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씨가 들여보내준 방은 물건들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뭐에 쓰는 건지도 모를 도구나 책들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료 군은 거기 앉아."
"아, 네. 실례하겠습니다."
방 중앙 테이블 근처에 작은 공간이 있다.
나는 몸을 웅크려 앉았다.
"슈텐 군은……."
아베 씨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슈텐 씨는 창가 앞에 앉아
거기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베 씨가 곤란하다는 양 어깨를 으쓱였다.
"슈텐 군은 정말로 거기를 좋아하네."
"……."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 속에서 슈텐 씨는…
남자인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정말로 그림이 되는 모습이라,
솔직히 저런 사람이라면 여자들한테 에워싸이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질투할 틈도 없을 정도라, 분함조차 솟지 않는다.
"피곤하지? 커피 밖에 없어서 미안."
"고맙습니다."
마을에서 꽤나 걸은데다, 마침 목도 말랐다.
세이메이 씨가 타준 커피를 마신다.
커피콩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맛있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음에 든 것 같네."
"네. 이거 엄청 맛있네요."
내 앞에 앉아 웃는 아베 씨한테 지금의 한숨이 들렸던 걸까.
왠지 모르게 쑥스럽다….
"자아, 슬슬 본론에 들어가기로 할까.
별로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잘 부탁합니다!"
아베 씨의 말에 자연히 자세를 바로 했다.
"자아, 우선은 나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낯선 말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음양도를 다루는 자야."
"음양도…? 그거 음양사나, 악령퇴치 그런 거요?"
스스로도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음양사라고 해도 제대로 된 말이 나올리가.
이 근처에 있는 도구도… 음양도에 쓰는 건가?
방금 전까지 믿음직스러웠던 아베 씨가 갑자기 수상쩍어졌다.
"그래. 잘 아네. 악령 퇴치."
"아니, 자세한 건 그다지… 잘 모릅니다만…."
"응. 그쪽 방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드물지.
료 군이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그리고 나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도 일반적인 반응이지."
아베 씨는 즐거운 듯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을 읽힌 것 같아서 나는 내심 뜨끔했다.
"세이메이…. 처음인 인간을 놀래키지마."
"앗, 이거 미안. 나도 모르게 버릇이 들어서."
슈텐 씨와 아베 씨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거… 독심술?'
그럼 나도 엄청 알고 싶다.
"미안. 이야기 계속 할게."
"아, 넵."
"여기 왔다는 사실은 습격 당하게 된 거지?"
누가? 라는 질문이 없지만 나는 이해했다.
"그래요! 지금까지는 보이기만 했는데.' 최근엔 나를 습격하게 되어서….
그건 대체 뭡니까?"
"응. 간단히 말하자면 오니야."
충격적인 사실을 대수롭지도 않게 말했다.
"오, 오니라니…. 절분에 퇴치하는 그 오니요…?"
"뭐, 대략 틀리진 않아. 슈텐 군은 어떻게 생각해?"
"오니야…."
어라? 그러고 보니 할머니도 오니라고 부르지 않았나…?
"호랑이 무늬 팬티도 도깨비 방망이도 안 갖고 있는데요?"
"하하핫. 녀석들의 종류가 많으니까,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옛날 이야기의 오니라…. 이미 퇴치 당했을지도."
(슈텐 씨 진지하게 생각하시네….)
"오니한테는 여러 형태가 있어. 료 군은 실제로 보니까 알겠지만."
"확실히 작은 거에 큰 것, 여러 종류가 있지요."
"료 군 정도의 나이가 되면 습격 당하는 인간이 많아져. 지금까지 잘도 무사했구나."
"요 전에까지는 부적을 갖고 있으면 괜찮았는데…. 최근엔 그것도 효과가 없어져서…."
항상 몸에 때놓지 않고 갖고 다니던 돌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나를 구해준 형한테 받은 소중한 물건.
"부적이라…. 괘연 효고가 다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네.
너는 오니가 좋아할 법한 <기>를 갖고 있어. 그러니까 속속들이 몰려들지."
오니가 좋아할 법한 기라니, 완전 민폐다….
"그거 어떻게서든 평범해질 순 없습니까?"
"음…. 유감스럽게도 바로 듣는 방법은 없어."
아베 씨의 말에 추욱 어깨를 떨구었다.
"당분간은 이대로라는 건가요…."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좋은 생각이 있어."
아베씨가 하느님으로 보였다.
오니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이대로는 밖에도 제대로 못 나간다.
"지금은 아직 작은 오니 밖에 안 오지만, 앞으로는 좀 더 큰 것도 올지 몰라.
어떤 일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게 되어야 하겠지만, 너 혼자선 힘들겠지.
그러니까… 여기서 사는 건?"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마침 방이 한 칸 비었으니까 바로 입주할 수 있어."
왠지 노래방이라도 가자는 듯한 가벼운 어조였다.
하지만 살 수 있는 방법이 그것뿐일는 것은 정확했으니….
이사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아니, 그래도……."
"여기에는 슈텐 군도 살고 있으니까 노는 것도 편할 꺼야."
"여기 살아?!"
"말 안했어?"
"처음 들어!!"
"살다보면 고향이야."
(슈텐 씨는 내가 여기 사는 거에 찬성인가?")
"저기, 슈텐 씨는……."
1. 내가 있어도 민폐가 안 될까?
2. 같이 놀아 줄 거야?
3. 여기가 맘에 들어?
"같이 놀아 줄 거야?"
"나는 혼자 책을 읽는 일이 많아."
"그렇구나…."
"왜 유감스러운 표정인데…."
이야기를 끝마친 슈텐 씨가 다시 책을 바라보았다.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 봤자 좋은 생각은 안 나왔지만,
"료 군. 이 장소라면 내 결계가 있으니까 왠만한 오니라면 나와도 물러날 거야.
지금은 일단 오니한테 습격당하고 있다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야지."
"확실히 그렇네요…."
나 혼자 오니를 격퇴할 수 있다면야 이야기는 별개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학교는 슈텐 군과 같은 곳이니까,
무슨 일 생기면 슈텐 군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그래. 문제 없어."
"자. 그럼 거의 하루 종일 안심할 수 있잖아."
확실히 학교에서 슈텐 씨한테 한 번 도움을 받긴 했지만
(슈텐 씨는 아베 씨랑 비슷한 기술을 쓸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정말로 괜찮을까?"
"문제 없다고 했잖아."
"응…."
"지금의 쿠사카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야. 죽는 건 싫겠지?"
"그…, 그건 물론이지…."
"그럼 나랑 세이메이의 보호를 받아. 이미 올라탄 배니까, 죽게 내버려 두진 않을 게."
슈텐 씨는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했다.
남자로서 한심해지는 말을 들었지만
동시에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자아, 이사 결정."
"앗…, 결정인가요…."
그 가벼운 어조에, 왠지 갑자기 함정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사하든가, 계속 습격 당하던가의 문제였잖아?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말고.
그럼 좋은 일은 서두르라는 말도 있듯이, 당장 이사 와."
아베 씨가 즐거운 듯 말하자, 슈텐 씨가 힐끔 시선을 던졌다.
오니한테선 벗어날 수 있으나,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생활을 보내게 됨을 의미했다.
자신을 음양사라 말하는 아베 씨와, 오니를 집어던져버리는 슈텐 씨.
어라…. 조금 불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