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데스의 모바일 작품 세 개 중의 하나. 생각해보니 더 있긴 했다... 당분간은 노 스샷으로 갑니다. 스샷 넣으면 따로 표기함. -----------------------------------------
36. 저주 (1)
말한 다음, 아차하고 생각했다.
상대의 표정이 변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내 멱살을 잡더니, 눈 앞에서 주먹을 치켜든다.
(아, 이거 한 대 맞을지도.
하지만 뭐… 됐어. 타마모 씨한테 위험이 미치지만 않는다면.
이 틈을 타서 멀리 도망쳐 주기만 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마모 씨를 보자,
비닐 봉투를 든 채 거기에 서있어야할 사람은 없고
그 대신 금색의 눈동자와 금색 머리칼과
금색의… 꾜복하고 커다란 귀가 난 이족보행의 누군가가 있었다.
「해 봐.」
「뭐…」
「그 아이를 때려 봐. 생애 저주해주지.」
「뭐야, 너……. 짐승귀 코스프레 같은 거나 하고.」
「변함없이 천박은 소리 밖에 못하는 모양이군.
네가 현실을 보든 말든 나랑은 상관 없지만,
지금만큼은 꿈이라 생각하는 건 곤란해.
그 주먹, 아깝지 않으면 휘둘러 봐.」
남자는 멍하니 자신의 주먹을 본다.
손등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서서히 살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우, 우와아아악!!」
「다른 한쪽도야. 봐. 떨어질 걸?」
「큭…. 괴, 괴물……!!」
나를 밀쳐내듯 해방한 다음, 남자는 주먹을 억누른다.
그리고 공포라기보다는, 혐오의 표정을 띠우고 타마모 씨를 보았다.
37. 저주 (2)
「참나…. 그 괴물한테 홀려서
끈질기게 들러붙어 왔던 건 어디의 누군데.」
남성은 타마모 씨의 말을 듣기도 전에 달아나서
눈깜짝할 사이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보다 이 사람… 타마모 씨지…?)
나도 아직 현실감이 없다.
눈앞에서 타마모 씨의 모습이 변했으니까
잘못 본게 아니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쉬이 믿기지가 않았다.
여우와 같은 귀가 난, 기모노 차림의…….
「미안. 지면에 좀 놔둬서 더럽혀졌어.
하지만 속은 괜찮아. 봐.」
「…….」
그는 그렇게 말하며 비닐 봉투를 벌려 안을 보여줬지만
영상으로서 머릿속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고개를 든 내 눈에, 상냥한 빛을 띈 금색의 눈이 비친다.
조금 전까지 그 남자를 향해 있던,
얼어붙을 듯한 시선과는 다르다.
내가 익히 잘 아는, 살짝 색조가 옅은 눈동자 색이었다.
「타마모 씨…….」
「놀래켜서 미안.
아, 그의 손이라면 걱정하지마. 내가 보여준 환영이니까.
암시나 환영을 보여 주는 건, 옛날부터 자신있거든.」
타마모 씨는 부자연스럽게 명랑히 말한 다음……
눈에 띄게 고개를 추욱 떨군다.
왠지 모르게 그 짐승 귀까지 늘어져 있다.
「미안. 역시 무섭지?」
38. 저주 (3)
「아… 그게…….」
「으으응. 괜찮아. 익숙하니까.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나 침착할 순 없겠지.」
이런, 이라고 말하며 타마모 씨는 두 귀를 움직인다.
나는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 보았다.
「그거… 어떻게 되어 있는 겁니까…?」
「이거? 내 귀야.」
「인간의 귀는…?」
「지금은 없어. 붙어 있으면 귀가 4개가 되어 버리잖아?」
「그건 그런데….」
「혹시 너도… 내가 짐승귀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눈 앞에서… 그런 모습으로 변했으니까….
1초만에 옷갈아 입기라니, 신의 기술이랄까 신의 기적 레벨이라서…
코스프레라던가하는 그렇게나 무시하는 말은 무립니다….
