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그이/타마모 루트] 41 ~ 45편

-------------------
러브데스의 모바일 작품 세 개 중의 하나. 생각해보니 더 있긴 했다...
당분간은 노 스샷으로 갑니다. 스샷 넣으면 따로 표기함.
----------------------------------------- 

 

41. 여우와 오니와 텐구 (3)

 타마모 씨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하지만 본인은 개의치 않고, 느긋이 입을 열었다.
 나는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에 입술을 깨물었다.


「나, 좀 전에 료 군의 앞에서 변신하고 말았어.
  그러니까 그는 지금 곤혹스럽고 혼란한 상태야.
  가능하다면 진정이 될 때까지 가만히 냅둬주고 싶어.」
「그건 즉… 너와 거리를 두게 하라 그거야…?」
「응. 바로 소집같은 거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세이메이.
   너라면 어차피 전부 알고서 한 일이겠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질이 나쁘다고 생각해.
   불쾌해질 정도로…….」


 타마모 씨의 표정에서 미소가 싹 가신다.


 정숙이 내려 앉은 방에서, 아베노 씨는 평온한 표정으로
 조용히, 타마모 씨와 마주 보고 있었다.


「타마모 군. 확실히 네 말이 맞아.」
「그럼 이유를 들려줘. 왜 지금 소집한 거야」
「언제가 됐든 그에게 사정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야.」
「너라면 좀 더 빠른 단계 때부터 알고 있었잖아?
  그럴 기미가 없어서, 무슨 책략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
  결국엔 나와 료 군의 대화를 훔쳐 들은 게 계기고,
  수습하는 것처럼 다급히 회의?
  너무 나대는 거 아닌가? 음양사 주제에.」

42. 여우와 오니와 텐구 (4)

 (으, 음양사 주제에라니… 뭐가…?)


 가능하다면 바로 물어 보고 싶지만.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어 있어서, 도무지 말을 꺼낼 수 없다.


 아베노 씨를 바라보는 타마모 씨의 눈은
 어느새 또 절대 영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베노 씨는 그걸 전혀 개의치 않고
 봄처럼 따스한 웃음으로, 흘러 넘긴다.


「몇 천년이나 전에 대륙을 건너온 타마모 씩이나 되면서
  이렇게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떠들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다니
  별일도 다 있군.」
「…….」
「입을 다무는 것을 보니, 알기는 아는 모양이야.
  그래. 전부 네 행동이 초래한 결과야.
  아니. 네 삶인가?
  내가 모두를 소집한 것은 이번 일과 아무 상관도 없어.
  하지만 영향은 있지.
  그것도 네 생각보다 좋은 영향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말하게 해줄래? 타마모마에.」
「빈정거리듯이 확인 하지마. 멋대로 하지 그래…?」
「알겠어. 고마워, 타마모 군.
  료 군.」


「넷?!」


 내 큰 목소리에, 쿠라마 씨와 슈텐 씨의 어깨가 움찔 떨린다.
 아베노 씨는 어머니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여기에 있는 전원은, 인간이 아니야.」
「…….」


 웃는 얼굴에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요괴”라고 불리는 자들이야.」

43. 여우와 오니와 텐구 (5)

「쿠라마 군은 쿠라마 텐구. 들어본 적 정도는 있겠지.
  슈텐 군은 슈텐 동자. 타마모 군은 구미호인 타마모마에.
  덧붙여 내 모친은 여우야.」
「잠깐만요…. 저기….」
「다들 요괴야.」
「요…괴.」
「뭐어. 그림책 같은 거에 실려 있는 거랑 대개 비슷해.
  너희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은밀히 살아가고 있는 부류야.」
「잠깐, 세이메이. 너는 요괴가 아니잖아.
  일단 우리들의 분류로 치면 너는 『인간』이야.」
「후훗. 뭐어 반요니 뭐니 자잔한 건 됐잖아.
  그런 건데, 알겠어?」


 여기에 사는 전원이 『요괴』.
 아베노 씨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놀라고 나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되는 걸까.


 공포에 질려서 도망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가?


「별로 실감이 안 나?」
「네….」
「그게 보통이라고 생각해.
  너는 타마모 군이 요괴화한 모습 밖에 안 봤으니까.」
「어라…? 그 얘기 했나요…?」
「어라어라. 나도 인간이 아니라고 막 말한 참인데.」
「그랬죠…….」
「어쨌든, 그들은 오니와는 달라.
  너를 덥칠 이유도 없고, 평범하게 대해서 문제 없어.
  그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구에 뿌리 박은 생물이니까.」
「…….」


 그 말을 듣고, 씌여있던 것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인간과 마찬가지로 요괴도 생물이야.)


「타마모 씨.」


 갑작스러운 부름에, 타마모 씨는 놀란 듯 고개를 든다.


「저기…, 약삭빠른 녀석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겠지만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저와 사이 좋게 지내 주세요.」
「어디가… 약삭빠른데?」
「에? 그치만 좀 전까지 어두웠는데
  설명을 듣자마자 갑자기 이렇게… 구는 거
  약삭빠른 것 같지 않나요?」
「아니. 그치만 우리 전부 요괴라는 소리를 들었잖아?」
「하지만 딱히 사람을 먹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커피도 마시셨고.」
「먹진 않지만…….」
「그럼 역시 문제 없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다음 번에 귀를 좀 만지게 해주세요.」


 명랑하게 웃자, 타마모 씨는 나를 보며 굳어 있더니,
 앉은채 조용히 몸을 틀어 시선을 돌렸다.

