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강의가 끝난 다음 약속 장소로 향한다.
슈텐 씨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준다고 말했다.
대체 어떤 사람을 소개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눈 앞에서 그것을 퇴치해준 사람의 말이다.
분명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주겠지.
(아아, 분명 그거에 겁먹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두근두근하는 심정으로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새된 소리를 내는 여자아이들의 원이 쳐져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광경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슈텐 씨의 모습은 없다.
그렇다면…….
(그 사람…, 또 에워싸여 있는 건가…!?)
쭈뻣거리며 소란스러운 여자들의 집단을 향해 다가가보니,
중심에는 질색하는 표정의 슈텐 씨가 서있었다.
나를 기다리는 동안 포위당해 버린 걸까?
말을 걸고 싶었으나, 여자들의 벽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트, 틈이없어….! 슈텐 씨 진짜 인기 많구나….)
주위를 어슬렁거리거나 폴짝폴짝 뛰어보고 있자니
순간 슈텐 씨가 이쪽을 보았다.
"쿠사카…!"
슈텐 씨가 이름을 부르자, 여자들이 전부 뒤돌아 봐서 무심코 움찔 뒷걸음질 쳤다.
무수한 시선들은 어떤 의미로는 오니를 만났을 때보다 무서웠다.
몇 명의 여자들한테는 살기마저 느껴진다….
시선에서 벗어난 틈을 타, 슈텐 씨가 능숙히 원을 빠져 나왔다.
"가자!"
"네, 넵. 가요!"
합류한 다음 종종히 걸음을 내딛는다.
등뒤로 아프리만큼 시선을 느꼈지만
"결코 뒤돌아 보지 마."
"알고 있습니다…."
나와 슈텐 씨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대학을 벗어나 거리로 나온 다음,
슈텐 씨와 둘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뭔가 큰일이었네요…."
"그래…. 피곤하군."
그만큼 빈번하게 여자들에게 뒤쫓긴다면 피곤할만도 하겠지만,
역시 조금 부럽다.
이렇게 걷고 있기만 해도, 여자들이 슈텐 씨를 돌아본다.
"다음에 만날 때는 조용한 장소로 하자."
"매번 저러면 언젠가 폭동이 생길 걸요."
"나도 어찌할 수 없어져서 곤란해."
"항상 저런 식으로 여자들에게 에워싸이나요?"
"때때로 저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주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슈텐 씨는 그것에 당연하다는 양 말하니까 멋지다….
"하지만 굉장하네요…. 꽤나 부러워요."
여자들에게 에워싸이다니 평생 한 번도 없었다.
남자라면 누구든 저 정도로 인기 있어 보고 싶어 할 텐데
슈텐 씨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괴로움이었다.
"그렇게 좋은 건 아니야.
애초에 내가 이렇게 된 것도 여자 때문이고."
"이렇게……?"
"아니……."
다음 말을 기다리지만, 슈텐 씨를 입을 다물었다.
뭔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그 이후로 침묵이 떨어졌다….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서 화제를 찾는다.
"앗. 그러고 보니 어제…!"
주머니에 넣어둔 회중시계를 꺼냈다.
시계를 건네주자 슈텐 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그것을 챙겨넣었다.
몸짓만 봐도 소중한 것임을 알겠다.
하지만 그 시계는 고장나 있었다.
"그거 움직이지 않던 데 안 고치시나요?"
"상당히 오래 된 거거든…. 부품이 손에 들어오지 않아서 수리하는 게 힘들어."
"오래된 거라니, 앤티크 같은 건가요…?"
어쩌면 엄청 가치 있는 물건이었던 걸지도.
좀 전까지 대수롭지 않게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게 무서워졌다.
"아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야. 옛 지인한테… 양도받은 물건이니까, 나만테만 가치 있는 물건일지도 모르겠어."
(옛 지인…. 어린 시절 때 이야기인가…?)
이야기를 마친 슈텐 씨는 머나먼 과거를 떠올리는 듯한 눈으로, 작게 고개를 내리 깔았다.