뭔가 보통 사람으로선 헤아릴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난 거라고 믿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구랄까, 우주는 역시 넓네요…….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네요…….」
「큭…, 안돼! 역시 재밌어!! 말투가 이상해! 푸하하하핫…!!」
「저기, 그런데 그 모습은 대체…….」
「아, 재밌어라. 하지만 미안. 위험에 처하게 해서.
그만큼 위협해 뒀으니 또 만나러 오려 들지는 않겠지.
이제 안심해도 좋아. 다친 덴 없어?」
39. 여우와 오니와 텐구 (1)
다친데는 없다고 대답하자, 타마모 씨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것을, 현실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시답잖은 녀석을 상대한 것 같아.
나도 조금만 더 사귈 상대를 고르면 좋을 텐데.
그럼…… 돌아갈까.
모처럼이지만 우동은 다음 기회로 해도 될까?」
타마모 씨의 쓴웃음이 저녁놀에 붉게 물든다.
그리고 우리들은 저녁놀 진 귀갓길을,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뭐야…. 신의 기적 레벨이라니.
우주는 넓다니…. 대체 뭐냐고.)
냉정해 지기 시작하자, 자기혐오에 빠졌다.
옆에서 걷고 있는 타마모 씨의 기척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타마모 씨가 인간인 건지 아닌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를 구하기 위해 그런 모습이 된 거다.
그런 데 나는 바보 같은 말 밖에 할 수 없어서.
(분명 지금 타마모 씨는 상처 입었을 거야….)
예상에 불과하지만,
안색을 살필 배짱 같은 건 없지만,
상처 입으셨습니까? 같은 질문, 절대로 못하지만.
그래도 타마모 씨는 재밌다며 웃어 주셨다.
진심이든, 아니든.
나로선 흉내낼 수 없는,
그 요령 좋은 상냥함이 괴롭다.
아파트에 도착하자, 타마모 씨는 나보다 앞서 갔다.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방 안까지 짐을 옮겨다 주신다음
감사 인사를 하기도 전에 자기 방으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제대로 해낸 게 없다.
사과도, 변호도 못했다.
다음에는 꼭 우동을 먹으러 가자는 말도.
「뭐 하는 거야, 나….」
닫힌 문을 바라보며, 현관에 주저 앉는다.
1. 자고 잊어버리자…
2. 내일 제대로 이야기 하자.
3. 이대로는 안 돼. (호감도 5up)
이대로 놔두면, 골이 깊어질 것 같다.
불안의 씨안은 오늘 내로 뽑아 둬야 한다.
그대, 방 밖에서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 벌떡 일어난다.
나가지 못하고 있자니, 우편물을 넣는 곳이 열리더니 아베노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부터 집회방으로 올 수 있을까?」
40. 여우와 오니와 텐구 (2)
울적한 기분으로 집회방으로 향한다.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떠올랐지만,
여기서 그걸 고르면 반드시 후회할 거라 생각했다.
현관에 들어서자, 타마모 씨의 신발이 있어서
욱씬 위가 아팠지만, 참고 안으로 들어간다.
방에는 이미 전원이 모여 있었다.
「그럼 모두 모였으니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
「냉큼 끝내. 시간 아까워….」
「아직 책 읽던 중이었어.」
「참나… 너희들은 너무 자유 분방해.
기탄 없이 의견을 늘어놓는 것도 미덕이지만
조금쯤은 분위기 파악을 해.
료 군의 얼굴을 보고도 아무 것도 느끼는 게 없어?」
일제히 몰려든 시선에, 나는 얼었다.
「나는 이미 가슴 아픈 중이야. 피곤한 얼굴로 가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예상 이상으로 큰 목소리가 나와서, 나 자신이 제일로 놀랐다.
타마모 씨도 놀란 모양이지만…, 기쁜 듯이 눈이 가늘어진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문제 없어.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
「고, 고맙습니다.」
「그거 말고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은 없는데.」
「그럼 모두, 솔선해서 신경을 써주도록.」
「아뇨. 피곤하거나 적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내가 설명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