니는 동안엔 내 선배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나와 슈텐 군은 학교가 같은 점도 있어서 아파트에서도 대학에서도 함께 행동할 때가 많아졌다.
그렇게 함께하는 사이에 그의 성실한 인품에 점점 끌렸다.
43. 오니 (2)
"꺄아아아아악, 슈텐 군!!" "우읍…."
슈텐 군과 함게 걷고 있다가 뒤에서 뛰여온 여학생한테 나혼자 밀쳐 날아갔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자니 슈텐 군의 인기는 정말 놀라운 구석이 있어.)
대학 어딜 걸어도 어디선가 솟아난 여자아이가 슈텐 군에게 몰려든다. 하지만 기이한 것은 슈텐 군의 표정이 언제나 항상 울적한 것.
(소란스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하나…?)
전부터 신경 쓰였던 거고, 여학생들이 슈텐 군한테서 떨어지는 것을 기다린 다음 물어보기로 했다.
"슈텐 군은 여자아이들한테 에워싸여 있어도 별로 안 기뻐보여." 슈텐 군은 껄그러운 듯 시선을 들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항상 주위에 여성이 있으면 방해되거든." "하지만 그만큼 멋지니까 아이돌 취급 받는 건 별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
"하지만 방해라는 건 좀 알 것 같아…. 매일 그렇게 몰려들면 짜증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여자는 무서운 생물이야." "응. 나도 최근 그렇게 생각해."
웃으며 동의했지만, 슈텐 군은 생각에 잠기듯 진지한 얼굴이었다.
44. 오니 (3)
"무슨 일… 있었어…?" "여자와 무슨 일 있었냐는 의미야…?" "응. 왠지 그렇게 보이는 표정이었어." "나는 아마… 여자가 무서운 걸거야." "무서워? 뭐… 그렇게 몰리면 무서워질 만도 하지." "몰려들어서 무섭다기보다는 그 정의 깊이가 무서워. 여자의 원한은 도를 지나치면 저주가 돼."
슈텐 군은 굳은 얼굴로,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그리 말하는 듯 했다.
"내가 오니가 된 것은 여성의 원한 때문이였어."
"뭐…?"
"많은 연문들을 불태웠더니 거기서 나온 안개에 휩싸여 오니가 되었어." "……."
(보낸 이의 원망 때문에 오니가 되었다는 건가…. 무, 무서워…! 여자 무서워!!)
"연문을 불태우다니, 잔혹했겠지. 하지만 그때는… 지긋지긋했어…." "으, 응. 알았으니까 그렇게 풀죽지 마."
슈텐 군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진다. 하지만 뭐라고 해서 기운을 돋궈줘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여자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적도 없었고, 러브레터를 태울 정도로 받아 본 적도 없었다. 위로의 말을 걸어주고 싶지만 공감할 수 없으니, 뭐라 할 말이 없고…….
"슈텐 군에게 러브레터를 보낸 상대는 인간이였어, 요괴였어?" "인간이야." "인간이 인간을 요괴로 바꿀 정도의 원한이라니…." "저주란 인간이든 요괴든, 어린애든 어른이든 쓸 수 있어. 마음이 강하면 강할 수록 강해지는, 심플하면서도 최강의 술법이야." "지, 진정해. 괜찮아."
침울해지는 슈텐 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는 그를 달래주는 것 말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구나. 그럼 그 여자들이 무서워지는 것도 당연하지. 거북해질만해. 응, 응!"
짐짓 명랑하게 말하자, 슈텐 군이 한숨을 쉰다.
"덕분에 여성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어." "완전히…?" "그래."
1. 과연 게이구나. 2. 그거… 호모란 거야? 3. 사랑하는 것에 겁을 먹어 버린 거구나….
(여자가 싫다기 보다는 연애가 무서워진 게 아닐까…?)
나는 슈텐 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그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자세히 물어야할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45. 오니 (4)
그런 내 생각과 상관없이, 슈텐 군은 담담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옛날부터 여자들의 구애를 받는 일이 많았어. 인간으로 변신해 요괴장에 살게 되어, 대학에 다니게 되어도 그건 변하지 않았지. 어째서인지 여자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왜 대학에 다니는 거야…?" "공부하는 걸 좋아해서. 옛날부터 모아온 보물을 팔거나, 일해서 번 돈으로 학비를 마련했어." "보물…?" "……. 우리가 예전 농민들이나 여행자들한테서 빼앗은 것이나, 인간에게 조공받아온 보물들이야." "미, 미안! 이상한 걸 떠올리게 해서…! 하지만 일해서 모았구나, 돈을." "쓸데없이 오래 사니까…."
고개 숙인 슈텐 군의 등을 쓰다듬으며, 뒷이야기를 재촉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니 오래 살아도 지금은 친구라 부를 만한 존재가 거의 없어. 요괴장에 있는 녀석들이 유일하게 그런 존재일지도."
(확실히 사람들이랑 사귀는 건 서툴어 보이고, 여자아이들이 몰리는 일도 있어서 사람들을 피했겠지….)
슈텐 군은 먼눈을 하고서,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옛날 동료들은 전부 죽어버렸으니까. 요괴장에 살게 된 건 최근이고. 꽤나 오랫동안 혼자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