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만, 쿠사카."
"응. 내일 봐."
친구와 헤어져 대학 밖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지도 앱을 켜서, 할머니가 가르쳐준 주소를 검색했다.
(음…. 아, 여긴가.
여기서부터 출발하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서두르지 않으면 도착했을 때 밤이 되고 만다.
하지만 최대한 밤에 외출하는 건 참고 싶다.
왜냐면 '오니'의 모습은 밤에 더 많이 보이니까….
아침에도 낮에도 있긴 하지만.
"으음…."
며칠전 오니의 습격을 받았던 때를 생각하니
오늘은 포기하고, 휴일에 외출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서 멈춰섰다.
(이 감각…, 오니 아냐?)
지금까지 대학에서 오니의 모습을 본 적은 없었는데
마침내 이런 곳까지 나타나게 된 건가.
(만약 지금 습격해 오기라도 한다면…)
이대로 사람들 속을 걷다간,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미칠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뒷골목을 골라 딛었다.
하지만….
(쫓아오고 있어….)
돌아보지 않아도 감각으로 느껴진다.
나는 남들 눈이 사라진 것을 기회 삼아
최대한 힘차게 달렸다.
"우오오오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서
여기까지 오면 괜찮을 것 같은 장소에서 멈춰선 다음, 돌아본다.
오니의 모습은 없다.
(뿌리친 건가…?)
나무 그늘에 숨어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자 뜻밖의 방향에서 오니가 튀어 나오더니, 손톱이 있는 손을 휘둘렀다.
나는 자세를 바로잡을 틈도 없이,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아…, 이건 이제 무리야….)
그리고 와야할 충격에 대비해, 눈을 꽉 감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충격이 오지 않았다.
의아함에 쭈뻣쭈뻣 눈을 뜨자니
나를 향해 덤벼오던 오니는 누군가에 의해 목을 사로 잡혀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의 뒷모습, 어딘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괜찮아?"
"슈… 씨…."
이름을 모르는 것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나는 어중간하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슈텐이다."
"슈텐 씨…."
하지만 들은 말을 반추한 것뿐.
왜 그 슈텐 씨가 오니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걸까.
"너한테는 이게 보이는 구나."
오니의 목을 대충 움켜쥔 채,
작게 고개를 돌린 슈텐 씨는 찬찬히 그 오니를 내던졌다.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것처럼.
그러자 지면에 내팽개쳐진 오니는 증발하듯 사라졌다.
"……."
"설 수 있겠어?"
"네…."
(물어 보고 싶은 게… 잔뜩 있지만….)
슈텐 씨는 곤혹스러워하는 내 손을 잡아 당겨 일으켜 세워줬지만
나는 그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뭐부터 물어야 봐야 하는 생각을 시작해야 했다.
"다친 덴 없고?"
"네, 넵…. 아마도요."
"그래? 그럼 문제 없겠네. 그럼 이만."
"엣?! 잠깐만요!!"
등을 돌리려 하던 슈텐 씨는 내 커다란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떠고서 멈춰섰다.
(우우…. 무심코 불러 세웠어….)
"뭐야?"
"저, 저기…. 말이죠……"
나는 다급히 머릿속을 정리하고서
지금 그에게 물어 봐야할 항목을 짜내봤다.
"슈텐 선배한테도 저게 보이시나요?"
"그래…."
"그리고… 저걸 쫓아내실 수 있으시고요…?"
"그렇지…."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저 옛날부터 저거한테 쫓기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 빈도수가 늘어나서 곤란해하던 중입니다…!
그러니까 퇴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지 않겠습니까!?"
"아아…. 나는……. 아니, 아무 것도 아냐."
"……?"
"일단 그런 일이라면 협력은 할게.
조금 기다려줄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슈텐씨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9. 슈퍼 꽃미남 (4)
슈텐 씨가 어딘가로 거는 동안,
나는 그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실 것 같아 다행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잘생겼어.
마네킹 같다고 하면 실례지만.
인형 처럼 단정한 용모라는 말이 정말 딱이야.)
"기다렸지?"
"아, 아뇨."
슈텐 씨가 스마트 폰을 넣는 것을 보고
나는 다급히 등을 쭉 폈다.
"내 지인한테 연락을 넣었어.
이런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
내일부터라면 시간이 있다는 모양인데, 만나 볼래?"
"…! 그래도 되나요!?"
"응. 문제없어."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 여기서 만나자.
강의가 끝나면 연락할 테니까, 연락처 가르쳐 줘."
"네!"
전화 번호를 교환한 다음, 스마트 폰을 챙긴다.
"그럼 내일 봐."
"아아아…,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
고개를 갸웃하는 슈텐 씨에게, 나는 과감하게 고했다.
"저기, 몇 번이나 붙잡아서 죄송합니다.
아직 감사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게 생각나서.
위험한 참에 구해주신 것, 정말로 고맙습니다."
힘껏 고개를 숙인 다음, 고개를 들자
슈텐 씨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였으나
순간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주셨다.
(머, 멋지다…!!)
지금까지 줄곧 무표정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드러운 표정에 왜인지 가슴이 요동친다.
나는 마음속으로 마네킹 같다고 생각했던 것을 사과했다.
"새삼 그런 소리를 들으니 부끄러운 걸."
"죄,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욘 없어."
"다다다당치도 않은 말씀을……."
(아니, 당치도 않다니… 대체 무슨 소리야.)
힐끔 시선을 기울이자,
슈텐 씨는 내 거동 수상한 모습을 보면서도 의아함 하나 보이지 않고
나를 똑바로 바라봐주고 있었다.
(이 사람… 좋은 사람이구나….
내가 만약 눈 앞에 이렇게 패닉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무심코 웃었을 테고,
뭘 그렇게 허둥대냐고 한 마디 했을 텐데….)
그때 멀리서 몇 여개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또 오니인가 싶어 무심코 몸이 딱딱해졌다.
슈텐씨도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며 순간 몸을 굳힌 듯 했지만,
왜인지 기운빠진 눈으로 탈력했다.
"꺄악!! 슈텐 군!!"
"우왓…."
그야말로 밀물 들이차는 듯한 기세로
십여명 정도의 여학생이 슈텐 씨를 에워싸서
그 곁에 있던 나는 원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1. 여학생들에게 불평한다.
2. 그만 돌아가자….
3. 폭풍이 지나가는 것을 말없이 기다린다.
(또 여자아이들한테 둘러 싸여서…. 부럽다….
하지만 슈텐 씨는 왠지 피곤해 보였어.)
혼자 돌아가는 것도 박정한 것 같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들에게 에워싸여있던 슈텐 씨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 눈은 마치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