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제로/PSV 발매기념 SS]
【 백지의 꿈 】
* 비타판 발매 기념 SS입니다. 어연 몇 여년 만인지..ㅋ
귀에 거슬리는 고음이 울려퍼졌다.
잠기운이 남아 있는 몸을 일으키면서, 소리의 발신지인 침대 사이드의 알람 시계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무래도 어제밤에는 일감을 갖고 돌아와 집에서 일을 하던 도중 그대로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서류나 책으로 난잡해진 방 안을 둘러보며, 카가 아키라는 쓰게 웃었다.
“후우…. 벌써 이런 시간인가. 나갈 준비를 해야지.”
<교사>라는 직업은 할 일이 많다. 하루의 수업 준비 말고도, 제출물 확인이나 테스트 문제 제작, 채점은 물론 잡다한 서류 작성까지 두루 존재한다. 거기에 카가는 방과 후 <특별 수업>을 칭해 담임 이외의 학생들까지 담당하고 있는데다,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하지 않으면 안될 일도 많아서, 문자 그대로 쉴 틈이 없다. 그래도 지금의 생활을 고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빌어왔던 것이 현실에 가까워졌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교사>라는 직업을 조금이나마 즐기고 있기 때문인 걸까.
“아, 오늘은 작문을 돌려줘야 하는 날이었지. 전부 다 있으려나. 으음….”
출근 준비를 하고, 임시로 살고 있는 집을 나서려던 순간, 가방 안의 내용물에 불안을 느끼고 재차 서류를 끄집어 낸다. 그것은 얼마전 국어 수업 때 학생들에게 적게 만들었던 <장래의 꿈>을 테마로 한 작문이다. 어젯밤 그것을 첨삭하고 있는 도중 잠든 기억이 있다. 거의 다 봤을 거라 생각하며 장 수를 세고 있자니, 학생 하나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 쿠죠나데시코. 그녀답게 섬세한 글씨로, 꼼꼼하게 적혀있는 장래 희망.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는 내용은 어른스러웠으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기내, 어린아이다움이 느껴지는 멋진 작문이다. 어제 읽었을 때에도, 카가는 그렇게 흐뭇하게 느꼈었다. 동시에 가슴 아픔도 느꼈다. 이렇게나 그녀의 미래는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었을 텐데.
(아냐…. 아니야…. 여기는 환상의 세계야.)
느릿히 고개를 젓고서, 생각을 털어낸다. 지금의 자신은 교사고, 카가 아키라로써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카가 아키라에게 있을 리 없는 감상은 일시적으로라도 버리지 않으면, 목적을 이룰 수 없으니까.
“다른 아이들은 뭘 썼더라….”
이 작문은 모든 반 공통 수업 때 한 거다. 담임을 맡은 세 사람 말고도, 자신이 불러 모은 다른 과제 멤버는 무엇을 썼을까 조금 흥미가 솟았다. 본래의 목적에서 이탈해서, 교사로써 그들을 신경 쓰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하고, 자신 답기도 했다.
필요한 매 수가 갖춰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문득 깨닫는다. 마지막 한 장, 이름은 적혀 있지만 백지인 작문이 있었다. 그거 말고는 전부 읽은 기억이 있으니까, 누락되어 있었던 거겠지. 작문이 거북한 학생도 있고, 아무리 교육 레벨이 높은 학교라 해도 때때로 이런…, 요컨대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일도 흔하다. 제출할 때 눈치채지 못했다니 터무니없는 미스를 저질렀다고 반성하면서 눈 앞으로 펼쳐든 종시에, 카가는 눈을 크게 떴다.――카이토 타카토.
백지 작문 용지의 첫머리에는, 그 이름만이 떠오르듯 기재되어 있었다.
◇ ◇ ◇
“좋은 아침, 타카토.”
“응……? 조, 좋은 아침. 나데시코, 리이치로.”
“? 왜 그래. 오늘은 반응이 둔하군.”
“혹시… 몸이 안 좋아…?”
“으으응, 조금 수면 부족이라서. 괜찮아.”
“아, 좋은 아침! 변함없이 셋 다 사이가 좋네!”
