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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의유클로니아/ss]

바지런한 서번트

 

B's-LOG 5월호(2023년 3월 20일 발매)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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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시원한 소리를 내며 커튼이 걷히고, 이어 가차없이 창문도 열렸다.

 


「우으음……」

 


나는 꾸물꾸물 이불 안에서 몸을 웅크렸다.
방을 채우는 눈부신 빛과 싸늘한 아침 공기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공주님」
「………일어났어」
「이불 밖으로 나온 뒤에 말해. 다시 또 자지 말고」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졸려….)

 


부드럽고 따뜻한 침대에 계속 머무르고 싶었다.

 


(으으음~~……)

 


감긴 눈꺼풀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나는 미약한 의무감과 습관으로, 담담히 이불 밖으로 발을 뻗었다.
질질 미끄러지듯 침대를 내려와, 아와유키가 준비한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자 겨우 잠이 깼다.
내가 옷을 다 갈아입자, 그에 딱 맞추어 아와유키가 돌아왔다.

 

 


「이거 봐. 제대로 깨어났지? 장하지?」
「그래, 그래. 장하네, 장해」

 

 


언제나처럼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안의 나를 보며 아와유키가 미간을 찌푸렸다.

 


「공주님……. 어제 일찍 자라고 했을 텐데…?」

「어?」
「눈꺼풀이 부었어. 또 늦게까지 책 읽었어?」

 


뜨끔했다.
내가 보기엔 평소랑 똑같은 얼굴인데, 아와유키는 다른 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혈색이 안 좋아…. 얼굴을 씻을 때 세게 비비고 그런 건 아니겠지?」
「그냥 평범했어!」

 


세수는 조심스럽게.
옛날부터 아와유키가 자주 당부한 말이지만, 나는 피부가 억센 편이라서 벅벅 씻어도 거칠어지고 그러는 일이 적었다.

 

 

「……공주님? 쓸데없는 생각했지?」
「아니! 딱히 아무것도! 아와유키는 변함없다 싶었을 뿐이야」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게……. 『나』한테 일가견이 있는 느낌?」

 


등 뒤에 선 아와유키가 쿡 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있지. 내 소중한 공주님을 제일 잘 아는 건 나고, 그러지 않으면 곤란한걸」

 


내 종자는 정말로 일을 열심히 하는구나.
나를 나보다 더 잘 안다.

 


「오늘은 도라지꽃 비녀가 좋겠어」
「뜻대로」

 


장갑을 낀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뒤로 걷어내렸다.
그리고 꼼꼼히 빗질하는 그의 모습을, 나는 거울 너머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머리카락을 보며 집중하고 있을 아와유키가 내 시선을 바로 눈치챘다.

 

 


「저기, 아와유키. 나 이제 성인이잖아?」
「어」
「이제 어른이지?」
「이테하리(凍玻璃)의 법상으론 그렇지」

「……슬슬 어때? 머리 정도는 직접 묶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철벽이네.
아와유키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딱 잘라 말했다.

 


「넌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일 안 어울려」
「아, 아니거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잖아…」
「알아. 우리 공주님이 엉클어진 머리로 돌아다니는 걸 용납할 수 없어. 포기해」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불평을 흘렸다.

 

 

「진짜 항상 애 취급이라니깐」
「……무슨 소리를. 넌 어엿한 어른이라고 생각해」
「정말?」
「그래. 어렸을 땐 옷 갈아입는 것도 도와줘야 했고, 양치질하는 것도 도와줬는데……」

「대체 언제적 이야기야?!」

 


뾰로통하는 날 보며, 아와유키가 소리내 웃었다.
그야말로 애지중지 머리를 빗는 그가 평소보다 약간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부탁이니까 종자의 일을 빼앗지 말아줘. 나는 널 보살피기 위해 있으니까」
「정말……」

 


나는 조금 어이 없어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꼭 직접 머리를 묶고 싶었던 건 아니다.
아와유키가 머리를 만지는 건 기분 좋고, 불만도 없지만….

 


「……아와유키도 참,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깐」

 


믿음직한 종자가 언뜻 보여주는 일 중독 증상이 조금 걱정될 뿐.
그런데 남의 마음도 모르고 등 뒤에 선 그는 태연한 얼굴이었다.

 


「날 거둔 건 너니까 당연하지. 책임져줘」
「당연히 갑자기 해임하고 그러진 않아. 아와유키는 내 거인걸」

 


「그래, 그거면 됐어」

 


아와유키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나는 네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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