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옥정 대신이라 미안하지만, 나, 무성왕이 집필하게 됐다. 잘 부탁해.
왜 내가 대리를 맡게 되었냐고 하면……
옥정에게 서기(西岐)의 병사 훈련을 좀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그런 다음 성에서 훈련소로 향해 3발짝 나아가자마자 [푸욱]하는 얼빠진 소리가 들려와서 말야.
「야, 양전……」
어디선진 모르겠지만, 양전, 양전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서,
혹시 소달기(蘇妲己)인가 싶었는데…….
방금 전까지 가까이에 있던 옥정이 없는 것을 깨닫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걷자,
침입자 대비용으로 파둔 구멍에 그대로 빠져있는 옥정을 발견한거다.
괜찮냐고 물어보자, 괜찮다는 답변은 있었으나
눈이 빙빙 돌고 있어서 이건 틀려먹었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훈련소로 가는 길인데 넌 안뜰 같은데를 지나갔느냐고 묻자.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성왕이 지나간 다음, 복도가 침수되어 있어서…….
그대로 가면 넘어질게 명백했던지라, 약간 돌아가게 되겠지만
안뜰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뭐, 그대로 구멍으로 직행했다는 모양이야.
하아, 왜 거기서 복도가 침수가 되는지, 그것부터 수수께끼야.
일단 그 근처에 침입자 방지용 구멍이 있다고 얘기해뒀을텐데, 그대로 걸려든 것도.
나머진 천재 군사님께 부탁하지.
***
네가 말하면 왠지 비아냥으로 들리는군, 무성왕.
애당초 왜 나인지도 물어보고 싶다만…….
옥정을 주워 갖고 오겠다고 하니 아무말도 못하겠군.
뭐, 그 일은 아무래도 좋으나, 옥정이 구멍에 빠진 모습은 나도 확인해뒀다.
어디서?
노대 위에서, 천화, 희발과 함께 말이다…….
천화는 새파란 얼굴을 했지만, 나로서는 모처럼 철야로 파 뒀던 침입자 대책용 함정을
또 다시 만들어야 하는가, 그것만 내내 생각하고 있었지.
무성왕이 말했듯이,
분명 양전 네가 보면「사부!」하고 발광할 만한 그림이였다.
그 사부에 그 제자지, 너희들 둘은.
네가 얼른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지 않은게 잘못이다.
옥정까지 내가 돌보고 다닐 순 없으니 말이다. 뭐……, 확실히 그건 천화에게 떠넘기겠지만…….
이쪽에는 손이 많이 가는 바보가 있으니까 말이야…….
여하튼 얼른 돌아 와라ㅡ….
**
수고하십니다, 천화입니다.
죄송합니다, 태공망 사숙이 성을 빠져나간 희발씨를 뒤쫓아가서,
「천화, 나머질 적어 둬!」하는 말을 남기셨으니, 이 뒤는 저 황천화가 적겠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양전씨가 없다고 일이 늘어나다니, 대체!!라니,
그 사람은 이러니저러니하면서도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얼른 그 사람을 편하게 해주십세요.
그리고 옥정 사백의 불운이 발발한다거나.
희발씨가 양전을 데리러 가느니 마느니 하며 성을 뛰쳐나가는 횟수가 늘어난다거나.
나타가 양전씨 결핍증이니 뭐니 하는 의미불명의 소리를 꺼낸다거나.
적정자가「연구비가 부족해~」라고 말하며 수상한 약을 잔뜩 만들어
서기의 백성들에게 팔아 넘기려고 한다거나.
이런 상황, 저와 태공망 사숙만으로는 도무지 무리입니다.
너무 무리하시는건 바라지 않습니다만, 얼른 돌아와 주세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돌아오면 훈련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이번에야말로 한판 따내보일테니깐요!
아, 희발씨가 돌아왔습니다.
모처럼이니까 모두가 쓰는걸로 해보죠.
희발씨, 뒤는 잘 부탁드립니다.
**
네이네이, 모두의 희발입니다~!
방금전까지 옥정씨 때문에 모두 왁자지껄 했었지만,
항상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흐뭇하고 좋네.
그래,맞아. 옥정씨를 발견했을때의 천화의 표정!
봐봐, 이거!
하핫, 천화는 항상 이런 얼굴을 하더라.
진짜 괜찮은건가~싶어지고 말이야. 그치만 옥정씨한텐 엄청 미안하지만.
나는 이렇게 모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
별거 아닌 일로 웃고, 걱정하고 하는 시간이 굉장히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없어서 약간 쓸쓸했어.
그렇지…… 양전이 돌아오면 따뜻한 찐만두랑,
찻잔 안에서 꽃 피는 차를 준비해둘게.
그래서 이 일기를 읽으며 실컷 잡담을 나누자!
지금부터 준비할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그렇지, 슬슬 옥정씨도 돌아와 있을테니까, 태공망의 분노도 가라앉았을거라 생각해.
천화의 도움도 받아서, 모두 같이 차를 마시자♪
그리곤 천상과 나타나, 비호랑 적정자도 불러서……. 이 만한 숫자, 우리 정자에 다 들어갈려나…….
뭐, 어떻게든 될려나?
그럼, 양전이 돌아오는거,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양전이 돌아오는걸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 더 있으니까.
그 사람에게 나머지는 맡기고, 나는 차 준비라도 하고 올까나♪
**
양전이 돌아오면 이걸 보여주기로 얘기가 되어 있는 모양이다.
임무 때문에 잠시 서기를 떠나는건 으레 있는 일이지만,
너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염두하고 있어 다오.
그건 그렇고, 사람과의 사귐이 서툴렀던 네가,
이다지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이 사실이, 나는 정말로 기쁘구나.
네가 성장해준 것, 지금까지 나와 함께 있어 준 것, 정말로 고맙다.
어째서일까, 문득, 감사의 말을 적고 싶어졌다.
자아, 모두가 널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구나.
아마 제일로 기다리고 있는건 나 일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