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튼 총 163화 정도인데.. 은근히 긴 느낌이네요? 긴가?? -----------------------------------------
116. 반역의 피 (1)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감한 나는
냉장고에서 차가 든 페트 병을 꺼내, 타카노에게 건넨다.
타카노는 차로 입안을 축인 다음, 자세를 바로 잡았다.
나는 가부좌를 틀고, 역시 따분하게 타카노의 말을 기다렸다.
이어 타카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쿠사카는 “이누가미(犬神)라고 알아?」
「이누가미……?」
이누가미(犬神)라고 하면 개의 신?
딱히 들어본 기억은 없어서, 부정의 의미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전혀 모르겠어. 미안.」
「그래. 모르는 거구나….」
「그래서. 이누가미란게 대체 뭐야? 그게 나랑 상관이 있어?」
「응. 순서대로 이야기할게.」
타카노는 뭔가를 떠올린 듯, 천천히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타마모 씨에 대해 조사하다가, 이누가미에 도달하게 됐는데.
여우의 천적은 개라고 한데.
개한테는 여우의 주술이 듣지 않아.」
「내가 개라는 소리야…?」
「아니. 그렇진 않아.
이누가미라는 것은 어느 주술에 의해 태어난 신을 말하고
이누가미 술사라고 하는 특수한 일족에 의해
사역되고 있다고 해.」
117. 반역의 피 (2)
「그럼 내가 그 이누가미를 사역하는 일족이라는 소리야?」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이누가미 술사의 피를 이은게 아닐까 해서.」
과연. 그렇다면 나한테 타마모 씨의 힘이 안 듣는 이유가 되겠지.
나는 몸을 반쯤 내민채, 타카노의 이야기에 열중한다.
「직접적으로 이누가미 술사의 혈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오래전에 타마모마에의 저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하여
이누가미에게 피를 바쳐 힘을 얻으려 했던 의식이 유행했다고 해.」
「흠흠…….」
「이누가미의 피는 후대로도 이어진다고 하니까.
어쩌면 그쪽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너는 이누가미와 상관이 있는 사람일지도.」
「으으음.
하지만… 그런 이야기 할머니 한테 들어 본 적 없는데….」
「물론 너희집 가계도를 조사한 것도 아니고.
전부 내 억측이니까 단언은 할 수 없지만.」
타카노는 차를 몇 번인가 마시며,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한다.
오니가 보이는 것에 대한
그 어떤 정보라도 고맙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조사해 주는 그의 배려가 기쁘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다곤 하나
타마모 씨의 요력이 듣지 않는 이유는 반드시 있을 거잖아?
나 역시 타마모 씨가 근처에 있으면 두통이 나고.」
「엣. 그랬어?」
「말 안했어?」
그런 이야기는 처음이라, 무심코 놀란 소리를 냈다.
118. 반역의 피 (3)
타마모 씨는 근처에 있는 인간을 병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건 즉, 타카노의 두통도 타마모 씨의 요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역시… 타카노와 타마모 씨를 사이 좋게 만드는 건 무리일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포기하기로 한다.
「지금 현재 조사할 수 있었던 건 이것 뿐.
미안. 별로 참고가 안 됐어…?」
「아냐. 엄청 도움이 됐어! 적어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길잡이가 선 것 같은 느낌으로….
고마워, 정말.」
「천만에.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타카노는 방긋 웃고서, 창 밖을 바라본다.
나는 지금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만약 내게 이누가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면
오니는 나를 동료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온다는 건가…?
그렇다면 매일 밤 아베노 씨나 타마모 씨가 싸우고 있는 상대는….)
동료를 찾아 온 오니인게 된다.
그리고 내가 오니를 끌어 들이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치가 맞아….
그렇다면 나는… 나 자신의 처지의 원흉이고
아베노 씨나 타마모 씨…, 모두의 “적”이라는 건가.)
내가……, 모두의.
적.
등 줄기에 오한이 일었다….
단 번에 불안이 밀려 들어와, 가슴이 괴로워진다.
119. 반역의 피 (4)
「…….」
타카노는 아무 말 없이,
내가 진정하는 것을 기다려준 모양이다.
그 손이… 침대 밑으로 슥 파고 들어가더니
뭔가를 놓는 것처럼도 보였으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고작이었던
내게는 별거 아닌 일에 불과했다.
(어쩌면 좋지…….)
그것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른다.
결국 자신의 생각에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고
커다란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들자
타카노의 온화한 웃음이 거기에 있었다.
「조금 진정이 됐어? 미안, 쇼크였지?」
「아니…. 응. 괜찮아.」
「그럼 다행이지만… 무슨 일 있으면 상담해줘.」
「응. 고마……,」
그 때, 창 밖에서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타마모 씨와 슈텐 씨…!?
「크, 큰일이다. 다들 돌아 왔어!」
「엣?」
나는 다급히 일어나, 창 밖을 보았다.
역시 슈텐 씨와 타마모 씨다…!
「어, 얼른! 타카노! 돌아가자! 응?」
「으, 응. 알겠어!」
1. 바로 창문으로 돌려 보낸다
2. 방에 숨긴다
3. 틈을 타 현관으로 돌려 보낸다 (호감도 5up)
「슬슬… 괜찮겠지.」
「미안. 갑자기 방문해서 폐를 끼쳤구나.」
「아니. 얘기도 많이 들어서 좋았고…. 고마워.」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는 타카노가,
현관을 통해 재빨리 돌아갔다.
간신히 일을 처리한 나는, 힘이 다해 침대 위에 쓰러졌다.
타카노가 가르쳐 준 <이누가미(犬神)>가…
머릿속을 빙글빙글 돈다.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달리 원인으로 짚이는 게 없다.
안타까운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베개를 끌어 않고 몸을 웅크린다.
「젠장….」
120. 자그마한 가시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있자니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느릿느릿 일어나, 문 너머의 사람에게 말을 건다.
「……, 열려 있습니다.」
문이 열리고, 고개를 내민 것은 타마모 씨였다.
커튼도 닫지 않고,
새카만 방 속에서 멍하니 있는 나를 보고
놀란 듯 숨을 삼키는 목소리가 들렸다.
「다녀왔어…. 료 군, 왜 그래?」
「어서 오세요. 딱히 아무 일도 없습니다.
조금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말을 하다만 타마모 씨가, 조금 얼굴을 찌푸린다.
그리고 내 방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설마 타카노가 있었던 것을 눈치챈 걸까…?
요 전에도 타카노의 냄새를 맡았었고….
나는 얼버무리딧 일어나,
타마모 씨를 밀어 내듯이, 같이 방을 나섰다.
「아, 늦으셨네요. 어디 갔다 오신 겁니까?」
「……, 좀 저녁 식사 재료를 사러 갔었어.」
「아, 오늘은 저도 저녁 만드를 걸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