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데스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타마모 루트 후반 시나리오는 정말 왜 이러나 싶을 정도입니다...
타마모가 불쌍해서 가슴 아프다... -----------------------------------------
141. 결전 서장 1
힘을 실은 주먹에 인간의 체중을 느낀다.
나…, 지금 사람을 때리고 있다.
아, 저질렀다. 큰일이다 싶긴 하지만.
싸움 같은 거 해본 적도 거의 없고.
체력도 완력도, 두뇌에도 자신은 없다.
무서운데다 맛이가 있는 상대로 이런 짓 저지르면
분명 그냥은 끝나지 않을 텐데.
원만하게 타마모 씨를 구할 방법을 캐물어 냈어야 했는데.
정에 호소해가며 상냥함을 끄집어 내서
마지막으로는 굳은 악수를 나누고
산뜻하게 헤어지면 좋겠다니.
그런 식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뭐…. 상관없나.)
가끔은 몸을 써가며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도.
그렇게 나는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
「풉!!」
남자는 비틀거리더니, 대나무 숲에 머리부터 처박혔다.
그리고 얻어 맞은 뺨을 누르며 일어선다.
살의가 담긴 새빨간 눈으로 나를 쏘아 보면서.
「너 같은 쓰레기 자식!
두 번 다시 타마모 씨한테 접근하지 못할 줄 알아!」
「크, 크큭……. 지리는 걸. 잘난척 연인 행세셔?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이누가미의 힘이라도 쓰시겠다고?」
142. 결전 서장 2
이누가미라는 말을 듣고 퍼득 떠올렸다.
(그랬지. 타마모 씨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내게는 이누가미의 피가 흐르고 있댔지.)
「그, 그래! 이누가미의 힘을 쓰겠어!!」
그렇게 말은 해봤지만 당연히 공갈이다.
쓰는 법도 모르고, 정말로 내가 이누가미의 혈족인지도….
앗, 잠깐만.
그거 그냥 이 녀석이 했던 말 아니었어?
「…….」
「왜. 써보시지…?」
「아…….」
「크크큭. 못 써? 그렇겠지. 못 쓰겠지.
네가 먼저 안 하겠다면야, 내가 먼저 할까나.」
대나무 이파리를 흩날리며 남자가 벌떡 일어선다.
쳐들어 올린 한 손에는 금색의 피리.
「나와 타마모의 인연의 깊이를 보여 주마!!
너는 거기서 손가락이라도 빨며 보고 있으라구!!」
칠흑의 산에, 음색 실린 바람이 분다.
청아한 피리 소리가 나뭇가리 틈새를 스쳐 지나가
조용히 땅에 스며 들어간다.
그것은 안개를 불러, 숲은 한층 더 새하얗게 흐려지고 짙어진다.
(저 피리는… 어느 정도 요력이 없으면 못 쓴다고 아베노 씨가 그랬는데….
불수는 있는 건가.
피리를 부는 것과 피리를 사용하는 건 별개겠지.
분명 그럴 거야. 응…. 아마 괜찮을 거야….)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남자의 옆에 인영이 나타났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만 같은 그 사람은,
타마모 씨였다.
143. 결전 서장 3
새하얀 안개. 감청색 하늘. 금색의 여우.
무표정한 타마모 씨는 그 눈동자조차 아무런 감정을 띠고 있지 않았다.
「어째서… 타마모 씨가 여기에…….」
「하아? 너 설마, 이 피리의 사용법 몰라?」
「알아…. 타마모 씨를 조종하기 위한 거였지….
하지만 타마모 씨는 열 때문에 의식도 몽롱했는데….」
「그래서 뭐? 몽롱하면 못 온다 그거야?
아니면 열이 있는데 부르지 말라 그거야?
내가 내 껄 맘대로 쓰겠다는 데 무슨 잘못이야?」
「……! 너어…一!」
「하하하핫! 이 피리도 그 비슷한 거라구?
