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거품의유클로니아/ss]
간단명료한 라이어
청명한 하늘에 증기가 길게 꼬리를 그리는 한낮.
나는 익숙한 만물상 겸 기계장치 공방인 반월당(半月堂)을 찾았다.
「츠유구사, 안에 있어……?」
들여다 본 가게는 텅비어 있었다.
몇 초 후.
익숙한 목소리가 2층에서 들려왔다.
「……잠깐 손을 뗄 수 없는 상태니까 올라와줘」
「알겠어!」
일단 대답은 했지만 바로 후회한다.
(미안한 짓을 했네….)
평소에는 손님이 오면 바로 내려오는데. 어지간히 바쁠 때나 돌아오는 반응이다.
좁은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 2층 작업실에 실례한다.
「어서 와. 그래서 무슨 일이야?」
츠유구사는 시선을 떨군 채, 돌아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는 옛날부터 우리집에 드나들던 기계장치 기술자의 제자로, 나랑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근처에 들린 김에 얼굴 좀 보고가려고. 방해해서 미안,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
「뭐?」
츠유구사는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싫어, 돌아가지 마」
「하지만, 일하는 중이잖아?」
「……기계야 만지고 싶지만, 네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집중하고 있는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츠유구사의 사정이 안 좋을 땐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와줬으니까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 거기 앉아 있을래? 부탁할게」
「…정말 별수 없다니깐」
매달리는 듯한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있어봤자 방해일 거 같지만, 나는 츠유구사가 가리킨 방석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
그는 기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그 손에 있는 것은 황동으로 만든 회중시계.
(근사하다…! 나도 언젠가 내 시계를 갖고 싶어.)
하지만 그건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비싸다.
애초에 희귀품이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조심스럽게 풀어내는 섬세한 작업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자니…….
「저기」
손끝을 노려보던 츠유구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거기 앉아 있으라고 한 건 나긴한데? 그렇게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뭐랄까, 좀…… 그런데」
「응?」
「……좀 쑥스러운 거 같은?」
츠유구사의 시선이 작업실 여기저기를 헤맨다.
금발머리 사이로 살짝 보이는 귀가 붉은 거 같았다.
「매번 생각하는데, 잘도 질리지 않고 보네. 지루하지 않아?」
「그치만, 좋은걸」
「…………」
「츠유구사가 조금만 건드리면, 멈춰 있던 게 다시 움직이잖아. 무심코 홀린듯이 보게 돼」
「……아, 그쪽. 알고는 있었어. 응, 응」
「?」
나름대로 그의 훌륭함을 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잘 안 된 것 같다.
「기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츠유구사가 굉장하단 건 알겠어!」
「…아니, 그 정도까지는…」
「하지만 뭐든 고쳐주는 마법의 손이잖아? 기계 장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게 전해져!」
「어, 그 뭐냐……」
「그래서 그런가? 츠유구사의 작업실은 왠지 마음이 아득하… 읍」
갑작스럽게 입에 닿은 것은 푹신푹신한 갑자기 입에 쑤셔 넣은 것은 말랑말랑한 구히(求肥)였다.
놀라 반사적으로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달콤한 앙금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찹쌀떡 받앗는데 먹을래?」
「……우음」
(먹을 거냐고? 이미 먹이고 있으면서…!)
놀랐다느니. 직접 먹을 수 있다느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없이 입을 움직였다.
츠유구사는 찻주전자를 향해 손을 뻗더니, 찻잎을 넣는다.
「피곤하니까 좀 쉴래. 같이 쉬자」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뜨거운 물을 주전자에 따라, 재빠르게 녹차를 타줬다.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찹쌀떡을 씹으며 눈을 깜빡였다.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야?」
입 안의 떡을 삼킨 뒤,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후 내쉰 후, 말을 꺼냈다.
「실은 말이지. 내 영구(領区)에 상태가 안 좋은 우물이 있어」
보고에 따르면, 물을 퍼올리는 펌프의 장치가 고장났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츠유구사가 좀 봐줄 수 없을까?」
「네가 부탁하는 건데 당연히 좋지」
츠유구사는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로 흔쾌히 승낙했다.
「물을 못 쓰면 곤란하기도 하고. 이 일 끝낸 뒤, 오늘 중으로 보러 갈게」
「!」
그가 맡아준다니, 이제 안심이다.
「고마워, 츠유구사. 엄청 살았어! 츠유구사만큼 믿음직한 기술자는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
「……아」
츠유구사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거야 그렇겠지. 아니면 다른 데로 가버릴 거 아냐…」
한숨과 함께 작게 새어나온 목소리는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그 수줍은 미소에는 기묘한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B's-LOG 7월호(2023년 5월 19일 발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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