44. 여우와 오니와 텐구 (6)

「자빠트리고 싶어지네…. 뭐야, 이 애.」
「너만 그래.」
「수치를 알라구, 너는.」


「자아. 얘기도 정리 됐으니
  누군가에게 호위역을 맡기고 싶어.」


「나 밖에 적임은 없다고 생각 하니까, 내가 할래.
  그보다 이 아이한테 접근하지 말아줄래?
  비켜, 쿠라마.」
「타산적인 녀석…. 내가 해줘도 좋아.」
「안돼! 까칠한 애로 자라게 될테니까.」


「그럼 내가 하지.」
「안돼!! 건강에 안 좋으니까.
  저기, 료 군은 누가 좋아?」

1. 잘은 모르겠지만 슈텐
2. 잘은 모르겠지만 쿠라마
3. 잘은 모르겠지만 타마모 (호감도 5up)

「타마모 씨로…….」
「그렇지?! 역시 너한테는 나 밖에 없지!」
「타마모 군. 그의 몸을 만지작 거리는 건 그만두도록.
  그럼 타마모 군한테 부탁하기로 할까.」
「얏호!! 다들 모쪼록 료 군한테 접근하지 마.」
「그건 그렇고 쉽사리 결정 되어서 다행이야.
  그럼 해산.」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뭔가 이야기가 정리된 모양이다.

45. 여우와 오니와 텐구 (7)

 

 그대로 타마모 씨한테 방 밖으로 떠밀려서, 다급히 버티고 선다.


「잠깐만요.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호위라니 대체 무슨 이야기인데요…?!」
「아아. 설명 안 했었네.
  료 군이 곤란해 하는, 오니에 관한 일이야.
  여러모로 조사해 봤지만, 원인을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오행적으로 조금 위험한 시기니까,
  누군가 호위를 붙여 두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하, 하아…….」
「그건 그렇고 타마모 군. 최근 인간과의 교류가 너무 지나쳐.」
「그렇게 말해도, 오는 사람 안 막는 게 네 신조고.
  뭐 그러다, 끈질긴 애가 걸리긴 했지만….
  차갑게 대했더니 도망갔으니까, 당분간은 안 오지 않을까?」


「그럼 더 더욱 조심해야 해.」
「차갑게 대할수록 끈질기게 쫓아오는 녀석도 있고.」


「으음. 하지만 그런 인간은 머잖아 자멸하잖아?
  가엽게도.」
「하아…. 앞 일이 선하군.
  이번에는 너를 료 군의 호위로 붙였지만.
  그는 네 놀이 상대와는 달라. 그 점만큼은 모쪼록 잊지 말도록.」
 
「알고 있대두…. 료 군은 나랑 같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괜찮아.」
 
「료 군…. 정말로 몸에 이상은 없어?
  현기증이 나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건?」
「? 아뇨…….」 
「그지?」

 
 아베노 씨가 한숨 섞어 고개를 끄덕이자
 타마모 씨가 기세 좋게 내 손을 잡아당겨, 방 밖으로 나갔다.


「그럼 일단 친목을 도모하자.」


 그렇게 끌려온 것은 타마모 씨의 방이었다.
 친목을 도모한다는 말이아무래도 의미심장하게 들려서
 수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신발을 벗고 있자니,
 타마모 씨가 꿰뚫어 본 것처럼 나를 달랜다.




「괜찮아. 그런 놀이는 안 좋다고……, 네가 혼냈잖아?
  그러니까 자중 할게.」


 보디가드 역할을 부탁하게 되었으니
 확실히 친목을 도모할 필요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섣부르게 지레짐작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주위를 둘러본다.
 적당한 컬러 박스와 침대가 있을 뿐,
 가구는 통일감 없고, 바닥에 자잔한 물건들이 흩어져 있다.


 콘돔도 떨어져 있지만…….


「소파도 방석도 없으니까, 침대에라도 앉을까.」
「잠깐만요……!」




 그대로 등 뒤에서 끌어 안긴다.
 뿌리치려 했지만, 내 몸을 끌어 안은
 타마모 씨의 팔은 어딘지 필사적이라서
 저항하는 것을 관뒀다.


「이 방에 사람을 부른 건 네가 처음이야.
  저기…. 이렇게 있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거, 전부터 물어 보시던데…. 정말로 무슨 뜻인가요…?」
「나는 말이야…, 저주에 걸려있어.
  모두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지만,
  함께 있으면 병에 걸리니까 나를 떠나고 말아.
  실은 쓸쓸하고, 괴로워.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마다, 기대하고 말아.
  이 사람은 계속 함께 있어 주지 않을까 하고.  
  더 이상 혼자가 되고 싶진 않은데.
  오늘 밤은… 여기서 같이 자줄래? 물론 아무짓도 안 할게.」


 고개를 타마모 씨의, 절실한 눈빛에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밤을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