강제로 불러내서 술자의 뜻대로 타마모를 조종하는 것.
오직 그걸 위해 만들어진 호사스런 피리야.」
남자는 허물없이 타마모 씨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너도 써보고 싶지?」
타마모 씨를 끌어 당겨, 그 뺨을 핥았다.
나한테 과시하듯이.
「하지만 네 방에 깔아둔 덫에 걸린 게, 이 녀석이라 다행이야.
만약 그게 그 쬐끄만 아파트에 사는 다른 요괴였다면
나는 또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만 했을 테니까.
안 그러면 또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너랑 하고 싶지도 않은 친구 놀이를 해야 됐을 테고.」
144. 결전 파장 1
「뭐, 말하자면. 그 부적 덕분에
나도 어떻게든 피리를 쓸 수 있다 그거지.
그래도 네놈은 못 쓸려나.
천성적인 재능의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지금부터 어쩌실 건가, 쿠사카 료 군?
무슨 수단 있나? 책략은? 또 바보처럼 덤벼 들거야?」
「큭…….」
움켜쥔 주먹을 손톱이 파고 들어 피가 스미는 것이 느껴졌다.
「손 쓸 수단도 없는 것 같군. 망할 꼬맹이!!
그럼 슬슬 끝내기로 하자구. 우리는 오늘밤부터 바쁠테니까!!
잘 들어, 타마모!!」
마네킹 같았던 타마모 씨가, 슥하고 턱을 든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네 적, 이누가미의 후손이다! 쳐죽여 버려!!」
「윽……!!」
그것을 신호삼아, 타마모 씨가 나를 향해 덤벼 든다.
그 순간, 언뜻 보인 타마모 씨의 눈에 무리임을 깨달았다.
이야기가 통할 상대가 아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몸을 돌려, 잽싸게 뛰기 시작한다.
(저 피리는 도핑 작용이 있다고 했어…!
진심이 된 요괴를 상대로,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어.)
무엇보다도.
타마모 씨를 상처 입히는 것만큼은 싫었다.
그러니까 달아나는 선택지 밖에 없다.
145. 결전 파장 2
「하아, 하아, 하아…….」
무작정 도망치다,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다.
입을 눌러 숨을 막고서, 주의 깊게 주위를 둘러본다.
타마모 씨의 모습도, 그 남자의 모습도 없다.
(옛날부터 요괴한테 쫓겨 다녔으니까.
뜀박질과 숨바꼭질만큼은 자신이 있지만.)
하지만 이번엔 게임이 아니다.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다….
(우우. 이럴 거라면 좀 더 이것저것 단련해 두는 건데….)
격투기를 배운다거나, 육상부에 든다거나.
하지만 제일 분한 것은 이누가미의 후예라는 걸
왜 좀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그런 능력을 연마해 뒀더라면
타마모 씨를 구했을 지도 모르는데.
지금의 나는… 도망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것만으론 타마모 씨를 구할 수 없어…!!)
그 남자 좋을대로 쓰이고 만다.
그 남자와 함께 가버린다.
내가 아니라, 그 남자와…….
「읏…….」
(싫어……!!
요괴장에서, 내 곁에서, 타마모 씨가 사라지다니…!!)
그뿐만이 아니다.
타마모 씨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면, 그 남자는 또 버림받는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런 짓, 절대 시키지 않겠지.
분명 그 피리를… 계속 쓸 거다.
타마모 씨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하기 위해서.
1. 그런 짓, 절대로 용납 못해 (호감도 +5)
2. 어쩌면 좋지…
3. 어떻게든 해야해…!
(그런 짓, 절대로 용납 못해…!
어쩌면 좋을 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쥐어 뜯다가
냉정해져야 겠다 싶어 고개를 들었을 때,
근처 덤불이 흔들렸다.
(앗, 큰일이다…!)
구르듯이 다시 또 달린다.
그러자 그 인영도, 나를 따라 달빛 아래로 튀어 나온다.
타마모 씨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