“아얏! 어이……, 나카바. 아침 인사라면 평범하게 해. 평범하게.”
“아침부터 나카바가 보내는 전력 몸통 박치기를 체감할 수 있었으니 영광으로 생각해 주세요, 릿땅 씨.”
“생각하겠냐. 마도카도 가끔은 이 녀석의 폭주를 말리라구.”
평일날 아침. 교문을 빠져 나온 곳에서는 평소와 다를바 없는 일상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특별 수업을 통해 알게 도니 <과제 멤버>라 불리는 아이들이 교류를 가진지 어연 몇 주. 처음에는 반발했던 리이치로도 나카바 형제의 기행에 익숙해져 가볍게 흘러 넘길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
“그렇지! 오늘 말야, 과제가 없는 날이지? 방과 후 시간 비어 있으니까, 다 같이 놀지 않을래?”
“과제가 없는 날이니까, 조용히 좀 지내게 하라고….”
“또또~, 릿 땅! 그런 소릴 하지만 사실 혼자 빠지게 되는 건 쓸쓸해하잖아?”
“릿 땅 씨는 솔직하지 않으니까요. 부정은 긍정으로 받아 들여도 되겠죠.”
“후훗. 대략 틀린 것도 아니네.”
“어이, 나데시코. 너까지 그러지마.”
“오늘은 다도부 활동 없는 날이지. 고집 피우지 말고 리이치로도 같이 가자.”
“너도 꽤나… 물들었군.”
“응응, 결정! 그럼 대인이랑 토라 군도 붙잡아서….”
“앗, 미안. 나는 오늘 좀 무리일지도.”
“타카토 씨? 무슨 예정이 계십니까?”
교실로 이어진 복도를 걸으며, 변함없이 난데없는 나카바의 제한으로 이야기가 떠들썩해진다. 허나 타카토가 꺼낸 말에 다른 네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타카토는 초등학생이면서 일로 연구에 관여하고 있어서, 방과후에 시간을 뺄 수 없을 때가 있다. 허나 최근에는 그러한 빈도가 현격히 줄은 데다, 타카토 본인이 다른 예정보다도 과제 멤버와의 교류를 우선하려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예정이라고 해야하나…. 저기… 아마, 선생님한테 불려 나갈 것 같아서.”
“엣…?! 타카토가…?”
“호출?! 내가 아니라 타카토 군이??”
“선생님의 호출이라고 하면 나카바의 18번입니다만.”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위화감이 있군. 너, 무슨 짓 저질렀나?”
“으음…. 아직 예상이지만…. 뭐어 보통이라면 호출 당할 테니까.”
“엣!? 뭐야, 그거. 신경 쓰여!!”
그렇게 화제가 열이 올랐을 무렵, 타이밍 좋게 예비 종이 울었다. 나카바와 마도카는 아쉬워 하면서도, 또 점심시간에 이야기를 하자며 각자의 교실로 향한다.
“하지만 바로 끝날지도 모르고. 시간이 있으면 나도 합류할게.”
그런 타카토의 말에 나데시코와 리이치로는 나란히 얼굴을 맞대며 작게 고개를 갸웃했다. 공부도 수업 태도도 견줄자가 없을 정도로 우등생인 타카토가, 선생의 호출을 받는 이유. 전혀 예상이 가지 않는 그것이 신경 쓰였으나, 왠지 모르게 추궁하는 것을 꺼려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마치 짜맞춰 놓은 것처럼 그저 자신의 자리에 앉기로 했다.
◇ ◇ ◇
“그래서, 뭘 하고 놀 것이냐. 깡통차기인가? 그것은 뜨거운 유희다. 결판을 내려면 아침을 맞이할 각오가 필요하겠지.”
“그건 곤란합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고, 나카바를 불량의 길로 보낼 순 없습니다.”
“깡통차기 재밌을 것 같은데. 음, 뭐가 좋으려나?”
하루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제각기 보내는 방과후. 복도 한가운데에서 나카바 일행이 말을 나누고 있을 때, 몇 몇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찬가지로 수업이 끝난 6-A 반의 3인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나카바가 벌떡 고개를 든다.
