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거품의유클로니아/ss]
표표한 에트랑제(이방인)
B's-log 2023년 3월호 수록
익숙한 거리의 풍경.
바람에 흐르는 증기와 돌아가는 톱니바퀴, 끝없이 이어지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그, 야시로의 존재가 묘하게 새롭다.
「안녕, 공주. 공주는 오늘도 귀엽네.」
마을 중심에서 마주친 그는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아무렇지 않게 『귀엽다』는 말을 하니까, 나는 그와 말을 나눌 때마다 항상 조금 곤란해진다.
「……고마워?」
「——이 말에 고맙다는 말을 해? 공주님도 참…」
「뭐?」
「귀여워. 가만히 있어도 귀엽지만, 말을 하면 훨씬 더 귀여워」
「……그, 그래…?」
서글서글한 얼굴이 그렇게 웃으면, 굉장히 반응하기 힘들다.
(『예뻐지셨군요』같은 아첨이라면 가끔 듣긴 하는데…….)
야시로의 말은 그런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렇게 계속 귀엽다는 말을 듣다간, 찰나 힘이 빠진 순간 이상한 얼굴이 될 것 같다.
(혹시, 일부러 나를 놀리려고 이러나…? 아니…, 아니지….)
그는 항상 차분하고 상냥한 청년이니까, 날 놀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조금… 가볍다고 해야 하나?)
마치 자신의 말에 아무 가치가 없다는 듯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쉽게 내뱉는다.
표표하게.
신비로우면서 종잡을 데 없는 사람.
「왜 그래, 공주? 여기 주름, 엄청나네?」
야시로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것저것 고민하던 내 미간에 어느새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그런 건 안 돼」
주름을 펴듯 검지로 미간을 더듬는 손길에 나는 다급히 그 손을 피했다.
「아, 미안. 길가에서 귀족 공주님에게 손을 대다니——」
「그, 그게 아니라」
뺨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것을 의식하면서 나는 나답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끄러워」
「………」
야시로가 갑자기 침묵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슬며시 올려다 보니
뭐가 즐거운지 빙긋빙긋 웃고 있는 야시로의 모습이 보였다.
(부, 부끄러워하는 건 나뿐이야……?!)
왠지 모르게 분해서, 자신을 진정시키고자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야시로는 뭘 하고 있었어? 」
「반월당 일을 하고 왔어. 수리가 끝난 기계장치를 귀족의 저택에 배달하는 일이었어」
「혼자? 길을 잃지 않았어?」
「조금 헤맸지만, 어떻게든 해냈지. 마지막에는 남한테 길을 묻기도 했고」
「그래?」
말문을 열자, 평범하게 말이 나왔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야시로 씨는 처음부터 붙임성이 좋았다고 할까, 말하기 편한 상대였다.
신분과 상관없이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조금만 더 부드럽게 대해달라고 츠유구사에게 부탁해?」
「아냐, 괜찮아. 그는 정말 잘해주고 있어」
야시로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기억을 잃어 힘들 법도 한데, 그는 우는소리 하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 없는 데서 굉장히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있을지도.)
만약 그렇다면 도와주고 싶다.
「공주님의 오늘 예정은? 」
「나? 볼일은 끝났으니까 이제 돌아가면 돼」
해가지기 전에 돌아가지 않으면, 과보호가 심한 종자가 걱정한다.
「그럼 저택까지 바래다줄게」
「뭐?! 그건 너무 미안하지」
나는 마을을 걷는 게 좋았다.
귀족인데? 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오늘도 혼자 나왔다. 바래다주지 않아도 충분히 잘 돌아갈 수 있다.
「사양하지 마. 특히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참이잖아?」
「아……」
——확실히.
야시로와 만났던 그날의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뇌리에 새겨진 생생한 기억이 되살아날 뻔해서, 나는 눈을 감았다.
「공주님은 나를 거두워준 은인이잖아? 공주님을 바래다주는 건 딱히 힘든 일도 아니고, 널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기뻐」
「……진짜로?」
상큼하게 웃는 모습에 오히려 의심하고 싶을 정도다.
「진짜인데… 혹시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나?」
야시로가 곤혹스러운 듯이 눈썹을 떨구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빈틈이 있는 표정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아니. 고마워, 그럼 바래다줄래?」
「! 나한테 맡겨줘」
아와유키나 츠유구사와도 달랐다.
야시로와 같은 사람은 여태까지 처음이었다.
그와 만나 내 일상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동쪽으로 향하는 우리등의 등 뒤로—
그날처럼 찬란한 가을 노을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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