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의유클로니아/ss]
희롱하는 이니시에이터
B's-LOG 4월호(2023년 2월 20일 발매) 게재
「아, 토바리!」
그날.
나는 영구(領区)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를 만났다.
하나마치를 거점으로 삼는 토바리가 여기 있다는 것은 즉—
「상태를 보러 온 거야?」
어젯밤 내 영구(領区)에서 일어난 『큰일』.
그 현장에는 마침 토바리도 함께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했는데….
「………」
토바리는 왠지 모르게 나한테 괴이쩍인 시선을 보내더니, 황당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
말없이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길래 뒤따랐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토바리가 고개를 돌렸다.
「저기, 공주님?」
「왜?」
「내가 너무 신경과민인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됐다고. 왜 여전히 참견하지?」
「나, 나도 신경 안 쓰는 건 아니야」
「나한테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말 안 못 들었나?」
「……토바리가 하나마치의 간판이라는 입장도, 가볍게 말을 걸지 않는 게 좋다는 것도 알아」
「그럼 왜?」
날카롭게 가늘어진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안 좋은 의미로 심장이 뛰었다.
「——잠깐만. 내 생각을 정리할게!」
……『그때』 토바리는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거리를 두고 싶지는 않았다.
(토바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지는 것은 역시 이상한가?)
생각에 잠긴 나를 내려다보며 토바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도 그래. 그런 표정할 바엔 처음부터 순순히 따라오지 말라고」
「? 그런 얼굴이 뭐야?」
「……얼어붙었어. 두려움, 당황이 절반?」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부정하지 못 하고 있자, 희미하게 웃는 기척이 느껴졌다.
「공주님은 '위험'이라는 단어의 뜻, 알고 있어?」
「? 응」
「진짜로?」
불현듯 토바리가 손을 뻗는다.
「어——」
그는 내 뒤쪽 벽에 손을 짚고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달콤한 사향 냄새가 은은하게 떠돌아서 숨을 멈췄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입술이 닿을 듯 가까워서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하나마치의 남자가 어떤 식으로 위험한지 가르쳐줘? 풋풋한 공주님이 빠질 정도로 즐겁게 해줄게」
(으…… 아아……!!)
귓가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생각이 멈춘다.
거리의 소란스러움은 멀어지고, 그의 숨결만이 또렷하게 전해졌다.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불장난은 으레 비밀로 하는 거잖아?」
무슨 말을 할 때마다, 토바리의 입술이 피부를 스쳤다.
얼마 없는 거지를 좁히려는 듯,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더는 안 돼! 못 견디겠어!)
정보 처리의 한계량을 넘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그 순간, '따악'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가 부딪혔다.
「아야?!」
무심코 눈을 뜨자, 토바리가 내게서 몸을 떼고 있었다.
얼어붙은 내게 그가 흘깃 시선을 던졌다.
「생각은 정리됐어?」
「——…어떻게 정리해?!」
(놀림당했어…!!)
분했다.
나는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는데, 토바리는 태연한 얼굴인게.
「일단 나한테 접근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건 사실이야. 나와 공주님은 신분이 너무 다르니까」
토바리의 말도 이해가 갔다.
우리가 친하게 지내는 것만으로 뭐라 말하는 사람들이 나오겠지.
「그래서? 영구(領区)의 상태는 어때? 진정을 되찾았어?」
「그렇게 바로 화제를 바꿔도 난 못 따라가」
「아, 미안」
아까까지만 해도 어른스러운 표정만 짓던 토바리가 뿜듯이 웃었다.
「너무 겁을 많이 줬나 싶어서. 딱히 잡아먹고 그러진 않을 테니까 어깨에 힘을 빼줄까 싶어서——」
「그, 그래서 그런 짓을 한 거야?!」
배려야 기쁘지만 그런 방법은 좀 아니지 않나?
(하나마치에서는 이런 게 보통인가? 내가 너무 물정을 모르나?)
토바리를 추궁할지 말지 잠시 고민했지만.
괜히 덤불을 쑤셨다간, 괜히 나만 안 좋은 꼴을 당할 것 같았다.
심호흡을 깊게 내뱉은 후, 마음을 가다듭고서 대답했다.
「다들 생각보다 건강했어. 제각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흐음, 강한 녀석들이네. 다행이다」
「응!」
영민을 칭찬받으니, 조금 간질간질해진다.
(역시 토바리도 걱정돼서 와준 거구나?)
하나마치의 간판.
조금 무섭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사람.
너무 가까워졌다간 분명 화상을 입을 상대… 일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알고 싶어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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