“아, 세 사람 다! 이쪽이야, 이쪽! 대인은 겟 해왔어~.”
“깡통차기니 뭐니 하던데…, 너무 격한 운동은 싫어.”
“릿 땅 씨는 인 도어 타입이시군요.”
“이래 봬도 옛날엔 밖에서 자주 놀았어. 지금은 혼자 퍼즐이나 크로스 워드 같은 것만 하지만.”
“나데시코,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나무를 탄 다거나…, 강에서 떠내려간 적도 있었지.”
“그건 너 때문이잖아.”
“그러고 보니 타카토 군, 결국 호출 건은 괜찮았어?”
“아, 응…. 괜찮았던… 것 같아….”
“그건 그렇고…, 왠지 기운 없지 않아? 혹시 호출 당하고 싶었던 거야?”
“아하핫. 그런 건 아닌데….”
“그런데 토라노스케는 어찌 된 게냐. 나카바. 같은 클래스가 아니었더냐.”
“잘도 기억하셨군요, 대인 시.”
“흠. 최근의 나는 실로 예리한 것이다.”
“그게 말야~. 수업이 끝나고 바로 붙잡으려고 했는데, 토라 군 애초에 마지막 수업은 땡땡이 였어…. 집에 가 버린 걸려나….”
“사이온지 군이라면 안뜰 벤치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시원한 목소리가 끼어 들어왔다. 모두가 시선을 던진 곳에는, 특별 수업의 담당 교사이기도 한 카가 아키라가 부드러운 웃음을 띠고서 서있다.
“여러 분, 사이가 좋아 지신 것 같아서 기쁘네요. 놀러 가는 건 좋지만, 위험한 곳에는 들어가지 말도록.”
“넵! 카가 선생님! 토라 군의 정보 고맙습니다! 바로 잡으러 가야지!”
“토라 군은 자고 있을 때에 넣을 놓는 게 제일 효율이 좋으니까 말이야.”
“너희들 사이온지를 맹수 같은 걸로 착각하고 있지 않아…?”
“하지만 토라가 참가해 줄 때는 대략 이 흐름인 걸.”
“그렇긴 하지만…, 그 녀석이 조금 동정이 가.”
토라노스케의 목격 정보를 듣고 들뜬 멤버들은 바로 안뜰로 향하려 한다. 기세 좋게 달리는 나카바나, 마도카에게 손을 붙잡혀 가는 슈야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데시코도 복도를 걸어 나가려하다가…, 문득 멈췄다.
“카가 선생님…, 잠깐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뭡니까?”
타카토 혼자 그 자리에 멈춰서, 학생을 웃는 얼굴로 배웅하고 있던 카가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멤버들의 등이 복도 저너머로 사라져 가는 것을 겉눈질 하면서, 나데시코는 걸음을 멈췄다. 리이치로도 조금 앞에서 뒤돌아 보았다.
“타카토…, 괜찮아?”
“응. 걱정하지마. 나도 바로 갈게.”
“알겠어…. 그럼 안뜰에서 기다린다.”
◇ ◇ ◇
“정말로 사이가 좋아 졌군요. 타카토 군의 힘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나데시코와 리이치로가 떠난 다음, 조용해진 복도 구석에서 카가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전에 없이 그늘진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 보는 타카토를 힐끗 보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저기, 카가 선생님.”
“오늘 다시 돌려드린 작문 때문입니까?”
말을 꺼내려하다, 카가가 바로 본론을 꺼내온 것에 타카토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해서, 곧장 카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백지로 제출한 것은 저뿐이겠죠. 보통은 다시 제출해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유를 묻거나. 하지만 돌아온 작문에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질문하러 오는 것도 성실하네요. 카이토 군은 평소 성적도 양호하고, 가끔은 백지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것뿐입니다.”
“에……, 그런 이유…였습니까?”
“네. 달리 이유가 있을 줄 알았습니까?”
“카가 선생님은… 학생들을 자세히 살피시니까…. 제가 보아온 선생이라면… 백지로 제출한 이유를 신경 쓰실 겁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하고 물어 오실 줄 알았습니다.”
“……….”
타카토의 말에 카가는 잠시 침묵했다.