왠지 그 이야기를 묻는 게 어려워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남의 과거를 쉽게 건드리는 건 좋지 않다.
화제를 바꾸자…….
"목적지까지는 먼가요?"
"그래. 조금 걸려. 피곤해…?"
고개를 든 슈텐 씨가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아서 기뻤다.
"아, 아뇨. 전혀 문제 없어."
아직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순간 반말을 써버려서 조금 얼굴을 붉혔다.
이번에 고개 숙인 것은 나였다.
"앞으론… 계속 그렇게 말해."
"엇…?"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무심코 슈텐 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슈텐 씨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존댓말 쓸 필요 없어.
딱딱한 말은 피곤하잖아?"
"그, 그래도 아직 만난지도 얼마 안 됐는데…."
"그럼 줄곧 존댓말 쓸 거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말을 놓을지도 모르지만요…."
"언젠가 말을 놓을 거라면 지금부터 놓아도 마찬가지야."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말투를 바꾸는 건 아무래도 좀 부끄럽고….
"싫다면 상관은 없지만…."
"아니, 물론 말을 놓는 게 편하지만……. 편하지만요…."
"그럼 된 거야. 무리하지 마."
연하가 말을 놓는 데 싫은 표정 하나 없이 받아 주다니.
슈텐 씨는 정말 거물이구나….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을에서 떨어진 길을 걷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아직 그거가 습격해 오지 않았다.
최근 거의 매일 발견했는데… 신기했다.
뭐, 나야 안 나오면 좋지만.
그대로 슈텐 씨를 따라가자, 어느 아파트에 도착했다.
"어라, 여기…. 아베 씨의…!?"
건물에는 수풀에 파묻힌 간판이 걸려 있고
거기에 적힌 이름이 할머니가 가르쳐준 건물과 같았다.
"세이메이를 알아?"
"아, 아뇨…. 제가 안다기보다는…."
"경위를 설명하려 했을 때, 방문 하나가 열렸다."
"아아, 생각보다 빨랐네."
문에서 나온 그 사람은 부드러운 웃음을 띄고 있었다.
"세이메이, 이 아이야."
"응. 재밌는 <기>라서 바로 알았어."
말을 시작한 두 사람은 아무래도 아는 사이인 듯 했다. 게다가 나온 사람의 이름은 아베 씨와 마찬가지로 세이메이라고.
(어라…. 그럼 이 사람이 아베 씨야?)
"그는 다른 루트를 통한 의뢰인이기도 해."
"과연… 여기를 알고 있던 이유를 알겠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 있다가,
아베 씨에게 실례란 생각에 다급히 인사했다.
"앗, 처음 뵙겠습니다! 쿠사카 료입니다! 할머니와 슈텐 씨에게 이야기를 듣고 찾아 뵙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아베 세이메이. 네 이야기는 들었어."
아베 씨의 목소리는 남을 차분하게 해주는 목소리였다.
이 사람이 그것과 싸우는 모습이 제대로 상상이 가지 않지만, 말투도 침착하고 믿음직했다.
"서서 이야기하기도 뭣하니 안으로 들어가자."
"그럼… 난 이만."
"앗, 슈텐 씨…!"
1. 고마웠어.
2. 어디 가?
3. 같이 이야기를 들어 줘.
"저기, 같이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러진 않는 거야?"
"내가 같이?"
"그래. 슈텐 군도 설명하는 것 좀 도와 줘."
(설명…?)
슈텐 씨는 스스로 그것을 퇴치했으니까
어쩌면 그거에 대해 잘 알는 건가?
"상관은 없지만…. 세이메이가 설명하는 게 더 빠를 텐데."
"그렇게 말하지 말고."
"……."
슈텐 씨는 아베 씨가 열고 나온 문을 넘어 방으로 들어갔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그거에 대응하는 방법을 여기서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긴장 된다.
안으로 들어선 내가 본 것은… 뭔가 엄청난 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