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가까운 시간이기도 한 탓일까.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주위에는 안개가 자욱히 껴 있어서… 시야가 안 좋다.
「조금만 더 두껍게 입고 올 걸…….」
묘하게 추워서, 조금 쌀쌀했다.
몸을 움직이면 따스해 질까 싶어서, 빠른 발걸음으로 걷는다.
(타카노를 만나면 뭐라 말하지?
뭐, 그래도 직구로 물어 보는 게 제일이겠지.
빙빙 돌아 말하는 건 없기로 하자….)
걷고 있는 도중, 자신이 방향 음치인 사실만이 걱정이었으나
오늘만큼은 왠지 망설임없이 걸어, 바로 신사의 토리이가 보였다.
자갈길을 걸으며 경내 안으로 들어간다.
신사 안은 조용해서…… 정적이 역으로 귀 아팠다.
인기척도 없고 빛도 없이… 어딘지 음울한 분위기다.
이어 안개로 흐릿해져 있던 경내의 형태가 뚜렷해지더니….
세전함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게 보인다.
「아아, 겨우 왔어?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어.
좋은 밤……. 쿠사카.」
「타카노…?」
세전함에서 뛰어내린 인영이 천천히 내게로 다가온다.
타카노였다…….
「그래. 이런 밤중에 신사에 오는 사람, 얼마 없잖아?」
「…….」
132. 신사 경내에서
타카노는 나와 약간 거리를 벌린 상태로 멈춘다.
얼굴에는 히죽이죽 남을 바보 취급하는 웃음을 띠고 있다.
이 얼굴…… 전에도 본적이 있다.
『잘도 이런 장소에서 사네』라고 말했던 그 때.
그와 완전하게 똑같은, 어딘지 거짓어린 웃음을 띠우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쿠사카?
이런 밤중에 남을 다 불러내고.」
「무슨 일이고 뭐고.
내 방에 왔을 때… 무슨 짓을 했어?」
내가 직구로 묻자, 타카노의 얼굴이 재밌을 정도로 일그러진다.
「응? 아. 혹시 부적 말야?」
역시 타카노의 짓이었다…….
나는 조금이지만 쇼크를 받았다.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아주 조금 있었으니까.
「무슨 속셈으로 부적같은 걸 멋대로….
그거 때문에 큰일이 일어났다구!!」
「에. 무슨 속셈이냐니…….」
타카노가 짐짓 시치미를 때면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풋하고 붐는 다 싶더니, 쿡쿡 웃음을 흘리고서.
최종적으로는 깔깔 바보 같은 웃음 소리를 낸다.
「무슨 속셈이냐니, 쿠사카를 위해서지?
말했잖아. 그 아파트는 위험하다고.
그러니까 오니가 왔을 때를 위해 트랩을 깔아 둔거야.
보통 오니라면 소멸할 만한 요술을 집어 넣은 부적이라구?
강력한 요력을 지닌 녀석이라면 참을 수 있겠지만 말이야?
그 보다, 벌써 발동한 거야?
대체 얼마나 위험한 거야, 그 아파트!! 아하하하하하하하핫!」
133. 타카노의 웃음 소리
타카노의 즐거워서 견딜 수 없어하는 웃음 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진다.
그것은 조용한 이 장소에 걸맞지 않아서, 내 혐오감을 부추길 뿐이었다.
「바보처럼 웃지만 마!」
내가 말하자, 타카노가 히죽이죽 이쪽을 본다.
남을 경멸하는 눈매였다….
「뭐가 즐거운데? 너 때문에 큰일이 났다고 하잖아….」
「쿠사카야 말로 바보네.
나는 말이야, 선의로 한 일이라구?
쿠사카를 오니로부터 지키기 위해 부적을 붙인 거야.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서 웃은 건데, 그게 무슨 잘못인데?」
「선의……?」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았다.
타카노한테는 악의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요괴장에서 일어난 “큰 일”을 기뻐하고 있는 걸로만 보인다.
「쇼크야…….」
지금까지 이해자라고 생각했던 친구의 악의가 쇼크고,
그리고 굉장히 화가 나서.
타마모 씨를 위험에 처하게 한 타카노를 용서할 수 없어서, 나는…….
1. 냉정해 진다 (호감도 +5)
2. 주먹을 휘두른다
3. 멱살을 잡는다
(진정해….
여기서 뜨거워져봤자 타카노의 뜻대로야.)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한 다음, 진정을 되찾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대신, 타카노를 힘껏 째려보았다.
타카노는 쿡쿡 웃고나서, 내 얼굴을 다시 또 들여다 본다.
그 여유로운 표정에 바닥 모를 뭔가를 느끼고 등줄기가 오싹해졌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받아 들인다.
「화났어?」
「당연하잖아…!」
「그래. 성질 급하네. 이 정도 일 갖고.
하지만 그렇지. 계속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지겹고….
슬슬 쇼 타임이려나?」
134. 공기
「뭐야, 쇼 타임이란 건.」
「그건 봤을 때의 즐거움으로.」
음악의 스텝을 밟듯이, 기계같은 토끼처럼
그렇게 부드럽게 타카노가 내게서 조금 거리를 벌린다.
「그건 그래도 말이지…? 몇 번씩이나 말하지만
쿠사카는 잘도 그런 데에 살고 있네.
나라면 절대 무리야.
왜냐면 괴물들 뿐인걸. 그 아파트.
아아. 쿠사카는 살고 있으니까 알고 있겠지. 물론.」
「닥쳐…….」
「정말로 그런 괴물들 소굴 같은 데에 살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아아, 그렇지…….
쿠사카도 괴물이었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 순간 주위의 공기가 달라졌다.
신사 특유의 청아한 공기가 사라지고
주위의 색태가 톤 다운한 것처럼 새카매진다.
묘한 압박감이 가득 차서… 조금 구역질이 났다.
「큭…, 이건…!」
변한 것은 공기만이 아니었다.
타카노의 분위기도 변해 있었다.
과거에 잘 알고 있던, 그 분위기.
공격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차갑고 싸늘한 그 분위기.
「설마, 너……. 오니야?」
깔깔 웃음을 흘리는 타카노에게서 느낀 것은
오니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135. 오니와 비슷한…
설마 타카노가 오니?
몇 번이나 체험한, 이 기분 나쁜 공기는 확실히 오니의 것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오니긴 해도 오니가 아닌, 그런 애매한 공기….)
타카노의 주위로 안개가 몰려든다.
공기의 소용돌이에 말려 들어가듯이.
나는 주머니에 넣어뒀던 털뭉치를 움켜쥐고, 강하게 바란다.
지켜 주길 비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 녀석에게 기력만이라도지지 않기를.
겁먹지 않고 맞설 수 있기를.』
(타마모 씨, 조금만 힘을 주세요….)
누차 오니와 조우해온 몸이다.
이 공기가 위험하다는 것 정도쯤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 맛봐온 공포도 있었다.
자칫 무릎을 꿇어 버릴뻔 했지만
어떻게든 버틴다…….
(자아, 어떻게 할까….
무기는 안 갖고 왔고… 결계도 없고….)
힘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뭔가 돌파구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내 상태를 히죽거리며 보고 있던 타카노가 말한다.
「좋은 걸 보여줄까?」
그리고 품안에서 뭔가를 꺼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길고 가는 뭔가…. 통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