그 찰나 카가가 보인 표정에, 타카토는 희미한 동요를 느꼈다. 고통을 참는 것처럼 가늘어진 눈동자. 마치 연민이이라 불러도 될 색으로 흔들렸던 그의 눈동자에, 왜인지 오싹하고 등줄기가 떨렸다.
“언젠가… 꿈을 찾아낼 겁니다.”
“에…?”
“반드시 너만의 꿈을 찾아낼 겁니다.”
“카가 선생님…….”
“다시 제출하라고 하면 타카토 군은 시킨대로 하겠죠. 이번에는 <완벽하게>, <어른스러운 아이 다운 작문>을 적어 줄 거죠? 선생님은 그럼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백지는 지금의 타카토 군의 있는 그대로의 마음입니까요. 무리하게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미소하는 카가의 눈동자는 평소의 차분하고 다정한 교사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의 의도나, 언뜻 보인 표정의 의미. 전부 뇌리에서 뭔가가 걸려서, 타카토는 솔직히 수긍하지 못했다.
“뭐어 그래도, 봐주는 건 이번뿐입니다. 아무리 그대로 작문 수업 전부를 포기하는 건 받아 들일 수 없으니까. 다음엔 반드시 써와주세요.”
“네….”
얼버무리는 듯한 음색과 웃음에, 타카토는 이번에야말로 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평상시의 <선생>이다. 어딘지 진의를 파악할 수 없는 점도 있지만, 학생을 염려하고, 어른으로 이끌어 주려하는 사람. 그리고 완벽이라 칭송받아온 자신도, 아마 문제를 끌어 안고 있는 학생 하나로 봐준다. 그것이 기묘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타카토는 카가의 말을 순순히 받아 들이려 했다.
“죄송합니다. 다음엔 제대로 하겠습니다.”
“모두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제 가 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생각을 전환해, 기운 차게 대답한 타카토가 등을 돌린다.
그 모습을, 카가는 교사의 얼굴로 배웅했다. 결코, 웃음을 지우지 않고.
◇ ◇ ◇
“타카토! 괜찮았어?”
“응. 늦어져서 미안. 아, 사이온지 군을 포획했구나. 다행이다.”
“그보다가 말야…, 너희들. 한 번 빡쳐주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지금은 그럴 기분 아니라잖아. 몇 번이고 상대해 줄 여력 없어.”
“하지만 나카바의 요리는 매력적이겠지?”
“나카바와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게다가 오늘은 나데시코 씨도 있습니다.”
“아니, 왜 거기서 나데시코가 나오는데.”
“나데시코 씨가 있으면 토라 씨의 참가율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엣. 토라…, 그래?”
“하아? 뭔 소리야. 뭐어…, 너랑 카노가 있는 게 나름 상식이 통하니까 말이야. 그런 의미로는 낫지.”
“토라 군도 참 솔직하지 못하네.”
“너어, 슬슬 진짜로 조져버린다.”
“아하핫. 뭐어, 어때. 한가하면 놀자. 오늘은 과제도 없고.”
“그러하다, 토라노스케. 나중에 울어도 늦는다구?”
“누가 울겠냐! 하아…, 진짜로 나중에 맛난 거 갖고 와라, 나카바.”
“응응! 거긴 맡겨 줘!”
“그래서? 결국 뭐하고 놀 건데?”
“아, 뭐 할 진 안 정했다! 으음…….”
“저기…, 타카토. ”
“응? 나데시코, 왜?“
“타카토는 뭔가 하고 싶은 일, 없어?”
“엣……? 나?”
갑작스러운 말에, 타카토가 눈을 깜빡인다. 평소라면 나카바나 슈아가 엉뚱한 제안을 하고, 그걸 나데시코나 리이치로가 기가막힌 얼굴로 구스르고, 타카토가 절충안을 꺼낸다. 그런 흐름이 고정화 되어 있어서일까, 그렇게 처음부터 물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타카토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게…., 음… 깊은 의미는 없는데, 타카토라면 좋은 생각을 해줄 것 같아서.”
“그렇군요. 오늘은 타카토 씨가 하고 싶은 것을 하죠.”
“음……. 가끔은 좋지 아니한가. 그러고보니 타카토가 스스로 제안한 적은 그다지 없었지.”
“좋다! 타카토 군이라면 터무니없는 소린 안 할 거야.”
“앗, 나한텐 나카바보다 카티오 녀석이 귀찮은 말을 꺼낼 것 같은 인상인데.”
“그건 사이온지를 설교할 때 한정 아냐?”
전원 제각기 나데시코의 말에 찬성하며, 타카토한테 시선을 보낸다. 당사자 본인은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추궁당할 줄 알았으나, 누구도 그 것을 입에 담지 않는다. 이야기를 모르는 슈야나 토라노스케는 몰라도 호기심 왕성한 나카바나, 걱정하고 있을 나데시코나 리이치로까지도. 그것은 무의식 중의 행동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적어도 풀죽어 있던 타카토의 심정을 헤아리고, 배려해 주는 것임을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환경이나 입장, 갖가지 상황에 맞추면 목적을 도출할 수 있다. 호기심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은 잔뜩 찾을 수 있다. 누군가의 희망에 자신의 의사를 섞는 것도 일상 다반사. 하지만 이렇게 새삼스럽게 질문을 받게 되니, 조금 망설여졌다. 그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에 가까운 당혹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기 혼자만 아직 미래를 발견하지 못했다. 백지로 채워진 미래 예상도는, 분명 이 앞으로도 계속 들러붙을 그림자다. 어린 시절 깨달아 버린 자신의 가능성은, 그리 간단히 뒤집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언젠가… 꿈을 찾아낼 겁니다.』
선생이 했던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말야,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항상 즐거워.”
지금은 그것이 사실이고, 오직 그것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대답이 아니잖아, 그거. 뭐야, 갑자기.”
“아하핫. 그치만 정말이라서. 모두와 함께 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해. 그렇지……. 내가 정해도 되는 거라면 잔뜩 있어.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건 등산이려나.”
“드…, 등산?”
“하이킹이라고 해야하나? 다 같이 도시락을 들고, 되도록 정돈되지 않은 짐승길만 골라 정상을 향한는 거 즐겁지 않을까 했어. 귀한 식물이나 곤충 같은 걸 발견하면 즐겁겠지. 그치만 지금 시간은 무리일려나.”
“잠깐만. 그건 상관없지만, 왜 짐승길을 고르는데.”
“즐겁겠다! 도시락 담당은 물론 나랑 마도카네!”
“산 정상을 목표로…. <로망>이 있군. 조난 이벤트도 일어나는 거겠지.”
“네가 그렇게 말하면, 진짜 농담으로 안 끝나니까, 그만 둬.”
웃으며 고했던 타카토의 말에, 동료들은 얼굴을 맞대며 웃었다. 그의 웃음이 평소의 명랑함을 되찾고, 진심으로 지금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헤아린 거겠지.
어딘지 안도한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다음 순간에는 평소와 다를바없는 소란스러움이 그 자리에 가득찼다.
그러한 소란 속에서, 타카토는 나데시코에게 다가가 살며시 속삭인다.
“고마워, 나데시코….”
“에…?”
“걱정 끼쳤지?”
“아냐. 나도 말야…, 타카토랑 같이 있는 게 즐거워. 항상 새로운 발견이 있는 걸.”
수줍어하는 듯한 그녀의 웃음에, 타카토의 심장이 두근하고 튀었다.
언제나 새로운 발견이 있다니. 그것은 고스란히 자신이 할 말이다. 그녀를 만나고 나서, 얼마만큼 새로운 풍경을 알게 되었던가.
(지금까지 봐왔던 것이 거짓말처럼, 반짝반짝 빛나.)
만약 종착점을 발견한 자신의 <가능성>이 뒤집어 지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손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미 그렇다. 자신은 그녀의 존재에 의해 나날이 변화하고 있으니까.
혼자 있을 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경치가, 화사하게 그려져 나간다.
텅 빈 페이지에, 조금씩 색이 들어 간다.
그녀의 미소나, 동료들의 웃음 소리.
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것들은, 색바래지 않는 보물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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